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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생명의 지문 - 생명, 존재의 시원, 그리고 역사에 감춰진 피 이야기
라인하르트 프리들.셜리 미하엘라 소일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피’라고 하면 왠지 무섭고 걱정스럽고 무엇인가 잘못된 느낌을 가지게 되는 ‘부정적인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몸에서 피가 빠져나간다는 것은 결국 그 피는 다시는 내게 돌아오지 못한다. 엎지러진 물처럼 말이다. 우리는 보통 ‘피’라고 하면 먼저 ‘헌혈’을 생각한다. 오래전 우리나라에서도 헌혈이 아닌 ‘매혈’로 피를 사고판 적이 있었다. 그러나 1999년 더이상 매혈을 하지 못하게 법으로 제정된 후 지금은 ‘매혈’이 아닌 ‘헌혈’만 할 수 있고 피를 매매하는 것은 허가된 민간기업, 적십자사 등 일부 단체에 한하고 있다. 이들이 ‘헌혈’이라는 명목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나 큰지는 알 수 없지만 짐작해 보면 엄청날 것으로 생각된다. 헌혈증으로 ‘수혈’을 받을 수 있다는 증서라지만 헌혈 당사자가 아닌 주변 환자들에게 주어진 헌혈증은 아주 작은 경제적 보상밖에 되지 않는 현실이다. 서양 등 국가들은 아직도 ‘매혈’을 하고 있다. 피가 늘 부족하다고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에게 자발적인 ‘헌혈’을 통해 ‘피’를 공급하는 체계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라서는 ‘매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의 개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에서는 의사에게 응급환자로 온 하무트의 치료 과정을 중심으로 ‘피’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몰랐던 여러 가지 ‘피’에 대한 사실들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저자 라인하르트 프리들은 심장외과 분야의 선구자이며 오랜 세월 심장 관련된 의료활동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피’에 대해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하는 사항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였다. 최근 들어서는 심장과 뇌, 영혼의 복잡한 관계를 밝혀내고 있는 신경심장학과 심리심장학 분야의 연구 성과들을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총 2부, 2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피’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눈여겨 본 장은 제5장 ‘골든타임’과 제7장 ‘헌혈’, 제10장 ‘더렵혀진 피’이다. 이 장에서는 우리가 평상시 나름 안다고 생각하던 바와는 다른 내용들이 들어있고 그 내용들이 우리가 응급상황에서 판단하는데 조언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1부의 마지막장인 제16장 ‘패혈증’에서 정말 피가 우리 신체와 생명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제2부 ‘생명’에서는 생명의 탄생, 생명의 개념, 순환의 완결로서 ‘피’, 생존을 위한 ‘피’ 등의 소재를 두고 내용이 기술되고 있다. 제1부에서는 ‘피’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주고 있다면 제2부에서는 보다 고차원적인 ‘생명’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의 진행을 보면 처음에는 거의 사망 직전의 하무트의 생명을 건진 이야기이고 나중에 다시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 등으로 고통을 받다가 저자와 재회하여 요가, 명상 등을 통한 요법을 통해 치료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 ‘피’와 관련된 내용인데 신체적, 정신적인 두 가지 면을 다루고 있다. 스토리텔링적 요소와 의료과학적 요소가 합쳐진 독특한 전개 방식이기도 하여 눈여겨 봤다.
책을 보면서 ‘피’는 꼭 우리의 인간의 삶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 봤다. 아니 인간의 ‘생,로,병,사’가 고스란히 ‘피’의 순환과 연결이 되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피에 대한 역사와 피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이 외과의사들에 의해 파헤쳐졌고 저자와 같은 선구자에 의해 지금의 치료 방법도 만들어지게 되었음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피’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상당 부분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피’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