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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서설 -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서 진리를 찾기 위한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재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난 후 ‘왜 이렇게 난해하게 글을 썼을까?’, ‘왜 이렇게 간접적인 표현을 많이 썼을까?’, ‘왜 이렇게 글에 조심하는 표현들이 많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저자 르네 데카르트가 살았던 시대적인 상황을 찾아보니 ‘왜 저자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글을 썼는지?’ 등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가 태어나서 활동하고 죽기까지의 시대인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에는 동 · 서양 할 것 없이 ‘격동의 시대’였다. 유럽은 ‘종교개혁’이 일어나는 시기였고 동양은 명나라가 청나라로 교체되는 시기였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이 있었던 암흑의 시대였다. 그러한 시대적인 배경과 함께 브루노 신부가 종교적인 문제로 화형형에 처해지고,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주창한 ‘지동설’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저자의 철학적 사상을 세상에 알리는데 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일관하게 한데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 글 중간 중간 늘 조심스러운 표현,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모호한 표현 등등이 이러한 시대적인 상황이 자신의 철학적 신념을 과감하게 내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철학적 사상을 세상에 세우기 위해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표현이나마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큰 용기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637년 6월 네덜란드에서 출간된 이 책은 당시의 라틴어로 책을 쓰던 관례를 무시하고 프랑스어로 썼다는데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자의 깊은 뜻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가기도 한다.
방법서설은 르네 데카르트의 철학적 사상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르네상스부터 근대 철학까지의 맥락을 짚어보면 데카르트는 책에서도 그렇지만 기존의 질서를 잘 따르면서도 철학자 사유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학문적 근간이 담긴 가치를 보다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한 바 크다. 책에서 몇 차례 나오는 누구나 다 알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그 유명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 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 자체가 다른 책들을 읽기 전에 ‘해설’ 개념의 ‘서설’이니만큼 다른 책에 비해 무척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저자나 우리 모두의 생각이지만 읽어보면 이 책도 쉽지 않은 깊이의 책임은 분명해 보인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3부까지는 주로 기존 전통적인 철학과 종교사상을 잘 따르는 자신의 사고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각종 학문에 대해 설명하며 진리를 찾는데 4가지 규칙을 말하고 있다. 저자가 아직 진리에 대한 개념이 바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을 요구받았을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도덕적 규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4부에서는 육체에서 정신으로, 정신에서 신으로의 논리를 다루며 종교적인 테두리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다. 5부에서는 과학의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고, 6부에서는 비로소 자신이 ‘방법서설’을 쓰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5부에서 ‘해부학’관 관련된 내용이다. 해부학을 제대로 알고 있는 듯한 내용 전개는 읽으면서, 상상하면서, ‘왜 이런 내용을 여기에 써 놓았을까?’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자연학의 여러 문제, 심장의 운동과 의학에 속하는 몇가지 문제, 인간과 동물의 정신 간에 존재하는 차이 등을 비교하면서 인권선언적인 생각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완전한 제목은 ‘이성을 올바르게 이끌어, 여러 가지 학문에서 진리를 구하기 위한 방법의 서설’이라고 한다. 옮긴이 이재훈 교수가 데카르트 철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주석을 달고 메모를 하였던 것을 잘 정리해서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방법서설’의 내용에 비해 주석이 몇 배의 분량을 가지고 있어 읽는 내내 본 내용과 주석의 내용들을 살펴보며 읽을 수 있었다. 만약 옮긴이의 이러한 친절한 배려가 없었다면 감히 이 책을 읽고 이해나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또한 옮긴이의 해제를 먼저 읽고 책을 읽어서 그런지 그나마 여러 가지 면에서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