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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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시대의 지성이자 큰 스승이라고 불리던 이어령 선생님이 별세하셨다. 그 이후 선생의 유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여러 책들이 출간되었는데 그 중 시집이 들어가 있어서 상당히 의외였다. 에세이나 소설 같은 것만 집필하였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시인의 이력까지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어령 선생님의 시들이 무척 궁금해졌다. 전문 시인으로서의 감성적인 글귀보다는 아마도 작가와 문학가로서의 문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어령 선생님 정도의 지성이 쓴 시라면 과연 어떤 느낌일지 상당히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시를 보고 감상을 적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시를 분석하거나 그 속에 담긴 함의를 끌어낼 만큼의 문학적 소양이 없다보니 에세이나 수필 같은 다른 문학작품과는 다르게 시집은 그냥 인상비평이나 하며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둔하고 무딘 시알못의 눈으로도 이 시집에서 이어령 선생이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같은 것을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반대로 이 시집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감정에 가까이 다가가려면 아마도 이어령 선생님의 아픈 가족사를 아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한다. 평생을 무신론자로 살다가 신자가 되고 영생을 얻게 된 계기라던지, 먼저 떠나보낸 딸과 손자의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특히 딸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와 아픔을 이해하려면 사전 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 생전의 인터뷰에서 이어령 선생은 딸에게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고, 딸인 이민아 목사는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 탓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는 말을 하였는데 아마도 이어령 선생은 그 일이 일생의 아픔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이민아 목사가 암으로 먼저 사망하자 그 오해를 풀길이 없어 더욱 미안한 마음과 그리움이 가득 남아있었을텐데 그런 마음이 이 시집에 절절하게 묻어난다. 이 시집은 전체가 선생님이 평생을 살며 느낀 감정과 생각을 응축해놓은 것처럼 생각된다.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


책은 총 4부와 부록으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1부 까마귀의 노래는 신을 믿으며 얻게된 영적 깨달음을, 2부 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은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3부 푸른 아기집을 위해서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희망을, 4부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먼저 떠나보낸 딸을 향한 아버지의 그리움이 담겨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 있는 4부일텐데 딸에 대한 그리움은 꼭 4부에 국한되지 않고 책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물론 그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 시라는 것은 상징으로서 읽어내는 것이므로 그 상징을 그리운 딸이라는 뜻으로 생각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만한 시들이 많기 때문에 시집 전편에 딸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3부에서는 시대의 지성으로 사람들에게 남기는 인간에 대한 희망, 성령에 대한 강한 믿음, 생명의 가치 같은 내용이 담겨 있지만, 4부에 들어서면 아픔과 슬픔에 빠진 한 아버지로서의 비통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흑인 소년의 자전거 바퀴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을까.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아침마다 작은 갯벌에 오던 바닷새들이 거기 있을까.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역시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구글링을 해보니 이민아 목사가 생전 살았던 곳이 캘리포니아의 헌팅턴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가족을 잃고 그리워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제목에 담긴 그리움과 회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시집의 서문은 별세 나흘 전에 쓴 것이라고 하는데 역시 먼저 떠난 딸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마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그 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먼저 떠나간 딸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과 그것은 신의 뜻이며 생명의 순환이라는 깨달음 속에 평소 선생이 말했던 좌우명인 메멘토 모리에 대한 가르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대의 지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 한명의 아버지로서의 이어령 선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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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용어 도감 277 - 보기만 해도 쏙쏙 이해되는, 취준생·신입사원·IT 문외한 필독서
구사노 도시히코 지음, 이지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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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IT강국이라는 말도 하고, 현대는 정보화 사회라는 말도 많이 듣고 있지만 막상 IT강국의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치고는 IT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손에서 휴대폰을 놓치지 않고, 빵빵 잘 터지는 와이파이로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에 접속하며, 인공지능이 추천해주는 유투브 영상을 보고, 온라인 금융이나 온라인 쇼핑은 이제 일상이 되었지만 정작 뉴스에서 IT용어가 나오면 무슨 소린이 모르는 일이 많다. 상품이나 서비스기술로서 그것을 소비하고 있을뿐 그 IT기술의 정확한 이해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뉴스만 보더라도 매일 새로운 IT용어가 계속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IT용어의 사용을 피할 수는 없다. 이런 현상은 비단 IT계통에서 일하는 사람에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일단 요즘은 어느 회사에서건 IT관련 업무가 아니더라도 일을 하려면 기본적인 IT용어는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하고, IT세계가 자신의 전문이 아니더라도 이젠 상식으로서의 기본적인 IT용어는 알고 있어야만 하는 시대이다. 세월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쪽 분야는 일단 어려운데다가 온라인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 정보가 너무 많고, 필요 이상으로 깊게 복잡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공부를 하다가 금새 포기하게 되는 일이 많을 것이다.


