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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외계인 - 산타로스에서 온 엄마, 초록별문고 001
박지기 지음, 조형운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는 정말 10년 후 돌아오실까?
만일 자신의 엄마가 실제로는 외계인이라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것도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산타로스 3호 별에서 온 엄마. 아빠 역시 결혼을 하기 전에 전혀 알지 못했고, 자신을 낳고 지금 아프고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니...
부쩍 우주에 대해, 또 외계인에 대해 말씀하시는 아빠를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도 했지만, 아빠의 표정과 꼭 진짜같은 이야기에 무서워지기도 하는 우리의 깜찍한 주인공 솔이.
농촌에서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솔이의 아빠. 지금이야 오리농법이나 유기농법 이런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있는지 많이 알고 있지만, 아마도 처음 농약의 효용을 맛본 사람들에게는 미련하고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듯 싶다.
하지만 솔이의 아빠도 솔이의 엄마도[외계인이라고 하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환경의 중요성을 그 누구도다 잘 알고 실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솔이와 엄마의 사랑과 헤어짐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그 사이에 스며있는 환경오염의 심각성까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는 듯 하다.
환경지킴이였던 솔이의 엄마가 지구를 떠나 산타로스 별에 갔다 올 때까지, 솔이가 대신 환경을 지켜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서,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에게 환경의 중요함을 알게 하여, 보다 살기 좋은 지구로 만들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미래를 보호하자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이다.
자꾸만 몸이 아파 집에 누워만 계시는 엄마, 솔이는 그런 엄마가 혹시라도 자신의 곁을 떠날까봐 조마조마하다. 동네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가슴이 철렁한 솔이.
솔이에게 가발을 쓴 것을 들킨 엄마는 이내 솔이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며 왜 지구를 떠나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솔이가 꿋꿋하게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거라고 하며 약속을 한다.
엄마 없이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솔이.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를 떠나 보내야 함을 깨달은 솔이. 그리하려 이별을 하기 전 자신이 엄마와의 기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엄마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좋아, 이제부터 엄마 모습을 몰래 지켜보면서 마법 카드를 모을 거야."
엄마의 모습을 마법 카드처럼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다가 척척 꺼내서 바라보면 멋질 것 같다는 솔이. 그리고 자신이 엄마의 역할까지 해야함을 알게 된다.
개울물 속 물고기들과 이야기를 하고, 조약돌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리고, 부드러운 흙의 감촉을 느끼며 맨발로 흙을 거닐며, 노을을 향해 두팔 벌린 엄마를 바라보는 솔이.
"헤헤, 그냥 엄마 모습을 보고 싶었어. 오래도록 잊지 않으려고."
그런 솔이의 대답에 엄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사랑하는 아이와 이별의 순간이 온다면 나는 과연 어떤 느낌이 들 것인가? 그리고 내 아이에게 무엇을 꼭 심어주고 싶을까 생각해본다.
"솔아, 엄만 행복해. 사람들은 남보다 앞서거나 많이 가지려고 날마다 싸움하는 것처럼 살지만 우리 가족은 매일매일 자연이 주신 것에 감사하고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잖아.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단다."
솔이에게 주는 엄마의 말은 아마도 이 책의 작가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며, 또한 우리가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행복의 근본이 아닐까 싶다.
열심히 열심히 엄마를 떠나보내야 함을 깨닫고 굳은 결심을 하지만, 그래도 솔이의 마음은 어떨까?
솔이와 엄마가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는 환경에 대한 소중함과 함께 애정이 샘솓는다. 솔이를 믿는 엄마의 모습과 조금씩 성숙해지는 솔이의 모습.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왜 자꾸만 마음이 아파오는지.
점점 이별의 시간이 가까와지고 솔이와 엄마, 아빠는 마지막 소풍길에 나선다. 엄마와 헤어지는 10년. 또 앞으로 살아가며 수 많은 이별이 있을텐데, 그 때마다 마음속에 깊은 골이 생기게 되고 아픔을 극복하고 나서야 더 튼튼해짐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고......
살며 누구나 이별의 순간이 온다. 가까운 가족과 이별을 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않고 있다가 이별의 다가와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
죽음 뿐 아니라 친했던 친구가 멀리 이사를 가서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며, 이별이 아니어도 그 이상의 슬픔과 좌절을 맛볼 수 있는 일은 언제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내는 솔이.
하지만 10년 후에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솔이의 모습이 자꾸만 내 머릿속에 각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