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의 시간 - 한국의 야생화 편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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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창조의 희열을 느끼게 한다. 꽃 형태의 밑그림에 여러 가지 색을 조화롭게 더해 생명력 있는 꽃으로 탄생시키면, 해냈다는 보람과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동시에 생긴다. 

저번의 장미편도 그랬듯이 이번의 야생화편 또한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따라하면 그럴듯한 색연필화가 탄생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본격적인 채색 전에 먼저 특정한 색으로 밑칠 채색을 한다는 점이다. 한 가지 색으로 명암을 표현하며 기본 채색을 하고, 이어 여러 빛깔의 색연필로 색의 조합을 이룬다. 사전에 일정한 톤으로 색칠하기와 그라데이션 연습 정도만 마치면 바로 실습에 들어가도 큰 무리가 없다. 

총 12가지의 야생화를 다루었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의 꽃을 여러 색감을 이용해 칠해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보라색인 것 같으면서도 오묘한 색이 조합되어 있는 용담, 색칠하기가 난해해 보이지만 실습을 하면서 채색의 기법을 많이 배우게 되는 전주물꼬리풀, 이국적인 생김새로 도도한 이미지를 풍기는 얼레지, 아래를 향해 무리지어 피어난 모시대 등 각자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야생화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채색 후에는 더 큰 보람과 기쁨을 준다.

색칠을 하다보면 잎의 빛깔이 녹색과 연두색만이 아니고 쑥색, 빨간색, 보라색, 청록색, 황토색, 검정색, 흰색 등 상황에 맞는 다양한 색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사과를 그리는 미술 시간이면 빨간색으로 잔뜩 사과 안을 메꾸던 때가 있었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미술 선생님은 사과를 자세히 관찰했을 때 빨간 빛깔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덜 익은 부분과 익은 부분의 차이를 보며 색을 쓰라고 하셨다. 시퍼런 부분과 붉은 부분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것은 왜 또 그리 어려웠는지, 기법을 몰라 쩔쩔매던 때가 기억난다. 

이 책은 하나의 안내서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초보자가 어려워하는 색의 조합과 어디에 어떤 색을 어떻게 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덜어준다. 따로 미술을 배우지 않고 칠하는 것인 만큼 모든 그림을 갑자기 잘 그릴 수는 없지만, 여러 번의 채색 경험이 쌓이면서 각자의 노하우도 함께 형성되어 나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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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3 - 세계 제국이 등장하다 (900년~1500년)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3
강미경 지음, 허구.김수현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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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나온 '마주보는 세계사 교실'의 주제는 '세계 제국'이다. 오래전 학교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쫓아 사건별로 나열한 접근법으로 역사를 공부를 했었는데,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놓고 바라보는 것은 사건의 인과관계 파악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 발달하던 이슬람 세계와 아시아, 상대적으로 처지던 유럽, 이어서 몽골제국의 세계 정복과 그에 따른 문물의 전파, 유럽봉건사회, 러시아, 잉카제국, 아프리카 등 종으로 횡으로 전개되는 900년에서 1500년 사이의 일들을 공부할 수 있다.

세상에는 가끔 종교의 이름을 걸고 행해지는 나쁜 일들이 있다. 과거의 일들 중에는 십자군 전쟁이 대표적이다. 야만적인 십자군에 비해서 무슬림 군대의 살라딘은 승리한 이후에도 포로를 죽이지 않고 석방해 주었다고 한다. 한편, 십자군은 돈때문에 다른 기독교 국가를 공격하고, 십자군에 지원한 소년들을 노예로 팔아먹는 등 부패가 하늘을 찔렀다. 이렇게 오점으로 얼룩진 전쟁이었지만, 발달된 이슬람의 문화가 유럽에 퍼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때 철학과 문학, 수학, 과학기술 등 앞선 문명이 전해지면서 큰 영향을 끼쳐 유럽사회의 발전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이 전쟁을 계기로 교황의 권위가 약화되고 상대적으로 왕들의 권위가 강화된다.