[보기만 해도 쏙쏙 이해되는 IT용어 도감 277]은 평소 궁금해하던 IT용어의 의미를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핵심만 요약해서 설명해주는 IT용어 설명서이다. 반드시 알아야 할 IT용어를 9가지 주제별로 나누어 한페이지당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한페이지로 설명을 조진다는 것은 복잡한 설명과 기술적 배경 등은 다 처내고 해당 IT용어의 기본 개념과 정의를 한눈에 들어오게 정리해준다고 보면 될텐데 어차피 상식선에서는 굳이 더 깊게 파고들지 않고 그정도의 설명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페이지라고 말은 했지만 실제 IT용어의 정의 해설은 몇줄밖에 되지 않으므로 정말로 쉽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설이 너무 짧으면 해당 용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할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텐데 그런 부족할 수도 있는 부분은 용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 3가지와 그 IT용어와 관련된 토픽 2가지를 소개하며 보충설명이 들어가준다. 핵심 포인트는 IT용어의 개요를 정리해 놓은 것이라서 요약정리처럼 생각하면 될 것 같고, 토픽은 해당 기술의 탄생 배경이라던가 기술적인 설명, 현재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그 IT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 각종 트리비아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보충설명을 하고 있어서 단순히 용어 설명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지식을 전해준다.


