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진의 식당 공부 -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지 않는 데이터 경영 노하우
박노진 지음 / 성안당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덕분에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방송을 보면 망하는 식당의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찾아볼 수 있다. 음식 자체에 대한 기본 실력은 물론이고 식당 경영이란 측면에서도 함량미달인 경우가 많았다. 요식업은 단순히 음식만 맛있게 만든다고 대박이 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물론 해당 방송에 나오는 주인들은 음식자체에도 문제가 많은 경우가 많았지만 그것 이외에도 경영이란 측면의 인식이 부족해서 적자가 나고, 폐업까지 가는 케이스도 굉장히 많았다.

한국에는 인구에 비해 식당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래서 폐업률도 높다는 것이다. 음식 솜씨나 모자라거나 성실함이 부족하여 폐업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경쟁이 한국의 외식시장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거다. 앞서 말했던 방송에서 봤을 때는 음식 솜씨나 성실함이 부족한 경우도 많았지만 음식 솜씨가 있건 없건 과도한 경쟁으로 대박을 치기는 어렵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골목식당에 나온 식당은 손님이 줄을 서지만 그 솔루션이 굉장하고 맛과 서비스가 비약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에 손님이 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방송에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한국에는 맛집 소개하는 방송이 너무나 많다. 그런 방송에 나와야 맛집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브로커를 이용해서 돈을 주고 방송에 나오는 일도 많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매출과 수익 데이터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다들 나름의 방식으로 데이터를 관리를 하고는 있지만 체계적이고 정확한 분석에 의한 데이터가 아니라 감에 의해 대충 머리속으로 직관적으로 생각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골목식당에 나오는 가게에서도 저러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레시피는 물론 재료비와 매출, 비용 등 식당 운영에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대충 감으로만 인식하지 구체적인 데이터로 정리해두지 않고 있었다. 저자는 월말에 한 번씩 포스에서 그달에 얼마를 벌었는지 확인하고, 비용을 지출하면 영수증을 모아두었다가 확인하는 것이 데이터 경영의 시작이라고 조언한다. 흩어진 숫자들을 모으고 기록하기만 해도 큰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숫자들을 연결하고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책에는 매출, 비용, 수익, 가게에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명확히 숫자로 정리할 수 있게 안내해준다. 그리고 그 숫자들 사이의 의미를 이해하고, 매출 계획을 세우고 비용을 절감하여 수익이 증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종목표이다. 이런 작업을 매일 15분 안에 끝마칠 수 있게 최적화하여 알려주게 된다. 저자가 운영하는 마실이란 백반집을 모델로 마실의 시스템을 설명하며 저자의 경험을 알려준다.

