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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 화폐가 세상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서수지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돈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역사는 돈의 가치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인류의 세계사는 결국 한줌의 동전을 더 많이 움켜쥐기 위해 싸워온 경쟁의 역사이다. 돈은 시대에 따라 가치와 형태가 크게 달라졌는데 돈의 탄생과 변천의 역사를 알면 그 속에서 세계사의 움직임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돈을 중심으로 인류사의 흐름을 살펴본다. 동전과 지폐·은행·보험 등의 탄생 배경, 투자와 투기로 인한 돈의 팽창, 패권을 거머쥔 달러 그리고 세계적 금융 위기까지 돈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가치를 측정하고 교환의 매개로 사용되는 돈은 처음엔 곡물이나 가축 같은 상품이 돈의 기능을 가지다가 몇몇 특별한 소개로 통일되었다. 각 문명과 문화권에 따라 돈에 대한 사고방식이 다 달랐기 때문에 돈의 형태는 문화권에 따라 다른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이집트 문명에선 금으로 동전을 만들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은괴가 사용되었고, 초기 중국에서는 조개껍질이 사용되다가 저렴한 동을 이용하여 동전을 만들었다. 이집트가 금을 사용한 것은 금을 귀하여 여겨 태양신 '라'와 파라오의 불멸을 상징하는 재료였기 때문이고, 메소포타미아는 이란 고원에서 은이 많이 산출되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은을 사용했고, 저렴하고 풍부한 재료를 사용하여 돈을 만드는 문화가 있었던 중국에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저렴한 동을 사용하여 반량전이라는 돈을 만들고 통화제를 통일했다. 이처럼 초기의 돈은 각 나라와 문화에 따라 돈의 형태가 달랐었다.
금화와 은화는 그 자체로 비싼 귀금속인 금과 은이라는 가치를 가진다. 귀금속의 가치를 돈의 가치로 치환하여 사용하는 주화를 각인화폐라 하고, 가공하지 않은 청동처럼 거의 가치가 없는 재료에 권위를 가진 절대자가 가치를 부여하여 사용하는 것을 주조화폐라 한다. 각인화폐는 교역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주조화폐는 권위를 가진 사람이 정치적으로 만든 것이라서 각인화폐와 주조화폐는 돈을 취급하는 발상 자체가 다르다.
이슬람 제국은 전 세계에 걸쳐 커다란 상권을 형성했다. 이슬람 제국은 금화를 사용하는 이집트 시리아의 금 경제권과 은화를 사용하는 페르시아의 은 경제권을 계승해서 복본위제 체제를 정비했다. 복본위제란 두 가지 이상의 금속을 본위 화폐로 하는 화폐 제도이다. 이슬람 제국의 대규모 교역은 산출량이 많은 은이 뒷받침했다. 그러나 점점 금과 은이 부족해지기 시작했고, 제국의 경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금융업자가 어음을 대량으로 유통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장에서의 거래는 모두 수표로 이루어졌고 이슬람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 상인들도 이 수표를 사용하게 되었다.
어음과 수표를 사용하던 이슬람 상인들의 영향으로 이슬람과 교역하던 이탈리아에서는 상업과 함께 금융업이 크게 융성하였다. 다양한 돈의 환전이 이루어던 이탈리아 도시의 시장 환전상에서 유럽 최초의 은행이 만들어진다. 지중해 국가에서는 십자군 운동을 계기로 이탈리아 여러 도시의 상업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이탈리아의 은행들은 십자군을 파견하는 왕과 제후를 고객으로 재력과 신용을 기반으로 돈을 빌려주었고, 이탈리아 상인의 활동이 유럽전역으로 뻗어가자 금융 네트워크와 결제 기술이 필요해졌고, 환어음 형태의 결제시스템을 만들게 된다.
중국 송나라에서는 도시가 성장하고, 상업이 발달해서 동전 발행량이 당나라 시대에 비해 10배나 급증했다. 그러자 동의 생산량이 적어썬 송은 심각한 원료 부족현상을 겪게 되고, 종이돈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폐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종이에 가치를 매인 주조화폐이다. 송나라의 황제가 그만큼 큰 권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이미 가치가 거의 없는 동을 돈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폐로 갈아타기가 쉬웠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조화폐에서 주조화폐로 넘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자 대규모의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이주하여 제2의 유럽이 된다. 신대륙은 무한한 에너지원이었고, 신대륙의 대규모 농장에서 상품 작물이 대량 재배되었다. 이로 인해 상업혁명과 가격혁명이 일어났고, 상업규모가 비약적으로 확대되어 있는 사람들의 여유 자금이 유럽에 흘러넘치게 된다. 그러자 중세에는 금지되었던 투자와 투기가 일상이 된다. 네덜란드의 그 유명한 튤립 파동, 영국의 남해회사 거품 사건 등이 대표적인 투기 사건이다. 신대륙에서 상품 작물이 대량으로 재배되면서 시설, 농기구, 종자, 흑인노예, 식량 등을 모두 돈으로 마련했고, 작물은 상품으로 팔려나갔다. 이런 경제 규모의 확대와 사치스러운 귀족들의 생활은 금화와 은화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유럽에서도 지폐를 만들게 되었다.
미국의 독립전쟁은 보스턴 차 사건으로 촉발되었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식민지에서 차 판매를 독점한다는 내용의 차조례를 발표하자 밀무역을 하던 보스턴 상인들이 위기감을 느껴 동인도 회사 소속 선박을 공격해서 홍차를 바다에 버리는 일명 보스턴 차사건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영국과 식민지 간에 무력 항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은 미국의 독립을 주장하는 독립전쟁으로 발전했는데 병사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무기와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달러의 원형을 만들어 내었다. 미국 남북전쟁은 흑인노예 해방이라는 허울좋은 이유 때문이 아니라 북부의 공업자본이 미국을 제패하고 시장을 재편한 전쟁으로 이 역시 자본과 권력을 가지기 위한 전쟁에 불과했다. 이 내전을 거치면서 미국의 통화는 통일되었다.
미국의 경제공황으로 미국 경제는 붕괴되고 이는 세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독일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고, 경제적인 재난을 수습하기 위해 히틀러가 일당 동재 체제를 확립 이후 2차 세계대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20세기 전반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유럽은 몰락하고 세계 금의 2/3 이상이 군수공장, 농업창고 역할을 하던 미국으로 흘러들어가서 달러가 유일하게 금과 교환할 수 있는 세계통화로 신임을 얻게 되었다. 달러가 세계의 돈이 되어 세계를 누비며 세계적인 단일 경제권을 구축하게 되고 파운드는 몰락하게 되었다.
문명의 탄생 이후 세계사는 돈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움직여왔다. 세계사의 움직임에 따라 돈과 금융은 발전해왔고, 반대로 돈에 의해 세계사가 움직여오기도 했다. 돈과 세계는 서로 맞물려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함께 해 온 것이다. 세계사를 돈의 관점으로 보며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 사건이 돈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역사 속 이면의 이익관계로 세계사를 알아보니 그동안 알아왔던 일반적인 세계사보다 훨씬 정교하게 역사가 움직여온 움직임이 손에 잡히듯 보이는 것 같다. 돈에 영향을 받고, 돈과 금융, 경제에 의해 움직여온 세계사라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세계사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