책의 또다른 특징으로는 전체상을 설명해주는 일러스트로 시각적인 해설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러스트를 적극 활용하여 마치 인포그래픽 디자인처럼 시각적이고 직관적으로 용어의 개념이 한눈에 들어오므로 텍스트로만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이해가 된다. 말그대로 보기만 해도 바로 이해가 되므로 어려운 설명이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책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꼽고 싶은 것은 용어를 분류해놓은 주제가 색다르다는 점이다. 아마도 보통 IT용어라면 기술 위주로 구분하는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현대, 뉴스, 기본, 실무, 서비스, 경영, 인터넷, 보안, 기업과 인물이라는 쓰임별로 용어를 구별해놓았다. 뉴스를 볼때 알아두면 좋을 IT용어, 컴퓨터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용어, 실무에 도움이 되는 IT용어와 같은 식이라서 단순히 여러가지 IT용어를 나열해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 지식들을 일상이나 업무에 활용할 것을 감안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2장 뉴스 편에 나오는 용어 뿐만 아니라 1장 현대 편에 나오는 용어들도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용어 자체는 많이 들어봐서 익숙하지만 정확히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도 생각보다 많아서 다시금 IT 상식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현대와 뉴스 편에 나오는 내용들은 뉴스에서도 많이 나오지만 일상적인 대화 중에서도 언급될 수 있는 내용들인지라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인터넷과 보안 파트는 약간 기술적인 용어들이 많은데 선택해서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될 것 같다. 대신 컴퓨터에 대해 알려주는 3장 기본 파트는 좀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도 기능이나 구성, 각 파트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데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면 무조건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는 현대, 뉴스, 기본 파트에 나오는 내용들이 평소 알고 싶던 것들이라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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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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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일전만 하면 일본을 씹어먹으려 할 정도로 일본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본의 문화에 관심을 굉장히 많이 가지는 이중성을 보인다. 심지어 한때는 일본과 일본의 좋은 문화를 배우자는 사회적 분위기도 분명 있었고, 지금은 역전이 되었지만 일본의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힙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때도 분명 있었다. 흔히 일본의 문화라고 하면 일드나 영화, Jpop, 망가와 에니매이션 같은 대중문화를 가정 먼저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본 여행을 매우 많이 가다보니 대중문화 이외의 사회 전반의 다른 문화들도 직접 보고 접하게 되는 일이 많아졌고, 일본의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일본과 일본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에 검색을 하더라도 보통은 앞서 말했듯이 일본의 대중문화나 맛집, 여행 정도 등을 검색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문화라는 것은 대중문화나 맛집에 한정되는 것도 아니고, 또 내가 검색하는 한정된 키워드 이외에도 많은 분야에서 발견할 수 있을텐데 이미 알고 있던 약간의 지식을 바탕으로 검색을 하다보면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문화들은 놓칠 수 밖에 없다. [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다양한 일본의 문화를 만나 볼 수 있도록 평소 일본에 대해 검색하던 식의 여러 키워드로 일본의 신선하고 재미있는 문화를 알려주는 일본 문화 소개서이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큰 주제를 정해놓고 그와 관련된 여러가지 키워드로 일본의 문화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한가지 주제로 여러가지 키워드를 살펴보기 때문에 문화의 단편적인 면이 아니라 그 문화의 전반적이고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어서 그 문화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이나 문화적 배경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다. 여러가지 키워드를 조합하여 설명을 하고 있어서 기존에 알고 있던 하나의 키워드도 다른 키워드와 연계하여 생각하면 몰랐던 내용도 알 수 있게 되고 그런 내용 등은 지금 현재 일본의 사회상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이런 류의 책에서는 당연히 대중문화나 전통문화 또는 먹거리 즐길거리와 관련된 문화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여기서는 특이하게 교육, 일본의 물가, 아르바이트, 고령화와 같은 여타의 책에서는 그다지 많이 다루지 않는 내용들도 나오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당연하지만 일본의 문화라는 게 대중문화와 구루메만 있는 것이 아닌데 그 동안 책들은 너무 그런 흥미위주의 문화에만 치우쳐있었는데 이렇게 사회 전반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 알지 못했던 일본의 문화를 폭넓게 알 수 있게 되므로 오히려 더 흥미롭고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책의 가장 마지막 챕터의 소제목이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인데 우리가 결국 일본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알고자 하는 것도 일본은 경제상황이나 발전의 정도와 수준,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와 비슷하면서 한발 앞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을 알면 우리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의 현재를 아는 것은 바로 한국의 미래를 아는 것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대중문화에 점착될 것이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다양한 문화를 보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책은 그런 요구에 정확히 일치한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일본에서 생활하며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일본의 문화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감상 등을 나열해 놓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일종의 여행 에세이나 유학생활을 다룬 에세이 같은 느낌도 든다. 개인적인 경험담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정보 전달에 힘을 주기 보다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그 문화를 설명하는데 방점이 찍히는 느낌이다. 때로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로 빠지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그런 형식이다보니 오히려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그 문화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형상화해서 접할 수 있어서 일장일단이 있다고 하겠다. 만약 이런 형식이 아니라면 블로그나 뉴스 기사에서 해당 문화를 알려주는 소개글처럼 '이 문화는 무엇이다'라는 식의 체감하기 어려운 설명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챕터가 길지 않고 에세이 풍이라 이야기도 딱딱하지 않아서 쉽게 읽히는 편이다. 저자의 실제 일본 생활을 통해 살아있는 일본의 문화를 간접체험해보고 일본과 일본의 문화, 그리고 거기 깔려있는 문화적 배경이나 일본인들의 의식 등을 살펴볼 수 있어서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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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쌤의 1달 완성 영문법 1 - 한 번 배우면 평생 써먹는 바나나쌤의 1달 완성 영문법 1
아티엔바나나(르네)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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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를 하는 최종 목적은 보통 능숙한 회화 실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취업준비로 토익 같은 영어시험에서 고득점을 받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회화를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결국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말을 하기 위한 것이므로 회화가 최종목적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래서 최근엔 회화 위주의 학습법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어렵고 복잡하고 지루한 문법은 건너뛰고 네이티브가 사용하는 표현, 패턴영어 같은 교재도 많이 나와서 그런 책으로 회화 위주로 공부를 하게 되는데 공부를 하다보면 뭔가 부족하고 체계적으로 공부한다는 느낌이 없다. 그래서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문법으로 회귀하게 되는 일이 많다.


어떤 하나의 언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언어의 규칙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그 규칙이 바로 문법이다. 회화를 하고 싶어도 일단은 영어의 문법 즉 규칙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영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영포자 중에서 회화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문법을 불필요하게 느끼고 패턴 같은 것으로 바로 회화공부를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책에서는 오히려 이런 공부법이 멀리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어 실력을 단기간에 빠르게 올리기 위해서는 무조건 문법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하지만 우리는 중고등학교 6년 동안 문법 위주의 공부를 죽어라 했지만 그럼에도 영어를 잘하기는 커녕 그렇게 배운 문법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잘못된 학교 수업 때문이라고 말한다.


