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때 어무이 아부지랑 어디 다녀 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어릴때 기억은 빨리 잊혀지나 바"

0.1초 내에 튀어 나오는 누나의 반응
"넌 내가 키웠거든"

엄마가 삼촌도 업어 길렀다는 주장은 이젠 조카들에게도 지겨운 레퍼토리이지만  그래도 그 말할때는 무언가 상당한 자부심 내지는 자신감 등등이 비친다.
이 모든 양육권 주장의 결정적 근거는 왠 꼬맹이가 아가 업고 있는 꾸깃꾸깃, 빛 바랜 흑백사진 한장이다.

옆에 있는 건 원본과 매우 흡사한 또 다른 사진이다.

당연히 이 사진과 난 아무 관계도 없다.
그러나 저 포데기, 엑스반도, 그리고 배경의 M-26 조차도 매우
익숙하다.
심지어 우리 사진 찍은 사람도 미군이었다. (라고 전해지고 있다)


 내 유년은 집성촌을 여기 저기 떠돌아 다니며 많은 여자들의 손을 타며 보냈다.
그래서 아직도 여럿 누나들이 친권을 주장한다.
깔끔 떠는 많은 누나들이 득실댔지만 그 집에서 청소하는 사람이라곤 10살 된 나뿐이었다.
아침에 이불 개고 밤에 이불 펴는 사람도 나뿐이었다.
다라이에 겹겹히 쌓인 설겆이 하는 것도 나뿐이고, 등등,,,, 


그러다보니 젤루 지저분한 것도 나였다.
그래서 가끔은 커다란 주전자에다 물 끓여, 그릇 들어 있던 다라이에 날 집어 넣고 씻겼다.

 

 

 

 

그리고 종종 내 다릴 보면서 투덜투덜 댔다.
그때야 종 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이었지만 훗날 막내의 끔찍할 정도의 다리 컴플렉스에 접하고선 대충 이해는 되었지만. (물론 그런걸 못 느끼니 모르는 것이지만)

하여간 아직도 집에서 청소하는 사람은 나 뿐이다.
일요일이면 오전 내내 진공 청소기랑 스팀 걸레랑 쪼그만 손걸레랑 들고서 시간을 보내지만 그냥 잼 있다. 글타면 난 미화원이 적성인가?



누나들은 방문을 잠그는 경우가 없었다.
잠그긴 커녕 잘 닫지도 않았다.



화장실 조차도.
내 시선엔 그다지 신경들 쓰지 않은걸 보니 아마 난 중성으로서 취급되었나 보다.

싸르트르는 화장실에 있는 어머니를 훔쳐 본 일에 대해 수 페이지에 걸쳐 장황하게 묘사해 놓았지만 확실히 그런건 쌈이나 불구경처럼 흥미로운 일에 속한다.

그러나 관찰대상이 아에 오픈하고 나서면 흥미가 있을리가 없잖아.

문제는 누나들이 내 시각적 프라이버시도 잘 인정해 주지 않았다는 거.











어린 막내누나는 어릴때부터 남자들이 잘 붙었나 보다.
다른 누나들의 눈을 피해 그들은 무모하게도, 과감하게도 내 이름으로 수십통의 편지를 보냈다.
조상대대로 이어 받은 초정밀 손재주로 내가 대부분의 편지 겉봉을 해체하고 그리고 완벽하게 다시 복원해 냈다는 걸 몰랐을까?
몰랐을까?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편지가 읽혀지고 있다는 사실에 또 다른 자극을 받고 있었는가?
죽기전에 물어 보아야 겠다.



엿보기의 하일라이트는 이 막내누나 커플씬이다. 이 남자는 다른 누나들의 인정을 어느 정도 받았는지라 집안 출입이 잦았지만,
옥상의 티비 안테나 때문에 그 날 그 집이 완벽히 빈집이 아니었다는 건 몰랐나 보다

둔감한 내눈으로서도 상당한 가슴떨림이 발생하고 안테나는 휘청댔지만
그게 순전히 성장한 누나 앞에 서 있던 그 남자의 들어난 등과 힢 때문이었다는 걸 확인하고 인정하는데에는 약간의 노력이 더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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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7-29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날리님. 이거 정말 실화에요? 이거 정녕 신상잡답인거에요? 그렇다면 위에서 세번째 사진은...하날리 님과 다르지 않은거에요? 그래서 다들 추천한 걸까요?

NALLEI 2009-07-30 00: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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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09-07-30 01:05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셨나요? 하나 더 쓸까요?

다락방 2009-07-30 08:12   좋아요 0 | URL
네!

날리아 2009-07-30 09: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세 번째 답에 시제가 빠졌는데요?

Arch 2009-07-30 09:23   좋아요 0 | URL
히~ 내가 어제 왜 왜 일찍 잤을까, 일찍 잤을까.
저도 네!

LAYLA 2009-07-3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마지막 남자는 수영복만 입고 해변가에서 잠들었나봐요
지금 제 엉덩이가 저런데 샤워할때마다 왜케 웃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7-30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문에서 살짝 양심에 찔리네요..
저도 벗고 돌아다니고 화장실문 잘 안닫는데 --;;
어쨌거나 저런 뒷모습에 시선이 안간다면 사람이 아니......

하나만 말고 여러개 써주세요 ^^

조선인 2009-07-3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왜 엑스반도에 눈이 꽂혀서 웃고 있죠... 둔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