줘?

  안피웁니다.


  연구실에서도 내키면 전혀 거리낌 없이 피워댔다.

  멀 해도 항상 당당했다. 

  연기를 뿜고 있을 때면 그 당당함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여자라서 더 삐딱해지는 주변의 눈길 같은건 안중에도 없었다.


  세학기 선배라지만 처음 보자마자 반말이었다.

  군대 갔다온걸 손 꼽아보면 어리면 어렸지 더 많을리는 없는데.

  나는 아주 오래되더라도 쉽게 반말을 하지 못한다.


  내 생각에도 그리 유능한 조교는 되지 못하였다.

  일에 대한 유별난 감정이입, 일에 대한 엄청난 열정에도 불구하고.

  반면에 나는 그저 빠르고 정확하게 헤쳐 나갈뿐인 드물게 유능한 조교였다.

  아무런 감정도 열정도 없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엷은 갈색.

항상 검게 염색해서 아는 사람이 없지.

해가 쨍한 날 멀리서 보면 금발로도 보여.

 

밖에 나돌아 다니지 않는 줄 알았지.

거의 햇빛을 못 본 것처럼 창백했으니까.

벗겨 놓으면 온몸이 다 그래.

시골의원에서는 알비노일 것이라고 했을 정도니까.

 

피부가 얇아.

쉽게 손상이 되.

햇빛에 내 놓으면 얼마 안 가 타 버려.

정말 타.

화상으로 피부가 벗겨지지.

 

시골 의사는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했지만 

잘려 나간 발가락이 다시 자란건 사실이야.

 

다음날이면 뱀 허물처럼 벗겨지고

또 그 다음날이면 새 피부로 덮여 지지.

그래서 언제나 하얀거야.

 

연약함을  재생력으로서 균형을 맞추는 거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0-09-13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우측 하늘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황홀한 광휘를 맹렬히 휘날림에 감히 두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때 이렇게 크게 되실 분과 진지한 댓글을 주고 받은 나 자신이 기특하지 아니할 수 없다.

하여간,

항상 소원이던 베스트셀러의 저자가 되심을 아무런 사심 없이 진정한 마음으로 축하드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0-09-03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4 0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론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깊이 우러나오는 친밀감을 어떻게 주체하지 못한 행위라는 건 잘 안다.

간절한 애정이 이심전심으로 반드시 통하리라는 것에는 추호의 의심도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회장님이나 사장님에게 그런 애정을 가져 본 적이 있으십니까.

 

올디쉬 스타일로서 갑자기 손을 덥썩 잡는 행위.

 

애정이 조금 더 격해져서 팔을 잡는 행위.

팔꿈치 아래쪽은 그래도 애교스러울 수도 있지만

윗쪽은 긴장상태를 야기한다.

아마 방어수단이 제압되고 있음에 본능이 반응하고 있는건지 모른다.

혹은 늘어진 살이 발각되었다는 본능적 공포.

 

어깨를 잡는, 혹은 어깨에 손을 얹어 놓는 행위.

자신의 기를 넘겨 주는 강호고수의 자기 희생 행위. 개뿔.

 

결정판으로서 구타 행위.

패트든 테트든 다독이든 두둘겨 패던 판단은 얻어 맞는 쪽이 한다.

꽃으로 맞아도 아프긴 아프다.

어떻거나 SM 시전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형이하학적, 혹은 배꼽이하학적 위치.

다른 해석의 여지가 별로, 전혀 없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애정 표현은 가급적 현금으로 하는건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종종 내게 묻는다.

대구 사람들은 더위에 강하냐고.

내 생각에는 거기라서 더운게 아니고 여름이라서 더웠나 보다.

그리고, 산다는 게 다 그런거지 하고 지냈었나 보다.

기억에 남아 있는 그 하루는 아주 더웠다는 것 보다는 그냥 좀 신기했나 보다.

 

그날은 8월이었고 시간은 두세시쯤이었고 거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식의 시작은 이런 류의 기억에서는 뻔하지만,

디테일이 실제라기 보다는 페키지로 덮어 씌웠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세심하게 기억의 모든 단편들을 머리속에 영구히 집어 넣어 두는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니까.

거의 모든 기억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진 않으니까.

대신 가장 유사한 요약본의  대출 도서 번호만 넣어 두는 식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부터 땀이 나지 않았다.

팔도 이마도 뽀송뽀송 했다.

몸은 따뜻했고 관절들은 노곤노곤했다.

강력한 태양풍이 몸을 밀어주어서 걸음걸이도 경쾌해졌다.

요약하자면, 살아있다는 건 참 좋은 거란걸 만끽하고 있었다는 거다.

 

조금이라도 제 정신이었다면 이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았을 것이다.

체온 조절 기능 정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