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꿈의 크기도 늘어난다. 현실적이지 못하고 불가능한 수많은 꿈들에서 점차 실현가능하고 손으로 잡힐 것 같은 꿈으로 구체화 되어간다. 저벅저벅 쉬 없이 한 걸음씩 내딛으며 어느 순간 바라는 위치에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렇게 꿈의 구장에 도착한 후 시간이라는 강물의 흐름 속에 휩쓸려 하루하루 살아간다. 모나고 울퉁불퉁했던 나의 모습은 현실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 맞추어지기 위해 나의 일부분을 잘라내고 갉아내고 베어낸다. 그렇게 연마된 나는 현실에 너무나 딱 맞는 현실적인 인간이 된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당연한 변명으로 스스로를 변호하면서.....

그러나 후에 다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지금의 나의 모습이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는지, 내가 꿈꾸고 이루고자 했던 모습이었는지 생각하고, 실망하게 된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 과거에 내가 바라던 나의 모습이 진짜 라는 존재 인가 아니면 지금 현재의 모습이 라는 진짜 나의 모습인가?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젊은 시절 잠깐이나마 열정을 가지고 사랑하게 되었던 카튜샤를 재판장에서 보게 된 네흘류도프는 자신 때문에 창녀로 타락하고 살인죄로 고소까지 당하게 된 카튜샤를 보는 순간 현재의 자신의 생활과 모습에 회의와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카튜샤를 처음보고 사랑을 느낀 순간, 세상에 대해 궁금해 하고 탐구하며 자신만의 답을 갈구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네흘류도프 역시 자기가 저지른 비행을 절실히 깨달았고 주인의 억센 손도 느끼고 있었으나, 아직 자기가 저질러 놓은 일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미처 몰랐고....... 그러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의 이런 행위뿐 만이 아니라 게으르고 무질서하고 잔혹하고 이기적인 생활의 냉혹함과 비열함과 저속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십 이년동안 자신의 이러한 비행뿐만 아니라 그간의 생활까지도 어떤 불가사의한 힘으로 가려왔던 무서운 장막이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1p.138” 십자가에 못 박혀 세상을 떠난 후에 다시 되살아난 예수처럼 현실이라는 악마 아닌 악마의 손을 맞잡고 살아가던 주인공 네흘류도프는 이렇게 부활한다. 캬튜샤와 얘기를 할 때도 그녀에 대한 혐오와 증오심을 가지고 대했다. 그러나 문득 나 자신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증오하고 있는 그런 일을 이미 나는 수차례 저질러왔고, 마음으로 느낄 뿐이나 그녀에게 저지른 죄를 생각하자 내 마음은 그녀에 대한 동정으로 가득 차고 나 자신이 못마땅해졌다. 이제 내 마음은 평정되었다. 마음속에 있는 지주를 알맞은 때에 찾아낼 수만 있다면 우리는 더욱 바람직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p.2176”

    

 

부활과 동시에 그는 이제까지 올바르고 당연하게 여겨졌던 생활들이 얼마나 가시적이고 비열한 삶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어릴 적 같은 꿈과 이상을 가지고 젊은 날을 보냈던 동무들이 현실적인 인간이 되어 그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과거의 모습을 한 그들에게서 느끼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그들에 대한 역겨움에 그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현실에 자아를 끼워 맞추려고 했던 인간의 기계화(?)가 문제라고.. 왜냐하면 그들은 인간이라든가 인간에 대한 의무를 생각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직무와 의무만을 중요시하여 이를 다른 사람들의 어떤 요구보다도 제 1 의 조건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잠시라도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절대 깨닫지 못한다면, 사람에 대해서 죄를 지으면서도 결코 그것이 죄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p. 2217” 그렇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는 인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현실의 시스템은 인간인 우리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인간에 대한 연민, 애정, 동감, 공감, 사랑 등과 같은 감정적 요소 없이 현실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은 진정한 나의 모습이 될 수 없다. “부활의 주인공 네흘류도프처럼 우리도 부활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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