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 - 심리학, 경제학, 교육문화로 읽는 영화 이야기
이승호.양재우.정승훈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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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평론가 중 한명인 정성일 아저씨는 '영화 읽기'라는 표현을 썼다. 이런 표현이 그 이전에도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영화를 보고 재미있다 재미없다라는 인상비평만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를 보고 그 속에서 상징을 찾고, 의미를 읽어내며 영화가 담고있는 의미와 메세지가 무엇인지 생각하자는 일종의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영화보기를 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무엇을 읽어내는가 하는 것이 중요할텐데 말하자면 같은 영화라도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읽어내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가 있다. 영화라는 것은 결국 감독이 무엇을 의도했느냐 보다 관객이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읽어내느냐가 더 중요한 문화예술이 아닐까 한다.


보통 영화 읽기는 여러가지 시각으로 영화 속의 의미와 함의를 발견내고 상징을 찾아내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고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가, 혹은 감독은 어떤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가를 파악하며 영화를 보는 것인데 반대로 영화의 내용이나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현실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켜 영화를 통해 현실을 읽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영화가 단순히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담고 있고 영화를 보고 그 속에서 인생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인데 그래서 영화를 여러 분야의 지식과 다양한 인문학적 시각으로 읽어내며 나름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영화 보기의 새로운 재미를 전해준다.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는 하나의 영화를 심리, 경제, 교육 문화의 3가지 관점으로 보며 각기 다른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있는 영화 인문학 책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영화는 다양한 시각으로 읽을 수가 있고, 하나의 영화가 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이 된다는 사실은 의외로 영화 보기에 큰 재미를 준다. 여기서는 자아, 가족, 사랑, 인생, 죽음, 행복이라는 영화에서 많이 차용되는 여섯가지 주제로 하나의 주제당 각 3편씩의 영화를 선정해서 총 18편의 영화를 3가지 관점으로 분석해본다. 영화 읽기는 각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이 맡아서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너무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내용으로까지 끌고가지는 않기 때문에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18편의 영화는 상당히 다채롭게 구성되어져 있는데 한국, 헐리우드, 이탈리아, 벨기에, 일본, 중화권 영화 등 다양한 국가의 영화가 소개되고 있고, 그리고 여러가지 장르와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처럼 영화의 형식도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또 비교적 최근의 영화부터 모던 타임즈 같은 고전영화까지 다루고 있는 영화가 18편 밖에 되지는 않지만 의외로 구성적인 면에서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최근의 영화 관련 서적들은 지금의 MZ세대들이 많이 봤음직한 비교적 최근의 블럭버스터 영화들이나 좀 뻔하다고 느껴지는 영화들을 주로 다루는 경향이 있어서 20세기에 영화를 많이 봤었던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약간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여기서는 의외로 내 또래가 영화를 한창 봤던 90년대의 영화도 상당수 다루고 있어서 꽤나 만족스럽다.


영화를 심리적인 측면에서 읽는 것은 일반 관객들도 의외로 많이들 한다. 캐릭터의 심리를 분석하고, 관객의 심리를 이입해서 생각하거나, 영화를 현실의 영역으로 확장시켜서 영화 속 주제나 테마, 의미를 통해 현실의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블로그나 유투브 영화비평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영화를 사회문화적으로 읽어내는 것도 많이 하는데 반대로 경제나 교육적으로 읽는 것은 좀 생소하다. 경제나 교육으로 영화를 읽는 것과 영화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나 교육을 비판하는 것 양쪽 모두 그다지 많지는 않다. 말하자면 심리적이라는 해당 영역의 전문가가 아니라도 나름의 개똥철학도 있고 자신이 느끼는 바를 영화에 녹여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경제나 교육이나는 분야는 조금 더 전문적인 영역처럼 다루어지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영화를 읽어낸다는 것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꽤나 재미있는 주제가 많다. 한국은 왜 막장 가족 드라마에 열광하는가, 한국 현대 '아버지'라는 이름은, 관은 사회 나를 드러내는 걸 즐기는 사회, 웰다잉 문화는 또 다른 유행인가 존엄한 죽음은 가능한가, 글자를 읽는 것과 글을 읽는 것 같은 주제들은 상당히 재미있고 생각할 바도 크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주제들을 보다보니 대부분이 문화적인 테마에 치중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경제편은 너무 전문적인 느낌이고 그다지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아니라서 눈길이 잘 안 가는데반해 문화편은 요즘 핫한 여러 사회 현상이나 그 속에 담긴 철학적 주제까지 다양하게 생각해볼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재미도 있고 흥미로웠다.