매출을 올리려는 계획을 세운다면 보통은 무조건 열심히 일해서 많이 팔자고 생각할텐데 저자는 목표 매출을 정해서 세부적으로 어디서 매출을 올릴지 계획을 잡으라고 조언한다. 매출을 쪼개는 법은 시간대별, 요일별, 홀과 배달, 점심 저녁, 술메뉴 식사메뉴 등으로 구분하여 어디서 매출을 올릴 것인지 자신의 가게에 맞게 구체적으로 계획을 잡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계획을 잡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어 있어야만 한다. 한번에 많은 매출을 높이기는 힘들지만 이런 분석을 통해 집중할 곳을 찾아 조금씩 매출을 높혀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자신의 가게만의 이상적인 매출 구조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적인 매출 구조를 찾기 위해서는 선호메뉴와 고객 분석, 가격저항선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메뉴를 선정하고 가격을 책정하게 된다. 매출을 쪼개서 분석하다보면 메뉴와 가격 등의 요소도 모두 맞춤형으로 맞춰지는 것이다. 그러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우린 그저 싸고 양 많게 하면 사람들이 올것이라는 너무나 1차원적이고 단순한 생각을 하는데 시간, 요일, 메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매출을 쪼개서 분석하여야 하고 그래야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보인다고 하니 식당 경영이란 게 그저 음식만 잘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이런 각종 분석을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런 데이터는 포스를 잘 활용하기만 해도 충분히 원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식당에는 포스가 거의 다 있는데 몇 번 테이블에서 무엇을 주문했는지를 보여주는 판매 정보 관리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거기에 결제 기능이 추가되어 어지간한 식당에선 없어서는 안될 필수 도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많은 식당 사장들은 돈통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고작이라고 한다. 식당 운영에 필요한 숫자 중 매출 정산, 메뉴별 주문 수량, 카드사별 주문 금액 정산, 현금과 카드 정산 등의 매출과 관련된 숫자들은 모두 포스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이 포스기를 잘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하루 방문 고객 숫자와 주문한 인원, 주문 테이블 수량에 따른 고객 수와 객단가를 알아낼 수도 있으므로 이 데이터를 토대로 매출을 쪼개서 분석하여 공략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숫자들을 봐도 처음에는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것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사실 감이 잘 안온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했었는데 처음에는 도무지 여기서 무엇을 읽어내야 하는지도 몰랐었다. 고객수와 객단가를 바탕으로 적정한 가격대와 메뉴를 선별하여 공략해야 하는데 숫자들을 보며 그런 내용들을 읽어내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게 인건비와 재료비이다. 책에 의하면 음식점의 재료원가는 평균 35%인데 40%까지도 보는 곳이 있다고 한다. 고깃집은 40~45%, 해산물 쪽은 35%내외, 우동, 칼국수 등의 면 음식쪽은 30%정도라고 하는데 업종에 따라 재료원가가 전부 다르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요즘은 외식업체가 너무 많아지다보니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가성비를 맞추기 위해 가격을 낮추거나 원가율을 높여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다보니 장사를 해도 남는 것이 없다는 불만이 많다고 한다. 공부를 할 수록 요식업이 정말 쉬운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건비도 점점 부담이 된다. 물론 상생을 위해 오르는 물가에 맞춰서 최저임금도 올라야 겠지만 최저임금의 인상은 분명 자영업자에겐 큰 부담일 것이다. 오죽하면 장사는 인건비 따먹기라는 말이 있겠는가. 저자의 식당에서도 인건비의 고민이 계속되는 모양이다. 인건비 비율을 유지하려면 매출이 뒤따라 올라야 하는데 그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고객 수를 늘리거나 단가를 늘려야 하는데 비활성화된 영업시간을 살리는 방법이나 도시락과 배달 시스템 등의 공간적인 제약을 벗어난 다양한 아이디어로 매출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한다. 경영의 달인인 저자 조차 자신의 식당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저자의 식당은 이미 메뉴얼화 되어 있어서 자신이 한동안 자리를 비워도 식당이 어려움없이 돌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더욱 발전할수 있는 길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혁신하려고 하는 것이다.

식당은 결코 쉬운 일이 이니다. 위기시대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막연한 감과 추상적인 계획으로는 안된다.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명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의 가게를 잘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매출을 올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수익을 두 배로 올리기 위한 외식업의 현실적인 성공 비법을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리로 읽는 맛있는 화학
사이토 가츠히로 지음, 황미숙 옮김 / 북스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백종원 백선생이 방송에 나오면 항상 식당 주인들을 향해 공부하지 않는다고 혼을 낸다. 요리방법이나 재료 보관법, 양념을 넣는 순서는 물론 각 재료의 성분과 성질까지도 공부를 해야 음식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곤 했는데 그걸 보면서 공부를 어떻게 하라는 건지, 무엇으로 공부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계속 여러가지 방법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테스트를 해보라는 뜻으로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말그대로 요리도 '공부'를 하면 맛이건 영양이건 더 좋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백선생이 말하는 공부라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요리와 화학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실험실에서 약품을 측정하고, 시료를 계량하고, 두 약품을 혼합하고, 물질을 가열하거나 냉각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분리해내는 화학실험은 재료와 부재료를 계량하고 가공해서 냄비에 넣고 가열하여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는 요리의 프로세스와 비슷하다. 섞고, 가열하고, 변화시키는 이런 외형적인 절차나 과정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요리과정에는 화학적반응이 많이 발생한다. 끓이고 굽기는 열화학반응, 발효는 생화학반응, 건어물은 광화학반응, 초절임은 산염기반응이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영양인데 화학적인 지식을 피처링하면 더욱 맛있고 영양을 살린 요리를 할 수 있다. 식품영양학과나 식품공학과에서는 실제로 화학 과목을 전공으로 배우기도 한다.


