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윌마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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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릴 적부터 '정리 정돈'이 미덕이라고 배워왔습니다. 책상은 항상 깨끗해야 하고, 계획은 철저해야 하며, 삶의 모든 부분은 통제 가능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심지어 '정리'를 주제로 한 책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고, 미니멀리즘이 하나의 종교처럼 추앙받는 시대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무질서와 혼란, 불완전함을 찬양하는 것은 꽤나 불경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팀 하포드(Tim Harford)의 《Messy: The Power of Disorder to Transform Our Lives(국내 번역명: 메시)》는 이 견고한 믿음에 유쾌한 반기를 듭니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혼란(Messiness)'이야말로 사실은 창의성, 회복탄력성, 그리고 진정한 성공을 이끌어내는 숨은 원동력이라고 역설합니다.




# 부서진 피아노가 만들어낸 재즈 역사상 최고의 명반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상징적이고 매혹적인 사례는 바로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Keith Jarrett)의 1975년 쾰른 콘서트 이야기입니다.

완벽주의자로 유명했던 자렛은 공연장에 도착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주최 측의 실수로 무대 위에는 조율도 제대로 되지 않고, 페달은 뻑뻑하며, 건반 몇 개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낡고 작은 연습용 피아노가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노한 그는 공연 취소를 선언했지만, 17세의 어린 기획자가 눈물로 호소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무대에 오릅니다. 그는 피아노의 결함을 감추기 위해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연주해야만 했습니다.

둔탁한 소리를 덮기 위해 건반을 강하게 내리쳤고, 고음역대의 고장 난 건반을 피해 중저음역대를 중심으로 반복적인 리듬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이 불완전한 악기와의 사투 속에서 그의 잠재된 창조력이 폭발했습니다.

그날 밤의 연주를 담은 《The Köln Concert》는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솔로 앨범이자 피아노 앨범으로 역사에 남게 됩니다.


팀 하포드는 이 극적인 일화를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만약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면, 과연 그토록 경이로운 음악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때로는 우리를 가로막는 장애물과 예상치 못한 혼란이 오히려 우리를 틀 밖으로 밀어내어, 더 깊은 통찰과 창의성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 마틴 루터 킹의 위대한 연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책은 음악, 비즈니스, 정치, 군사, 일상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무질서의 힘을 증명해 냅니다.

그중에서도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의 저명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에 얽힌 일화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당시 킹 목사는 역사적인 워싱턴 행진을 앞두고 밤을 새워가며 연설문을 완벽하게 다듬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수십만 명의 군중 앞에 서서 정해진 원고를 읽어 내려가던 그는, 연설이 청중과 제대로 교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그때 그의 뒤에 있던 가스펠 가수 마할리아 잭슨이 외쳤습니다.

"그들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해 줘요, 마틴!"

그 순간, 킹 목사는 정성껏 준비한 원고를 밀어두고 즉흥적으로 연설을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전국을 돌며 교회에서 설교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쏟아낸 이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즉흥 연설은, 오히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20세기 가장 위대한 연설 중 하나로 역사에 아로새겨졌습니다.

완벽하게 짜인 대본의 '질서'를 버리고 즉흥성이라는 '무질서'에 몸을 맡겼을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과 감동이 일어난 것입니다.




# 다양성과 섞임이 만드는 단단함

팀 하포드가 말하는 'Messy'는 단순히 책상을 어지럽히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수용, 그리고 통제하려는 강박을 내려놓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그는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의 도시 계획 이론을 빌려, 모든 것이 용도별로 구획되고 정리된 도시(질서)보다 주거, 상업, 산업 시설이 무질서하게 뒤섞인 오래된 도시(무질서)가 훨씬 더 활기차고 생명력이 넘치며 경제적 위기에도 강한 회복탄력성을 지닌다고 설명합니다.