물론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분야에 큰 관심이 없다 뿐이지 영화를 다양한 관점의 하나인 경제로 읽어낸다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과는 별개로 나쁘지가 않았다. 아니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하나의 영화를 심리 경제 교육 문화라는 각기 다른 전문분야의 시각으로 읽어낸다는 그 자체가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영화를 이렇게도 읽어낼 수 있구나 하고 감탄을 하는 경우도 있고,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신선한 시각과 새로운 평가에 영화를 보는 눈이 넓어지는듯한 느낌도 든다. 경제를 다룬 영화가 아닌 이상 영화를 경제학적으로 읽으려는 시도는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영화를 경제학적으로 읽어내고, 거기서 현실의 경제문제나 경제현상으로 확장시켜 현실경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꽤나 새로운 경험이었던 셈. 물론 현실 경제의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약간 너무 주제나 내용을 그에 맞게 끼워맞춘 듯한 곳도 있고, 경제라는 주제와 별 상관없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름 신선했다.


책은 엄밀하게 말하면 각 분야의 전문가의 시각으로 영화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하는 영화 비평서는 아니다. 오히려 영화 그 자체보다는 그 전문가들이 그 영화를 통해 느낀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련한 개인적 감상이나 소회, 비판 등을 다루는 에세이의 개념이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보다는 거기서 파생된 해당 분야의 이야기가 대부분인 경우도 많다. 예컨데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를 경제편에서는 영화이야기보다는 초기 자본주의 시대의 산업혁명에 대한 내용으로 꽉 채우고 있고 코코에서는 느닷없이 음악의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영화 읽기란 영화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읽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 역시 영화 읽기의 새로운 측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건 재미있게 봤던 영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다시 읽고, 거기서 현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간다는 것은 분명 색다른 재미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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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복숭아 엉덩이 스트레칭
나오코 지음, 전지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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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서 운동량이 적어지고,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점 배가 나오고 그와 함께 엉덩이가 처지게 된다. 보통은 배가 나오는 것만을 신경썼는데 요즘은 엉덩이, 뒤태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몇년전 사진을 보니 그땐 내가 봐도 놀랄 정도로 힙업이 되어 있었는데 겨우 5~6년 사이에 지금은 말그대로 엉덩이가 평퍼짐해져버렸다. 엉덩이가 처지면 일단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나지 않는다. 다시 예전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예전 사진을 보면 옷태가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나 후줄근한지 너무 멋이 없어 보인다.


납짝해진 엉덩이를 보면 운동부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하반신에 살이 찌는 원인을 운동부족이 아니라 엉덩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엉덩이는 몸에서 토대가 되는 역할을 하는데 엉덩이 위로는 척추가 뻗어있고, 아래로는 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엉덩이가 힘이 있고 탄력이 있으면 척주와 다리, 즉 전신이 균형있게 바로 서지만 엉덩이 근육을 쓰지 않아서 탄력이 없으면 몸이 균형을 잃게 된다. 몸이 불균형해지면 약해지기 쉬운 아랫배와 허벅지 주변으로 지방이 붙기 시작한다는 것. 반대로 과도하게 쓰게 되는 어깨나 허리 쪽은 쉽게 뭉치고 통증을 유발한다.