우선 요리의 재료 그 자체부터 산성과 염기성이라는 화학적 성질을 띄고 있다. 산, 염기, 산성, 염기성은 조리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흔히 신 것은 산성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래서 레몬은 시큼하니까 산성식품이겠거니 생각할텐데 사실은 염기성 물질이다. 레몬, 매실, 토마토, 고구마 등 식물은 모두 염기성이고, 육류는 산성식품에 속한다고 한다. 식사를 할 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섭취하면 비타민의 흡수가 나빠지거나 신체의 장애를 가져오게 되므로 산성식품과 염기성식품을 균형있게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산성과 염기성 식품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음식의 맛은 간이 결정한다. 간을 잘하기만 해도 음식의 맛은 한결 좋아진다. 그러기 위해선 각종 양념을 적절하게 넣어줘야 하는데 조미료는 넣는 양 뿐만 아니라 넣는 순서도 중요하다고 한다. 백선생은 항상 설탕을 가장 먼저 넣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백선생은 설탕의 입자가 크기 때문에 입자가 작은 소금보다 먼저 넣어야 단맛이 골고루 스며든다고 말했다. 만약 설탕을 나중에 넣으면 입자가 큰 설탕의 단맛은 맛이 겉돌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설탕은 입자가 커서 스며드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먼저 넣어야 한다고 써 있다. 아마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실제 설탕 봉지에는 이런 설명이 적혀 있고 <설탕→소금→식초→간장→고추장(된장)→일반 조미료> 이렇게 양념을 넣는 순서도 적혀있다. 책에도 같은 순서가 적혀 있다.


소금을 두 번째로 넣는 이유는 소금을 먼저 넣으면 삼투압의 영향으로 세포 내의 수분이 밖으로 나온다. 그래서 국물은 연해지고 세포는 줄어들어 질겨진다. 이런 이유로 소금은 설탕보다 나중에 넣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설탕과 소금의 순서 뿐으로 이후 나오는 식초 간장 된장은 사실 크게 순서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식초는 너무 일찍 넣으면 신맛이 날아가 버리고, 가열에 의해 휘발되므로 늦게 넣는 것이고, 간장과 된장은 풍미를 더해주는 것이라서 일찍 넣으면 풍미가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넣는 것이라고 한다. 고스톱에도 '비풍초똥팔삼'이라는 순서가 있듯이 양념에도 '설소식간된'이라는 비법의 순서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작은 차이가 맛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책에는 우리가 주방에서 습관적으로 행하고 있던 요리의 프로세스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고도 있다. 튀김을 할 때 기름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튀기반죽을 몇 방울 기름에 넣어보는데 여기에도 전부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다. 우선 튀긴다는 것은 식품 표면의 수분이 기름으로 치환되는 현상이다. 튀김의 경우는 튀김옷에 들어있는 수분이 기름으로 치환된다. 기름은 물보다 비중이 작다. 그래서 온도가 낮으면 튀김 옷안에 있는 물이 증발하지 않고, 튀김옷이 수분으로 가득차 있으면 튀김옷이 무거워서 뜨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기름이 고온이 되면 튀김옷 속에 있던 수분이 증발하고 대신 기름이 들어가면 튀김옷이 가벼워져서 떠오른다.


