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단감의 만화정신의학
유진수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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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소위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정신병, 정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조차 꺼려했고, 스스로 그런 병이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이 아프다는 것조차 부정했었다. 이처럼 이쪽 영역은 과거에는 엄청나게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고 터부시되던 분야였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너무 보편화되어 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연예인들은 우울증과 공황장애인 것을 아무 거리낌없이 밝히고, 범죄자들은 조울증 때문에 벌인 일이라며 감형을 요구하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되버렸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조울증 환자였다는 뉴스가 보도되면 조울증 환자는 모두 잠재적 범죄자인 것처럼 생각하며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형량을 줄이기 위해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질환인 것처럼 꾸미는 바람에 그런 정신질환이 별 것 아닌 것처럼 곡해되는 일도 많다.


그나마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서는 사회적으로 많이 언급되고, 개개인들도 이런 질환이 있는 것을 마냥 숨기기만 하지 않고 병원을 찾는 일도 많아지고 있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며, 그런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잘 알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정신의학이 '마음'이라는 애매모호한 것을 다루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다른 질병처럼 형체가 명확하거나 눈에 보이는 외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건강에 대한 학문이다보니 그런 오해들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심지어 의지의 문제이거나 나약하고 나태해서 생기는 병이라고까지 환자를 탓하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흔히 사람들은 단순한 우울함과 우울증을 혼동하기도 하는 일이 많아서 마치 잠깐의 우울함을 우울증이라고 표현하며 우울증이 하나의 유행처럼 사용되고 번져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우울증은 정신적인 감기 같은 것이라고 종종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말 때문에 우울증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인식되는 부작용도 생겨버렸다. 이 모든 것이 정신의학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정신적 요인에서 오는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이런 편견과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처럼 정신의학은 잘못 알려지고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설명해야 해서 다른 질환보다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 책은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부분을 조금 선명하게 보이도록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설명해준다.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는 과거보다 이런 정신적인 질환이 더 많아지고, 다양한 장애들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좀더 디테일하게 분류되고 다루어지는 것 같다. 책에는 총 18가지의 정신의학을 소개하고 있다. 정신의학이라고 말했지만 솔직히는 정신질환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아직까지 정신질환이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의 정신병을 연상시켜서 정신질환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어쨌건 현대인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정신질환을 18가지로 분류하여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마음에 대한 기초이론과 대표적인 치료기법도 소개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매커니즘을 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해놓고 있다.


책은 기본적으로 의학서이기 때문에 각종 의학용어와 전문적인 내용이 좀 나오기는 하지만 만화의 컨셉을 차용하여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특별히 이론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책은 여러 정신질환에 대해 소개하고, 그 병이 발생하는 원인과 치료법 등에 대한 상식 수준에서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그 해당 질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아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정신질환은 마음에 깃드는 병이라서 그 원인을 개인적인 성격이나 마음에서 찾고, 그 때문에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좋아지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는데 병의 정체와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제대로 된 진단과 해결책도 찾을 수가 있으므로 그것을 알아보자는 것이다.


책에는 18가지의 정신의학을 소개하고 있는데 많이 알려진 것들도 있고,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딱히 정신의학에 포함된 질병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는 것들도 발견할 수 있다. 성도착장애 같은 것은 그저 변태라거나 이상한 사람이라고만 치부했고, 성격장애는 성격이 지랄같다는 식으로 개인의 인성으로 잘못을 돌려버렸지 이런 것들도 정신의학이 다루는 하나의 분야에 속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페인 중독이나 담배 중독도 그냥 개인이 의지가 약해서 담배를 못끊는다고만 생각했지 이걸 중독장애라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다. 그동안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단순히 우울증, 조울증, 강박증 정도만을 생각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것들이 정신의학의 영역에 포함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만큼 정신문제에 관해 편협하고 좁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다.


