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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이해한 유인원 - 인류는 어떻게 문화적 동물이 되었을까
스티브 스튜어트 윌리엄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데이원 / 2023년 7월
평점 :
왜 하필 우주를 이해한 유인원인가? 내가 생각하는 바와 사전적 의미가 다른 면이 있어서 ‘유인원’이라는 단어를 인터넷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니 ‘영장류 사람상과에 속하는, 꼬리가 없는 종을 말하며, 이는 사람을 포함한다.’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하필 유인원인가? 그러고 보니 사람도 포함이다. 유인원이 우주를 이해했다니. 이 책을 읽는 내내 영화 ‘혹성탈출’이 생각이 났다. 몇 편으로 이루어진 ‘혹성탈출’은 내가 봐 왔던 영화 중 작품성 면에서 정말 높게 평가하는 영화 중의 하나였고 몇 번을 다시 봤는지 모를 정도로 의미있는 영화였다. 또 하나 유사한 책으로 꼽자면 ‘사피엔스’가 생각난다. 꼭 이런 류의 책들은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 내용이 난해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은데 읽을 때 진도가 정말 안나가는 책들이다. 중간중간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자 하는 생각, 말을 잘 새겨 읽지 않으면 의도와 다른 방향을 잃고 방황할 수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양식을 따지고 보면 여러 종류의 습관, 언어, 행태 등이 있다. 그러한 행태, 언어, 생각, 습관 이러한 것들을 시대와 싸잡아 아우르는 말이 ‘문화’라고 하면 참 좋은 표현 같다. 사전적인 의미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문화’라는 광의어가 갖는 범주가 광범위한 장소와 많은 사람,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인간을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요즘은 인터넷과 연계한 표현들도 많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문화적인 동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참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이다. 인간을 보는 시각을 ‘외계인’의 입장에서 본 평가는 꽤 신선했다. 인간이라는 참 독특한 동물을 멋지게 해석해놓은 부분이다. 나도 인간이 참 이상한 동물이라는데 공감한다. 사실 인간인 나도 나를 잘 이해 못하는 점들이 많으니 말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책에서 많이 나왔는데 요즘은 잘 거론을 안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울 때는 그게 ‘창조론’의 캐캐먹은 주장에 반기를 둔 과학적인 증명 방식 정도로 아주 획기적으로 다룬 것을 배웠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또 많은 학자들이 ‘진화론’에 대해 절충하고 재해석하고 있다. 시대적인 멋진 변화인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밝혀질 수 없는 형이상학적 ‘창조론’ 보다는 ‘진화론’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찰스 다윈을 다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성적인 관점은 늘 흥미롭다. 우리는 ‘성’에 대해서 너무 터부시 여겼던 과거의 유교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 표현인지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관점이 있다. ‘즐기고 생산하고 이어간다’는 다의적인 표현, 이런 것이 성이다. 공작의 꼬리 이야기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준다. 적자생존보다는 이타성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을 ‘문화적 동물’이라고 하는 관점에 대해 설명한 6장의 내용들은 이 책의 핵심 내용들이 담겨있다. ‘밈’이라는 용어는 내가 그리 좋아하는 용어가 아니었다. 코인이나 주식 등에서 주로 부정적인 표현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전달되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총칭한다.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문화적 요소이자 대중문화의 일부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나쁜 의미는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이기적 밈, 밈 적응, 밈 기계’ 등등의 용어로 소개되고 있다. 문화적 동물을 설명하고자 했고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했다. 그러한 시도는 참 좋은 것 같다.
미래는 알 수 없다. 수십억년의 우주 역사라고 한다. 지구의 역사도 그렇게 오래되었다. 그러한 과거의 일을 우리는 알듯 모를 듯 미래 역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또 우주 어느 곳에선가도 이러한 과정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문화적 진화, 진화심리학을 따져보면 우리 인간의 심오한 의문을 푸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어찌 알겠는가? 과거도 다 제대로 모르는 인간이 미래의 일까지. 정말 작은 존재인데 우주를 이해했다니. 그것도 ‘유인원’이 말이다. 거대한 우주 속 정말 작은 존재가 그 크기를 알 수 없을 만큼 큰 우주를 이해하고 살 수 있는 운명이라니. 나는 이 책을 쓴 저자의 풍부한 상상력이 참 마음에 든다. ‘사피엔스’를 읽었을 때의 감동이 저절로 이어지는 듯 해서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