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천재와 광기, 그리고 지성과 추락

실로 오랜만에 읽는 추리소설이었다. 아니 그냥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빈약한 표현. 두 권의 책이 빽빽한 글씨 가득 들어있어 읽는 데 꽤 오래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로하고 숨가쁘게 읽었던 비밀의 계절인 것이다.

문학동네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말처럼 [비밀의 계절]은 그 첫번째 책이 된 것이 무척이나 타당해보인다.
대학 최고의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 그들. 천재들과 생활과 광기 어린 모습과 젊음과 사랑까지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처음부터 나오는 살인사건.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 다음 또 다시 나타는 사건들과 등장인물들의 반응은 어쩜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감탄의 연속이었다.

처음  책을 읽으며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수 많은 라틴어와 그리스 어, 프랑스어 때문에 재출간을 망설였다는 번역사 이윤기 씨의 말에 과연 어떤 말이 숨어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던 책.
책을 읽으면서 나오는 자연스런 번역과 다양한 언어를 만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가운데 느꼈던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다.

주인공 리처드 페이펀. 이제 막 풋풋한 대학생이 된 그 주인공을 따라 과거의 살인사건과 함께 10년 후의 모습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처음 발견된 시체 버니. 뜻하지 않게 시체가 눈에 쌓이고 며칠이 지난 후 드러나게 되면서 이상하게 꼬여가던 그들의 생활. 그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 리처드 페이펀[ 앞으로는 그냥 리처드라고 하겠지만]이 햄든 대학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고전어학과 스터디에 들게 된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헨리가 리처드에게 자신의 일을 이야기하는 본격적인 대목에서는 숨이 막혀왔다. 도대체 왜? 라는 그 이유도 궁금했지만, 헨리의 고백은 실로 굉장했기 때문이다.

버니의 죽음을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과연 버니의 죽음에 대한 것을 가리켜 정당방위라고 할 수 있을런지 꼭 묻는 것만 같다. 하지만 도대체 어찌 답을 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그냥 독자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또 버니의 죽음이 결국 완점범죄로 마무리되고, 버니의 장례식에 모두 참석하게 되고 나서 그들은 걷잡을 수 없은 죄책감에 사로잡히며 또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찰스와 헨리, 커밀러의 묘한 분위기.

또한 책을 읽다보면 버니의 죽음으로 시작하며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대학 생활 모습, 줄리언 교수와의 함께 한 강의 시간, 다재다능한 작가의 능력을 말해주듯한 라틴어와 그리스어, 프랑스어와 철학적인 내용까지 40줄에 들어선 지금의 내가 읽으며 나 역시 젊어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 사람. 허영에 들떴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난한 대학생 리처드의 모습과 주위의 반응과 생활모습을 보며 착찹한 마음도 들었다. 아마도 요즘에도 대학가까지 명품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의 우리 모습과 묘하게 매치가 되어서였을까!

게다가 동성연애라든가 사랑과 연애, 철학과 헨리의 고백하는 장면같은 환상같은 이야기는 혼자서 이 책을 읽는 것보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멋진 소재가 될 듯 하다.

최고의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 대학생에서 그들은 10년 동안 어떤 마음으로 지내게 되는 것일까?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독자들 역시 제각기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 해석이 다르고 반응이 다르겠지만, 그 무엇보다 이처럼 굉장한 책을 또 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을거란 결론을 맺으며, 작가의 또 다른 책도 우리나라에 소개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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