이때까지의 역사 중에서 가장 큰 면적의 나라를 소유했었다는 몽골은 고려와의 전쟁으로 우리에게 많은 시련을 준 나라이다. 칭기즈칸은 유럽과 러시아로 세력을 확장하면서도, 관대한 인품으로 적들의 추앙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몽골의 확장과 쇠퇴의 변화는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밖에 러시아의 역사와 아프리카의 말리, 아스텍과 잉카제국 등 기존 역사서들이 잘 다루지 않던 내용이 있어 역사의 편중된 시각을 막는다. 또한, 소단원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클릭, 역사 속으로'는 역사 속 흥미있는 사실을 모아 제공하여 재미를 더해준다. 함께 온 논술부록도 매우 유용하다. 자기 주장이 살아있는 똑똑한 아이를 위해 논술 교육은 필수인데, 이렇게 교과와 통합된 논술은 학습내용의 분석을 요하면서 논리의 힘을 키우게 되어 좋다.
벌써부터 제4권의 발간이 기다려지는 마세교 시리즈. 계속적으로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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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과 육식 - 사육동물과 인간의 불편한 동거
리처드 W. 불리엣 지음, 임옥희 옮김 / 알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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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에 랩으로 둘러싸인 빨간 고기를 보면서도 그것이 한때는 살아있는 동물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물체란 것을 잊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램수로 계산되어 부위별로 포장된 고기와 심하다 싶게 댕강댕강 잘라져 있는 각종 뼈들을 보면서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씨리얼을 보듯이 무심한 시선을 스쳐 보낸다. 조금전에 보았던 뼈가 내 몸 속의 뼈처럼 어떤 동물의 몸을 구성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걸 기어코 망각하고야 만 것이다. 고기를 얻기 위한 사육이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분리되어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동물의 목숨에 대해 너무나 무감각해져버린 것만 같다. 

사람도 포유류. 소와 돼지도 포유류.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니 아무리 특별대접을 해준다고 쳐도,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이 동물에게는 동물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약육강식이 자연계의 법칙이어서 강한 것이 약한 것을 먹는 것 또한 자연의 이치인 듯도 하지만,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하여 먹지 못할 것을 먹이며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는 생육환경 속에서 살만 통통하게 찌우는 식의 사육방식은 분명 동물에겐 고문과 같을 것이다. 

사람이 고기를 먹어온 것은 오랜 역사를 지녔다. 불을 모르던 시절엔 날고기로도 먹었다고 한다. 육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고기의 획득을 위해 키워지는 것은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양상이다.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를 맞고 비좁아 움직일 수도 없는 공간에 서로의 상품성을 훼손시킬까봐 부리까지 자른다는 닭의 사육방식을 놓고 보면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느낌이다. 쇠고기야 말할 필요도 없이 광우병으로 인해 그 순한 동물들이 먹고 살았던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모두들 알게 되었고, 자신들의 똥무더기 위에서 쉬고 있는 사진 한 장은 경악 그 자체였다.

이 책의 설명은 좀 어렵고, 다루는 폭이 넓다. 역사에 신화에 웬 수간까지 나오는 바람에 내가 바라던 포인트와는 빗나간 느낌이다. 그래도 마지막 문장엔 동의한다.
--동물이 신과 교감하고 반인반수가 존경받던 시대, 동물을 죽이는 것이 경외감과 죄의식이 들도록 만들었던 시대의 마법을 재발견하려면 진정한 상상력이 필요할 것이다. (p 421)--

인간의 장기기관을 살펴봤을 때 초식동물에 가깝다고 한 연구결과가 예전에 발표되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육식을 하지만, 지금의 사육방식은 많이 달라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적 입장에서 이득을 취하기 위한 논리로만 접근하는 사고방식의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동물을 바라보면 답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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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통합적 사고의 힘
로저 마틴 지음, 김정혜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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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생각은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선택을 탓하게 된다. 그때 A가 아니라 B를 선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다른 결정을 내렸을 때 어떤 결과로 나타났을까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은 A와 B만 있는 게 아니다. 통합적 사고인 C가 굳건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를 탐구하기보다는 둘 중의 하나라는 선택의 문제를 두고 고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책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통합적 사고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외국의 사례들이 나온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처럼 나에게도 복잡한 문제를 통합적 사고를 이용하여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이다. 만약 통합적 사고가 소수의 사람들만이 영유하는 특별한 능력이라면 그들의 사례에 감탄하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게 된다. 피츠제럴드는 이에 대해 천부적 재능이라고 주장했지만, 체임벌린은 평범한 사람들도 가능한 능력이라고 했다. 책의 저자 역시 두 번째 입장이기 때문에 이 책을 쓴 것이다. 