문법은 문법 규칙을 배우고 나서 그 규칙을 문장에 적용하여 실질적으로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학교에서의 문법 공부는 문법 그 자체의 규칙을 외우는 것에 집중해 있어서 문법의 규칙을 실제로 문장 속에 녹여서 활용하는 단계를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 [바나나쌤의 1달 완성 영문법]은 이런 기존의 잘못된 문법 학습 스타일을 완전히 벗어나서 무조건 외우라고만 하던 내용들의 원리와 개념을 이해시켜주면서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존잼 영문법' 교재이다. 저자의 바나나쌤 그 자신이 (여느 영포자 대상의 기초교재의 저자들과 마찬가지로) 학창시절에는 영어를 못했던 영포자였는데 독학으로 영어 공부의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는 영어 도사가 되었고, 스스로가 영어에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으므로 그것을 바탕으로 어렵지 않게 쉽게 가르쳐 준다는 것.


일단 책은 1, 2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권마다 보름씩 두 권을 한달에 독파하는 식이다. 즉, 한달만에 영문법을 마스터한다는 계획인데 매일 마스터해야 하는 챕터의 분량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라서 쌩초보 영포자라면 아예 학습계획을 조금 더 넉넉하게 잡고 천천히 공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1권에서는 영어문장의 5형식,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 감탄사, 시제, 조동사, 준동사에 대해 공부한다. 책의 특징은 우선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에 대한 이해와 그런 개념을 통해 왜 한국인에게 영어가 어렵게 느껴지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또 각 챕터가 시작하기 전 해당 챕터에서 배울 문법요소의 정의와 역할 등을 세세하게 짚어준다는 점이다. 사실 학교 수업 때는 이런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작정 외우라고만 해서 이해도 못한채 암기를 하다보니 결국 영어와 멀어지게 된 것이다.


가령 책에 나와있는 예를 가지고 설명을 하자면 to부정사의 경우 to부정사는 왜 쓰는 거고, 왜 이름이 부정사인지 부정사가 뭔지, to부정사는 왜 동명사랑 같이 배우는지,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to부정사의 to는 전치사 to와 어떻게 구분하는지, 어느 자리에 쓰이는지 등 하나의 문법요소에 대해 상세하게 사전 설명을 하고나서 본격적으로 해당 문법을 심층 공부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개념적으로 이해가 되고 나서 암기를 해야지 무작정 일단 암기하면서 공부를 해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그런 내용들을 경험적으로 깨우치게 되는 타입은 아니라서 학교에서의 영어 공부가 상당히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개념들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꼼꼼하게 알려줘서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책의 구성은 바나나쌤과 짬뽕이라는 학생의 일대일 수업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독자가 바나나쌤에게 직접 개인교습을 받으며 설명을 듣는  것처럼 공부를 해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서 페이지 구성도 일반적인 긴 문장이 아니라 대화문식으로 되어 있고, 대화 속에 필요한 내용이 설명처럼 들어가 있고 컬러풀한 텍스트와 박스 등을 적극 이용해서 요점 정리 노트 같은 느낌으로 구성 자체가 가독성이 좋은 편이다. 하나의 문법 설명이 끝나면 복습노트로 그 챕터에서 배웠던 내용을 요점 정리를 하고, 오늘의 퀴즈로 문제를 풀어보며 다시 한번 배운 내용을 점검하게 된다.


