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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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너무나 많은 색깔들로 넘쳐나지만 빛은 무색이란다. 무색의 이 빛이 색깔을 가지기 위해서는 프리즘이나 물방울 같이 빛을 굴절시켜야 된단다. 그 굴절률에 따라 빛은 다양한 색깔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세상을 보는 우리의 눈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이 따뜻하고 아름답게만 보일 수도, 모든 것이 춥고 힘겹게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는 세상이 가진 여러 가지 색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뒤에 숨겨진 추함, 괴로움에서 나오는 희열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전까지는 책이라는 것은 정보습득과 오락의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김탁환의 뒤적뒤적 끼적끼적이라는 책은 내가 얼마나 세상을 무식하게 보아왔는지 얼마나 좁은 소견으로 책을 대해 왔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빛이 굴절률에 따라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기분에 따라 듣는 음악이 다양한 것처럼, 책도 인간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따라 집을 수 있는 책이 다르다. 1년에 단 한번밖에 없는 즐거운 휴가를 위해서 SF소설이나 무협지 또는 탐정소설처럼 긴장감과 흥미를 주는 책을 읽을 수 있으며, 새로운 사랑으로 가슴 뜨거워질 때에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를 읽고, 세상의 추악함 또는 나의 본질을 알고 싶으면 문학을 펼쳐야 한다.

 

 

인간의 마음은 복잡하다. 복잡한 만큼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하나의 색깔만을 좋아했고 한 장르의 음악만을 듣고 또 들었다. 나에게 색깔을 입히자. 그리고 다채로운 책의 색깔을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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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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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꿈의 크기도 늘어난다. 현실적이지 못하고 불가능한 수많은 꿈들에서 점차 실현가능하고 손으로 잡힐 것 같은 꿈으로 구체화 되어간다. 저벅저벅 쉬 없이 한 걸음씩 내딛으며 어느 순간 바라는 위치에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렇게 꿈의 구장에 도착한 후 시간이라는 강물의 흐름 속에 휩쓸려 하루하루 살아간다. 모나고 울퉁불퉁했던 나의 모습은 현실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 맞추어지기 위해 나의 일부분을 잘라내고 갉아내고 베어낸다. 그렇게 연마된 나는 현실에 너무나 딱 맞는 현실적인 인간이 된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당연한 변명으로 스스로를 변호하면서.....

그러나 후에 다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지금의 나의 모습이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는지, 내가 꿈꾸고 이루고자 했던 모습이었는지 생각하고, 실망하게 된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 과거에 내가 바라던 나의 모습이 진짜 라는 존재 인가 아니면 지금 현재의 모습이 라는 진짜 나의 모습인가?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젊은 시절 잠깐이나마 열정을 가지고 사랑하게 되었던 카튜샤를 재판장에서 보게 된 네흘류도프는 자신 때문에 창녀로 타락하고 살인죄로 고소까지 당하게 된 카튜샤를 보는 순간 현재의 자신의 생활과 모습에 회의와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카튜샤를 처음보고 사랑을 느낀 순간, 세상에 대해 궁금해 하고 탐구하며 자신만의 답을 갈구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네흘류도프 역시 자기가 저지른 비행을 절실히 깨달았고 주인의 억센 손도 느끼고 있었으나, 아직 자기가 저질러 놓은 일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미처 몰랐고....... 그러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의 이런 행위뿐 만이 아니라 게으르고 무질서하고 잔혹하고 이기적인 생활의 냉혹함과 비열함과 저속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십 이년동안 자신의 이러한 비행뿐만 아니라 그간의 생활까지도 어떤 불가사의한 힘으로 가려왔던 무서운 장막이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1p.138” 십자가에 못 박혀 세상을 떠난 후에 다시 되살아난 예수처럼 현실이라는 악마 아닌 악마의 손을 맞잡고 살아가던 주인공 네흘류도프는 이렇게 부활한다. 캬튜샤와 얘기를 할 때도 그녀에 대한 혐오와 증오심을 가지고 대했다. 그러나 문득 나 자신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증오하고 있는 그런 일을 이미 나는 수차례 저질러왔고, 마음으로 느낄 뿐이나 그녀에게 저지른 죄를 생각하자 내 마음은 그녀에 대한 동정으로 가득 차고 나 자신이 못마땅해졌다. 이제 내 마음은 평정되었다. 마음속에 있는 지주를 알맞은 때에 찾아낼 수만 있다면 우리는 더욱 바람직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p.2176”

    

 

