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차마마의 선물
팔로마 산체스 지음,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6년 12월
평점 :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여느 아이처럼 대통령을 꿈꾸었을 것이고 장군을 꿈꾸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글쟁이를 꿈꾸기도 했을 것 같기도 하지만 확실히 무엇이라고 할 수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돼지해를 시작하면서 <파차마마의 선물>을 읽는다. 아주 아담한 사이즈이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완독하고 나서야 내 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글이다.
#1 이야기 속으로 - 우리는 축구를 좋아해
많은 이야기를 쉬지 않고 쏟아내는 실타래 , 어디든 소리없이 흔적없이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가고 형사가 꿈인 카멜레온 , 자신은 어디든지 직접 올라가야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지키고 사람을 구하고 싶은 꿈이 있는 다람쥐, 오로지 먹어야 뇌의 당분이 공급되어 생각할 수 있다는 먹보, 골을 넣을 때 백개의 발과 같은 힘을 내는 백발은 4학년을 대표하는 축구광들이다. 그들에게 그리 특이할 것도 없고 되려 왜소하기 짝이 없는 인디오가 전학을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그만 아이에 불과하던 인디오로 인해 네 아이들이 변하고 그 주위의 모든 것들이 변하게 된다. 작고 모험들을 통해서
축구라는 경기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경기이다. 물론 기본이 되는 것은 협력이다. 뛰어난 공격수가 있으면 좋겠지만 공격수가 없다면 동료들과의 호흡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축구를 통해서 그저 무의미에 불과했던 인디오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 사람들은 모든 존재의 가치가 있으며 그 역할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축구에서 공격과 수비가 있고 윙백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2 바람의 마법사 인디오 , 바람과 대화를 하다.
인디오는 바람의 말을 들을 수도 있고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수학시험에서도 고래의 탈출에서도 그 능력을 보여준다. 그의 고향에서 할아버지와 분화구를 다녀온 이후로 생겨난 파차마마의 선물 - 파차마마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가이아쯤 되는 모양이다-로 생겨난 능력이 바람과의 대화 자연과의 교감이다.
자연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선입견이 없음을 말한다. 달이 서있을 수도 있고 누워있을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인디오는 아이들의 시선과는 또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본다. 선입견은 이미 굳어진 하나의 관념이다. 인디오는 이미 만들어진 관념에 항거하지 않지만 조용히 그것들을 부수어 간다. 이것은 무형의 위대한 힘이 있어서 인디오를 통해 그의 친구들 - 카멜레온 , 다람쥐 , 백발 , 먹보-은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던 줄들을 풀게 된다.카멜레온은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며 다람쥐는 그린피스 대원과 같이 고래를 구조하고 인디오를 구하기도 하고 , 백발은 혼자서도 상대편 골문까지 뚫고 가기도 하고, 먹보는 먹는 일을 나무인형을 만들 때 만큼은 그만둔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디오는 사람의 마음을 담금질하는 위대한 마법사이다.
#3 인디오 이제는 우리들을 바라보다
인디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무 말이 없이 그저 사물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인디오가 그의 친구들에게 시선을 거두고 우리들을 본다. 우리는 인디오의 눈에서 우리의 잃어버린 꿈들을 기억해내게 될 것이다. 아주 오래된 기억들이 살아날 것이고 생활여건의 핑계로 그저 묻어두기만 했던 꿈들이 먼지 가득하게 잊혀져가고 있지 않은가? 다시 그 꿈들을 깨우고 여혼을 깨우라고 인디오의 눈은 우리에게 말한다.먼지를 털듯이 툴툴 털어버리고 잊고 지냈던 꿈이란 것을 깨워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화석이 되어 버린 언어의 편린들
이제 방학이 시작되었으니 밖에서 실컷 놀 수가 있었다.우리는 해변으로 내려가거나 들이나 벼랑으로 소풍을 가기도 했다. 물고기를 잡고 모래사장에 성을 쌓기도 하고, 라켓이나 공으로 게임을 하기도 했다. 우리 아빠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기도 했다. 방학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제도였다. - 174~175
나는 과연 달이 누워있거나 설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인디오처럼 이상한 아이는 정말 처음 본다. 사물을 볼 때 언제나 우리가 결코 본 적이 없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는 달을 보고 또 보고 보다가 갑자기인디오의 말뜻을 깨달았다. 인디오의 나라 즉 에콰도르는 지구의 한가운데 있는 나라이기에 달이 지금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나 재미있는가! 지구의 어느 편에서 달을 보느냐에 따라 달의 모습이 달라질수 있는는 것은 상상도 못해 본 일이었다. 나는 모든 것이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177
070103 완유세설령에서 유랑인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