배가 나오고 살이 찌고 또 허리와 어깨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 운동부족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엉덩이 때문이었던 것. 물론 결과적으로야 운동을 안해줘서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고, 그래서 몸에 불균형이 찾아와서 살이 찌고 통증이 생긴 것이지만 운동 부족이 직접적으로 어깨 통증이나 뱃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운동부족으로 엉덩이가 약해지고 그로 인해 비만과 통증이 찾아온다는 인과관계를 알아야지 운동을 할 때도 좀더 하체, 엉덩이에 신경써서 운동을 하게 되지 싶다. 아무리 유산소 운동을 하고 걷고 달리고 해도 살이 잘 안빠졌던 것도 이런 역학관계를 모르고 무작정 운동을 해서 그런 거였다. 살을 뺴고 싶다면 엉덩이를 잡아야 한다.


[기적의 복숭아 엉덩이 스트레칭]은 체형교정과 스트레칭 근력운동에 효과적인 엉덩이 스트레칭을 알려준다. 그것도 몇십분 몇시간씩 오래할 필요도 없이 하루 60초 만으로 라인과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기적의 운동법이다. 보통 이런 식의 무슨 기적의 몇 십초 운동법 뭐 이런 건 말이 몇 십초지 하나의 동작이 그 정도이고 그런 동작을 여러가지를 해야하는 식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의 60초 엉덩이 스트레칭은 정말 60초 정도에 끝난다. 4가지 스트레칭을 3~5번 반복하는 것뿐이라서 스트레칭 순서가 익숙해지면 자세를 잡고 운동을 하는데 정말 60초, 단 1분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일단 말이 운동이지 기본적으로는 스트레칭이라서 격하게 몸을 움직이거나 과하게 근력을 필요로하는 동작은 없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도 않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또 요즘 층간 소음 때문에 집에서 운동을 할 땐 조심해야 하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운동은 뛰거나 쿵쾅거리며 큰 소음이나 진동을 발생시키지도 않는 스트레칭이라서 홈트레이닝으로 아주 안성맞춤이다. 우선 기본 스트레칭 호흡법을 배우게 되는데 이 호흡법만 제대로 따라해도 힘들 정도로 속근육을 많이 쓰는 호흡법이라고 한다. 이 호흡법을 잘 익혀서 운동 중 항상 제대로 호흡을 할 수 있게 연습을 하자.


그런 후 옆으로 포개 앉기, 네 발 짚고 엉덩이 들기, 엎드려 다리 벌리기, 반원 그려 허리 비틀기의 순서로 4가지 스트레칭을 차례로 하게 된다. 좌우 각각 3~5회 정도 하게 되는데 보통 운동할 때 루틴이 10회 15회 또는 그 이상임을 생각하면 3~5회는 상당히 적은 횟수이다. 그래도 4가지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해줘서 평소 안 쓰던 근육이 골고루 자극을 받고 효과적인 운동이 되는 것 같다. 동작 자체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이게 과연 운동이 될까 싶는데 워낙 운동 부족에 평소 잘 움직여주지 않던 근육이 자극을 받아서 그런지 따라해보면 상당히 힘들고 힘든 운동을 한 것처럼 시원하고 개운한 느낌이 든다.


이 4가지 동작은 기본적으로 골반 부분을 단련하는 운동이다. 골반 속 근육을 자극해서 활성화하면 골반의 겉근육도 자극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틀어진 골반을 교정하는 효과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실제 골반이 틀어져서 허리가 상당히 안 좋고, 걸을 때 무릎이 아프기도 하는데 골반교정이 된다고 하니 상당히 반갑다. 그리고 다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데 우선은 엉덩이 근육을 탄력있게 하고 골반 교정을 목표로 운동을 할까 한다. 골반이 틀어진 상태와 굳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2주만에 몸에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루 60초 운동으로 1~2주 만에 벌써 변화가 느껴질거라니 아침 저녁으로 따라해봐야겠다.


