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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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써서 주고받은 편지를 보낸 적도 받아 본 적도 정말 오래된 것 같습니다. 아들이 초등학생일 적에는 그래도 어버이날이면 편지를 썼기에 일년에 한 번은 손편지를 받은 것 같은데 중학생이 되고나니 이젠 일년에 한 번 편지를 받아보기도 어렵습니다.

 

주위에 가족이나 친지, 친구에게도 전화나 문자가 일상인 지금, 게다가 편지 역시 이메일이 있기에 타국에 있을 때에도 손편지가 아닌 이메일로 안부를 전하곤 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의 주고받은 편지를 보니 그 내용으로 인한 감동 뿐 아니라 30년간 주고받았다는 그 자체로도 저는 크나큰 감동을 받게 됩니다.

 

서로 따로 알고 있던 두 분이 이렇게나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 역시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또 이오덕 선생님의 평소 교육관과 철학을 존경하는 사람으로 이 두 분의 평생의 우정을 책 속에서 발견하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책 표지를 보니 길가에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있습니다. 또 오솔길을 나란히 걷는 두 분이 보이지요. 컬러풀한 그림이 아닌 표지에서도 느낄 수 있는 두 분의 소박한 모습이 보이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시골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평온해보입니다.

 

권선생님, 이오덕 선생님 이렇게 서로 존칭을 써가며 주고받는 편지, 하지만 그 속에는 서로를 걱정을 하는 모습이 나오고,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강아지 똥>을 읽고나서 권정생 선생님을 만난 후, 권정생 선생님께서 더욱 글에 매진할 수 있도록 평생의 도움을 주신 이오덕 선생님의 모습에 이 시대의 진정한 교육자이며 스승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한 분이시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번 편지글을 통해 권정생 선생님의 건강을 염려하고 생활고에 시달린 권정생 선생님께서 보다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이오덕 선생님의 모습에 제 자신의 현재 모습을 비춰보며 반성도 많이 해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작품들에 대해서도 궁금해졌지요. 시간을 내어서 찾아보고 읽어보렵니다. 두 분의 편지를 통해서 본 권정생 선생님의 <황소 아저씨> 이야기도 반갑더군요.  저도 아이에게 [황소아저씨]를 읽어준 기억이 있어서 더욱 좋아하는 그림책이기도 하는데, 처음 <황소 아저씨>가 출간되었을 때에는 그림책이 아닌 여러 작가들의 동시와 동화를 엮어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처음 <강아지 똥>이나 <황소 아저씨>가 어떻게 출간되었는지 초간본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뿐 아니라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나온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어떠했는지 궁금해지더군요.

사실 저도 이 책에서 언급된 계몽사에서 나오는 책을 꽤 읽었지만, 제 어린 시절 그림책을 읽은 기억은 전혀 나지 않더군요.

 

저 역시 가끔 서점에 가면 사고 싶은 책이 한가득인데, 작가인 권정생 선생님은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제게 남은 즐거움은 책을 사는 것, 그리고 읽는 것뿐입니다. 어릴 적부터 이루지 못한 욕구가 아직도 사위어지지 않고 책방만 보면 들어가고 싶고, 한없이 사고 싶은 것입니다.'라는 글이 1982년 11월 16일 권정생 선생님의 편지글에 있습니다.

결핵으로 인해 평생 고틍을 받으신 권정생 선생님. 병과 고독과 가난과 싸우면서도 이오덕 선생님의 편지로 인해 힘을 얻어 작품활동을 하신 권정생 선생님. 우리는 그 두 분의 우정으로 인해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게 사랑스러운 동화를 들려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아픔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신에게 큰 행복이며 축복인줄 이 두 분은 알고 계셨겠지요? 서로를 위로하며 서로 도움을 주며 의지하며 그렇게 오랜 우정을 쌓아가는 두 분의 모습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작품 <몽실 언니>는 처음부터 창비에서 나왔나봅니다. 책 검색을 해보니 1984년에 출간되었더군요. 과연 1984년에 출간된 <몽실 언니>는 어떠했는지 그 책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창비 출판사에 가면 볼 수 있을까요?

 

책을 읽다보니 자꾸 욕심이 나는게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의 자필 편지 뿐 아니라 권정생 선생님이 당시 출간했던 책들의 원본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권정생 선생님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소개 및 초간본 사진, 권정생 선생님 지인들의 글을 모은 또 다른 추모작품이 나왔으면 합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기일이 2007년 5월 17일이니 2017년 5월 17일을 출간일로 기획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군요.

 

오랜만에 감동 그 자체인 책을 읽었습니다. 두 분의 생생한 편지글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 책을 함께 동봉하여 오래도록 찾아보지 못했던 친구, 그동안 힘들었던 그 친구에게 따뜻한 격려와 우정의 손편지를 써야겠습니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자주 손편지를 써보렵니다.  우체국에 가서 우표도 사야겠군요. 한글자 한 글자 직접 연필을 쥐어 정성껏 써내려간 손편지. 문자와 전화, 이메일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정성과 감동을 주는 손편지를 주고받는 문화가 오래오래 남아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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