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경제학 - 가짜뉴스 현상에서 미디어 플랫폼과 디지털 퍼블리싱까지 뉴스 비즈니스에 관한 모든 것
노혜령 지음 / 워크라이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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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종이신문으로 대변되는 레거시 미디어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던 때가 있었다. TV에 나왔다는 말 한마디면 그것은 사실이라는 인증을 받게 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던 시기였다. 그 어떤 거짓말도 TV와 신문에만 나오면 그것은 진실로 믿어졌고, 반대로 레거시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는 아무리 제대로 된 정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고, 믿지 않았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통해 그렇게 묻혀진 진실은 너무나 많다. 그 방송, 언론의 힘을 알기에 권력자들은 권력을 잡게 되면 가장 먼저 방송을 장악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방송을 쥐락펴락했었다. 땡전뉴스, 땡박뉴스라는 말이 나온 것과 MB시절 철저하게 우익성향의 종편을 만들고, 공영방송 사장 자리에 친정권의 인사를 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것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편향되고 의도적인 기사를 쏟아내었다. 그렇게 강력한 힘을 가졌던 레거시 미디어는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로 점점 그 위세가 약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신문을 믿지 않고, 뉴스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기자를 기레기라며 비웃고, 의도적인 기사를 반박하고 정정하는 내용을 SNS 등으로 서로 공유하며 레거시 미디어의 가짜뉴스를 견제한다. 하지만 1인 미디어 플랫폼의 발달과 디지털의 발달이 이런 긍정적인 역할만을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가짜 유튜버들이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단체카톡방을 통해 확인되지도 않은 찌라시가 무분별하게 퍼지게 되었다. 지난 정권 때는 무려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 경찰 같은 국가 권력 기관이 보수정권을 위해 댓글공작을 했다는게 밝혀졌다. 작년 조국사태 때는 무려 100만건이 넘는 기사가 쏟아졌지만 당시 기레기들이 써내려간 기사들은 모두 사실이 아님이 재판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는 물론 레거시 미디어까지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퍼트리는 혼란한 현실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까? 보통은 저널리즘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하지만 이 책은 뉴스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레거시 미디어의 매출이 줄고, 수익이 악화되면서 기사 품질도 나빠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자들은 소위 클릭장사를 위해 자극적인 타이틀로 확인되지도 않은 기사를 쓰고, 속보경쟁에 빠지고, 광고성 기사도 거리낌없이 싣는 것이다.


과거에는 책과 지면 신문이 유일한 대중매체였다. 그러던 것이 영화, 라디오, TV, 인터넷까지 지속적으로 기술 발전을 해오면서 오늘날과 같은 매스미디어의 모습으로 다양화되었다. 하지만 인쇄지면이건 인터넷이건 매스미디어의 형태는 크게 바뀌었지만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은 과거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현재의 저널리즘의 원형은 180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선보인 1센트 짜리 값싼 대중지이다. 그 영미식 저널리즘의 모델이 지금까지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디지털 플랫폼이 발달하고 1인 방송이 대중화되면서 가짜뉴스가 많아졌다고 했지만 사실 가짜뉴스, 편향된 기사, 광고와 기사가 혼합된 네이티브 광고, 언론 매체의 난림 등의 문제는 디지털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이 자리 잡기 이전까지 뉴스 산업에 전반적으로 횡행하던 모습이었다. 디지털이 기존에 없던 언론의 문제점을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판이 커진만큼 그림자도 커진 것에 불과하단 뜻이다.


디지털이 없던 시대에는 당시의 시대상에 맞는 형태로 오늘날과 같은 문제점들이 발생하였다. 인쇄기술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는 인쇄는 거대 자본이 드는 대형 비즈니스였다고 한다. 활자와 판을 만드는 금속값도 비쌌고, 인쇄공의 품삯도 적지 않았다. 인쇄기와 활자판 제작에 필요한 설비에 큰 돈이 들었기 때문에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기간은 자연히 오래 걸렸다. 설비에 투자한 선비용은 매몰비용이다. 책이 팔리건 안 팔리건 회수가 안된다. 이것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찍어서 많이 파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제작 단가는 점감되고 판매하는 만큼 매몰비용의 회수율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초의 매스미디어였던 인쇄 출판은 그 태생부터 대규모 경제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었다. 현재 지면 신문이 구독하지도 않는 신문을 마구 찍어내서 무료로 배포하는 것도 발행부수를 조작해서 광고가 붙게 하기 위함으로 똑같지는 않지만 인쇄물을 많이 찍어낼수록 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겠다.