세정이란 식재료에 묻은 오염물을 제거하고 깨끗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오염물을 제거하는데 그치지 않고 식품에 남아 있는 잔류농약 등을 제거하는 것이 세정의 또 하나의 큰 역할이다. 하지만 세정과정에서 수용성의 비타민B나 비타민C가 씻겨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오래 씻기보단 빠르고 효과적으로 씻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돗물로 씻을지 소금물로 씻을지의 물의 종류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 수돗물과 소금물의 차이는 세포의 삼투압에 영향을 준다. 삼투압 차이로 인해 생선이나 어패류를 수돗물로 세정하게 되면 농도가 0인 수돗물이 농도가 높은 생선살이나 조갯살로 들어가서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생선살의 농도와 비슷한 3%정도의 해수농도의 소금물로 세척해야 한다. 반대로 채소에 소금을 바르면 생선과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서 채소의 수분이 빠져나와 채소의 숨이 죽는다. 김치를 담글 때 소금에 절이는 과정이 바로 이 삼투압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책에서는 식재료와 우리가 습관적으로 해오던 요리 과정 속에 담겨 있는 과학 원리를 배울 수 있다. 재료를 고르고, 씻고, 자르고, 조리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화학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요리는 화학실험이라고 해도 될만큼 화학적 원리로 가득 차 있다. 요리를 화학으로 풀어보는 과정은 재미있었는데 그것을 이용하여 앞서 살펴봤던 양념 넣는 순서 같은 조금 더 요리를 맛있게 만드는 비법이나 영양가를 살려주는 팁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내용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아서 그 점은 좀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 화폐가 세상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서수지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돈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역사는 돈의 가치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인류의 세계사는 결국 한줌의 동전을 더 많이 움켜쥐기 위해 싸워온 경쟁의 역사이다. 돈은 시대에 따라 가치와 형태가 크게 달라졌는데 돈의 탄생과 변천의 역사를 알면 그 속에서 세계사의 움직임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돈을 중심으로 인류사의 흐름을 살펴본다. 동전과 지폐·은행·보험 등의 탄생 배경, 투자와 투기로 인한 돈의 팽창, 패권을 거머쥔 달러 그리고 세계적 금융 위기까지 돈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가치를 측정하고 교환의 매개로 사용되는 돈은 처음엔 곡물이나 가축 같은 상품이 돈의 기능을 가지다가 몇몇 특별한 소개로 통일되었다. 각 문명과 문화권에 따라 돈에 대한 사고방식이 다 달랐기 때문에 돈의 형태는 문화권에 따라 다른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이집트 문명에선 금으로 동전을 만들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은괴가 사용되었고, 초기 중국에서는 조개껍질이 사용되다가 저렴한 동을 이용하여 동전을 만들었다. 이집트가 금을 사용한 것은 금을 귀하여 여겨 태양신 '라'와 파라오의 불멸을 상징하는 재료였기 때문이고, 메소포타미아는 이란 고원에서 은이 많이 산출되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은을 사용했고, 저렴하고 풍부한 재료를 사용하여 돈을 만드는 문화가 있었던 중국에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저렴한 동을 사용하여 반량전이라는 돈을 만들고 통화제를 통일했다. 이처럼 초기의 돈은 각 나라와 문화에 따라 돈의 형태가 달랐었다.


금화와 은화는 그 자체로 비싼 귀금속인 금과 은이라는 가치를 가진다. 귀금속의 가치를 돈의 가치로 치환하여 사용하는 주화를 각인화폐라 하고, 가공하지 않은 청동처럼 거의 가치가 없는 재료에 권위를 가진 절대자가 가치를 부여하여 사용하는 것을 주조화폐라 한다. 각인화폐는 교역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주조화폐는 권위를 가진 사람이 정치적으로 만든 것이라서 각인화폐와 주조화폐는 돈을 취급하는 발상 자체가 다르다.


이슬람 제국은 전 세계에 걸쳐 커다란 상권을 형성했다. 이슬람 제국은 금화를 사용하는 이집트 시리아의 금 경제권과 은화를 사용하는 페르시아의 은 경제권을 계승해서 복본위제 체제를 정비했다. 복본위제란 두 가지 이상의 금속을 본위 화폐로 하는 화폐 제도이다. 이슬람 제국의 대규모 교역은 산출량이 많은 은이 뒷받침했다. 그러나 점점 금과 은이 부족해지기 시작했고, 제국의 경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금융업자가 어음을 대량으로 유통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장에서의 거래는 모두 수표로 이루어졌고 이슬람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 상인들도 이 수표를 사용하게 되었다.


어음과 수표를 사용하던 이슬람 상인들의 영향으로 이슬람과 교역하던 이탈리아에서는 상업과 함께 금융업이 크게 융성하였다. 다양한 돈의 환전이 이루어던 이탈리아 도시의 시장 환전상에서 유럽 최초의 은행이 만들어진다. 지중해 국가에서는 십자군 운동을 계기로 이탈리아 여러 도시의 상업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이탈리아의 은행들은 십자군을 파견하는 왕과 제후를 고객으로 재력과 신용을 기반으로 돈을 빌려주었고, 이탈리아 상인의 활동이 유럽전역으로 뻗어가자 금융 네트워크와 결제 기술이 필요해졌고, 환어음 형태의 결제시스템을 만들게 된다.


