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병연 글.그림 / 어문학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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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족 안에서의 상처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책.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믿는 하나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출구가 없다 여겼던 내 안에서 출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생각보다 깊다. 한 문장, 한 문장들이... 비유를 통해 쓰여진 것처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고, 한 번 더 뒤돌아보게끔 만든다. 그리고 난.. 이 책의 신비란 인물에 나자신을 투영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신비같이 다가왔고, 하나님이 신비에게 다가오신 것처럼.. 내게도 그렇게 다가오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표출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잔잔하게.. 마치 실루엣에 가려진 것처럼, 그렇게 이 책 속엔 하나님이 숨어있다. 맨 처음에 신비는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생의 여행이 끝나는 먼 훗날'이란 부분을 보며, 우리가 돌아갈 천국이란 곳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의 제목에서 '집'이란, 돌아가야 할 집이란, 천국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나도 잠시나마 그 곳을 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떠난 엄마에 대한 기억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갈망.... 나도 누군가를 갈망하고, 그리워한다. 신비는 실제적인 엄마를 갈망하지만, 난 내가 원했던 부모님을, 그리고 아빠라는 존재를 어렴풋이 상상해내며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뭐랄까. 텅 빈 공허가 만져지는 듯한, 그런 느낌. 가족에 대해 생각한다면, 그런 공허가 깊이 다가온다. 어쨌든 신비는 자신을 떠난 엄마를 사랑한단다. 아무 이유도 조건도 없이 사랑한단다. 내겐 사랑이 너무나 어려운데, 신비란 인물은 참 착하다. 그리고 어려운 길을 택한다. 내가 보기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려운 길인 것 같다. 신비는 그리고 강가에서 그를 만났고, 느낀다. 헤어지는 게 아니라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 된다고, 그 목소리는 이야기한다. 빛을 잃지 말라고...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 그가 날 만드셨고, 날 이곳으로 보내셨다. 헤어지는 게 아니란다. 나는 심판에 대한,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주님을 바라보곤 하기도 하는데... 헤어지는 게 아니라고 하신다. 나도 신비가 말한 것처럼, 그분과 영원히 살고 싶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아빠와 신비의 대화들이 나온다. 신비의 나이에 비해, 성숙한 질문들을 한다. 그리움이 무엇이냐는 질문. 그립다는 건 사랑한단 뜻이란다. 그런 질문들 후에, 떠나간 엄마를 만난다. 죄책감으로 기도한 엄마, 두려워하는 엄마, 미안하다고 말하는 엄마. 분리가 가져다주는 것은, 아픔인 것 같다. 어떤 형식이로든, 그것이 옳았든.. 옳지 않았든, 분리라는 것은 아픔이다. 아픔이 된다. 나는 그 분리라는 것이 두렵다. 그리고 그 분리로 인해, 엄마와 신비는 힘들어하고 있다. ... 그리고 아빠와 신비의 시간들, 자연에 대한 얘기들을 한다. 특히 이 책에선 별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내 눈에 띈 문장은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정말로 내가 없었다면...'으로 시작하는 문장들. 그런 죄책감은 나에게도 언제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죄책감들이 하나둘 씩 모여서, 내 안의 알 수 없는 고집들을 형성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슬프다. 자기자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해야만 하는 것, 자기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아픔이 되었다는 것, 자기자신의 존재가 누군가를 한정짓게 했다는 것. 슬픈 일이다. 나도 부모에 대해 가장 크게 느끼고, 그 다음엔 타인으로부터 느낀다. 그래서 폐가 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데, 그저 그것은 무의미한 고집일 뿐이란 걸 매번 깨닫는다. 사람은 폐를 끼치지 않고 살 수 없다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그리고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관계하지 않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을. 인간은 관계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존재. 결론적으로 나의 고집일 뿐이었다. 나의 편의일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태양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잠시동안은 환상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이 책은 현실과 하늘나라를 오가는 듯한 전개들이 이루어진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두려움을 버리라고.. 얘기하는 그. 이 책에서의 그란, 마치 하나님을 묘사하는 것 같다. 그가 나를 지켜준다고 한다. 그가 신비를 지켜준다고 한다. .... 꽃들이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우리는 사랑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자기앞의 생에서의 모모와 같은 말을 한다. 그 책에도 사랑에 대한 얘기들을 했던 것 같다. 사랑이란 것은, 인간의 감정중에 가장 깊고 아름다운 감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리고 교회가 등장한다. 태양이와 함께 간 교회에서, 신비는 하나님을 만난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도 본다. 아빠의 모습 같았다는, 하나님. 그렇다. 하나님은 우리의 아빠되신다. .... 그 곳에서 주님은 신비를 만지시는 것 같다. 신비의 마음을, 고통스런 어둠 속에서 빛으로 인도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비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사람들을 용서하고, 용납해간다.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성품,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묘사하고, 그려내간다. 그 속에서, 신비와 신비의 주윗 사람도 치유와 사랑안으로 들어간다. 사랑. 그렇다. 사랑이신 하나님 안에 거하고, 또 그 사랑을 흘려보낸다.

맨 마지막의 꽃, 대지, 태양의 이야기에서... 태양은 마치 하나님을 비유하고, 꽃은 신비를, 그리고 대지는 아빠 혹은 엄마를 비유한 것 같단 생각으로 읽었다. 짧지만 이쁜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가왔다. "상상이 가? 이 우주에서 가장 강한 심장을 가지고 있는 태양이 눈물을 흘린다는 게?".... "어느 날 꽃은 결심했어. 새로운 대지를 찾아 나서야겠다고 말이야. 이렇게 시들어만 갈 수는 없다고 말이지. 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는 태양을 위해서도 말이야. 이제는 스스로 선택할 시기가 왔음을 깨달은 거지." 대지는 무엇을 비유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우리의 삶 같기도 하고, 환경 같기도 하고, 부모님 같기도 하고. 어쨌든 꽃은 새로운 대지를 찾아나서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무엇을 위해..? 날 그토록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위해. 아빠를 위해. ....

 

무언가 에둘러 얘기하는 듯한, 그래서 더 깊이있게 다가왔던 책.

알 수 없는 보석과 비밀스런 얘기들이, 숨박꼭질하듯 감춰져 있던 책.

 

내게 잔잔한 감동과, 잔잔한 위로를 건네준다.

묘사가 참 잘 되있으며, 이야기의 구성과 흐름도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용서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책이다.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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