우리는 미디어의 공공성에 대해 말하지만 최초의 인쇄술로 탄생한 대량 출판 서적은 공공성보다는 경제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책을 많이 찍어서 많이 팔아야 매몰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고 여기에는 공공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애초에 공공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개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공성은 역사나 국가, 사회에 따라, 심지어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가 미디어는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공공성이란 경계는 보는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의 공공성이란 처음부터 공공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 말은 작금의 레거시 미디어가 보이는 상업적인 형태가 미디어의 탄생에서부터 계속 이어져온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는 포탈 플렛폼이나 유튜브가 언론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디어 플랫폼과 유튜브가 강력하긴 해도 전통 미디어의 지배적 위치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파편화된 콘텐츠는 검색비용을 높이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란다. 기존 저널리즘 제도에 대한 불신은 과점 언론사를 믿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그 결과 개인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선호하는 분야와 이해관계에 따라 게이트키핑하여 뉴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즉, 조중동 같은 하나의 과점 언론사에서 정해놓은 틀에 따라 그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포털에서 내 입맛에 맞는 뉴스를 찾아서 골라골라 보는 것으로 콘텐츠가 파편화되었지만 스스로 많은 뉴스를 검색하고 각 기사간의 맥락을 이해하고, 행간을 살피고, 인과관계를 조사해야 하는 불편함과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그런 기사의 행간을 모두 정리해서 요약본을 알려주는 미디어가 넘쳐나고 있어서 굳이 내가 힘들게 파편화된 기사를 일일이 검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저자는 간과하고 있다.


가령 보수 쪽에서는 신의한수나 홍카콜라 같은 방송, 진보방속쪽에서는 김어준, 이동형, 김용민 등의 방송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 경제 등의 현안을 그쪽 전문가를 불러서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파편화된 콘텐츠를 모아서 이면에 숨어있는 행간을 알려준다. 물론 유튜브는 현행법상 '방송'이 아니어서 법적 제재를 받지도 않기 때문에 더욱 신랄하고, 깊이있는 의혹제기를 할 수 있고, 이런 행태는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에겐 절대적인 믿음과 지지를 가지게 한다. 그래서 이런 스피커 역할을 하는 유튜버들은 구독자도 수십만이나 되고, 엄청난 팬덤을 몰고 다니고, 후원 수익도 수억이나 된다. 그리고 이들의 영향력은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에 맞먹거나 이미 뛰어넘고 있어서 콘텐츠의 검색비용이 높다는 단점 때문에 유튜브가 전통 미디어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란 저자의 의견에는 전혀 동의를 못할 것 같다.


물론 이런 유튜브를 중심으로 형성된 미디어 문화가 가짜뉴스의 원산지이고, 공격적이고 국론을 양분하여 진영싸움을 하게 하는 원흉이긴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올바른 저널리즘의 측면이 아니라 순전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앞으로 유튜브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언론진영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그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더욱 많아질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인쇄물에서 라디오로 다시 TV를 거쳐 인터넷으로 옮겨간 미디어 형태는 바로 가짜뉴스의 생산지인 유튜브와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현재로서의 종착역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튜브로 사람과 자본이 몰리는 것은 그곳이 돈이 되기 때문이고 말이다. 솔직히 기본의 전통 미디어들이 온갖 가짜뉴스와 편파적이고 편향된 뉴스를 생산하고 있는데 유튜브랑 다를게 있긴 한걸까? 기존의 미디어가 조금이라도 나았다면 기자들이 기레기란 소릴 듣지도 않았을 것이고, 애초에 이런 유튜브 미디어 진영이 활성화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존의 미디어 진영이 그렇게나 비판하는 유튜브 진영은 전통의 미디어 그 자신들이 업어키운 것이나 다름없다. 기존 미디어가 유튜브를 비판하는 것도 자신들의 광고와 구독자를 뺏어가는 것에 대한 불만일 뿐이라 이 역시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기존 언론이 기레기 소리를 듣는 것도, 가짜뉴스를 찍어내는 유튜브가 활성화된 것도,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대립도 이 모든 것이 경제적인 이유인 것이다. 모든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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