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무기가 되는 논리 수업 - 세상의 교묘한 말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61가지 논리 도구들
마이클 위디 지음, 한지영 옮김, 헨리 장 추천 / 반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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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에서 키보드로 배틀 좀 해봤다 하는 사람들은 다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키보드 배틀을 하다보면 누구나가 이 용어를 사용한다. 나름 논리적으로 반박을 한답시고 무슨 말만 하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들먹이는데 죄다 이것밖에 모르는지 이 말만을 떠들어댄다. 논증이라는 것이 이것 하나만 있는 게 아닐텐데 왜 이것만을 반복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논증을 잘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대화 속에서 논리를 찾아내서 논증을 적용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상, TV 속, 온라인 어디에서건 소소한 집안일부터 사회문제까지 갖가지 의견과 논쟁이 일어진다. 하지만 저자는 논증은 어디에나 있지만 상당수의 논증이 형편없다고 말한다. 좋은 논증은 결과가 도출되지만 그렇지 못한 논증은 결론과 무관한 내용으로 논쟁이 벌어지거나 결론이 전제를 벗어났거나, 추론이 논리적이지 못한 경우 등 논쟁만 벌이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나쁜 논쟁이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론이 나오지 않아도 그 전제를 믿어버리게 된다. 흔히 여야 정당이 나와서 어떤 사안에 대해 끝장토론을 하는 것을 보면 서로 되도 않는 논증으로 자기 주장만 관철시키려고 하고 당연히 결론은 나지 않는 상태로 끝이 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억지 논증이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믿게 만들어버린다. 저자는 그것을 우리를 교묘하게 속이는 나쁜 논증들이라는 표현을 하였다. 저자는 책을 통해 그런 나쁜 논증을 알아차릴 수 있고, 그런 논증과 마주했을 때 반박할거리를 제공한다.


오류에는 형식적 오류와 비형식적 오류로 나뉘는데 형식적 오류는 형식 때문에 논증이 거짓인 경우로 구조에 흠이 있는 경우다. 구조적으로 에러가 있기 때문에 전제에서 결론을 추론하려 해도 논리의 구조 때문에 올바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없다. 비형식적 오류는 논증의 논리 구조가 아니라 전제와 결론의 내용 때문에 전제로부터 결론이 나오지 않는 경우이다. 형식적 오류는 풀어가는 과정의 문제이고, 비형식적 오류는 내용 자체가 문제라는 건데 비형식적 오류는 그것이 오류인지 놓치지 쉽고, 논증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도 확인해야 하므로 비형식적 오류를 잡아내고 반박하는 것은 좀 더 어렵다.


책에는 모든 형식의 61가지 논리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세상의 모든 무논리에 대처하는 힘을 키워주고자 한다. 우선 이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헷갈리게 하는 것이 논증, 근거, 논리, 명제, 전제 등. 이런 용어의 해석일 것이다. 이런 용어들에 대한 정확한 의미가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설명을 읽으면서 그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용어 해석에 빠져 정작 내용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논리 수업에 필요한 용어 정리를 해놓고 있다. 이 내용들은 기본적으로 잘 이해하고 논리 수업에 들어가야 설명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각각의 논리적 오류들을 하나씩 제시하고, 이론적으로 형태와 정의를 소개한 후 예시를 보여주며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 오류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오류이 논리의 허점을 보여주고, 거기 응수하는 법을 알려주고 그 내용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금 더 깊이 알려주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보통은 오류에 대해 이론적인 설명을 하는 것에 그치는데 반해 여기서는 거기 대응해서 그 오류를 잡아내고 무엇이 잘못인지를 공부한 다음, 거기 반박하고 대응하는 실무적인 방법을 알려줌으로서 이론적으로 배운 논리와 논증의 기술을 실제 써먹을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의외로 논쟁을 하다보면 이런 논리적 오류를 잡아내는 것도 어렵고, 그것을 캐치해 내더라도 거기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반박하는 말을 하는 것도 어렵다. 한마디로 알고도 상대의 프레임에 갖히게 되고, 알고도 당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책에 소개된 응수하는 법은 읽지 않고 각각의 오류의 예시만 읽어보면 그 함정에 바로 빠져든다. 논쟁 중에 상대가 저런 말을 했다고 가정하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니 막상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러면 상대의 프레임에 갖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논리적 오류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대처할 수 없는 것이다. 가령 <정유회사 경영자는 시추작업을 하는 것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믿으면 안된다. 그는 시추 허가를 얻으려고 그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정황적 대인논증의 경우 이 말만 들어보면 이 말이 맞다. 딱히 뭐라고 반박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음모론자들이 많이 쓰는 수법인데 이것은 논증 자체가 아니라 논증을 편 사람을 공격하는 케이스다. 논증은 누가 말하건 참이나 거짓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 논증을 펴는 사람의 동기가 아니라 논증 자체를 겨냥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류의 이론적인 형태와 실제로 그 오류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며, 오류에 대응하는 법을 방법론적으로 알려줘서 실제 논쟁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책으로 배운 이론적 개념을 실제 대화에서 캐치해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론으로 무장되어 있다면, 그런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오류를 접했을 때보다는 더 잘 잡아낼 수 있고, 거기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대응법이 너무 부실하거나 이론적으로 이렇게 대응하라고 말하는 수준에 그쳐서 감이 잘 안오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줬다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었을텐데 그 점은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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