바나나쌤이라는 저자의 유튜브 방송도 찾아서 봤는데 영상편집도 좋고 내용도 충실해서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시각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하며 복습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실 문법책을 펴들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중고등학교 때 성문 기초영문법을 가지고 공부하다가 좌절했던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서 문법은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과 함께 결국 앞에 조금 보다가 포기하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책이 개념정리부터 해서 차근차근 알려줘서 어렵게만 느껴지던 문법이 의외로 잘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한번 읽고 끝내기보다는 여러번 반복하면 확실히 영문법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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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과학 대처법 - 유사과학,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는 똑똑한 회의주의자를 위한 안내서
스티븐 노벨라 외 지음, 이한음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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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지식과 정보라는 것은 완벽하지가 않다. 예전에는 진실이라고 믿었던 사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실이 아니라는 것으로 판명날 때가 있고, 누군가의 의도적인 거짓말에 속아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믿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단순히 착각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온라인 덕분에 정보를 찾기가 너무 쉬워졌지만 반대로 정확하고 올바를 정보를 취합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보통 우리는 세간에 떠도는 모든 정보를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수많은 정보 중 사실이라고 생각되는 정보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대개는 누군가 권위자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크다. 전문가, 종교인, 유명 인사, 방송에 나온 사람, 그냥 많이 아는 사람 등 누군가의 의견에 의지하여 그 사람의 말을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 그들의 의견이라는 것이 제아무리 전문가라 할지라도 완벽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때로는 권위를 내세워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사람들에게 퍼트리는 일 또한 많이 있다. 이에 우리는 세간에서 사실이라고 알려진 지식과 수많은 정보에 한번쯤 의심을 하며 스스로 필터링을 통해 정보를 걸려서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회 속에 만연한 다양한 방식의 오류를 걸러내고, 사회가 주이한 환상적인 이야기나 우리 생각 속에 우리 뇌에 새겨진 타고난 편향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기존의 과학과 학습과 언론의 체제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에 우리는 모든 지식을 부정하는 냉소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보통 회의론자라고 하면 왠지 반대만을 일삼는 음모론자나 냉소적인 의심병 환자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사실 회의론이라는 건 그 이미지처럼 무조건 반대하고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칭하는 것은 아니다. 회의주의란 과학의 또 다른 모습이며 가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심하고, 검증하고, 반증하려는 태도로 실재에 다가가려는 것이 바로 과학적 회의주의이다. 과학적 회의주의는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가 바탕이 된다. 타당한 추론, 체계적인 관찰, 자료의 기록과 집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결론을 반증하려는 시도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고, 그러한 노력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전문가들이 잘못된 정보나 틀린 지식을 전달할 때는 물론 의도적으로 잘못된 사실을 퍼트리려는 경우에도 소위 그 전문가들은 나름의 논거와 증빙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그 주장을 설파한다. 말하자면 일반의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그럴싸하게 많은 데이터와 증거를 제시하며 주장하면 점차 그 사이비, 가짜 정보가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온라인 게시판의 글들이 그렇다. 일베라는 집단에서 '팩트'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는데 팩트는 의사결정 과정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팩트와 연관된 맥락이나 다양한 관점이 빠지면 오히려 팩트는 진실을 가리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진실과 사실은 다른데 그런 것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개소리에 권위를 싣고, 사실로 포장하기 위함이다.


일베와 같은 집단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메이저 언론에서조차 이런 식의 편파적이고 부정확한 팩트로 가짜뉴스를 쏟아낸다. 언론은 진실을 말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 어떤 거짓말도 언론이란 이름이 더해지면 진실성을 가지게 된다. 진실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한 가지 팩트로만 파악되는 진실은 없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의도성을 가지고 혹은 편의에 의해 진실을 멋대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것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우리는 의심하고 검증하는 회의론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모든 사실을 의심하고 믿지 않는다면 냉소주의자가 되거나 음모론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판적 사고를 가진 과학적 회의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쁜 과학 대처법]에서는 유사과학과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과학적 회의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역사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례를 통해 나쁜 과학 대처하는 법을 알아본다. 책의 과반 이상은 과학적 회의주의란 무엇인지, 그리고 회의주의자가 알아야 할 핵심 개념을 소개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에서 봤었던 이론들도 많이 나오는데 실제 역사적 사건이나 연구 내용 등을 바탕으로 설명을 하고 있어서 개념을 설명이 딱딱하지 않고 약간은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과학적 회의주주의 핵심 개념은 네가지 범주로 분류하는데 신경심리학적 겸손, 메타인지, 과학과 사이비과학, 역사를 통해 알게 된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하나의 분류 속에서도 수많은 개념들이 나오는데 각각 그리 길지 않게 핵심적인 내용들만으로 소개되고 있어서 생각만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2장에서는 앞에서 배운 회의주의자들을 위한 기술들을 활용하여 실제로 수많은 새로운 정보를 검증하고, 팩트체크를 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을 회의주의자들이 과학적 사고를 이용해 지식을 얻거나 가짜를 폭로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배워본다. 그리고 3장에서는 미디어의 일반적인 행동패턴, 함정, 징후를 알아차려서 가짜뉴스, 사이비 언론에 대비하는 회의주의적인 뉴스 소비자가 되는 법도 안내한다. 언론 신뢰도가 전세계 최하위인 한국에서는 이런 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4장에서는 사이비 과학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줬던 사례를 알아보며 가짜과학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5장은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회의주의자로 살아가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소개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개념서의 형태를 보이지만 실제 사례 소개와 연구를 통한 개념 정리라서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으며 주제에 따라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파트도 있어서 어렵지 않게 잘 읽히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개념들의 이론적 지식이 있다고해서 비판적 사고가 딱 생겨나고 과학적 회의주의자로서 모든 것을 검증하고 올바른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텐데 그래서 방법론적 기술들을 소개해놓고 있어서 실제로 책에서 배운 것들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나쁜 과학에 대처하며 회의주의적인 삶을 실천할 수 있게 따로 항목을 만들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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