단일 산업에 의존하던 디트로이트가 쇠락한 반면, 다양한 산업이 혼재된 버밍엄 같은 도시가 살아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조직 문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나 2차 세계대전의 명장 에르빈 롬멜의 사례에서 보듯,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약간의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실행하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것이 불확실한 세계에서 승리하는 비결이 됩니다.




# 사람의 불완전함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위로를 받았던 지점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삶의 혼란스러움에 대해 더 이상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메일 폴더를 완벽하게 정리하지 못해서, 책상이 지저분해서, 계획대로 하루를 살지 못해서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하포드의 연구에 따르면, 정교한 파일링 시스템을 갖춘 사람보다 서류를 그냥 쌓아두는 사람이 문서를 더 빨리 찾으며,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사람보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더 큰 성취를 이룹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며, 우리의 삶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컴퓨터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세상을 점점 더 매끄럽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가는 시대에, 오히려 우리의 그 '불완전함'과 '무질서함'이야말로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창의력과 인간다움의 원천이 됩니다.




# 통제의 강박을 내려놓고 삶의 혼돈을 껴안다

《Messy》는 단정함과 통제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지적인 해방 선언문과도 같습니다.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심리학, 경제학을 아우르는 끈질긴 연구, 그리고 저자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독자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지금 당신의 책상이 어지럽다면, 계획했던 일이 틀어져 당황스럽다면, 혹은 인생이 도무지 통제되지 않아 불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기를 권합니다.

완벽하게 정돈된 온실 속의 화초보다는, 비바람을 맞으며 제멋대로 자라난 들꽃이 훨씬 더 강인하고 아름다운 법입니다.

혼돈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껴안을 때, 우리의 불완전한 삶은 비로소 눈부신 창조의 무대가 될 것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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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손현주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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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2026시간과공간사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은 독자를 천천히 이끌어가기보다, 먼저 흘러가고 그 뒤를 따라오기를 요청하는 듯합니다.

한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생각이 조용히 스며듭니다. 그 생각은 다시 다른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읽다 보면 처음의 출발점이 흐릿해집니다.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유의 결을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경험은 그 두 감각 사이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낯섦은 불편함으로 남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울프의 문체는 단순한 표현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사유 방식처럼 느껴집니다.

정리된 결론을 전달하기보다, 생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독자는 완성된 답을 받아들이는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생각하는 흐름 속으로 조심스럽게 초대받습니다.

질문이 형성되는 순간을 함께 지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대상이기보다, 함께 걸어가는 경험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이 책의 중심에는 비교적 분명한 명제가 놓여 있습니다.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정한 경제적 기반과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울프는 이 생각을 단정적으로 선언하지 않습니다. ‘Oxbridge’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천천히 거닐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식당의 풍경을 보여주고, 도서관의 문 앞에서 멈추는 장면을 그려냅니다.

실제 경험과 상상이 부드럽게 어우러집니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구조가 서서히 드러납니다. 지식과 기회가 어떻게 배치되어 있었는지, 그 안에서 여성들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었는지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방’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섭니다. 외부의 간섭 없이 머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울프가 언급한 ‘연 500파운드’ 역시 단순한 생활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지속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조건을 의미합니다. 자유는 막연한 개념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환경과 기반 위에서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이 책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가상의 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 능력을 펼칠 수 없었던 한 인물의 삶이 그려집니다.

교육의 기회는 제한됩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할 통로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결국 그 재능은 세상에 드러나지 못한 채 사라집니다. 이 이야기는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섭니다.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에 대한 조용한 환기가 됩니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서는 깊이를 지니게 됩니다. 강한 주장으로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대신 차분한 관찰과 섬세한 상상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깨닫도록 이끕니다.

읽는 동안 어떤 생각은 조용히 마음에 머무릅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떠오르는 질문으로 남습니다.