책에는 기본 스트레칭 4가지 외에도 부위별 살 빼기, 가슴 리프팅, O다리 교정, 디스크 예방, 어깨결림 완화와 만성피로 해소 등의 기능성 스트레칭법도 소개하고 있다. 엉덩이와 코어를 단련해서 체중감량과 체형교정 및 통증완화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스트레칭인데 역시 간단하면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이라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해서 해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O다리 교정과 디스크 예방 스트레칭을 병행할 생각이다. 이 기능성 스트레칭도 전부 3~5회 정도 따라하는 프로그램이라서 기본 스트레칭 4종에 추가로 기능성 스트레칭을 더해도 시간은 겨우 몇 분이면 다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코어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엉덩이는 코어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고, 엉덩이 운동은 그저 라인을 살리기 위한 미용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코어의 시작은 엉덩이로 부터라고 해도 좋을만큼 엉덩이 근육과 골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내 허리가 안 좋은 것도 단순히 코어가 약해서라기 보단 엉덩이 근력부터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이렇게 중요한 엉덩이를 깔고 앉기만 했으니 엉덩이에 미안해진다. 많이도 필요없이 하루 60초만 투자해서 라인은 물론 건강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기적의 스트레칭 열심히 따라해봐야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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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 classic edition 1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성혜 옮김 / FIKA(피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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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는 아주 어릴 적부터 봐와서 굉장히 친숙하다. 특유의 푸근하고 귀여운 이미지 때문에 아이들도 좋아하고, 따뜻하고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동심과 힐링의 마음을 전해준다. 곰돌이 푸는 워낙 어릴 때부터 봐왔던 애라서 어른이 된 지금도 어색하지가 않고 오히려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다. 가령 뽀로로 같은 최근의 캐릭터들은 이미 어른이 된 다음에 만난터라 아이들용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친해지기가 어려운데 곰돌이 푸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아동용이라는 느낌보다는 나와 함께 성장해온 어릴적 친구와 같은 느낌이라서 어른이 된 지금도 거부감 없이 캐릭터를 소비하고 있다.


요즘은 어릴 때 보던 만화나 동화 같은 형식이 아니라 에세이 같은 형식의 책으로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다양한 형태로 곰돌이 푸를 소비하고 있고, 어른이 된 지금 그에 맞게 성장한 푸를 만날 수 있어서 그런식의 변주도 좋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하게 곰돌이 푸를 접하고 만나고 있지만 정작 곰돌이 푸가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디즈니표 하의실종의 노랑이 푸의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고 그것이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곰돌이 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가장 먼저 만났는데 애니가 나온게 1977년이니까 벌써 반백년 가까이 되어서 디즈니가 원작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변명을 해본다.


오리지널 초판본이 나온 건 1926년으로 거의 100년이나 되었으니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곰돌이 푸 관련 책들은 전부 디즈니표 디자인을 기본 베이스로 한 것들이었다. 아마 원작 소설도 아동용 동화 같은 것으로 접했던 것도 같은데 그것 역시 디즈니의 디자인으로 되어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그걸 보면서도 오리지널 소설이 아니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2차 가공물 쯤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정확하게 오리지널 원작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게다가 초기 디자인의 삽화와 함꼐 책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INNIE-THE-POOH 곰돌이 푸 초판본]은 1926년 오리지널 초판본의 표지 디자인과 초기 디자인의 곰돌이 푸를 만나볼 수 있는 곰돌이 푸의 원작 복원판 소설이다. 일단 크라프트지로 되어 있는 커버부터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인다. 요즘 뉴트로가 대세인데 책의 커버가 그런 앤틱한 느낌을 줘서 상당히 마음에 든다. 물론 커버의 디자인은 오리지널 초판본의 커버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해서 옮겨놓았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든다. 커버를 벗겨내면 금박으로 로빈과 푸가 새겨진 양장 표지가 나오는데 상당히 심플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하드표지라서 소장용으로도 매우 좋다.


