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타누나, 나의 멘토가 되어줘! - 설타누나와 10대들의 속닥속닥 공감 토크
설보연 지음 / 글로세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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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나온 '설타's first letter'를 읽으며 '이 대학생, 속이 꽉 차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주어진 숙명이나 되는 것처럼 수험생 기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게 대학을 가서는 갑자기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기 바쁜데, 설타누나는 언론인이 되어 토크쇼를 진행하며 더 나아가 국제적인 방송인이 되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유명해지려는 심리에서가 아니라, 제 3세계의 기아와 빈민 구제 등의 목적을 이루는 수단의 한 방편이라니, 마음이 참 예쁘다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아프리카의 기아 난민 사진이 실린 신문 한꼭지를 보고 어떤이는 가볍게 보고 한쪽으로 치울 수도 있지만, 설타누나는 고등학교때 그 신문기사의 사진을 오려내어 책상 앞에 붙였다고 한다. 그 사진에 자신의 목적을 담고서 정진한 것이다. 그리고는 서울대 사범대학에 진학했으니, 목표를 위해 한걸음씩 애써온 여정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책에는 이러한 설타누나가 청소년들의 고민 이야기를 듣고 다정하게 조언을 해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청소년들의 고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공부문제부터 친구와 가정 문제, 이성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경험과 함께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른들의 '~해라'체가 아니다. 친언니, 친누나가 직접 곁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쓰여졌고, 설타누나 역시 청소년 시기를 벗어난지 오래 되지 않았기에 거리감이나 세대 차이없이 청소년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설타누나가 조언해주는 이야기 중에는 시간 조절과 학습계획 세우기에 대한 내용도 있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들은 공부시간의 부족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공부의 요령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어 꼭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된다.
문자 중독에 관한 이야기인 '핸드폰을 던져라'에 대한 내용 역시 동감한다.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주었더니, 수시로 오는 문자 소리에 공부의 리듬이 깨지기 일쑤였다. 공부 시간에 과감히 핸드폰을 끄지 않고서는 열중하기가 힘들어보여 이 의견에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설타누나는 전교학생회장까지 지낸 경험이 있어 남들 앞에서 말하기 하나는 자신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 잘 하는 법도 실어 놓았다. 임원 경험은 책임감, 리더십, 계획력과 추진력, 통찰력 등을 기르는 데 좋다고 꼭 해볼 것을 권한다. 

여러 고민에서 벗어날 길 없는 청소년들에게 선물로 매우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초등 6학년인 딸아이가 재미있고 도움도 많이 된다며 좋은 책이라 말하는 걸 보면, 이 책은 주대상인 청소년들에게 멘토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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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마커스 - 인생에 힘이 되는 사람을 얻는 지혜
잭 마이릭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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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은 이유는 오래 전부터 여러 이유로 인간관계를 제대로 가꿔오지 못했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내 눈은 계속 안쪽만을 향했던 것 같다. 바깥쪽의 생활은 수입을 위해서이고, 가정 내의 생활만이 오로지 전부인 것처럼. 그렇게 10년이 넘도록 살고 나니 아이도 자기만의 세상에 담을 두를 정도로 성장했고, 이제 와서야 나의 인생이란 것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예전에 비해 좁아진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해가 갈수록 수첩에서 지워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지만, 새롭게 주소록에 들어간 사람들은 그 일이 끝나면 삭제되고 말았던 것을 기억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일까? 하나의 약속을 정하고 어렵게 가진 만남조차 저녁 시간이 되기 무섭게 안녕 하고 돌아가야 하는 현실은 나뿐만이 아니었고 비슷한 또래에선 다 마찬가지였다. 그런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었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축소된 만남의 시간만큼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 속의 면적도 함께 좁아진 것에 있었을 것이다. 

'눈사람 마커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해야 할 기본 마음가짐과 더불어 그러한 관계들로부터 얻어지는 보람과 만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조선소를 운영하는 사장 마커스가 바나바스 선생님의 말씀으로부터 사람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조선소 직원들과의 인간관계를 새롭게 정립시켜 나가는 내용이다. 바나바스는 마커스에게 눈사람의 예를 들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를 가르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눈사람이 존재한다네. 하나는 사람들 곁에 있어 '따뜻한 눈사람', 다른 하나는 사람이 모두 떠난 후 외롭게 남아 있는 '차가운 눈사람'이지.(p53)--
--그들은 바로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옮겨 간다네. 그리하여 따뜻한 눈사람을 품은 사람들의 마음은 아주 오랫동안 따뜻하고 평온하고 행복하겠지? 그리고 어느 눈 내리는 겨울, 다시 새로운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옮겨가기 위해,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듯 새로운 눈사람들이 태어나겠지. 지금 자네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따뜻한 눈사람이 되어 닫힌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겠지. 안 그런가?(p57)--