저자의 말처럼 정신의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다루고 있다보니 마음과 마음병이 혼제되어 명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마음병을 마음과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책을 통해 '마음'을 제거하고 '문제'만을 의학적으로 살펴봄으로서 개인의 마음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막연히 '마음, 생각'과 같은 추상적인 의식으로서의 마음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기능적으로 마음과 뇌의 작용을 이해하게 되어서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의학적으로 알게 된 것도 내 몸을 제대로 알게 된것 같아서 좋다. 정신의학,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막연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니 이유없이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필요 이상으로 그 질병 등을 겁낼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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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왓? - 미국식 영어 공부의 진실
큐 팍 지음 / 에이원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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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은 과감하게 빼버리더라도 중, 고등학교와 대학시절,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까지 10여년 이상 그렇게나 오래 공부했음에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은 공부법에 문제가 있거나 영어에 대한 접근법이 잘못되었던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것이겠지만 적어도 공부한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열심히 했지만 원하는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은 학습자는 물론이거니와 애초에 나처럼 영어를 포기한 (혹은 포기당한) 영포자들도 무엇 때문에 영어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고, 무엇이 영어와 멀어지게 만들었는지를 알아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영어공부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수많은 영포자를 양산한데는 한국만의 잘못된 교육과정의 문제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교과 수업을 받고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은데 영포자가 되버린 것을 모두 학교 교과과정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일 수도 있으나 잘못된 교육방식이 영포자를 만는데 전혀 영향이 없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쏘왓] 이 책은 그 동안의 잘못된 한국의 영어 교육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미국식 영어 공부법은 어떤지, 어떻게 하면 영어 공부를 제대로 잘 할 수 있는지 분석해본다. 무작정 암기하고 주입하는 잘못된 한국식 K공부법이 아닌 보다 효과적으로 익힐 수 있는 미국식 영어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하나하나 풀어가며 영어라는 언어와 영어 공부법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쳐준다.



요즘도 중학교 교과서에 1형식부터 5형식 문장이라는 게 나온다고 한다.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할 때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게 바로 이 1형식부터 5형식 까지의 문장구조이다. 이런 교육방식은 7~80년대부터 내려오던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당연히 나 역시도 학교에서 이런 걸 배웠던 기억이 있다. 저자는 이런 식의 방식은 미국식 영어도 아닐 뿐더러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도 아니라고 말한다. 전부 객관식 영어 시험 문제용 읽기, 말하기, 쓰기를 위한 영어를 배워왔던 것인데 이런식의 교육법은 제대로 읽고 말하고 쓰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많다고 한다. 저자는 한국식 영어 공부를 벗어나는 방법 중 제일 처음 해야 하는 것이 1-5형식 구조를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쏘왓? 그럼 뭐 어쩌라고? 그 동안의 잘못된 영어 공부법을 많이 알아봤는데 책에는 어떻게 공부를 하면 좋은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해놓았다. 여러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책의 핵심내용이라 여기서 다 말하긴 어렵지만 따라하기 어렵거나 영어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아니다. 그중 한가지는 영어읽기이다. 어떤 책이건 책의 종류는 관계없으니 각자의 능력과 스케줄에 맞게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으라고 조언한다. 너무 평범하고 다 아는 일반적인 방법이라서 실망할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뭔가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말라고 말한다. 꼭 공부 못하는 사람일수록 어떤 비법이나 특별한 방법, 빠르고 쉬운 길만 찾는데 그런 수동적인 태도로 공부를 하려하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뼈를 때린다. 책을 읽고 단어장을 만들어가며 저자가 제시하는 세부적인 방식대로 리딩을 계속 할 것을 추천한다.



