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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들 - 거의 모든 사람의 이야기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구호 옮김 / 알렙 / 2024년 6월
평점 :
제목이 참 특이하다. 거울은 우리의 모습을 반대로 비춘다. 그러기에 실제 보는 모습과 거울에서 비추어지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볼 때 거울에 비추거나 물에 비추거나 하여 반대의 모습만을 볼 수 있다. 물론, 사진을 통해서 자신을 볼 수도 있지만. 그런데 왜 제목이 ‘거울들’일까? 이는 저자의 소개에 잠깐 그 해답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우루과이라는 남미 나라에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죽을 때도 고향에서 죽었다. 그는 수많은 직업을 가졌고 많은 나라에서 망명 등을 통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 책은 세계사의 감춰진 이야기 577편을 모은 것으로 세계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하고 있다. 짤막짤막한 내용들의 모음, 그리고 시각의 차이로 내가 생각했던 바와 때로는 같거나 조금은 달랐고 또한 다수의 내용은 이미 아는 내용이었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도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많은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지금까지 내가 아는 세계와 비교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에는 577편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사실의 기원, 어떤 사람들의 생각, 의식, 역사, 공표, 특이한 사람, 여자, 신, 예술 분야, 철학자, 그리스신화 주인공, 전세계 다양한 인물, 전기, 전쟁, 종교, 정치, 제도, 개척, 악마, 시대 등등 정말 많은 내용을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주제마다 짧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속에는 반드시 생각이 들어있었다. 그 생각은 저자 자신의 투쟁과 망명 등등의 인생 철학을 담고 있다. 18페이지 ‘거울들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를 본다. 잊힌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한다. 우리가 우리를 볼 때, 우리는 그들을 본다. 우리가 갈 때, 그들도 갈까?’라는 내용에서 이 책의 내용 전체를 음미하게 된다. 우리는 욕망으로 만들어진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내가 예전부터 해 오던 것이 있다. 바로 그때 그때 생각을 기록해놓은 것이다. 어떤 때는 ‘일기’형식으로, 어떤 때는 ‘감상문’으로, 어떤 때는 ‘서평’으로, 가끔은 ‘기도’형식으로 생각을 정리한다. 그런데 이 책도 그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생각, 그때 그때 생각을 여러 분야에 걸쳐 정리해 둔 것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인생 역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을 통한 미국의 거짓말은 오래갔다. 어머니의 말씀이 틀렸다’라는 내용에서 저자의 비판적 시각도 보았다. 그런 내용들이 책의 구석구석에서 보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런 내용이 나올 때면 무릎을 딱 쳤다. 같은 감정, 같은 생각을 지금까지 무수하게 많이 느꼈기에 동지애까지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짧은 주제 하나하나에 공감이 가서 좋았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그렇게 넘어갈 수 있어서도 좋았고 전체 맥락을 파악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그냥 한편의 비판적 세계사를 읽는 기분으로 읽었다. 아주 좋은 책이다.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