이 글은 1929년에 쓰였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성들이 글을 쓸 수 있는 환경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여전히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울프가 던진 질문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한지 돌아보게 됩니다. 방해받지 않고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확보되어 있는지 묻게 됩니다. 자신의 언어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여유가 우리에게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 질문은 특정한 집단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용히 닿습니다. 이 책은 서두르지 않는 독서를 요청합니다. 빠르게 읽기보다는, 문장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머무를 때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 도착의 감각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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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수훈 언덕에서 말씀 듣기 - 삶의 자리를 바꾸는 예수의 말씀 13
권종렬 지음 / 샘솟는기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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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수훈 언덕에서 말씀 듣기
산상수훈 언덕에서 말씀 듣기
권종렬2026샘솟는기쁨


마하트마 간디가 가장 좋아했던 말씀이 산상수훈이라고 합니다. 그가 펼쳤던 비폭력 운동은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산상수훈에서 배우고 빌려온 운동이기도 합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마하트마 간디에게서 다시 비폭력 저항을 빌려왔다는 점도 무척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산상수훈이 그만큼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좋습니다. 모세오경이 구약성경의 등뼈와 같은 역할을 한다면 예수의 산상수훈은 신약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십계명이 대표하는 모세 오경을 한층 더 높은 수준(비교 불가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 산상수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산상수훈이 놀라운 가르침이라는 뜻입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산상수훈을 연구한 학자와 책은 부지기수입니다. 역사를 통틀어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말씀을 꼽을 때 산상수훈은 영 순위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그만큼 깊고 넓고 높고 풍부한 의미를 캐낼 수 있는 말씀이라고 하겠습니다.







산상수훈은 어렵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읽기는 편하고 쉽고 아름답지만 말씀 자체는 깊고 높고 넓습니다. 그 말씀대로 살아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예수 한 분밖에 없다고 말해야 합니다.

팔복에서 시작해 원수 사랑으로 끝나는 그 말씀들 앞에서, 읽는 사람은 대개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택합니다. 지나치게 높은 이상으로 격상시켜 현실과 분리하거나, 반대로 너무 빠르게 실용적 교훈으로 납작하게 만들거나.


권종렬 목사의 이 책은 그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조용한 시도입니다. 책의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산상수훈 언덕에서 말씀 듣기.' 강의하거나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듣기'입니다. 저자 스스로도 그 언덕 어딘가에 앉아, 예수의 말씀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귀를 기울이겠다는 자세입니다. 이 겸손한 제목이 책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목차를 펼치면 구성의 의도가 보입니다. 산상수훈 1부터 13까지, 각 장에 하나의 핵심어를 붙였습니다. 행복, 목적, 생명, 결혼, 진실, 저항, 진심, 기도, 믿음, 세움, 신앙, 방향, 지혜. 신학적 개념어가 아닙니다. 누구나 아는 일상의 언어들입니다. 


그 선택 자체가 이미 저자의 방향을 말해줍니다. 산상수훈을 교리의 언어가 아니라 삶의 언어로 읽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짐작합니다. 다시 말해 예수께서 가르치신 산상수훈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중의 언어로 바꾸려는 노력이 뚝뚝 떨어지는 책입니다.








각 장의 부제도 인상적입니다. '엎드리는 자가 누리는 은혜', '자기 몫을 다하는 인생', '화목함에 깃드는 풍성', '끝까지 살아남아 사랑하기.' 설교 제목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문장들이지만, 동시에 어느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산상수훈을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입니다. 산상수훈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확신이 문장마다 배어 있습니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집니다. 책이란 결국 저자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권종렬 목사의 글에서는 급하지 않은 사람의 냄새가 납니다. 논증보다 설득을, 정죄보다 초대를 선택하는 목회자의 체취입니다.


산상수훈을 다루면서도 독자를 몰아붙이지 않습니다. 언덕에 함께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씁니다. 이런 책은 저자의 성품 없이는 나오기 어렵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만나서 커피 한 잔 들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저자입니다.









에필로그의 제목도 눈길을 끕니다. '변호 말고 통역을 해 보자!' 산상수훈을 방어하거나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언어로, 청중과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옮기겠다는 선언입니다. 저자가 이 책 전체에서 하려 했던 것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셈입니다.