이 책의 백미는 당연히 곰돌이 푸와 친구들을 초기 디자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E.H. 쉐퍼드의 오리지널 삽화가 상당히 깔끔하게 고해상도로 전부 담겨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소장각이다. 책 이야기를 하면서 곰돌이 푸의 디자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아무래도 익숙한 것은 디즈니 표 노랑이 푸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오리지날 쪽의 디자인이 훨씬 마음에 든다. 일단 스케치를 한듯한 터치가 너무 좋고, 드로잉 특유의 따뜻하고 포근한 감각이 느껴져서 오래 봐도 질리지가 않고 확실히 깊은 맛이 느껴진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같은 약간 유럽풍의 디자인이 주는 특유의 느낌이 상당히 고급스럽게 다가온다.


곰돌이 푸는 원래 풀네임은 '위니 더 푸'이고, 크리스토퍼 로빈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기도 했다. '나'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요청에 의해 위니 더 푸를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게 되는데 그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꿀을 좋아하는 느긋한 성격의 위니 더 푸, 푸의 베프인 겁많은 아기돼지 피글렛, 우울우울열매를 먹은 당나귀 이요르, 간섭하길 좋아하는 래빗, 허세 가득한 아울 등 각 캐릭터의 성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재미있다. 마치 다양한 성격을 가진 아이들을 묘사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다양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라는 설정은 뽀로로라던지 요즘 나오는 아동용 만화의 기본 설정과도 일치한다. 어쩌면 곰돌이 푸가 그런 것의 원형일 수도 있겠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진행된다.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순진하다면 순진하다고 할텐데 푸와 피글렛, 이요르는 하는 말과 행동이 완전히 어린아이들 같다. 곰이나 돼지 같은 동물로 바꿨다 뿐이지 실제 어린아이들이 할만한 행동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아이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식. 가령 아이들이 글을 쓰는 듯 틀린 맞춤법과 잘못 쓴 글씨들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엉터리의 잘못 쓴 글이지만 소설 속의 캐릭터들은 그 글을 전부 알아듣고 멋지게 썼다는 말까지 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이 삐뚤빼뚤 잘못쓴 글을 보고도 멋지게 잘썼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 릭터들도 아이들 같다. 이런 점 때문에 아마도 아이들은 동질감과 재미를 느끼고 어른들은 지금은 잃어버린 동심을 찾게 되는 것 같다.


하나의 큰 이야기가 아니라 단편의 에피소드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각 에피소드들이 특별히 큰 사건사고가 없는데도 의외로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몰입해서 읽게 된다. 동화라고 다 그렇지는 않을텐데 곰돌이 푸는 이야기가 착하달까 자극이 없고, 무공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책을 읽기 전엔 몰랐는데 책을 잃어보니 이요르가 꼬리를 잃어버린 것과 푸가 꿀을 먹기 위해 꿀단지에 머리를 넣었다가 머리가 빠지지 않아서 호들갑 떠는 장면들은 원작 소설에서부터 나왔던 에피소드였다. 스토리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지만 그런 장면은 알고 있었는데 아마 그 장면을 묘사하는 그림들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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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와 함께하는 일본 가정식
아베 쓰카사 지음, 정문주 옮김, 다카코 나카무라 / 시그마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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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은 그 맛이 한식과 비슷한 부분도 있고, 동남아 음식처럼 자극적이지도 않아서 한국 사람 입맛에도 무난하게 잘 맞다. 그래서 가끔 집에서 일본 가정식을 만들어서 먹기도 하는데 말이 일본 가정식이지 막상 만들어진 결과물은 한식 느낌이 나는 요리가 되버릴 때가 많다. 사실 일본 가정식은 일본 집에서 먹는 음식이란 뜻인데 일본인의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어본 적이 없으니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의 맛을 상상만으로 구현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익숙한 한식처럼 만들어지게 되는 것 같다. 보통 블로그 같은데 소개된 레시피를 보고 따라서 만드는데 블로그에 소개된 레시피도 한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서 아마도 정통적인 일본 가정식은 아닐 수도 있겠다. 결국 맛있는 일본 가정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일본인 전문가의 레시피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프로와 함께 하는 일본 가정식]은 식품 전문가가 무려 48년의 업계 경험을 녹여 만들어낸 5가지 마법 양념으로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102가지 일본 가정식을 소개하고 있다. 정통 일식은 아마 손이 많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아무리 맛있어도 만들기 수고스러운 레시피는 사실 잘 따라하지 않게 된다. 일본에도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 많은지 요즘 사람들은 집에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황금비율 양념을 미리 준비해놓고 그 비법양법을 이용하여 아주 간편하면서도 정말 맛있게 음식을 뚝딱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한 것. 말하자면 약간 백종원의 무슨무슨 양념 그런 걸 생각하면 되겠다.