팝송을 듣는 것은 굉장히 좋은 영어 공부이며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는 팝송이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팝으로 공부하는 팝잉글리쉬 같은 방송도 많았는데 팝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팝 자체를 듣는 사람도 많이 줄어들었고 팝으로 공부하는 사람도 없어진 것 같다. 노래 가사는 구어체 표현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원어민들이 늘상 쓰는 표현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하나의 표현을 그대로 익힐 수 있으므로 팝송은 정말 효과적이고 좋은 교재라고 조언한다. 그 외에도 드라마로 공부하기, 표지판 읽는 연습, 영어 발음 교정, 리딩과 라이팅에 대한 조언 등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많은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다. 한가지 예를 들면 저자는 뉴스보다 시트콤을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뉴스를 보는 것이 좋다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단어들을 현실감있게 배울 수 있고, 아나운서의 정확한 발음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뉴스를 보라고 말해졌는데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고, 내용도 어려워서 잘 안 보게 되었다. 분명 뉴스보다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는 시트콤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영어 공부에 왕도는 없다고 말한다. 너무나 많이 들어왔던 말이지만 솔직히 저자의 일침처럼 너무 쉬운 방법, 빠른 길만을 찾다가 금새 포기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된다. 결국 큰 틀에서 보자면 저자가 말하는 영어공부 방법은 꾸준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잘못된 방식으로 해왔던 공부법을 지양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방법론적으로 많은 것을 제시해준다. 말하자면 올바른 공부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공부법을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것들을 참고하여 괜히 잘못된 영어 공부법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제대로 된 공부법에 힘을 쏟는다면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도 꿈은 아닐 것 같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전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을지 방향성을 찾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읽어보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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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방지 대화 사전
왕고래 지음 / 웨일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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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다. 그래서 백 마디를 잘 하다가도 말 한 마디를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트러블은 혀 끝에서 시작된다. 잘못된 말버릇과 말실수로 인해 생긴 트러블은 관계를 망치고 큰 후회를 남기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를 깨트리는 것은 언제나 작은 말실수에서 비롯된다. 누군가를 해꼬지를 하고, 사기를 치면 마음이 상할 것도 없이 그냥 법적으로 해결하고 안보면 그만이지만 말실수로 인해 관계를 망치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면 마음이 상하고, 상처를 입은채로 관계를 유지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사람 마음이란 게 실망하고, 상처받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그것을 회복하는 데는 굉장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물론 말을 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정작 문제는 자신이 그런 잘못된 말버릇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이다. 일부러 상처받으라고 포크로 찌르듯이 심한 말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를 상처입히고, 관계를 악화시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는 것이다. 분명 절대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고, 자신의 관점에서는 일반적이거나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던졌지만 그것이 가시가 되어 상대를 찌르는 일이 너무 많이 있다. 자신의 말에 상대가 화를 내거나 인상이 구겨지면 정작 자신은 잘못된 걸 모르고 상대방의 성격이 이상하다며 상대방을 탓하게 되기도 한다. 알고 나쁘게 말하는 건 스스로 통제라도 할 수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분위기가 싸해지고, 관계를 망치는 말을 하는 거라면 그야말로 상대는 물론 자기자신도 피해자가 되어 버리는 셈이다.


저자는 나쁜 말과 미운 말이 다르다고 말한다. 나쁜 말은 말의 의도나 방향이 드러나 있어서 별 오해가 없는 것들이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게 독화살 같은 말이란 걸 알고 있어서 공격하는 말이란 걸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말하자면 그건 말 그대로 대놓고 눈에 보이게 상처주는 말이라서 실수가 아니란 게 명확하다. 오히려 눈에 보이기 때문에 실수로 뱉었더라도 사과하고 되돌리려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운 말은 말 속에 숨은 바늘처럼 알아차리지 못하게 상대의 가슴에 파고든다. 그리고 한번 몸에 박히고나면 그걸 찾아서 꺼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 말은 몸안을 떠올며 계속 불쾌한 상처를 남기며 이전에 쌓아둔 좋은 말을 깨부수며 돌아다닌다. 미운 말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은 상처주는지도 모르면서 상대를 지속적으로 상처입히고, 듣는 사람은 상처받는줄도 모르면서 상처받고, 마음을 다친다. 


