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 - 심리학, 경제학, 교육문화로 읽는 영화 이야기
이승호.양재우.정승훈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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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평론가 중 한명인 정성일 아저씨는 '영화 읽기'라는 표현을 썼다. 이런 표현이 그 이전에도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영화를 보고 재미있다 재미없다라는 인상비평만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를 보고 그 속에서 상징을 찾고, 의미를 읽어내며 영화가 담고있는 의미와 메세지가 무엇인지 생각하자는 일종의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영화보기를 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무엇을 읽어내는가 하는 것이 중요할텐데 말하자면 같은 영화라도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읽어내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가 있다. 영화라는 것은 결국 감독이 무엇을 의도했느냐 보다 관객이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읽어내느냐가 더 중요한 문화예술이 아닐까 한다.


보통 영화 읽기는 여러가지 시각으로 영화 속의 의미와 함의를 발견내고 상징을 찾아내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고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가, 혹은 감독은 어떤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가를 파악하며 영화를 보는 것인데 반대로 영화의 내용이나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현실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켜 영화를 통해 현실을 읽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영화가 단순히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담고 있고 영화를 보고 그 속에서 인생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인데 그래서 영화를 여러 분야의 지식과 다양한 인문학적 시각으로 읽어내며 나름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영화 보기의 새로운 재미를 전해준다.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는 하나의 영화를 심리, 경제, 교육 문화의 3가지 관점으로 보며 각기 다른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있는 영화 인문학 책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영화는 다양한 시각으로 읽을 수가 있고, 하나의 영화가 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이 된다는 사실은 의외로 영화 보기에 큰 재미를 준다. 여기서는 자아, 가족, 사랑, 인생, 죽음, 행복이라는 영화에서 많이 차용되는 여섯가지 주제로 하나의 주제당 각 3편씩의 영화를 선정해서 총 18편의 영화를 3가지 관점으로 분석해본다. 영화 읽기는 각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이 맡아서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너무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내용으로까지 끌고가지는 않기 때문에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18편의 영화는 상당히 다채롭게 구성되어져 있는데 한국, 헐리우드, 이탈리아, 벨기에, 일본, 중화권 영화 등 다양한 국가의 영화가 소개되고 있고, 그리고 여러가지 장르와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처럼 영화의 형식도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또 비교적 최근의 영화부터 모던 타임즈 같은 고전영화까지 다루고 있는 영화가 18편 밖에 되지는 않지만 의외로 구성적인 면에서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최근의 영화 관련 서적들은 지금의 MZ세대들이 많이 봤음직한 비교적 최근의 블럭버스터 영화들이나 좀 뻔하다고 느껴지는 영화들을 주로 다루는 경향이 있어서 20세기에 영화를 많이 봤었던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약간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여기서는 의외로 내 또래가 영화를 한창 봤던 90년대의 영화도 상당수 다루고 있어서 꽤나 만족스럽다.


영화를 심리적인 측면에서 읽는 것은 일반 관객들도 의외로 많이들 한다. 캐릭터의 심리를 분석하고, 관객의 심리를 이입해서 생각하거나, 영화를 현실의 영역으로 확장시켜서 영화 속 주제나 테마, 의미를 통해 현실의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블로그나 유투브 영화비평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영화를 사회문화적으로 읽어내는 것도 많이 하는데 반대로 경제나 교육적으로 읽는 것은 좀 생소하다. 경제나 교육으로 영화를 읽는 것과 영화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나 교육을 비판하는 것 양쪽 모두 그다지 많지는 않다. 말하자면 심리적이라는 해당 영역의 전문가가 아니라도 나름의 개똥철학도 있고 자신이 느끼는 바를 영화에 녹여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경제나 교육이나는 분야는 조금 더 전문적인 영역처럼 다루어지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영화를 읽어낸다는 것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꽤나 재미있는 주제가 많다. 한국은 왜 막장 가족 드라마에 열광하는가, 한국 현대 '아버지'라는 이름은, 관은 사회 나를 드러내는 걸 즐기는 사회, 웰다잉 문화는 또 다른 유행인가 존엄한 죽음은 가능한가, 글자를 읽는 것과 글을 읽는 것 같은 주제들은 상당히 재미있고 생각할 바도 크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주제들을 보다보니 대부분이 문화적인 테마에 치중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경제편은 너무 전문적인 느낌이고 그다지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아니라서 눈길이 잘 안 가는데반해 문화편은 요즘 핫한 여러 사회 현상이나 그 속에 담긴 철학적 주제까지 다양하게 생각해볼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재미도 있고 흥미로웠다.


물론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분야에 큰 관심이 없다 뿐이지 영화를 다양한 관점의 하나인 경제로 읽어낸다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과는 별개로 나쁘지가 않았다. 아니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하나의 영화를 심리 경제 교육 문화라는 각기 다른 전문분야의 시각으로 읽어낸다는 그 자체가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영화를 이렇게도 읽어낼 수 있구나 하고 감탄을 하는 경우도 있고,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신선한 시각과 새로운 평가에 영화를 보는 눈이 넓어지는듯한 느낌도 든다. 경제를 다룬 영화가 아닌 이상 영화를 경제학적으로 읽으려는 시도는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영화를 경제학적으로 읽어내고, 거기서 현실의 경제문제나 경제현상으로 확장시켜 현실경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꽤나 새로운 경험이었던 셈. 물론 현실 경제의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약간 너무 주제나 내용을 그에 맞게 끼워맞춘 듯한 곳도 있고, 경제라는 주제와 별 상관없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름 신선했다.


책은 엄밀하게 말하면 각 분야의 전문가의 시각으로 영화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하는 영화 비평서는 아니다. 오히려 영화 그 자체보다는 그 전문가들이 그 영화를 통해 느낀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련한 개인적 감상이나 소회, 비판 등을 다루는 에세이의 개념이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보다는 거기서 파생된 해당 분야의 이야기가 대부분인 경우도 많다. 예컨데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를 경제편에서는 영화이야기보다는 초기 자본주의 시대의 산업혁명에 대한 내용으로 꽉 채우고 있고 코코에서는 느닷없이 음악의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영화 읽기란 영화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읽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 역시 영화 읽기의 새로운 측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건 재미있게 봤던 영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다시 읽고, 거기서 현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간다는 것은 분명 색다른 재미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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