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강도 - 네버랜드 Piture books 038
토미 웅게러 글, 그림 | 양희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 한다.

자신의 관점에서 강도는 바쁜 것이라 들었는데 어찌 이 책에 나오는 강도들은 아이들을 도와주고 착한 일도 많이 하는 듯 보이니 말이다.

까만 망토에 까만 모자를 꾹 눌러 쓴 세 강도의 모습과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도 멋지고, 빨간 모자와 빨간 망토를 차려입은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까만색과 회색, 흰색 , 어두운 녹색 등 단색의 배경 역시 독특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역시 어린 꼬마 독자들을 책 속에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듯하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계에서 자란 것이 느껴지는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배경. 옷차림 역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중에 우리 아이도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준다면 그 때에야 비로소  느낄 수 있을까?

아다 재작년 말이었을까 아내가 동화는 엄마만 아이에게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며 책을 내밀고 읽어주라고 제안을 한 뒤 아이에게 잠자리에서 몇 권의 책을 읽어주었다. 그 뒤로 나 역시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도 큰 하루일과가 되었다.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책속에 빠져드는 아이의 반짝이는 눈과 각각의 책에 대한 깜짝 놀랄 정도의 재미있는 반응은 하루의 피곤함을 풀 수 있는 청량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팔총과 도끼와 후춧가루 발사기 등 무시무시한 무기를 들고 다니며 강도짓을 일삼은 세 강도들. 아무것도 훔쳐갈 것이 없자 작은 어린 소녀를 데리고 오고 소녀의 말 한마디에 변화되어 착하게 살기 시작한 강도의 모습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귀엽게 느껴진다.

후춧가루 발사기를 어디에 쓰는지 책을 읽으며 아이와 한참을 신나게 웃었고, 길을 잃은 아이, 불행한 아이, 버려진 아이들을 데리고 와 그들에게 행복을 주는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강도는 어찌 되었든지 처음에 돈을 훔쳤기 때문에 나쁘다던가 또는 좋은 일에 쓰였기 때문에 강도는 착하다는 그런 결론을 내도록 것이 중요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마도 나중에 아이가 자신의 가치관이 정립된다면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단순히 사람들의 돈을 뺏는 것이 강도이고 나쁜 행동이 아닌 것을...

이 책을 지은 토미 웅게러 역시 날카로운 풍자와 기성 사회의 선입견을 배제하는 그런 동화를 많이 쓴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함께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는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여운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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