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과학 대처법 - 유사과학,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는 똑똑한 회의주의자를 위한 안내서
스티븐 노벨라 외 지음, 이한음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아는 지식과 정보라는 것은 완벽하지가 않다. 예전에는 진실이라고 믿었던 사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실이 아니라는 것으로 판명날 때가 있고, 누군가의 의도적인 거짓말에 속아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믿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단순히 착각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온라인 덕분에 정보를 찾기가 너무 쉬워졌지만 반대로 정확하고 올바를 정보를 취합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보통 우리는 세간에 떠도는 모든 정보를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수많은 정보 중 사실이라고 생각되는 정보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대개는 누군가 권위자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크다. 전문가, 종교인, 유명 인사, 방송에 나온 사람, 그냥 많이 아는 사람 등 누군가의 의견에 의지하여 그 사람의 말을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 그들의 의견이라는 것이 제아무리 전문가라 할지라도 완벽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때로는 권위를 내세워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사람들에게 퍼트리는 일 또한 많이 있다. 이에 우리는 세간에서 사실이라고 알려진 지식과 수많은 정보에 한번쯤 의심을 하며 스스로 필터링을 통해 정보를 걸려서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회 속에 만연한 다양한 방식의 오류를 걸러내고, 사회가 주이한 환상적인 이야기나 우리 생각 속에 우리 뇌에 새겨진 타고난 편향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기존의 과학과 학습과 언론의 체제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에 우리는 모든 지식을 부정하는 냉소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보통 회의론자라고 하면 왠지 반대만을 일삼는 음모론자나 냉소적인 의심병 환자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사실 회의론이라는 건 그 이미지처럼 무조건 반대하고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칭하는 것은 아니다. 회의주의란 과학의 또 다른 모습이며 가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심하고, 검증하고, 반증하려는 태도로 실재에 다가가려는 것이 바로 과학적 회의주의이다. 과학적 회의주의는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가 바탕이 된다. 타당한 추론, 체계적인 관찰, 자료의 기록과 집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결론을 반증하려는 시도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고, 그러한 노력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전문가들이 잘못된 정보나 틀린 지식을 전달할 때는 물론 의도적으로 잘못된 사실을 퍼트리려는 경우에도 소위 그 전문가들은 나름의 논거와 증빙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그 주장을 설파한다. 말하자면 일반의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그럴싸하게 많은 데이터와 증거를 제시하며 주장하면 점차 그 사이비, 가짜 정보가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온라인 게시판의 글들이 그렇다. 일베라는 집단에서 '팩트'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는데 팩트는 의사결정 과정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팩트와 연관된 맥락이나 다양한 관점이 빠지면 오히려 팩트는 진실을 가리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진실과 사실은 다른데 그런 것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개소리에 권위를 싣고, 사실로 포장하기 위함이다.


일베와 같은 집단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메이저 언론에서조차 이런 식의 편파적이고 부정확한 팩트로 가짜뉴스를 쏟아낸다. 언론은 진실을 말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 어떤 거짓말도 언론이란 이름이 더해지면 진실성을 가지게 된다. 진실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한 가지 팩트로만 파악되는 진실은 없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의도성을 가지고 혹은 편의에 의해 진실을 멋대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것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우리는 의심하고 검증하는 회의론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모든 사실을 의심하고 믿지 않는다면 냉소주의자가 되거나 음모론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판적 사고를 가진 과학적 회의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쁜 과학 대처법]에서는 유사과학과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과학적 회의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역사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례를 통해 나쁜 과학 대처하는 법을 알아본다. 책의 과반 이상은 과학적 회의주의란 무엇인지, 그리고 회의주의자가 알아야 할 핵심 개념을 소개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에서 봤었던 이론들도 많이 나오는데 실제 역사적 사건이나 연구 내용 등을 바탕으로 설명을 하고 있어서 개념을 설명이 딱딱하지 않고 약간은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과학적 회의주주의 핵심 개념은 네가지 범주로 분류하는데 신경심리학적 겸손, 메타인지, 과학과 사이비과학, 역사를 통해 알게 된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하나의 분류 속에서도 수많은 개념들이 나오는데 각각 그리 길지 않게 핵심적인 내용들만으로 소개되고 있어서 생각만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2장에서는 앞에서 배운 회의주의자들을 위한 기술들을 활용하여 실제로 수많은 새로운 정보를 검증하고, 팩트체크를 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을 회의주의자들이 과학적 사고를 이용해 지식을 얻거나 가짜를 폭로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배워본다. 그리고 3장에서는 미디어의 일반적인 행동패턴, 함정, 징후를 알아차려서 가짜뉴스, 사이비 언론에 대비하는 회의주의적인 뉴스 소비자가 되는 법도 안내한다. 언론 신뢰도가 전세계 최하위인 한국에서는 이런 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4장에서는 사이비 과학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줬던 사례를 알아보며 가짜과학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5장은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회의주의자로 살아가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소개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개념서의 형태를 보이지만 실제 사례 소개와 연구를 통한 개념 정리라서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으며 주제에 따라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파트도 있어서 어렵지 않게 잘 읽히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개념들의 이론적 지식이 있다고해서 비판적 사고가 딱 생겨나고 과학적 회의주의자로서 모든 것을 검증하고 올바른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텐데 그래서 방법론적 기술들을 소개해놓고 있어서 실제로 책에서 배운 것들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나쁜 과학에 대처하며 회의주의적인 삶을 실천할 수 있게 따로 항목을 만들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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