중국 송나라에서는 도시가 성장하고, 상업이 발달해서 동전 발행량이 당나라 시대에 비해 10배나 급증했다. 그러자 동의 생산량이 적어썬 송은 심각한 원료 부족현상을 겪게 되고, 종이돈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폐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종이에 가치를 매인 주조화폐이다. 송나라의 황제가 그만큼 큰 권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이미 가치가 거의 없는 동을 돈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폐로 갈아타기가 쉬웠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조화폐에서 주조화폐로 넘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자 대규모의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이주하여 제2의 유럽이 된다. 신대륙은 무한한 에너지원이었고, 신대륙의 대규모 농장에서 상품 작물이 대량 재배되었다. 이로 인해 상업혁명과 가격혁명이 일어났고, 상업규모가 비약적으로 확대되어 있는 사람들의 여유 자금이 유럽에 흘러넘치게 된다. 그러자 중세에는 금지되었던 투자와 투기가 일상이 된다. 네덜란드의 그 유명한 튤립 파동, 영국의 남해회사 거품 사건 등이 대표적인 투기 사건이다. 신대륙에서 상품 작물이 대량으로 재배되면서 시설, 농기구, 종자, 흑인노예, 식량 등을 모두 돈으로 마련했고, 작물은 상품으로 팔려나갔다. 이런 경제 규모의 확대와 사치스러운 귀족들의 생활은 금화와 은화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유럽에서도 지폐를 만들게 되었다.

미국의 독립전쟁은 보스턴 차 사건으로 촉발되었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식민지에서 차 판매를 독점한다는 내용의 차조례를 발표하자 밀무역을 하던 보스턴 상인들이 위기감을 느껴 동인도 회사 소속 선박을 공격해서 홍차를 바다에 버리는 일명 보스턴 차사건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영국과 식민지 간에 무력 항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은 미국의 독립을 주장하는 독립전쟁으로 발전했는데 병사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무기와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달러의 원형을 만들어 내었다. 미국 남북전쟁은 흑인노예 해방이라는 허울좋은 이유 때문이 아니라 북부의 공업자본이 미국을 제패하고 시장을 재편한 전쟁으로 이 역시 자본과 권력을 가지기 위한 전쟁에 불과했다. 이 내전을 거치면서 미국의 통화는 통일되었다.


미국의 경제공황으로 미국 경제는 붕괴되고 이는 세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독일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고, 경제적인 재난을 수습하기 위해 히틀러가 일당 동재 체제를 확립 이후 2차 세계대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20세기 전반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유럽은 몰락하고 세계 금의 2/3 이상이 군수공장, 농업창고 역할을 하던 미국으로 흘러들어가서 달러가 유일하게 금과 교환할 수 있는 세계통화로 신임을 얻게 되었다. 달러가 세계의 돈이 되어 세계를 누비며 세계적인 단일 경제권을 구축하게 되고 파운드는 몰락하게 되었다.


문명의 탄생 이후 세계사는 돈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움직여왔다. 세계사의 움직임에 따라 돈과 금융은 발전해왔고, 반대로 돈에 의해 세계사가 움직여오기도 했다. 돈과 세계는 서로 맞물려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함께 해 온 것이다. 세계사를 돈의 관점으로 보며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 사건이 돈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역사 속 이면의 이익관계로 세계사를 알아보니 그동안 알아왔던 일반적인 세계사보다 훨씬 정교하게 역사가 움직여온 움직임이 손에 잡히듯 보이는 것 같다. 돈에 영향을 받고, 돈과 금융, 경제에 의해 움직여온 세계사라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세계사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상의 무기가 되는 논리 수업 - 세상의 교묘한 말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61가지 논리 도구들
마이클 위디 지음, 한지영 옮김, 헨리 장 추천 / 반니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온라인상에서 키보드로 배틀 좀 해봤다 하는 사람들은 다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키보드 배틀을 하다보면 누구나가 이 용어를 사용한다. 나름 논리적으로 반박을 한답시고 무슨 말만 하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들먹이는데 죄다 이것밖에 모르는지 이 말만을 떠들어댄다. 논증이라는 것이 이것 하나만 있는 게 아닐텐데 왜 이것만을 반복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논증을 잘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대화 속에서 논리를 찾아내서 논증을 적용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상, TV 속, 온라인 어디에서건 소소한 집안일부터 사회문제까지 갖가지 의견과 논쟁이 일어진다. 하지만 저자는 논증은 어디에나 있지만 상당수의 논증이 형편없다고 말한다. 좋은 논증은 결과가 도출되지만 그렇지 못한 논증은 결론과 무관한 내용으로 논쟁이 벌어지거나 결론이 전제를 벗어났거나, 추론이 논리적이지 못한 경우 등 논쟁만 벌이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나쁜 논쟁이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론이 나오지 않아도 그 전제를 믿어버리게 된다. 흔히 여야 정당이 나와서 어떤 사안에 대해 끝장토론을 하는 것을 보면 서로 되도 않는 논증으로 자기 주장만 관철시키려고 하고 당연히 결론은 나지 않는 상태로 끝이 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억지 논증이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믿게 만들어버린다. 저자는 그것을 우리를 교묘하게 속이는 나쁜 논증들이라는 표현을 하였다. 저자는 책을 통해 그런 나쁜 논증을 알아차릴 수 있고, 그런 논증과 마주했을 때 반박할거리를 제공한다.