산상수훈을 처음 접하는 분께도, 오래 읽어왔지만 새롭게 만나고 싶은 분께도 권할 수 있는 책입니다. 언덕 위에서 부는 바람처럼, 읽고 나면 무언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 가벼움이 얕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삶 가까이 내려놓은 데서 오는 것임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습니다.






산상수훈을 설교할 계획이 있는 설교자, 예수의 산상수훈에 담긴 정신이 무엇인지 이미지를 그리고 싶은 독자, 산상수훈의 높고 깊고 넓은 가르침의 정수를 빠르게 파악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펼쳐보시면 만족하실 것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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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사랑은 오해다 세계척학전집 4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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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오해다 –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사랑’을 너무 쉽게 말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함께 있고 싶은 욕망, 상대를 향한 헌신까지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습니다.

『사랑은 오해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어온 것들은 과연 사랑인가, 아니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착각인가.




이 책은 사랑을 낭만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해체합니다.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여겼던 감정의 구조를 하나씩 분해하며, 그 안에 숨어 있는 자기중심성과 욕망의 메커니즘을 드러냅니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사랑을 아름답게 만들기보다, 정직하게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책이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타인을 향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향한 욕망’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깊이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나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나를 이해해 주고, 채워주고, 인정해 주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 사랑은 과연 타인을 향한 것일까요, 아니면 나를 향한 것일까요?




이 책은 사랑을 ‘오해’라고 규정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습니다. 우리는 타인을 사랑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원하는 감정 상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상대는 그 감정을 만들어주는 매개일 뿐입니다.

이 통찰은 냉혹하게 들릴 수 있지만, 동시에 매우 현실적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관계의 갈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상대를 사랑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실망하고, 분노하고, 관계를 포기합니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사랑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를 마련합니다.

‘오해’를 인식해야만 ‘진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사랑을 감정이 아니라 ‘이해의 과정’으로 재정의합니다.

상대를 나의 욕망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이 제시하는 사랑의 출발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전환이 일어납니다. 사랑은 더 이상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감정이 아닙니다. 훈련이 필요한 태도이며, 의식적인 선택입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를 바꾸려 하고, 기대에 맞추려 하며, 관계를 통제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합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지배의 또 다른 형태일 수 있다고.




이러한 관점은 기존의 낭만적 사랑 개념과 충돌합니다. 우리는 사랑을 운명, 끌림, 감정의 폭발로 이해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모든 요소를 의심합니다. 감정은 변합니다. 끌림은 사라집니다. 운명이라는 말은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 책의 강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납니다. 사랑을 감정의 영역에서 존재의 영역으로 끌어올립니다. 사랑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대하는 방식’이라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는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근본적으로 바꿉니다. 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주는지가 아니라, 내가 상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묻게 만듭니다.




다만 이 책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사랑의 감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감정적 존재입니다. 감정을 제거한 사랑은 지나치게 건조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 삶에서는 감정과 이해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분석은 날카롭지만, 현실의 관계를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다소 단선적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는 가치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사랑을 너무 쉽게 믿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 때문에 반복해서 상처받습니다.

이 책은 그 믿음에 균열을 냅니다. 불편하지만 필요한 작업입니다.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관계를 더 정직하게 바라보도록 돕습니다.



결국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나는 정말 상대를 사랑하는가, 아니면 사랑하고 있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쉽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멈춤이 중요합니다. 그 자리에서 비로소 사랑은 오해를 벗고, 새로운 의미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같은 저자의 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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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다정함이 힘이다
이동엽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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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다정함을 부드러운 것, 온화한 것, 어쩌면 약한 것으로 연상합니다. 저자는 다정함이 오히려 단단한 내면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그럼에도 사람을 믿기로 하는 것. 그것이 용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7장은 다정함과 말의 관계를 다룹니다. 다정한 사람은 상대를 먼저 이해하려는 말을 고릅니다. 요구를 공격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상대를 고치려 애쓰지 않습니다. 침묵을 실패로 여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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