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단감의 만화정신의학
유진수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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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소위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정신병, 정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조차 꺼려했고, 스스로 그런 병이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이 아프다는 것조차 부정했었다. 이처럼 이쪽 영역은 과거에는 엄청나게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고 터부시되던 분야였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너무 보편화되어 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연예인들은 우울증과 공황장애인 것을 아무 거리낌없이 밝히고, 범죄자들은 조울증 때문에 벌인 일이라며 감형을 요구하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되버렸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조울증 환자였다는 뉴스가 보도되면 조울증 환자는 모두 잠재적 범죄자인 것처럼 생각하며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형량을 줄이기 위해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질환인 것처럼 꾸미는 바람에 그런 정신질환이 별 것 아닌 것처럼 곡해되는 일도 많다.


그나마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서는 사회적으로 많이 언급되고, 개개인들도 이런 질환이 있는 것을 마냥 숨기기만 하지 않고 병원을 찾는 일도 많아지고 있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며, 그런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잘 알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정신의학이 '마음'이라는 애매모호한 것을 다루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다른 질병처럼 형체가 명확하거나 눈에 보이는 외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건강에 대한 학문이다보니 그런 오해들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심지어 의지의 문제이거나 나약하고 나태해서 생기는 병이라고까지 환자를 탓하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흔히 사람들은 단순한 우울함과 우울증을 혼동하기도 하는 일이 많아서 마치 잠깐의 우울함을 우울증이라고 표현하며 우울증이 하나의 유행처럼 사용되고 번져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우울증은 정신적인 감기 같은 것이라고 종종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말 때문에 우울증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인식되는 부작용도 생겨버렸다. 이 모든 것이 정신의학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정신적 요인에서 오는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이런 편견과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처럼 정신의학은 잘못 알려지고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설명해야 해서 다른 질환보다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 책은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부분을 조금 선명하게 보이도록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설명해준다.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는 과거보다 이런 정신적인 질환이 더 많아지고, 다양한 장애들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좀더 디테일하게 분류되고 다루어지는 것 같다. 책에는 총 18가지의 정신의학을 소개하고 있다. 정신의학이라고 말했지만 솔직히는 정신질환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아직까지 정신질환이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의 정신병을 연상시켜서 정신질환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어쨌건 현대인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정신질환을 18가지로 분류하여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마음에 대한 기초이론과 대표적인 치료기법도 소개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매커니즘을 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해놓고 있다.


책은 기본적으로 의학서이기 때문에 각종 의학용어와 전문적인 내용이 좀 나오기는 하지만 만화의 컨셉을 차용하여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특별히 이론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책은 여러 정신질환에 대해 소개하고, 그 병이 발생하는 원인과 치료법 등에 대한 상식 수준에서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그 해당 질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아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정신질환은 마음에 깃드는 병이라서 그 원인을 개인적인 성격이나 마음에서 찾고, 그 때문에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좋아지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는데 병의 정체와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제대로 된 진단과 해결책도 찾을 수가 있으므로 그것을 알아보자는 것이다.


책에는 18가지의 정신의학을 소개하고 있는데 많이 알려진 것들도 있고,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딱히 정신의학에 포함된 질병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는 것들도 발견할 수 있다. 성도착장애 같은 것은 그저 변태라거나 이상한 사람이라고만 치부했고, 성격장애는 성격이 지랄같다는 식으로 개인의 인성으로 잘못을 돌려버렸지 이런 것들도 정신의학이 다루는 하나의 분야에 속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페인 중독이나 담배 중독도 그냥 개인이 의지가 약해서 담배를 못끊는다고만 생각했지 이걸 중독장애라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다. 그동안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단순히 우울증, 조울증, 강박증 정도만을 생각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것들이 정신의학의 영역에 포함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만큼 정신문제에 관해 편협하고 좁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다.


저자의 말처럼 정신의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다루고 있다보니 마음과 마음병이 혼제되어 명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마음병을 마음과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책을 통해 '마음'을 제거하고 '문제'만을 의학적으로 살펴봄으로서 개인의 마음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막연히 '마음, 생각'과 같은 추상적인 의식으로서의 마음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기능적으로 마음과 뇌의 작용을 이해하게 되어서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의학적으로 알게 된 것도 내 몸을 제대로 알게 된것 같아서 좋다. 정신의학,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막연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니 이유없이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필요 이상으로 그 질병 등을 겁낼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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