2장에서는 통합적 사고 과정을 네 가지 요소로 나누어 설명하고, 3장에서는 개념적 모델과 현실을 구분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4장은 단순화와 전문화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단순화는 돌출적인 특징을 무시함으로써 사건의 인과적 연결고리를 간과하게 만드는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화 역시 변형된 단순화이므로 통합적 사고를 저해한다고 본다. 5장에서는 통합적 사고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입장, 도구, 경험의 세 가지 요소를 제시하고, 6~8장에서는 앞의 세 가지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방법과 교수법을 설명한다.


일반적인 자기계발 서적은 용기를 주고 생각을 다듬게 하며 타인의 사례를 통해 모범적인 행동의 예를 학습하도록 하지만, 이 책은 성공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연구하고 가르쳐서 독자들이 통합적 사고방식을 스스로 구현해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단계에 성공한다면 유명인들의 성공신화의 과정과 결과에 주목하기 이전에, 그들을 성공의 길로 향하게 한 행동을 이끌어낸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며, 우리 삶 속에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결정의 순간에 창조적 사고의 힘을 발휘하여 단순 선택이 아닌,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고차원적 해결방식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이다. 물론, 그 단계가 되기 위해서는 노력과 연습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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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5%로 가는 생물교실 2 - 기초 생물 -하
백승용 외 지음, 김중석 외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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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5% 책은 학습 내용을 딱딱하지 않게 이야기처럼 구성해 놓은 점이 매력적이다. 교과서나 참고서를 읽으면서 딱딱한 말의 어투로 쉽게 싫증을 내거나 부족한 설명으로 인해 다른 매체를 찾아가며 공부를 해야 한다면, 이 5% 책은 그자리에서 그냥 술술 읽으면 끝난다. 설명이 자상하다고 할까? 쉽지 않은 내용을 적절한 예시를 들어가면서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서술하느라 애쓴 느낌이 난다. 

생물교실 2권의 내용은 소화, 순환에서부터 파고 들면 더없이 어려워지는 세포 분열, 유전자, 진화의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온갖 실험을 해야 하는 화학보다 우리 몸과 인간의 기원을 찾는 생물의 내용이 나름 흥미있었는데, 고 3이 되어서는 내용 자체가 전문적이 되면서 외울 것도 엄청나게 늘어난 탓에 흥미가 서서히 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모든 것은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교과과정이 몇단계 뛰어올라 어려워져도 따라갈 수 있다. 반면에 허술한 기반 위에 아슬아슬하게 지은 집은 어려운 고비에서 무너져 내린다. 아이들이 일찌감치 기본을 탄탄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5% 책은 존재하는 것 같다.

사진과 그림은 설명을 잠시 떠나 쉬어갈 수 있는 여유같은 것이면서도 어떤 그림은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You know what?'에서는 주변의 현상을 토대로 과학적인 설명을 하여 생물이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오줌으로 알아보는 내 몸의 상태'는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이다. 또, '만리장성보다 긴 호주의 토끼 울타리'라는 제목의 내용은, 호주에 토끼가 너무나 많아 골치를 앓자 정부가 토끼에게만 치명적인 캘리시 바이러스를 들여와 토끼의 죽음을 자초하지만, 어느 기간이 지나자 바이러스에 내성이 생긴 토끼들이 생겨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유성 생식은 획일적이 아닌, 다양한 자손들을 태어나게 하므로 자손 중의 일부 토끼들에게 저항능력이 생겨난 것인데, 똑같이 유성생식을 하는 인간의 경우 '에이즈에 의해 멸종할 가능성이 있을까?'라고 문제를 제시한다.

뒤편의 논술 부록은 언제나 건재하다. 논술 광풍이 불던 때, 집에서 아이와 논술에 대비하면서 머리가 아픈 적도 많았지만, 요즘의 똑똑한 중고생들을 보면 꼭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위해서 논술 공부는 필수인 것 같다.

뒤로 갈수록 내용이 만만치는 않지만, 과학에 흥미가 많다면 초등 고학년부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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