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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방지 대화 사전
왕고래 지음 / 웨일북 / 2021년 3월
평점 :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다. 그래서 백 마디를 잘 하다가도 말 한 마디를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트러블은 혀 끝에서 시작된다. 잘못된 말버릇과 말실수로 인해 생긴 트러블은 관계를 망치고 큰 후회를 남기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를 깨트리는 것은 언제나 작은 말실수에서 비롯된다. 누군가를 해꼬지를 하고, 사기를 치면 마음이 상할 것도 없이 그냥 법적으로 해결하고 안보면 그만이지만 말실수로 인해 관계를 망치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면 마음이 상하고, 상처를 입은채로 관계를 유지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사람 마음이란 게 실망하고, 상처받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그것을 회복하는 데는 굉장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물론 말을 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정작 문제는 자신이 그런 잘못된 말버릇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이다. 일부러 상처받으라고 포크로 찌르듯이 심한 말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를 상처입히고, 관계를 악화시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는 것이다. 분명 절대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고, 자신의 관점에서는 일반적이거나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던졌지만 그것이 가시가 되어 상대를 찌르는 일이 너무 많이 있다. 자신의 말에 상대가 화를 내거나 인상이 구겨지면 정작 자신은 잘못된 걸 모르고 상대방의 성격이 이상하다며 상대방을 탓하게 되기도 한다. 알고 나쁘게 말하는 건 스스로 통제라도 할 수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분위기가 싸해지고, 관계를 망치는 말을 하는 거라면 그야말로 상대는 물론 자기자신도 피해자가 되어 버리는 셈이다.
저자는 나쁜 말과 미운 말이 다르다고 말한다. 나쁜 말은 말의 의도나 방향이 드러나 있어서 별 오해가 없는 것들이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게 독화살 같은 말이란 걸 알고 있어서 공격하는 말이란 걸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말하자면 그건 말 그대로 대놓고 눈에 보이게 상처주는 말이라서 실수가 아니란 게 명확하다. 오히려 눈에 보이기 때문에 실수로 뱉었더라도 사과하고 되돌리려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운 말은 말 속에 숨은 바늘처럼 알아차리지 못하게 상대의 가슴에 파고든다. 그리고 한번 몸에 박히고나면 그걸 찾아서 꺼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 말은 몸안을 떠올며 계속 불쾌한 상처를 남기며 이전에 쌓아둔 좋은 말을 깨부수며 돌아다닌다. 미운 말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은 상처주는지도 모르면서 상대를 지속적으로 상처입히고, 듣는 사람은 상처받는줄도 모르면서 상처받고, 마음을 다친다.
어떤 말이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고, 어떤 말이 상대의 자존감을 갉아먹는지, 어떤 말이 아무도 모르게 관계를 망쳐가는지 제대로 알아야 평소 말을 할 때 조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관계를 망칠 수 있는 잘못된 말버릇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이하게 후각, 청각, 미각, 시각, 촉각으로 챕터를 나누고 있다. 차마 두 눈 뜨고 못보는 말, 입맛이 뚝 떨어지는 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말 등으로 분류하여 미운 말들을 소개해 놓은 것이 재미있다. 우선 책을 보고 가장 놀랐던 것은 책에 소개된 미운 말들의 많은 것들이 평소 개인적으로 많이 쓰는 말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위 사람으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했다. 많이 쓰고, 많이 듣고. 그러면서 우리는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서로의 가슴에 바늘을 마구 찔러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하나의 미운 표현을 소개하며 말 속에 숨은 뜻과 그 말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예문을 통해 살펴본다. 우리가 말을 할 때는 뭐가 잘못됐는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그 말의 속 뜻을 살펴보고 예문을 통해 말이 실제로 어떻게 잘못 사용되고 있는 따져보니 잘못된 점이 보인다. 심화과정에서는 다른 표현이나 행동을 더해서 좀 더 극적이고 현실감있게 사용되는 사례를 보여준다. 주의사항은 이 말을 했을 때 벌어지는 부작용을 재미있게 돌려까기로 소개한다. 참고 파트에서는 그 표현을 두고 이런 저런 많은 부가적인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엔 그 표현의 파괴력, 지속성, 중독성 등을 별점으로 구분하고 유의어와 반의어도 소개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인터넷 상에서 통용되는 드립 같은 느낌이 폴폴 나는 재미있는 문체와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네 잘못도 있어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는 잘못의 지분을 따진다. 보통은 누구 한 사람에게 잘못의 지분을 몰아주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많은데 이 말은 일견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잘잘못을 공정하게 따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애먼 사람에게 잘못을 만들어내서 떠안기는 일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잘못 없는 누군가에게 잘못을 떠안기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고 짜릿하다고 말한다. 네 잘못도 있다는 말에는 결국 너가 원인 제공자라는 속 뜻이 담겨 있다. 흔히 말하는 양비론적인 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앞서도 말했듯이 자신은 공평, 공정하다고 생각하며 이 말을 하는 일이 많다. 또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제 3자 입장에선 가장 속편한 표현이기 때문에 이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아님 말고
한 때 이 말이 한창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더 오래 전엔 개그 프로에서 이홍열 아저씨의 유행어이기도 했다. 아님 말고. 큰 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별일이 없을 때 민망함을 뭉개며 아님 말고, 누가 뭐래?라는 말로 사과를 대신한다. 정확히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말로 자신의 실패의 크기를 줄이고 사건 전체의 무게를 낮추는 방법이다. 쿨내 풍기기에는 좋지만 이 말은 사과의 표현은 아니다. 잘못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실수를 사과하는 것이 더 쿨하게 보일 것이다.
농담이야
평소 유머스런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자기가 무슨 개그맨이라고 농담을 그렇게나 하시는지, 뭘 말을 하고서 상대가 기분나빠하면 농담이야 라며 그 상황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많이 한다. 애초에 상대가 기분나빠하는 건 농담이 아닐 뿐더러 농담인데 왜 그렇게 정색하냐며 오히려 상대를 나쁘게 몰아가는 몰염치한 말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방귀를 뀌었으니 성만 내면 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습관성이 높은 말로 정말 웃자고 했던 말이건 나도 모르게 상대의 기분을 거슬리게 했건 농담이란 말로 퉁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사과를 하는 것이 좋겠다.
물어보지도 못해?
연애를 해본 남자라면 꽤나 많이 들어봤을 법한 대사다. 물론 연애 상황 이외에도 많이 쓰이는 말이다. 뻔뻔함 지수가 높은 이 말은 슬쩍 상대를 떠보는 말로 약간 쫌스러움이 느껴지는 말이 되겠다. 물론 물어볼 수도 있다. 질문은 하지 않는 것봐 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 말은 앞선 질문에 묻었던 똥을 닦아주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면 안되는 질문인건 알겠는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냥 질문일 뿐이잖아, 아니면 아니라고 하면 그만 아니냐? 이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선행되는 속보이는 질문이 나와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질문임을 뻔히 알면서도 떠보는 질문이다. 그런 질문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하면 안되는 말이라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말이 전체적으로 방어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습관성과 지속성이 높은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말투를 계속해서 끊임없이 뱉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파괴력이 높지는 않은 말들이지만 이런 말들이 많이 누적되면 결국엔 터지고 사람과의 관계가 파토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 같다. 후회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이 어떤 잘못된 말을 쓰고 있는지를 분석해보고 고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책을 읽고나니 그 동안의 내 말투의 잘못된 점을 쭉 확인할 수 있어서 자아성찰에 도움이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