눈사람을 소재로 한 따뜻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글의 주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사람을 이용하거나 도구로 여기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은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관계의 형성뿐만 아니라 삶의 활기까지 준다.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데, 직장 내에서의 관계가 마커스의 조선소와 같다면 정말 일할 맛 나는 활기찬 곳이 될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일곱 가지 지혜'란 글이 실려 있다. 이 일곱 가지 지혜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은 '그 사람의 미래가 되어주어라'란 말이다. 마커스가 마음을 바꾸고 조선소 직원들의 미래까지 바라보며 챙겼던 것처럼, 상대방의 미래가 되어 주기 위해 나누어주고 가꿔 나가야 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한 마음임을 나타낸다.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땐 그 사람의 미래까지 생각할 정도로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점을 마음 속 깊이 담아두련다. 수시로 꺼내 실천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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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 신전의 그림자
미하엘 파인코퍼 지음, 배수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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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역사와 관련된 미스터리 소설은 관심과 기대를 한층 더 불러 일으킨다.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역사 속 유물을 찾아가는 설정 자체가 흥미진진할 뿐더러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스릴까지 두 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대략 550쪽의 두께라서, 겨울밤 긴 줄 모르게 빨려들 생각에 읽기 전부터 흐뭇했었다.

런던 뒷골목에서 4건의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모두 매춘부인 여성들이다. 사건 현장마다 남아있는 표식은 이집트의 토트신을 상징하는 상형문자였는데, 이것이 바로 고고학자인 주인공 새라가 등장해야 할 원인이 된다. 돌아가신 아빠를 구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던 새라는 대부 역할을 하던 레이던 박사가 살인사건 해결에 대한 도움을 청함에 따라 함께 런던으로 향한다.

새라는 남성의 성격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지혜는 물론이고 추진력과 용기에 있어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새라는 여성 중에 그런 사람이 드문 이유에 대해서 이제까지의 여성은 삶 속에서 리더십이나 추진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당차게 말한다. 역시 새라답다.
풍성한 패티코트의 드레스를 입던 영국의 여성들에게 반기를 들듯 새라는 사막에서 바지와 선그라스 차림으로 일행을 놀라게 한다. 재기발랄하면서도 의리를 중요시하는 멋진 여성 새라는 앞을 헤아릴 수 없는 위험 속에서도 일행의 리더 역할을 겁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론 사람을 잘 믿고 정이 많아, 범인의 정체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순진함도 보인다. 거의 장점만을 갖춘 가상인물이어서 현실감이 살짝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매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집트로 향한 새라 일행이 토트 신전을 찾아가며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장면은 계속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배경 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인지 눈앞에 소설 속 장면들이 저절로 펼쳐졌다.
또한, 주인공들과 함께 암호를 풀고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재미도 빠지지 않았다. 이런 책에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소설의 백미이므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악어떼가 등장한 부분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담은 단서들의 설정은 꽤 재미있었다.
토트 신전에서 '라의 불'이 악당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도 신비로운 이집트 문명의 힘을 빌어 긴박한 장면이 잘 표현된 것 같다. 물론, 이비스신의 눈동자에서 내뿜어지던 광선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진 못했고, 현 기술로도 밝힐 수 없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현명함으로 덮긴 했지만 말이다.

독자들을 배려한 탓인지 약간의 로맨스도 등장한다. 갈 길이 다른 이유로 영원한 이별을 할 줄 알았던 짧은 기간의 연인들은 끝에서 다시 해후를 하여 안타까움이라곤 일말도 남기지 않는다.
거슬리던 것은 초반의 레이던 박사가 후반으로 가면서 레이든 박사로 이름이 바뀐다는 점이다. 하나의 이름으로 초지일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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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에 목숨을 건 조선의 아웃사이더
노대환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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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들은 어느 시대이건 있기 마련이지만, 조선시대의 아웃사이더라고 하면 누구를 꼽아야 할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학문의 범위도 제한적이었고, 무엇보다 예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깊게 퍼져있는 속에서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었겠나 싶은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면 곧 없어진다. 소신을 굽히지 않은 조선 선비 12명을 바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나 '아니오'로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말하기가 꺼려지는 세상, 가운데서 줄타기를 하지 않으면 손해보는 것 같은 세상일수록 소신의 가치는 빛난다. 너무 튀지 않고 중간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자조적으로 쓰이는 요즘, 자신이 생각한 바를 강직하게 밀고 나가며 굽히지 않은 줏대를 보여주시는 이 분들의 얘기는 더욱 의미가 깊다. 물론 그 과정에서 타인과 부딪치며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강한 성격으로 남을 다치게도 했었다.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역기능도 존재했던 소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의 얘기가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주장의 당위성과 함께 그만큼 희소성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12분의 아웃사이더 중에는 과거에 합격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조의 문체반정 시대에 낡은 문체를 썼다는 이유로 번번이 충군되어 젊은 날들의 기회를 놓쳐버린 이옥이 있었다. 의식이 없으며 가벼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투영하여 쓴 글을 매우 좋지 않게 보았던 정조는 이옥 외에도 여러 명을 지목했었다. 다른 이들은 반성문을 제출하고 문체를 고쳐 현실과 타협했지만, 끝내 이옥은 자신의 문체를 버리지 않아 성공의 가도를 달릴 수도 있었던 기회를 놓쳐버렸다.

