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 멋대로 듣고 대책 없이 끌리는 추천 음악 에세이
권오섭 지음 / 시공아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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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무인도에 떨어지면 가져가고 싶은 세 가지. 언제였더라. 그런 질문이 유행어로 떠돌았던 때가.

참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더랬다. 무인도에는 사람이 없으니 일단 사랑하는 이는 데리고 가야 하는데 왜 데리고 왔느냐 원망하면 어떡하나, 전기가 없으니 전자 기기가 안될테고, 사랑하는 책이랑 먹고 살아야 하니 식량이랑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음악하는 이들은 음악이 목숨처럼 혹은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던데 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은 가져가야겠다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음악인가보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월간 '서울스코프'에 연재했던 것들을 다시 다듬고 손을 봐 무인도에 떨어져 친구나 가족,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날 때 듣고싶은 음반과 혼자 듣고싶은 음반 총 40장을 소개했다.

얼마나 고르고 또 골랐을까. 일단 음악부터 접어두고 다른 것을 생각하겠다는 철저한 음악쟁이이니 말이다.

그래서 더 눈이 가고 귀를 열어 듣게 된다.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작가가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에 흠뻑 빠져버렸다.

누구에게나 듣기만 하면 주체할 수 없는 향수가 밀려오는 노래. 사운드오브뮤직. 나 역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걸음마를 하던 무렵부터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고 하니 그의 음악 사랑은 모태사랑인가보다. 보다가 듣다가 잠들어 꿈에서 나치들을 피해 수녀원으로 도망다니는 악몽에 시달렸다는 부분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음악사랑은 정말 어쩔 수 없다는 기분 좋은 웃음이.

1990년대 말 성대수술을 받고 더 이상 노래할 수 없다는 선고를 받고도 요즘 회복되어 간간히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는 줄리 앤드류스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 역시 멋지다 생각하며 감동으로 벅차오른다.

좋은 노래란 무엇일까? 작가 스스로 던지고 답하는 질문에 나도 곰곰히 생각을 씹어본다.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음악이지만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노래는 존재하기 마련. 또 역시 끄덕였다.

별 특색 없는 탁한 음색의 싱어송라이터. 폭발적인 가창력이나 황홀한 테크닉의 연주자는 아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멜로디와 가사가 뇌리에 남아 잊히지 않는 캐롤 킹의 노래도 그의 글을 읽고 다시 찾아 들어보았다.

우리들의 영원한 별밤지기 이문세와 이영훈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도 386세대의 가슴을 촉촉히 적셨던 귀 익은 노래들이어서 더 소중한 인연으로 와 닿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자주 다녔던 레코드 가게에서 폐업 점포용 LP를 사러 갔다 우연히 건진 볼링의 음악, 프랑스 재즈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는 누군가의 요구에 답하고 그 답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에 또 웃음이 터졌다. 이 책을 통해 작가를 더 잘 알게 되고 친하게 된 느낌?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든다. 그에게. 그의 음악 이야기에. 그가 들려주는 음악에.

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이제 그 단 한 마디로 그의 마음이 확 와 닿는다.

무인도에 떨어져도 책.

그 책 속에 이 책 한 권을 꼭 끼워넣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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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3-17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이름부터가 확 땡기네요. 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
저는 요즘 제니스 조플린에 푹 빠져있답니다.
글 잘 읽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