어떤 말이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고, 어떤 말이 상대의 자존감을 갉아먹는지, 어떤 말이 아무도 모르게 관계를 망쳐가는지 제대로 알아야 평소 말을 할 때 조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관계를 망칠 수 있는 잘못된 말버릇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이하게 후각, 청각, 미각, 시각, 촉각으로 챕터를 나누고 있다. 차마 두 눈 뜨고 못보는 말, 입맛이 뚝 떨어지는 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말 등으로 분류하여 미운 말들을 소개해 놓은 것이 재미있다. 우선 책을 보고 가장 놀랐던 것은 책에 소개된 미운 말들의 많은 것들이 평소 개인적으로 많이 쓰는 말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위 사람으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했다. 많이 쓰고, 많이 듣고. 그러면서 우리는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서로의 가슴에 바늘을 마구 찔러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하나의 미운 표현을 소개하며 말 속에 숨은 뜻과 그 말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예문을 통해 살펴본다. 우리가 말을 할 때는 뭐가 잘못됐는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그 말의 속 뜻을 살펴보고 예문을 통해 말이 실제로 어떻게 잘못 사용되고 있는 따져보니 잘못된 점이 보인다. 심화과정에서는 다른 표현이나 행동을 더해서 좀 더 극적이고 현실감있게 사용되는 사례를 보여준다. 주의사항은 이 말을 했을 때 벌어지는 부작용을 재미있게 돌려까기로 소개한다. 참고 파트에서는 그 표현을 두고 이런 저런 많은 부가적인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엔 그 표현의 파괴력, 지속성, 중독성 등을 별점으로 구분하고 유의어와 반의어도 소개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인터넷 상에서 통용되는 드립 같은 느낌이 폴폴 나는 재미있는 문체와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네 잘못도 있어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는 잘못의 지분을 따진다. 보통은 누구 한 사람에게 잘못의 지분을 몰아주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많은데 이 말은 일견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잘잘못을 공정하게 따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애먼 사람에게 잘못을 만들어내서 떠안기는 일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잘못 없는 누군가에게 잘못을 떠안기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고 짜릿하다고 말한다. 네 잘못도 있다는 말에는 결국 너가 원인 제공자라는 속 뜻이 담겨 있다. 흔히 말하는 양비론적인 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앞서도 말했듯이 자신은 공평, 공정하다고 생각하며 이 말을 하는 일이 많다. 또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제 3자 입장에선 가장 속편한 표현이기 때문에 이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아님 말고

한 때 이 말이 한창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더 오래 전엔 개그 프로에서 이홍열 아저씨의 유행어이기도 했다. 아님 말고. 큰 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별일이 없을 때 민망함을 뭉개며 아님 말고, 누가 뭐래?라는 말로 사과를 대신한다. 정확히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말로 자신의 실패의 크기를 줄이고 사건 전체의 무게를 낮추는 방법이다. 쿨내 풍기기에는 좋지만 이 말은 사과의 표현은 아니다. 잘못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실수를 사과하는 것이 더 쿨하게 보일 것이다.


농담이야

평소 유머스런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자기가 무슨 개그맨이라고 농담을 그렇게나 하시는지, 뭘 말을 하고서 상대가 기분나빠하면 농담이야 라며 그 상황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많이 한다. 애초에 상대가 기분나빠하는 건 농담이 아닐 뿐더러 농담인데 왜 그렇게 정색하냐며 오히려 상대를 나쁘게 몰아가는 몰염치한 말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방귀를 뀌었으니 성만 내면 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습관성이 높은 말로 정말 웃자고 했던 말이건 나도 모르게 상대의 기분을 거슬리게 했건 농담이란 말로 퉁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사과를 하는 것이 좋겠다.


물어보지도 못해?

