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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춤추는 악어, 알베르토를 찾아라! ㅣ 벨 이마주 70
리처드 워링 지음, 홀리 스웨인 그림, 김연수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악어 하면 실제로도 엄청 무서운 동물인 것 같습니다.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호주에 사는 야생동물 악어에 대해 나오는데 정말 무시무시하더군요. 동화책 속에서 귀여운 악어가 등장할 때도 있지만 다른 약한 동물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나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덩치가 꽤 큰 악어이지만 착하고 온순하고 게다가 탱고 춤을 추는 것을 몹시 좋아하는 악어가 등장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악어 이름은 알베르토.
그 악어가 변기 속에 빠졌다고 상상을 해본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요? 겉표지부터 변기에 반쯤 빠진 악어와 놀라서 쳐다보고 있는 여자 아이의 모습에서 이 책의 내용이 어떨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답니다.
역시나 책을 읽는 내내 아이와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탱고를 추다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변기에 빠지고 하수관을 따라 지하의 하수도까지 내려간 악어 알베르토의 모험담이 너무 재미있었지요.
탱고가 어떻게 추는 춤인지 자꾸만 물어보는 아이. 대충 “짠 짜 짜짜 짠 짜라라라...” 하고 귀에 익숙한 탱고 음악을 들려주고 또 어떻게 추는 것인지 맛보기만 보여주었지요. 저도 한번도 춰 본 적이 없는데, 왈츠도 아니고 막춤도 아니고...
그런데 알베르토가 하수구 까지 간 것은 다행이지만 도무지 미로 같은 하수도에서 자신의 집에 찾아갈 수 없게 되었답니다. 알베르토가 하수구로 내려가는 모습이 동화책 가득 그림으로 나오는데 미로같이 복잡한 하수도가 그려져 있어 흥미를 더해주고 있답니다.
참, 왜 악어가 집 안에 살고 있었는지 물으신다면 주인공 여자 아이 티나가 삼촌에게 알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알베르토는 바로 그 알에서 나온 것이었지요. 티나 뿐 아니라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악어랍니다. 처음에는 작았는데 워낙 빨리 크다보니 어느 새 티나보다 훌쩍 커버렸네요.
우리 아이도 화장실에서 놀다가 가끔 변기에 물건을 빠뜨리기도 했는데 어릴 적엔 시계랑 칫솔을 빠뜨리고 물까지 내려서 한바탕 큰 소동이 일어난 적도 있었지요. 어떻게 작은 변기에 큰 악어가 빠질 수 있는지 물어보는 우리 아이.
예전에 욕조의 하수도로 여자 아이가 빠져나간 동화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 책을 기억하면서 동화 속에서는 다 할 수 있다고 자문자답을 하네요. 왜 질문을 했는지...
만일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집에서 느긋하게 볼일을 보고 있는데 악어가 머리를 지켜들고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상상할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너무 부럽고 저는 이제 어린 아이 때의 순수와 상상을 다 잊어버린 내 모습에 서글퍼집니다.
이야기 자체도 너무 재미있고 꼭 한 편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이야기 전개와 자신의 집에 악어가 나타난 것을 본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나 웃겨서... 나중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악어 알베르토가 나오는 시리즈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집에만 갇혀 지내는 알베르토가 어떻게 될까 궁금해집니다.
하는 수 없이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하면서 여러 집을 돌아다니는 알베르토. 각기 다른 집들과 화장실.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들. 거기 나타난 알베르토의 모습도 너무 웃기고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말하는 사람들의 반응 또한 기가 막힙니다.
결국 티나가 사는 마을은 발칵 뒤집어지고 한 마리였던 악어가 갑자기 100마리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 도시에는 하수도에 1000마리의 악어가 살 게 된 것이었지요. 우글우글 거리는 마을 하수도.
유언비어는 점점 커지고 이제 경찰이 완전무장을 하고 지하도로 들어가 악어 색출작전에 나섭니다.
그리고 티나와 가족들은 1000마리가 아닌 단 한 마리 자신의 친구 알베르토라는 것을 알고 무척 걱정을 하지요. 서둘러 자신의 집을 찾아 무사히 와야 할 텐데...
드디어 멋진 아이디어가 생각이 납니다. 알베르토가 탱고를 추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내고 집 안에 탱고 음악을 틀어놓지요. 하수관을 타고 탱고 음악 소리가 내려가고 드디어 알베르토의 귀에도 그 음악이 들려옵니다.
신이 나서 점점 하수관을 타고 올라오는 알베르토와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는 글자화되어 동화 속에선 점점 더 큰 활자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무사히 귀환한 알베르토. 반면에 수많은 경찰은 단 한 마리의 새끼 악어조카 찾아내지 못하지요.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또한 유언비어가 얼마큼 쉽게 퍼지고 과장이 되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지악어 한 마리였는데 1000마리의 악어로 되기까지 과정이 재미있었고 또한 말을 하는데 있어 얼마만큼 조심해야 하는지 교훈도 얻을 수 있었던 책 같습니다.
혹시나 아무렇지도 않은 말 때문에 실수한 적이 없는지 저 또한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춤 추는 악어 알베르토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