책에는 만능간장, 미림술, 단 식초, 단 미소, 양파 식초의 다섯가지의 마법 양념을 사용하는데 저자가 고안해낸 이 마법 양념은 넣기만 해도 정성이 많이 들어간 듯한 미묘한 맛과 오랜 시간 조리한 듯한 깊은 풍미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일단 이 마법 양념 자체를 만드는 것도 전부 10분 이내로 준비할 수 있어서 양념 자체도 만들기가 쉽고, 이 양념을 활용하여 만드는 음식들도 빠르게 초스피드로 만들 수 있어서 저자는 이걸 스스로 '궁극의 인스턴트 일식'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마법 양념은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뚝딱해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걸 만들기 위해 마트에 갈 필요도 없다. 여러모로 백주부와 똑같다.


이렇게 양념장을 만들어 놓으면 나처럼 요리가 서툰 사람들에겐 상당히 유리하다. 요리 하수들에겐 양념을 하고 간 맞추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므로 매번 음식을 만들 때마다 일일이 양념을 하나씩 첨가할 필요 없이 맛의 균형이 잡혀져 있는 양념장만 정량해서 넣으면 되니까 실패할 확률도 확 낮아지고, 요리 과정도 단순해지면서 빠르게 만들 수도 있다. 간편하게 만들면서도 기본 이상의 맛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실제로 지금도 이런 비법 양념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책은 마법 양념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가장 맛있는 베스트 10 레시피와 고기 요리, 생선 요리, 채소 요리, 밥 요리, 면 요리 그리고 안주와 밑반찬 까지 다양한 레시피를 담고 있다. 소개된 요리의 면면을 보면 일본 사람들이 많이 먹는 재료로 만든 말 그대로의 일식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일드나 영화에서 자주 보던 가정식의 그 느낌 그대로다. 모든 레시피는 한장으로 소개를 끝낸다. 그만큼 과정이 간단하다는 뜻이다. 음식 사진과 재료 소개, 만드는 법 그리고 음식에 사용된 비법 양념과 요리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재료는 모두 2인분 기준인데 아무래도 일본에서는 1인분 양이 적다보니 좀 많이 먹는 사람에겐 이게 1인분처럼 느껴질 것 같다.


요리과정이 어렵고 복잡하면 따로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이런 점을 조심하고 이런 걸 신경써야 한다고 설명이 디테일하게 나올텐데 그 정도로 어려운 것이 없다보니 텍스트로만 설명이 되고 있고, 그나마도 대부분의 음식의 경우 요리 과정이 3~4단계로 끝난다. 그 정도로 쉽고 간단하다. 그런데 요리가 서툰 나같은 사람 눈에도 그정도 설명이면 다 이해가 될 정도의 내용이라서 요리 과정은 요린이에게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샘플로 나오는 사진처럼 예쁘게는 만들지 못 하겠지만 마법 양념만 잘 만들고, 요리 과정만 잘 따라한다면 음식의 맛은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양념장을 만들어 놓고 사용하는 것의 장점을 말했었는데 양념장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다른 요리에 응용하기에 좋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레시피 말고도 조금만 응용하면 비법 양념으로 다른 음식들도 만들 수도 있어서 비법 양념의 활용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하겠다. 또 비법 양념 자체를 혼합해서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거나 다섯가지 기본 비법 양념 외에도 양파 식초로 만드는 드레싱, 일식 육수와 농축 장국 만드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어서 다른 일식을 만들 때 참고하면 맛내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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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과 거북선 논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 민족의식을 탄생시킨 임진왜란 거북선 구조 논쟁의 새로운 가설, 도(櫂) 젓기
김평원 지음 / 책바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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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은 엄밀하게 말하면 완전히 승리한 전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일단 우리 조선의 피해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수많은 조선군과 백성이 죽었고, 많은 수의 백성이 일본으로 끌려갔으며 농토의 3분의 1이 유실되며 그야말로 산천초목이 피폐해졌다. 그리고 우리가 싸움에서 승리해서 일본을 쫓아보낸게 아니라 전범인 풍신수길이 사망하면서 전쟁의 동력을 잃고 자발적으로 돌아간 것이었으므로 우리가 승리했다고 말하기가 참으로 애매하다. 임금이라는 선조는 도망을 치고, 조선을 돕기 위해 내려온 명군은 오히려 일본보다 더 심하게 수탈을 하고 백성을 괴롭혔다고하니 당시 조선 백성의 고통은 말로 할 수가 없었을 것이고 이런 상황이니 전쟁에서 이겼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어쨌건 일본이 조선을 점령하지는 못했으니 적어도 비겼다고는 할 수 있겠다.