연애를 해본 남자라면 꽤나 많이 들어봤을 법한 대사다. 물론 연애 상황 이외에도 많이 쓰이는 말이다. 뻔뻔함 지수가 높은 이 말은 슬쩍 상대를 떠보는 말로 약간 쫌스러움이 느껴지는 말이 되겠다. 물론 물어볼 수도 있다. 질문은 하지 않는 것봐 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 말은 앞선 질문에 묻었던 똥을 닦아주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면 안되는 질문인건 알겠는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냥 질문일 뿐이잖아, 아니면 아니라고 하면 그만 아니냐? 이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선행되는 속보이는 질문이 나와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질문임을 뻔히 알면서도 떠보는 질문이다. 그런 질문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하면 안되는 말이라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말이 전체적으로 방어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습관성과 지속성이 높은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말투를 계속해서 끊임없이 뱉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파괴력이 높지는 않은 말들이지만 이런 말들이 많이 누적되면 결국엔 터지고 사람과의 관계가 파토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 같다. 후회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이 어떤 잘못된 말을 쓰고 있는지를 분석해보고 고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책을 읽고나니 그 동안의 내 말투의 잘못된 점을 쭉 확인할 수 있어서 자아성찰에 도움이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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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일본어 JLPT N1 (일본어능력시험) 한 권으로 합격 - 기본에서 실전까지 4주 완성 / 기본서 + 실전모의고사 4회분 + 단어·문형 암기장제공 해커스일본어 JLPT 한권합격
해커스 JLPT 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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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N1을 3번 연속으로 합격을 했었다. 일단 자기자랑 살짝 깔고 가겠다. 그러나 너무 오래전에 공부한 거라서 지금은 거의 다 잊어버린 상태다. 예전에 공부를 한게 아깝기도 하고 외국어 같은 건 알면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다시 일본어를 익히기 위해 능력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물론 회화를 잘 하는 것이 최종목표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문법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체계적으로 문법을 익히고, 급수에 맞는 다양한 단어와 표현을 공부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냥 무작정 공부하는 것보다 시험이라는 목표가 있는 편이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N1 유경험자지만 시험을 친게 너무 오래전이라 공부하는 방식이나 능력시험의 유형을 처음부터 다 다시 익혀야만한다는 것이다. 이런 류의 시험은 단순히 일본어를 안다고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시험의 유형에 맞게 공부를 하고, 시험용 문법과 형식을 익혀야만 한다. 철저하게 시험에 맞는 공부를 해야만 합격할 수 있는데 그만큼 교재 선택이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학원에 가서 공부한다면야 강사쌤한테 모든걸 맡기고 하라는대로 하면 되지만 혼자 독학을 할 땐 그야말로 어떤 책으로 어떻게 공부를 하느냐가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그럼 어떤 교재를 선택해야 할까? 수험서를 고를 땐 아무래도 메이저 출판사의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메이저 출판사는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정보가 많이 쌓여서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재는 가능하면 계속 관련 서적을 만들고, 전문서적을 출간하는 출판사의 교재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달까? 해커스는 이쪽 업계에서 방귀 좀 뀐다는 메이저이니 일단 적어도 기본 이상은 할거라고 기대할 수 있다.