오류에는 형식적 오류와 비형식적 오류로 나뉘는데 형식적 오류는 형식 때문에 논증이 거짓인 경우로 구조에 흠이 있는 경우다. 구조적으로 에러가 있기 때문에 전제에서 결론을 추론하려 해도 논리의 구조 때문에 올바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없다. 비형식적 오류는 논증의 논리 구조가 아니라 전제와 결론의 내용 때문에 전제로부터 결론이 나오지 않는 경우이다. 형식적 오류는 풀어가는 과정의 문제이고, 비형식적 오류는 내용 자체가 문제라는 건데 비형식적 오류는 그것이 오류인지 놓치지 쉽고, 논증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도 확인해야 하므로 비형식적 오류를 잡아내고 반박하는 것은 좀 더 어렵다.


책에는 모든 형식의 61가지 논리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세상의 모든 무논리에 대처하는 힘을 키워주고자 한다. 우선 이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헷갈리게 하는 것이 논증, 근거, 논리, 명제, 전제 등. 이런 용어의 해석일 것이다. 이런 용어들에 대한 정확한 의미가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설명을 읽으면서 그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용어 해석에 빠져 정작 내용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논리 수업에 필요한 용어 정리를 해놓고 있다. 이 내용들은 기본적으로 잘 이해하고 논리 수업에 들어가야 설명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각각의 논리적 오류들을 하나씩 제시하고, 이론적으로 형태와 정의를 소개한 후 예시를 보여주며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 오류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오류이 논리의 허점을 보여주고, 거기 응수하는 법을 알려주고 그 내용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금 더 깊이 알려주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보통은 오류에 대해 이론적인 설명을 하는 것에 그치는데 반해 여기서는 거기 대응해서 그 오류를 잡아내고 무엇이 잘못인지를 공부한 다음, 거기 반박하고 대응하는 실무적인 방법을 알려줌으로서 이론적으로 배운 논리와 논증의 기술을 실제 써먹을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의외로 논쟁을 하다보면 이런 논리적 오류를 잡아내는 것도 어렵고, 그것을 캐치해 내더라도 거기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반박하는 말을 하는 것도 어렵다. 한마디로 알고도 상대의 프레임에 갖히게 되고, 알고도 당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책에 소개된 응수하는 법은 읽지 않고 각각의 오류의 예시만 읽어보면 그 함정에 바로 빠져든다. 논쟁 중에 상대가 저런 말을 했다고 가정하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니 막상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러면 상대의 프레임에 갖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논리적 오류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대처할 수 없는 것이다. 가령 <정유회사 경영자는 시추작업을 하는 것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믿으면 안된다. 그는 시추 허가를 얻으려고 그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정황적 대인논증의 경우 이 말만 들어보면 이 말이 맞다. 딱히 뭐라고 반박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음모론자들이 많이 쓰는 수법인데 이것은 논증 자체가 아니라 논증을 편 사람을 공격하는 케이스다. 논증은 누가 말하건 참이나 거짓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 논증을 펴는 사람의 동기가 아니라 논증 자체를 겨냥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류의 이론적인 형태와 실제로 그 오류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며, 오류에 대응하는 법을 방법론적으로 알려줘서 실제 논쟁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책으로 배운 이론적 개념을 실제 대화에서 캐치해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론으로 무장되어 있다면, 그런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오류를 접했을 때보다는 더 잘 잡아낼 수 있고, 거기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대응법이 너무 부실하거나 이론적으로 이렇게 대응하라고 말하는 수준에 그쳐서 감이 잘 안오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줬다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었을텐데 그 점은 많이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짜뉴스 경제학 - 가짜뉴스 현상에서 미디어 플랫폼과 디지털 퍼블리싱까지 뉴스 비즈니스에 관한 모든 것
노혜령 지음 / 워크라이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때 종이신문으로 대변되는 레거시 미디어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던 때가 있었다. TV에 나왔다는 말 한마디면 그것은 사실이라는 인증을 받게 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던 시기였다. 그 어떤 거짓말도 TV와 신문에만 나오면 그것은 진실로 믿어졌고, 반대로 레거시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는 아무리 제대로 된 정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고, 믿지 않았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통해 그렇게 묻혀진 진실은 너무나 많다. 그 방송, 언론의 힘을 알기에 권력자들은 권력을 잡게 되면 가장 먼저 방송을 장악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방송을 쥐락펴락했었다. 땡전뉴스, 땡박뉴스라는 말이 나온 것과 MB시절 철저하게 우익성향의 종편을 만들고, 공영방송 사장 자리에 친정권의 인사를 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것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편향되고 의도적인 기사를 쏟아내었다. 그렇게 강력한 힘을 가졌던 레거시 미디어는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로 점점 그 위세가 약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신문을 믿지 않고, 뉴스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기자를 기레기라며 비웃고, 의도적인 기사를 반박하고 정정하는 내용을 SNS 등으로 서로 공유하며 레거시 미디어의 가짜뉴스를 견제한다. 하지만 1인 미디어 플랫폼의 발달과 디지털의 발달이 이런 긍정적인 역할만을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가짜 유튜버들이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단체카톡방을 통해 확인되지도 않은 찌라시가 무분별하게 퍼지게 되었다. 지난 정권 때는 무려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 경찰 같은 국가 권력 기관이 보수정권을 위해 댓글공작을 했다는게 밝혀졌다. 작년 조국사태 때는 무려 100만건이 넘는 기사가 쏟아졌지만 당시 기레기들이 써내려간 기사들은 모두 사실이 아님이 재판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는 물론 레거시 미디어까지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퍼트리는 혼란한 현실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까? 보통은 저널리즘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하지만 이 책은 뉴스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레거시 미디어의 매출이 줄고, 수익이 악화되면서 기사 품질도 나빠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자들은 소위 클릭장사를 위해 자극적인 타이틀로 확인되지도 않은 기사를 쓰고, 속보경쟁에 빠지고, 광고성 기사도 거리낌없이 싣는 것이다.