부활과 동시에 그는 이제까지 올바르고 당연하게 여겨졌던 생활들이 얼마나 가시적이고 비열한 삶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어릴 적 같은 꿈과 이상을 가지고 젊은 날을 보냈던 동무들이 현실적인 인간이 되어 그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과거의 모습을 한 그들에게서 느끼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그들에 대한 역겨움에 그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현실에 자아를 끼워 맞추려고 했던 인간의 기계화(?)가 문제라고.. 왜냐하면 그들은 인간이라든가 인간에 대한 의무를 생각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직무와 의무만을 중요시하여 이를 다른 사람들의 어떤 요구보다도 제 1 의 조건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잠시라도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절대 깨닫지 못한다면, 사람에 대해서 죄를 지으면서도 결코 그것이 죄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p. 2217” 그렇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는 인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현실의 시스템은 인간인 우리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인간에 대한 연민, 애정, 동감, 공감, 사랑 등과 같은 감정적 요소 없이 현실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은 진정한 나의 모습이 될 수 없다. “부활의 주인공 네흘류도프처럼 우리도 부활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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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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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우리는 특정 인물만을 그린다. 김유신, 이순신, 그리고 을지문덕 장군 등 그들이 전쟁터에서 싸웠던 모습만을 말한다. 그러나 역사는 이름 없는 무명인(無名人)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들이 피땀 흘려서 내는 세금, 전쟁터에서 그들이 흩뿌린 피, 그리고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역사를 이룬 원동력이다. ‘나라 없는 나라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식들 안 굶기고 배불리 먹이고 덥고 추운 날, 시원하고 따뜻한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어 하던 평범한 이들이 낫과 쟁기를 들고 총기류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시대를 이야기이다. 그들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이며 그들이 곧 우리이다. 지금도 우리는 무명인이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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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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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왕권의 분위기에서 일어난 프랑스혁명은 집권층인 왕족과 귀족들에 의해 억압받아왔던 평민들의 반란이었다. 강자에 대한 약자의 반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사건 덕분에 유럽전역에 인권에 대한 관심, 평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되었다.

 

근대를 말한다는 권력만 탐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라를 팔아먹고 그 책임을 백성들에게 전가하는 이들의 이야기 뿐 만 아니라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몸을 불사르는 이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만약 근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프랑스혁명처럼 인권과 평등이라는 개념이 조선사회에 유입되고 밑에서부터 위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났다면, 독립운동을 위해 사용된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사회변화를 위해 사용되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누구나 말하는 것처럼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상상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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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의 역사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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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나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 모습만 가지고 판단할 수 있을까? ‘라는 인간은 태어난 이후로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 읽은 책들,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얽히고설켜 지금의 나를 만들어 냈다. 단순히 지금의 결과물만을 보고 제대로 내가 누구인지 판단할 수 없다. ‘역사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면서 우리 하나하나가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지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우리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의 세대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아픔을 가지고 왔는지 파헤쳐 보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 일제강점기 이후의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가장 먼 역사이다. 오히려 몇 백 년 전 조선의 이야기가 더 익숙한 것은 왜 일까? 아마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가장 가깝게 연결되어 있으며 또한 지금도 살아있는 이들의 과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다락방에 꼭꼭 감추어둔 절대 세상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될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은밀한 역사는 우리에게 아픔이며 자랑이며 희망이다.

 

1980518일에 죽은 자와 죽은 이들을 껴안고 살아가야 했던 이들, 그리고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이들. 5.18 민주화운동은 사건의 당사자들 뿐 만아니라 주변인물들의 세상을 보는 시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이제껏 반공교육을 열심히 받아왔는데 그렇게 반공교육을 시킨 놈들이 결국 광주에서 시민들을 학살한 게 아니냐. 이렇게 되니까 순식간에 반공교육이 영향력을 상실하고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말을 믿지 않기 시작했어요......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운동이 대중화됩니다... p.62-63”

 

19871월 박종철 열사의 죽음. 거기에 이은 6월 민주항쟁 그리고 또 하나의 아픈 죽음. 876월 항쟁의 상징이 된 이한열 열사의 죽음으로 절정으로 치닫던 민주항쟁은 결국 전두환 정권을 몰아내고 대통령을 직접 뽑는 직선제를 실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김영삼 김대중 양김의 단일화 실패로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으며, 3당 합당으로 군사정부의 연장선이었던 노태우와 손을 잡은 김영삼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이어 현대사=김대중이라는 등식의 성립이 가능한 김대중, 많은 가능성과 기대를 가진 만큼 실망도 컸지만 진정한 서민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이 차례로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된다.

 

절름발이가 되어 넘어지고 주저앉아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던 현대사이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희망이라는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뒤를 이어 나아가야 할 때이다. 그들과 같은 용기도 그들과 같은 배짱도 없지만 선거라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들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은 좀 더 치열하게 밑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언제 해야 하나요? 바로 지금, 이 순간 해야죠.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우리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한국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제가 느낀 점이 무엇이냐 하면, 역사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현대사는 만들어 갈 요소가 대단히 많습니다. 이제껏 선배들이 이렇게 만들어왔습니다. 우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주자는 바로 여러분입니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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