중인의 신분이었지만 글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이언진도 기억에 남는다. 어려서부터 문장을 짓는 데에 남다른 재주가 있었던 이언진은 계급의 벽으로 역관 이상은 올라갈 수가 없었지만, 통신사의 자격으로 일본에 갔을 때조차 멋진 시를 지어내 일본인들을 감탄케 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인정받고 싶어하던 단 한 사람인 박지원은 그의 글을 보고 대단치 않다는 평가를 내리고, 이언진은 약한 몸에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뒤늦게 박지원은 그를 추모하며 '우상전'을 지어 이언진의 재능을 재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세상에 없으니, 도도한 성품은 신분의 벽과 함께 그의 실력을 세상에 펼치는 것에 방해물이 되고 말았다.

이외에도 스승 조광조의 죽음을 겪은 후 고향에 소쇄원을 짓고 선비들과 교류하며 다시는 정계에 진출하지 않았던 양산보, 의리와 실천력을 중시하여 강직한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았으나 인목대비의 폐비를 주도했다는 죄목으로 처형을 당한 정인홍, 오로지 북벌을 위해 남은 인생을 걸었지만 사문난적으로 몰린 윤휴의 일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들의 대쪽같은 성품을 갈아 좀 둥글린다면 정책의 수행 면에서도 부드럽게 굴러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고집스럽게 소신을 밀고 나간 덕분에 그들의 삶은 최소한 구차하진 않았다.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 못본 척, 못들은 척 해야 하는 일이 많은 현대인일수록, 이들의 기개와 곧은 성품을 마주하며 당황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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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유 있는 '뻥'의 나라 - 황희경의 차이나 에세이
황희경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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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을 공부했던 필자가 한겨레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중국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그 넓은 땅덩이만큼이나 어디서부터 접근을 해야 할지 모르는, 시작과 정리가 힘든 작업이 아니었을까 한다. 저자는 '중국은 이렇다'라고 정의내리지 않은 채, 퍼즐조각을 맞추듯이 중국의 이모저모를 뜯어가며 살펴본다. 중국이란 나라의 일면을 보여주는 영화와 고전, 작가와 역사와 사회현상에 대한 모든 내용들은 다 동원되어 중국 알아가기에 대한 작업에 쓰여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서 여전히 깊은 관심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마오쩌둥 열기도 소개되었다. 공산당에서조차 '극좌적 오류'로 평가를 내린다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이 마오쩌둥을 생각하는 마음과 그에 대한 관심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이어서 마오가 위대하다고 평가했던 작가 루쉰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아큐정전'의 작가 루쉰은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중국 문학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너무나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큐정전'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포레스트 검프'란 영화를 보며 미국판 아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영화평을 읽으니, 이 영화를 비판없이 받아들였던 내게는 또다른 시각의 경험이 되었다. 물론, '포레스트 검프'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내용이긴 했다. 그 영화의 내용을 온전히 받아들였던 것은 삶의 순기능으로서의 우연과 행운이라는 것에 대해 포기하기가 싫은 마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영화=꿈'의 공식이 성립될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중국의 상품이 값이 싼 이유는 농민공들의 덕분이란다. 1950년대 말, 호적상의 신분을 농민과 비농민으로 나누어 놓은 이해안되는 행정이 시행된 적이 있었고, 그때 농민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사회체제가 변함에 따라 공장에서 일을 할 수는 있지만 많은 급여를 받을 수가 없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농민공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11억명의 중국인들을 먹여 살리는 셈인데, 그들의 저임금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런지 궁금해진다. 그들의 발언권이 세지면 세질수록 중국도 고임금의 시대로 접어들게 될 텐데, 그렇다면  지금처럼 저가격의 중국 상품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르겠다.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에 의하면 중국의 노인들의 얼굴이 우리에 비해 편해보인다고 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유가와 도가 사상이 지배하는 중국인의 사상에 둔다. 기독교에 바탕을 둔 사람들처럼 지상과 천상의 삶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한 세계인 그들은 삶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인은 괴롭거나 기쁘거나 생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달통한 모습을 보이며 사는 기술을 체득하고 있다는 시각이 그럴 듯하다.

새로운 이상과 열정을 꿈꿨던 80년대를 지나 경제의 시대에 돌입한 90년대의 흐름은 이제 되돌리기가 힘들어졌다. 그렇게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마오쩌둥 시대와 덩샤오핑 시대의 정신이 기저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홍콩대 연구원의 주장도 있었다.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는 그들이 겪어왔던 사회주의 정신과 개혁의 전통이 남아 흐르며,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삶의 양식을 가꿔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는 중국의 고전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어 있어 그 영향으로 수호지, 서유기와  홍루몽, 영웅문이 두루두루 읽고 싶어진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전을 읽는 것이 필독이라고 하니, 이 책에 연결되는 2차 독서로 중국 고전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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