항간에는 임진왜란에서 조선이 일본에게 점령되지 않은 것이 명나라의 원군 때문이라는 말도 하지만 국뽕을 빼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조선이 왜구에게 점령되지 않았던 것은 명백하게 이순신과 의병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명과 왜의 국제관계가 어떻고, 일본 내 정치지형이 어떻고 하며 아무리 재해석하고 분석을 하더라도 결국 임진왜란은 이순신이다. 이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패배만 하던 전쟁에서 승승장구하며 홀로 나라를 구해낸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이런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 때문에 비긴 전쟁이지만 사실상 승리한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한국 사람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차오른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과 함께 조선을 지켜낸 또 하나의 축이 바로 의병일텐데 이 의병이라는 사람들이 생각해보면 참 묘하다. 의병들은 일반 백성 민초들이다. 말하자면 피지배층인 셈이다. 지배층에 대해 불평불만도 많았을 것이고, 조선의 왕이건 일본의 왕이건 누가 지배하건 자신들이 피지배층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심지어 일국의 왕이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마당에 이름없는 민초들은 무능한 지배층을 탓하며 왜적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라 우리 땅을 지키겠다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나로 뭉쳐서 싸웠고 일본군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꼭 의병 뿐만이 아니라 성을 지키기 위해 농민과 천민들까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다 같이 왜적에게 저항했다.


저자는 당시 조선의 백성들이 우리라는 공동체를 자각하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뭉쳐서 저항을 했으며 그 바탕에는 '민족의식'이 있다고 말한다. 서구에서는 민족의식을 근대의 산물이라고 규정하는데 이미 16세기의 조선 백성들에겐 민족의식이라고 규정해도 될 강력한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임진왜란이라고 하면 앞서 말했던 것처럼 누구나가 이순신에 대해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의병활동으로 대표되는 백성들의 활약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의병활동이나 조선군과 함께 왜적에게 대항한 백성들에 대해서는 궐기나 애국심 정도로만 표현하는데 저자는 이를 민족의식이라는 개념으로 기억하자고 제안한다.


지금까지는 한국사에서 민족주의가 처음 등장했던 것은 삼일 운동 때였다고 하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다. 신분제가 폐지된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에 맞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단일한 공동체의식이 형성되었고 이것이 민족주의라는 것인데 그보다 300년이나 이전에 왜적의 침입에 맞서 신분을 초월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민족주의가 탄생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40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우리가 임진왜란을 기억하는 것은 공동체를 결속시켜주는 전통들을 계속 재생산했기 때문이란 건데 임진왜란 기념비, 추모 사당, 영화, 위인전 등을 통해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영웅적인 활약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국뽕에 취해 우리를 하나의 공동체로 결속시켜준다는 것이다.


