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처음 집을 떠나 밖에서 잠을 잘 때가 떠오릅니다. 비록 친구 집은 아니었지만 아빠와 엄마 곁을 떠나서 잠을 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벌써 일년 반 정도가 지나갔습니다. 그 이후로도 아직 친구와 단 둘이서 자본 적은 없지만, 사촌 형과는 함께 자고 싶다며 어서 겨울방학을 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요. 우리와 달리 서양에서는 잠옷파티를 종종 합니다. 서로의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은 미국에서는 더욱 많이 하겠지요? 친구들과 밖에서 마음껏 신나게 노는 우리와는 또 상황이 다르겠지만, 낮에 함께 노는 것과 또 친구와 함께 밤을 새며 혹은 잠을 자는 것은 다른 추억으로 자리잡겠지요. 이 책에서도 친구 레지의 초대를 받고 신이 난 주인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늘 곰인형을 껴안고 자는 주인공 소년은 누나의 말에 걱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가지고 가면 안 되는 것일까? 친구가 놀리면 어떡할까? 아니면 곰인형 없이도 잠을 잘 수 있을까? 엄마도 아빠도 가지고 가라고 하지만, 누나의 말을 생각하며 혹시 레지 역시 자신을 아기라고 놀리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아직도 고민을 하고 있는 주인공. 오후에 레지와 놀며 레지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어떻게 지낼까 세운 계획을 신나게 이야기를 합니다. 살짝 곰인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지만, 레지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군요. 결국 곰인형을 가지고 가지 안기로 한 소년은 바로 옆 집인 레지의 집으로 가서 레지가 모아 둔 온갖 물건을 보며 즐겁게 지냅니다. 레슬링도 하고 베개 싸움도 하고, 드디어 잠자리에 든 두 아이들.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워 귀신 이야기를 꺼낸 레지는 곧 자신의 곰인형을 갖고 오는게 아닌가요? 그럴 줄 알았더면 자신도 가지고 와도 되는 것이었는데... 그리하여 주인공 소년 '나'는 자신의 집으로 가 얼른 곰인형을 가지고 레지에게 갑니다. 이미 잠이 든 레지, 그리고 소년 역시 곰인형을 품고 스스르 잠이 듭니다. 하루동안 있었던 작은 일상. 아니 친구 집에서 잠을 자는 특별한 일. 단순한 내용일 수 있지만 아이들의 심리가 잘 묘사된 동화이지요. 우리 아들도 처음 유치원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느꼈던 일을 집에 와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제 이 책 속에 아이들처럼 방학을 하면 사촌 형과 잠을 자고 또 언젠가는 친구네 집에서 처음 잠을 잘 기회가 오겠지요? 혹시나 놀릴지 모른다는 걱정과 우려가 전혀 쓸데 없었음을 깨달은 주인공 소년.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더 이상 곰인형이 필요없어지는 때가 올 것입니다. 은근히 자신보다는 위에 있음을 알고 놀리는 누나의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음을 지어봅니다. 나도 이럴 때가 있었지 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또 내 아이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든 동화. 무엇이든지 '처음'이란 단어는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할 수도 있을 듯. 아이들의 순수함과 설렘. 걱정 등의 감정이 생생한 동화. 처음 친구네 집에서 자고싶은 아이들과 꼭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