과거에는 책과 지면 신문이 유일한 대중매체였다. 그러던 것이 영화, 라디오, TV, 인터넷까지 지속적으로 기술 발전을 해오면서 오늘날과 같은 매스미디어의 모습으로 다양화되었다. 하지만 인쇄지면이건 인터넷이건 매스미디어의 형태는 크게 바뀌었지만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은 과거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현재의 저널리즘의 원형은 180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선보인 1센트 짜리 값싼 대중지이다. 그 영미식 저널리즘의 모델이 지금까지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디지털 플랫폼이 발달하고 1인 방송이 대중화되면서 가짜뉴스가 많아졌다고 했지만 사실 가짜뉴스, 편향된 기사, 광고와 기사가 혼합된 네이티브 광고, 언론 매체의 난림 등의 문제는 디지털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이 자리 잡기 이전까지 뉴스 산업에 전반적으로 횡행하던 모습이었다. 디지털이 기존에 없던 언론의 문제점을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판이 커진만큼 그림자도 커진 것에 불과하단 뜻이다.


디지털이 없던 시대에는 당시의 시대상에 맞는 형태로 오늘날과 같은 문제점들이 발생하였다. 인쇄기술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는 인쇄는 거대 자본이 드는 대형 비즈니스였다고 한다. 활자와 판을 만드는 금속값도 비쌌고, 인쇄공의 품삯도 적지 않았다. 인쇄기와 활자판 제작에 필요한 설비에 큰 돈이 들었기 때문에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기간은 자연히 오래 걸렸다. 설비에 투자한 선비용은 매몰비용이다. 책이 팔리건 안 팔리건 회수가 안된다. 이것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찍어서 많이 파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제작 단가는 점감되고 판매하는 만큼 매몰비용의 회수율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초의 매스미디어였던 인쇄 출판은 그 태생부터 대규모 경제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었다. 현재 지면 신문이 구독하지도 않는 신문을 마구 찍어내서 무료로 배포하는 것도 발행부수를 조작해서 광고가 붙게 하기 위함으로 똑같지는 않지만 인쇄물을 많이 찍어낼수록 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겠다.


