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내게 묻는다.

대구 사람들은 더위에 강하냐고.

내 생각에는 거기라서 더운게 아니고 여름이라서 더웠나 보다.

그리고, 산다는 게 다 그런거지 하고 지냈었나 보다.

기억에 남아 있는 그 하루는 아주 더웠다는 것 보다는 그냥 좀 신기했나 보다.

 

그날은 8월이었고 시간은 두세시쯤이었고 거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식의 시작은 이런 류의 기억에서는 뻔하지만,

디테일이 실제라기 보다는 페키지로 덮어 씌웠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세심하게 기억의 모든 단편들을 머리속에 영구히 집어 넣어 두는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니까.

거의 모든 기억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진 않으니까.

대신 가장 유사한 요약본의  대출 도서 번호만 넣어 두는 식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부터 땀이 나지 않았다.

팔도 이마도 뽀송뽀송 했다.

몸은 따뜻했고 관절들은 노곤노곤했다.

강력한 태양풍이 몸을 밀어주어서 걸음걸이도 경쾌해졌다.

요약하자면, 살아있다는 건 참 좋은 거란걸 만끽하고 있었다는 거다.

 

조금이라도 제 정신이었다면 이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았을 것이다.

체온 조절 기능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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