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 신전의 그림자
미하엘 파인코퍼 지음, 배수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원래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역사와 관련된 미스터리 소설은 관심과 기대를 한층 더 불러 일으킨다.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역사 속 유물을 찾아가는 설정 자체가 흥미진진할 뿐더러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스릴까지 두 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대략 550쪽의 두께라서, 겨울밤 긴 줄 모르게 빨려들 생각에 읽기 전부터 흐뭇했었다.

런던 뒷골목에서 4건의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모두 매춘부인 여성들이다. 사건 현장마다 남아있는 표식은 이집트의 토트신을 상징하는 상형문자였는데, 이것이 바로 고고학자인 주인공 새라가 등장해야 할 원인이 된다. 돌아가신 아빠를 구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던 새라는 대부 역할을 하던 레이던 박사가 살인사건 해결에 대한 도움을 청함에 따라 함께 런던으로 향한다.

새라는 남성의 성격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지혜는 물론이고 추진력과 용기에 있어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새라는 여성 중에 그런 사람이 드문 이유에 대해서 이제까지의 여성은 삶 속에서 리더십이나 추진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당차게 말한다. 역시 새라답다.
풍성한 패티코트의 드레스를 입던 영국의 여성들에게 반기를 들듯 새라는 사막에서 바지와 선그라스 차림으로 일행을 놀라게 한다. 재기발랄하면서도 의리를 중요시하는 멋진 여성 새라는 앞을 헤아릴 수 없는 위험 속에서도 일행의 리더 역할을 겁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론 사람을 잘 믿고 정이 많아, 범인의 정체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순진함도 보인다. 거의 장점만을 갖춘 가상인물이어서 현실감이 살짝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매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집트로 향한 새라 일행이 토트 신전을 찾아가며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장면은 계속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배경 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인지 눈앞에 소설 속 장면들이 저절로 펼쳐졌다.
또한, 주인공들과 함께 암호를 풀고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재미도 빠지지 않았다. 이런 책에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소설의 백미이므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악어떼가 등장한 부분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담은 단서들의 설정은 꽤 재미있었다.
토트 신전에서 '라의 불'이 악당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도 신비로운 이집트 문명의 힘을 빌어 긴박한 장면이 잘 표현된 것 같다. 물론, 이비스신의 눈동자에서 내뿜어지던 광선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진 못했고, 현 기술로도 밝힐 수 없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현명함으로 덮긴 했지만 말이다.

독자들을 배려한 탓인지 약간의 로맨스도 등장한다. 갈 길이 다른 이유로 영원한 이별을 할 줄 알았던 짧은 기간의 연인들은 끝에서 다시 해후를 하여 안타까움이라곤 일말도 남기지 않는다.
거슬리던 것은 초반의 레이던 박사가 후반으로 가면서 레이든 박사로 이름이 바뀐다는 점이다. 하나의 이름으로 초지일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