[해커스 JLPT N1 한 권으로 합격]은 말 그대로 한 권으로 능력시험을 대비할 수 있는 교재 되시겠다. 기본서, 실전모의고사, 단어·문형 암기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 책 한 권으로 기본기부터 모의고사를 통한 실전 감각까지 모두 동시에 익힐 수 있다. 과거에 공부를 할 땐 기본서 따로, 모의고사 따로, 한자·어휘장 따로 다 각각 준비를 해서 공부를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내용도 많았고, 이책 저책 보다보니 많은 책을 학습하게 위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시간 대비 효율도 좋지 못했는데 이렇게 아예 처음부터 한권으로 마스터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으니 효율적인 면에서 더 좋다고 느껴진다. 알다시피 책을 어설프게 여러권 보는 것보다 한 권을 여러번 다독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을 다독해서 그 내용을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실제로 시험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는 더 효과적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교재로 공부를 하더라도 독학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설명이 부족해서 폭넓게 공부하고, 교재에 나오는 이상의 내용을 습득하기가 어렵게 된다. 학원에서 공부하면 강사쌤이 이것저것 알려주며 교재에 나오는 내용에 추가적으로 더 많은 내용을 알려주지만 독학을 하면 교재라는 틀에 갇혀서 그 이상을 공부하는 것이 힘든데 [해커스 JLPT N1 한 권으로 합격]은 상세한 설명을 담고 있어서 독학으로 공부할 때의 한계를 최대한 극복하게 해준다. 정답만 적어놓은 해답지가 아니라 오답에 대한 설명까지 상세하게 기록하여 왜 오답인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해놓은 점도 매우 만족스럽다. 보통의 문제집은 정답에 대한 설명만 써놓아서 정답을 찾는 문제풀이에 그치는데 그건 반쪽짜리 공부밖에 안된다.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것보다 틀린건 왜 틀렸는지까지 확실하게 알아야 그 문제를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므로 오답에 대한 설명까지 상세하게 적어놓은 점이 아주 좋았다.


그리고 그저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게 정말 중요한건데 단순히 문제 하나에 대한 답을 구하고, 문제풀이를 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지 문제풀이 step을 기반으로 실제 시험장에서 바로 적용가능한 문제풀이 방식을 알려준다. 이런건 보통 학원에서 강사쌤들이 알려주는 알짜 노하우인데 독학으로 준비하는 학습자는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이런 노하우가 없다면 시험장에서 시험칠 때 시간도 많이 걸리고, 틀리기도 쉬운데 문제를 풀이하는 방법을 step by step으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알려줘서 어떻게 문제를 풀면 되는지, 어떤 것을 주의하며 봐야하는지 등 문제풀이에 대한 전략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독학을 하게 되면 여러가지고 부족해지기도 쉽고 시간대비 효과적인 공부를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해커스 JLPT N1 한 권으로 합격]으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공부를 하면 어렵다는 N1도 한번에 합격하게 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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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신서경 지음, 송비 그림 / 푸른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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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넌 마지막으로 누구랑 뭘 먹고싶냐고 하는 심리테스트 비슷한 질문을 많이들 한다. 예전에는 그 동안 못가봤던 굉장히 비싼 레스토랑을 전세내서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풀코스로 비싼 음식을 먹겠다는 식의 답변을 많이 들었는데, 그 때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는데 비싼 레스토랑의 쉐프가 미쳤다고 거기서 장사를 하고 있겠냐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딴지를 걸었다면 아마 바보 취급을 받았을 것 같다. 사실 이 질문은 정말 뭘 먹고 싶은가 하는 음식의 취향이나 기호를 물어보는 질문이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을 어떤식으로 마무리하겠는가 하는 질문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뭘 할지 현실적으로 고찰하자는 것이 아니라 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의 일생을 하나의 음식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음식이 될지, 인생을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의 음식은 무엇인지 같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옆의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다시금 떠올려보자는 질문이기 때문에 정말 지구가 멸망하는 전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같은건 별로 중요한게 아닌 셈이다.


인터넷에 사형수들의 마지막 식사란 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다양한 음식과 그 음식을 선택한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어떤 이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화려하고 값비싼 고급 음식을 선택했고, 어떤 사람은 평소 먹던 싸구려 패스트푸드를, 다른 누군가는 어릴 때 먹던 엄마표 집밥을 선택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마지막으로 선택한 식사에 그 사람의 성향, 인생, 살아왔던 방식이 골고루 들어가 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누구와 무엇을 먹고 싶은가 하는 질문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이 된다. 요즘 유서를 쓰고 관에 들어가는 소위 임종체험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죽음 앞에 마주한 자신의 인생, 일생을 돌이켜보고,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재조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이벤트인데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라는 질문 역시 일종의 임종체험 같은 것으로 생각해봐도 좋겠다. 유서를 쓰고 실제로 관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죽음을 상정하고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자는 의미는 동일한 것 같다.


