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로 읽는 맛있는 화학
사이토 가츠히로 지음, 황미숙 옮김 / 북스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백종원 백선생이 방송에 나오면 항상 식당 주인들을 향해 공부하지 않는다고 혼을 낸다. 요리방법이나 재료 보관법, 양념을 넣는 순서는 물론 각 재료의 성분과 성질까지도 공부를 해야 음식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곤 했는데 그걸 보면서 공부를 어떻게 하라는 건지, 무엇으로 공부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계속 여러가지 방법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테스트를 해보라는 뜻으로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말그대로 요리도 '공부'를 하면 맛이건 영양이건 더 좋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백선생이 말하는 공부라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요리와 화학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실험실에서 약품을 측정하고, 시료를 계량하고, 두 약품을 혼합하고, 물질을 가열하거나 냉각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분리해내는 화학실험은 재료와 부재료를 계량하고 가공해서 냄비에 넣고 가열하여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는 요리의 프로세스와 비슷하다. 섞고, 가열하고, 변화시키는 이런 외형적인 절차나 과정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요리과정에는 화학적반응이 많이 발생한다. 끓이고 굽기는 열화학반응, 발효는 생화학반응, 건어물은 광화학반응, 초절임은 산염기반응이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영양인데 화학적인 지식을 피처링하면 더욱 맛있고 영양을 살린 요리를 할 수 있다. 식품영양학과나 식품공학과에서는 실제로 화학 과목을 전공으로 배우기도 한다.


우선 요리의 재료 그 자체부터 산성과 염기성이라는 화학적 성질을 띄고 있다. 산, 염기, 산성, 염기성은 조리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흔히 신 것은 산성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래서 레몬은 시큼하니까 산성식품이겠거니 생각할텐데 사실은 염기성 물질이다. 레몬, 매실, 토마토, 고구마 등 식물은 모두 염기성이고, 육류는 산성식품에 속한다고 한다. 식사를 할 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섭취하면 비타민의 흡수가 나빠지거나 신체의 장애를 가져오게 되므로 산성식품과 염기성식품을 균형있게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산성과 염기성 식품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음식의 맛은 간이 결정한다. 간을 잘하기만 해도 음식의 맛은 한결 좋아진다. 그러기 위해선 각종 양념을 적절하게 넣어줘야 하는데 조미료는 넣는 양 뿐만 아니라 넣는 순서도 중요하다고 한다. 백선생은 항상 설탕을 가장 먼저 넣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백선생은 설탕의 입자가 크기 때문에 입자가 작은 소금보다 먼저 넣어야 단맛이 골고루 스며든다고 말했다. 만약 설탕을 나중에 넣으면 입자가 큰 설탕의 단맛은 맛이 겉돌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설탕은 입자가 커서 스며드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먼저 넣어야 한다고 써 있다. 아마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실제 설탕 봉지에는 이런 설명이 적혀 있고 <설탕→소금→식초→간장→고추장(된장)→일반 조미료> 이렇게 양념을 넣는 순서도 적혀있다. 책에도 같은 순서가 적혀 있다.


소금을 두 번째로 넣는 이유는 소금을 먼저 넣으면 삼투압의 영향으로 세포 내의 수분이 밖으로 나온다. 그래서 국물은 연해지고 세포는 줄어들어 질겨진다. 이런 이유로 소금은 설탕보다 나중에 넣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설탕과 소금의 순서 뿐으로 이후 나오는 식초 간장 된장은 사실 크게 순서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식초는 너무 일찍 넣으면 신맛이 날아가 버리고, 가열에 의해 휘발되므로 늦게 넣는 것이고, 간장과 된장은 풍미를 더해주는 것이라서 일찍 넣으면 풍미가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넣는 것이라고 한다. 고스톱에도 '비풍초똥팔삼'이라는 순서가 있듯이 양념에도 '설소식간된'이라는 비법의 순서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작은 차이가 맛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책에는 우리가 주방에서 습관적으로 행하고 있던 요리의 프로세스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고도 있다. 튀김을 할 때 기름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튀기반죽을 몇 방울 기름에 넣어보는데 여기에도 전부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다. 우선 튀긴다는 것은 식품 표면의 수분이 기름으로 치환되는 현상이다. 튀김의 경우는 튀김옷에 들어있는 수분이 기름으로 치환된다. 기름은 물보다 비중이 작다. 그래서 온도가 낮으면 튀김 옷안에 있는 물이 증발하지 않고, 튀김옷이 수분으로 가득차 있으면 튀김옷이 무거워서 뜨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기름이 고온이 되면 튀김옷 속에 있던 수분이 증발하고 대신 기름이 들어가면 튀김옷이 가벼워져서 떠오른다.


세정이란 식재료에 묻은 오염물을 제거하고 깨끗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오염물을 제거하는데 그치지 않고 식품에 남아 있는 잔류농약 등을 제거하는 것이 세정의 또 하나의 큰 역할이다. 하지만 세정과정에서 수용성의 비타민B나 비타민C가 씻겨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오래 씻기보단 빠르고 효과적으로 씻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돗물로 씻을지 소금물로 씻을지의 물의 종류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 수돗물과 소금물의 차이는 세포의 삼투압에 영향을 준다. 삼투압 차이로 인해 생선이나 어패류를 수돗물로 세정하게 되면 농도가 0인 수돗물이 농도가 높은 생선살이나 조갯살로 들어가서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생선살의 농도와 비슷한 3%정도의 해수농도의 소금물로 세척해야 한다. 반대로 채소에 소금을 바르면 생선과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서 채소의 수분이 빠져나와 채소의 숨이 죽는다. 김치를 담글 때 소금에 절이는 과정이 바로 이 삼투압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책에서는 식재료와 우리가 습관적으로 해오던 요리 과정 속에 담겨 있는 과학 원리를 배울 수 있다. 재료를 고르고, 씻고, 자르고, 조리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화학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요리는 화학실험이라고 해도 될만큼 화학적 원리로 가득 차 있다. 요리를 화학으로 풀어보는 과정은 재미있었는데 그것을 이용하여 앞서 살펴봤던 양념 넣는 순서 같은 조금 더 요리를 맛있게 만드는 비법이나 영양가를 살려주는 팁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내용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아서 그 점은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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