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 classic edition 1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성혜 옮김 / FIKA(피카)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곰돌이 푸는 아주 어릴 적부터 봐와서 굉장히 친숙하다. 특유의 푸근하고 귀여운 이미지 때문에 아이들도 좋아하고, 따뜻하고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동심과 힐링의 마음을 전해준다. 곰돌이 푸는 워낙 어릴 때부터 봐왔던 애라서 어른이 된 지금도 어색하지가 않고 오히려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다. 가령 뽀로로 같은 최근의 캐릭터들은 이미 어른이 된 다음에 만난터라 아이들용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친해지기가 어려운데 곰돌이 푸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아동용이라는 느낌보다는 나와 함께 성장해온 어릴적 친구와 같은 느낌이라서 어른이 된 지금도 거부감 없이 캐릭터를 소비하고 있다.


요즘은 어릴 때 보던 만화나 동화 같은 형식이 아니라 에세이 같은 형식의 책으로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다양한 형태로 곰돌이 푸를 소비하고 있고, 어른이 된 지금 그에 맞게 성장한 푸를 만날 수 있어서 그런식의 변주도 좋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하게 곰돌이 푸를 접하고 만나고 있지만 정작 곰돌이 푸가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디즈니표 하의실종의 노랑이 푸의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고 그것이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곰돌이 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가장 먼저 만났는데 애니가 나온게 1977년이니까 벌써 반백년 가까이 되어서 디즈니가 원작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변명을 해본다.


오리지널 초판본이 나온 건 1926년으로 거의 100년이나 되었으니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곰돌이 푸 관련 책들은 전부 디즈니표 디자인을 기본 베이스로 한 것들이었다. 아마 원작 소설도 아동용 동화 같은 것으로 접했던 것도 같은데 그것 역시 디즈니의 디자인으로 되어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그걸 보면서도 오리지널 소설이 아니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2차 가공물 쯤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정확하게 오리지널 원작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게다가 초기 디자인의 삽화와 함꼐 책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INNIE-THE-POOH 곰돌이 푸 초판본]은 1926년 오리지널 초판본의 표지 디자인과 초기 디자인의 곰돌이 푸를 만나볼 수 있는 곰돌이 푸의 원작 복원판 소설이다. 일단 크라프트지로 되어 있는 커버부터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인다. 요즘 뉴트로가 대세인데 책의 커버가 그런 앤틱한 느낌을 줘서 상당히 마음에 든다. 물론 커버의 디자인은 오리지널 초판본의 커버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해서 옮겨놓았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든다. 커버를 벗겨내면 금박으로 로빈과 푸가 새겨진 양장 표지가 나오는데 상당히 심플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하드표지라서 소장용으로도 매우 좋다.


이 책의 백미는 당연히 곰돌이 푸와 친구들을 초기 디자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E.H. 쉐퍼드의 오리지널 삽화가 상당히 깔끔하게 고해상도로 전부 담겨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소장각이다. 책 이야기를 하면서 곰돌이 푸의 디자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아무래도 익숙한 것은 디즈니 표 노랑이 푸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오리지날 쪽의 디자인이 훨씬 마음에 든다. 일단 스케치를 한듯한 터치가 너무 좋고, 드로잉 특유의 따뜻하고 포근한 감각이 느껴져서 오래 봐도 질리지가 않고 확실히 깊은 맛이 느껴진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같은 약간 유럽풍의 디자인이 주는 특유의 느낌이 상당히 고급스럽게 다가온다.


곰돌이 푸는 원래 풀네임은 '위니 더 푸'이고, 크리스토퍼 로빈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기도 했다. '나'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요청에 의해 위니 더 푸를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게 되는데 그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꿀을 좋아하는 느긋한 성격의 위니 더 푸, 푸의 베프인 겁많은 아기돼지 피글렛, 우울우울열매를 먹은 당나귀 이요르, 간섭하길 좋아하는 래빗, 허세 가득한 아울 등 각 캐릭터의 성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재미있다. 마치 다양한 성격을 가진 아이들을 묘사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다양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라는 설정은 뽀로로라던지 요즘 나오는 아동용 만화의 기본 설정과도 일치한다. 어쩌면 곰돌이 푸가 그런 것의 원형일 수도 있겠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진행된다.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순진하다면 순진하다고 할텐데 푸와 피글렛, 이요르는 하는 말과 행동이 완전히 어린아이들 같다. 곰이나 돼지 같은 동물로 바꿨다 뿐이지 실제 어린아이들이 할만한 행동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아이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식. 가령 아이들이 글을 쓰는 듯 틀린 맞춤법과 잘못 쓴 글씨들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엉터리의 잘못 쓴 글이지만 소설 속의 캐릭터들은 그 글을 전부 알아듣고 멋지게 썼다는 말까지 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이 삐뚤빼뚤 잘못쓴 글을 보고도 멋지게 잘썼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 릭터들도 아이들 같다. 이런 점 때문에 아마도 아이들은 동질감과 재미를 느끼고 어른들은 지금은 잃어버린 동심을 찾게 되는 것 같다.


하나의 큰 이야기가 아니라 단편의 에피소드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각 에피소드들이 특별히 큰 사건사고가 없는데도 의외로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몰입해서 읽게 된다. 동화라고 다 그렇지는 않을텐데 곰돌이 푸는 이야기가 착하달까 자극이 없고, 무공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책을 읽기 전엔 몰랐는데 책을 잃어보니 이요르가 꼬리를 잃어버린 것과 푸가 꿀을 먹기 위해 꿀단지에 머리를 넣었다가 머리가 빠지지 않아서 호들갑 떠는 장면들은 원작 소설에서부터 나왔던 에피소드였다. 스토리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지만 그런 장면은 알고 있었는데 아마 그 장면을 묘사하는 그림들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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