책은 일주일 후 지구가 자전을 멈추고 그로 인해 자기장이 사라지면서 전 세계가 멸망한다는 설정이다. 이런 내용의 영화도 있는데 지구가 멈추면 지구를 보호하던 자기장이 사라지며 엄청난 양의 자기장과 방사능에 노출되어 생명체는 사라지게 된다. 지구가 완전히 멈추기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인류가 살아남을 확률은 단 3%. 이야기는 유튜브로 먹방을 하는 봉구라는 BJ가 남은 일주일을 뭘 먹으며, 어떻게 보내는지를 보여준다. 보통은 이런 경우 생의 마지막을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거라 생각하지만 봉구는 천애고아로 가족도 친구도 없이 모니터 너머의 그 누군가와 대화하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인간이다. 당장 만날 사람도, 함께할 사람도 없다. 이미 봉구의 세계는 진작 멈추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별반 달라질 일도, 다르게 행동할 것도 없는 봉구는 마지막까지 방송을 하기로 한다. 일견 이런 봉구가 한심하게 보이지만 한편으로 가족이나 친구가 없는 봉구로서는 그 시점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인 자신을 봐주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첫날엔 칼로리 폭탄의 디저트를 만들어 먹는다. 그 때만해도 방송을 보는 사람이 몇 명 있고, 서로 실없는 대화를 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다음날은 매실무침과 삼겹살 파티. 그 다음 날은 밥솥으로 시루떡을 만들어서 이웃에게 돌리는데 떡이라고 하면 잔치를 떠올리게 된다. 이사를 왔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떡을 돌리는데 지구가 멸망하기 3일전 떡을 돌린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카메라 앞에 앉아서 떡을 먹지만 이젠 방송을 보는 사람도 없다. 오롯이 혼자인 시간. 실은 언제나 봉구는 혼자여서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그러다 봉구와 똑같이 세상 혼자인 보험설계사(aka 보험아줌마), 이웃집 조폭, 어린 시절의 첫사랑, 봉구와 현피 뜨러 온 키보드파이터 등의 인물이 하나씩 등장하며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 지구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맞게 된다.


봉구를 비롯 봉구와 마지막 만찬을 즐기는 모든 인물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사람들이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정말 1인인 가구들만 이렇게 우연히 만난다는 것은 너무 억지일까? 아니면 혼자라서 외로운 사람들끼리 자연히 끌어당기고, 뭉쳐서 서로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봐주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일인 것일까? 만약 이게 영화였다면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의 나이대가 다 다르게 설정이 되서 유사가족의 형태를 보였겠지만 여기서는 그러지 않은 점이 클리셰에 빠지지 않고 좋았던 것 같다. 마지막 날 같은 공간에 모인 이들은 그날 처럼 만난 사람들이지만 마치 오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함께 식사를 즐긴다. 이들은 어쩌면 이렇게 서로를 안아주고 자기를 지켜봐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좀 영화 같은 설정이지만 D-2날에 전기가 끊기는데 봉구의 친구가 혼자 발전소에 가서 멸망 바로 전에 전기를 복구한다. 그러자 혼자인 줄 알았던 사람들의 폰으로 감사문자와 카톡이 쏟아진다. 친구가 없던 봉구에게까지 하트가 날라오고, 그 하트를 발전소에서 전기를 복구한 친구에게 주자 친구는 지구 멸망 전 게임 최고기록을 갱신하며 홀가분한 얼굴로 간다. 하던 게임을 깨려고 발전소로 가서 전기를 복구한다는 것은 너무 오바지만 죽기 전 고마웠고, 감사했고, 사랑한 사람에게 연락을 한다는 것은 실제로도 많이 봤던 일이라서 가슴이 찡해진다. 특히 침몰해가는 세월호의 아이들이 가족들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와 음성이 떠올라서 이 부분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쩌면 결국 책은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을 먹건, 어디에 있건, 누구와 있건 결국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고마웠고,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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