하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국뽕에 취하고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뭐 그런 감정이 드는데 그것이 소위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책에서는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민족주의가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한가지 오해하기 쉬운 것이 여기서 말하는 민족주의라는 개념이 백성들이 하나가 되어 적에게 대항해서 싸우며 공동체를 지켰다고 하는 의미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우리 5천년 역사상 백성들이 하나가 되어 외세에 맞서 나라를 지킨 일은 부지기수로 많은데 그렇다면 이미 임진왜란 이전에 민족주의가 형성되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우선 민족이라는 개념부터 정의내리고 가야할텐데 민족의 개념은 같은 언어, 같은 역사, 같은 문화와 관습을 공유한다는 객관적인 측면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본다. 예컨데 평소에는 우리는 같은 민족, 같은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잘 못하는데 거리로 나와서 다 같이 월드컵 축구 응원을 하면서는 애국심이 고취되고 너와 나 우리, 대한민국,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런 개념인 것 같다.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운명의 공동체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상징을 만드는 것은 전통을 만드는 행위이며, 그것이 만들어진 전통이란 건데 임진왜란과 관련해서는 수많은 콘텐츠가 존재해서 많은 상징과 전통을 만들어 내었고 그런 전통들이 끊임없지 확대 재생산되고 소비되며 상상의 공동체를 형성해왔기에 임진왜란이 민족주의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보는 견해인 것 같다.


책에는 임진왜란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거북선 구조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우리가 알고 있는 거북선의 형태는 실물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상상과 염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고 말한다. 아직 거북선의 잔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북선의 형태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여전히 형태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는 것 같다. 20세기에는 2층 구조였다는 것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논쟁 끝에 지금은 3층 구조가 정설이 되었다. 그런데 2층 구조와 3층 구조설이 공통적으로 전제하는 방식이 '한국식 노'이다. 즉, 지금까지 거북선 구조의 논쟁은 한국식 노라는 기본 개념을 두고 격군과 전투원의 활동 공간을 해석하는 견해차이였던 것.


그런데 이 책에서는 노 젓기와 관련해 전혀 새로운 견해를 소개하는데 기존에는 노꾼들이 배의 가장자리에 붙어서 노를 저었다고 가정했는데 그래서 노꾼과 전투원이 뒤섞여버리므로 층을 나누어서 격군과 전투원이 분리되었다는 개념으로 논쟁이 있어왔던 것이다. 즉, 앞서도 말했듯이 노꾼이 배의 가장자리에서 노를 젓는다는 대전제 하에서 거북선의 구조를 생각한 것. 그런데 저자는 거북선은 그런 노 젓기가 아니라 격군들이 중앙에서 노를 젓는 소위 도 젓기 방식으로 거북선이 운용되었다고 말한다. 격군들이 가운데서 노를 저으면 당연히 가장자리는 전투원들로만 구성되어서 전투에 용이하다. 만약 기존의 의견처럼 양 사이드에 격군과 전투원이 몰려 있으면 활동에 제약이 있음은 물론 배의 복원력도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격군이 중앙에 위치하고 전투원은 사이드에서 있는 형태라면 배가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배의 복원력에도 문제가 없으며 전투원들도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책에는 노 젓기와 도 젓기를 산정하여 각각 거북선 내부를 복원하여 이미지로 제공하는데 이것만 봐도 저자가 주장하는 도 젓기 쪽이 상당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그 증거로 여러가지 자료를 제시하는데 그 백데이터가 상당히 많다. 즉, 단순히 봐라 도 젓기를 하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냐..라는 식의 주장이 아니라 굉장히 여러가지 자료를 근거로 다양한 측면에서 도 젓기에 다가가는데 책을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지금까지는 2층 구조냐 3층 구조냐로 싸웠는데 이제부턴 노 젓기냐 도 젓기가 더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쟁점이라고 본다. 만약 거북선이 노가 아닌 도 젓기였다면 애초에 2층 3층 논쟁은 의미없는 것이 되어버리게 된다. 아직까지도 비밀에 쌓여있는 거북선의 구조에 대한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 했다. 이것으로 어쩌면 우리는 거북선의 실체에 조금 더 다가가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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