우리는 미디어의 공공성에 대해 말하지만 최초의 인쇄술로 탄생한 대량 출판 서적은 공공성보다는 경제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책을 많이 찍어서 많이 팔아야 매몰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고 여기에는 공공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애초에 공공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개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공성은 역사나 국가, 사회에 따라, 심지어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가 미디어는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공공성이란 경계는 보는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의 공공성이란 처음부터 공공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 말은 작금의 레거시 미디어가 보이는 상업적인 형태가 미디어의 탄생에서부터 계속 이어져온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는 포탈 플렛폼이나 유튜브가 언론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디어 플랫폼과 유튜브가 강력하긴 해도 전통 미디어의 지배적 위치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파편화된 콘텐츠는 검색비용을 높이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란다. 기존 저널리즘 제도에 대한 불신은 과점 언론사를 믿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그 결과 개인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선호하는 분야와 이해관계에 따라 게이트키핑하여 뉴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즉, 조중동 같은 하나의 과점 언론사에서 정해놓은 틀에 따라 그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포털에서 내 입맛에 맞는 뉴스를 찾아서 골라골라 보는 것으로 콘텐츠가 파편화되었지만 스스로 많은 뉴스를 검색하고 각 기사간의 맥락을 이해하고, 행간을 살피고, 인과관계를 조사해야 하는 불편함과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그런 기사의 행간을 모두 정리해서 요약본을 알려주는 미디어가 넘쳐나고 있어서 굳이 내가 힘들게 파편화된 기사를 일일이 검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저자는 간과하고 있다.


가령 보수 쪽에서는 신의한수나 홍카콜라 같은 방송, 진보방속쪽에서는 김어준, 이동형, 김용민 등의 방송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 경제 등의 현안을 그쪽 전문가를 불러서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파편화된 콘텐츠를 모아서 이면에 숨어있는 행간을 알려준다. 물론 유튜브는 현행법상 '방송'이 아니어서 법적 제재를 받지도 않기 때문에 더욱 신랄하고, 깊이있는 의혹제기를 할 수 있고, 이런 행태는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에겐 절대적인 믿음과 지지를 가지게 한다. 그래서 이런 스피커 역할을 하는 유튜버들은 구독자도 수십만이나 되고, 엄청난 팬덤을 몰고 다니고, 후원 수익도 수억이나 된다. 그리고 이들의 영향력은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에 맞먹거나 이미 뛰어넘고 있어서 콘텐츠의 검색비용이 높다는 단점 때문에 유튜브가 전통 미디어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란 저자의 의견에는 전혀 동의를 못할 것 같다.


물론 이런 유튜브를 중심으로 형성된 미디어 문화가 가짜뉴스의 원산지이고, 공격적이고 국론을 양분하여 진영싸움을 하게 하는 원흉이긴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올바른 저널리즘의 측면이 아니라 순전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앞으로 유튜브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언론진영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그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더욱 많아질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인쇄물에서 라디오로 다시 TV를 거쳐 인터넷으로 옮겨간 미디어 형태는 바로 가짜뉴스의 생산지인 유튜브와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현재로서의 종착역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튜브로 사람과 자본이 몰리는 것은 그곳이 돈이 되기 때문이고 말이다. 솔직히 기본의 전통 미디어들이 온갖 가짜뉴스와 편파적이고 편향된 뉴스를 생산하고 있는데 유튜브랑 다를게 있긴 한걸까? 기존의 미디어가 조금이라도 나았다면 기자들이 기레기란 소릴 듣지도 않았을 것이고, 애초에 이런 유튜브 미디어 진영이 활성화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존의 미디어 진영이 그렇게나 비판하는 유튜브 진영은 전통의 미디어 그 자신들이 업어키운 것이나 다름없다. 기존 미디어가 유튜브를 비판하는 것도 자신들의 광고와 구독자를 뺏어가는 것에 대한 불만일 뿐이라 이 역시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기존 언론이 기레기 소리를 듣는 것도, 가짜뉴스를 찍어내는 유튜브가 활성화된 것도,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대립도 이 모든 것이 경제적인 이유인 것이다. 모든 것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