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I LOVE 그림책
캐드린 브라운 그림, 신시아 라일런트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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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은 우리 아이의 생일이었답니다. 가족과 함께 모여 생일축하를 하고 즐겁게 지내려고 하는데 전화가 한 통 오더군요.

제 처의 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다는... 그 길로 장인어른을 모시고 달려가고 ... 며칠 후 친구들과 함게 생일잔치를 해주겠단 약속을 받고 기대에 부풀어있던 우리 아이는 영문을 모른채 있다가 다음 날 장례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연말에도 정신이 없어 친구와 생일파티를 하지 못했다고 툴툴거리는 아이에게 며칠 후 꼭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갑작스럽게 일이 터져서...

장례식이 끝난 후 내년 생일은 꼭 멋지게 해 주겠단 약속을 확답하고 아이는 생일선물을 더 챙기고 마루리 되었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자기는 꼭 외증조 할머니(이렇게 불렀는데 호칭이 맞는 것인지...)처럼 아주 나이가 많아서 그렇게 죽을 거라고 ... 아직 일곱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장례식 때문에  가서 며칠 지내고 제법 깨달은 게 많은 듯...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나는지, 외증조 할머니는 하늘나라에 간 게 맞는지 물어보고 여기 나오는 할머니도 그만큼 나이가 많은지 물어봅니다.

워낙에 유치원에 동네 친구들이 많은 우리 아이는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 할머니가 친구가 없다는 말이 이상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왜 할머니는 이름을 부른 친구가 없는데..."하고 물어보는데 삶과 죽음에 대해 늘 심각한 우리 아이에게는 정말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습니다.

언제나 엄마와 아빠가 지금 그대로의 모습일거라 생각하다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아빠와 엄마 나이가 점점 많아지는 것에 민감한 우리 아이. 저 역시 어릴 적 칠 남매의 막내라 연세 많으신 어머니께서 학교에 찾아오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생각에... 

게다가 이름을 지어주는 대상이 할머니의 침대와 자동차와 의자와 집이라니! 그 이름을 듣고 무척 웃더군요. 침대 이름은 로잰느, 의자는 프레드, 자동차는 베치, 집은 프랭클린.

 그리고 할머니는 이름을 지어줄 때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에만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할머니는 자신의 집 출입문이 녹슬고 오래가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지요.그런데 어느 날 순해 보이는 강아지가 자신의 집 출입문 가에 있는 것이 아닌가요!

갈색 강아지는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고 할머니가 주는 먹이를 받아 먹고 할머니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듯 다시 갑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찾아오고 할머니는 강아지가 자신보다 오래 살 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이름을 지어주지 않습니다.

왜 할머니는 강아지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제목대로 이름 짓기 좋아하는 것이 아닌 할머니가 이름을 지어주는 대상은 할머니의 마지막 애정표현인 것이지요. 늘 함께 지내왔던 친구들도 다 떠나고 홀로 남은 쓸쓸한 고독이 더 두각되는 것 같습니다.

꽤 오래도록 찾아온 강아지르 보고 먹이를 주고 다시 돌려보내고 이제 그 일은 자신의 하루 일과과 된 것 같고, 심지어 자기 전 할머니는 강아지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이름을 지어주어야 하는지.

몇 달이 지나 강아지도 자라서 어엿한 개가 되었고 할머니는 새로 장만한 손수레에게 '프랜신'이라는 이름을, 정원 한 귀퉁이 돼지 조각상은 '버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하지만 여전히 날마다 정성껏 먹이를 주는 개의 이름은 없습니다.

그러면서 개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할머니는 그 개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다고 위안을 하는데 너무나 고독해 보이는 할머니의 모습에 저 역시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는 개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할머니는 자꾸 눈 앞에 어른거리는 개의 모습이 생각나 슬퍼지고 마침내 개를 찾아 나서지요.

하지만 어떤 흔적도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집니다. 자신과 늘 함께 있었고 먹이를 주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 아무도 모른다는 것에 한 없는 절망에 빠지고, 떠돌이 개를 보호하는 보호소로 차를 끌고 달려갑니다.

즉석에서 '러키'라는 개의 이름을 지어주고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애정 상대를 찾게 됩니다.  소중한 러키를 품에 안고 베치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 매일 밤 러키와 로잰느의 품에서 잠이 들고, 프레드 위에 앉은 러키를 보면서 이제 할머니는 더욱 행복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혼자 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 생각들지요. 핵가족이 많은 서양 사회와 비교해 그래도 대가족 중심의 우리나라는 이런 일이 덜 하리라 생각하지만 이제 우리도 점점 서구화되면서 핵가족화되고 혼자 사시는 독거노인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데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항상 부모님을 더 찾아뵙고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행복해진 주인공 할머니의 모습이 참 좋고, 독거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참 따뜻하고 개성있게 써 내려간 작가의 탁월한 능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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