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뚜껍에 몰래 숨겨온 목화씨 열 개. 들여올 때 들킬까봐 얼마나 노심초사 하였던지. 글을 읽으며 함께 떨고 초조해했다. 들여와 장인 정천익과 나누어 심었으나 실패하고 건진 한 그루. 서로 다른 날 다른 곳에 심는 철저한 대비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재배해 낸다면 하는 긍정적인 생각과 간절한 바람을 가지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의류문화의 혁명을 일으킨 정천익과 문익점. 목화 하면 늘 문익점을 먼저 떠올렸었다. 정천익과 홍원, 그와 함께 한 이들과 성공을 위한 아홉 그루의 실패처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굴복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고 이루어낸 과정이 없었다면 모두가 따뜻한 세상을 이루지 못했으리라.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백성을 생각하고 한마음으로 노력했던 이들의 정성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결과만 놓고 공치사하는 시대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공부하는 과정의 노력과 정성보다도 결과를 놓고 상벌을 주는 것도 시대분위기가 다르지 않다. 우선 나부터 아이를 대할 때 그 과정의 노고를 치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적도 있다. 다시 읽는 문익점과 정천익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물론 시초는 문익점의 붓두껍 속 모험으로 시작되었으나 모두가 따뜻한 세상으로 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담겨 있음을 깨우쳐주는 책이다. 친절한 선생님이 바로 옆에서 건네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부록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진실과 거짓까지 재미있고 알차게 꾸며져 지식과 함께 큰 깨우침으로 생각주머니를 여는 책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사 속 이야기와 인물들의 행적이 훌륭한 롤모델이 되어 귀감이 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을 기르는 씨앗이 될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