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할 때 읽는 철학책 - 여성의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철학의 기술 25
오수민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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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가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인생에 힘과 위로를 주는 힐링북이나 인생과 삶에 대한 철학서, 어떻게 살라고 조언해주는 잠언서 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는게 만만치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될 때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고 싶지만, 마땅히 상담을 할 사람도 없고,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게 쉬운 일도 아닌지라 혼자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이런 힐링북이나 철학, 자기개발서를 통해 삶과 인생, 사람과의 관계 등에 대한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런점에서 철학은 확실히 도움이 되기는 한다. 먼저 살다간 인생 선배 철학자들의 혜안과 고찰이 오랜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전해지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찾아내었던 삶에 대한 해답은 분명 우리에게도 어느정도 문제 해결의 길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철학은 너무 이론적이거나 추상적이라 현실과 동떨어진 개념적인 학문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들어보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교과서적인 말뿐이라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지하철 안내방송처럼 무미건조하게 들린다.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고,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딱 거기까지다. 술담배 하지말고, 맵고 짜게 먹지말라는 의사들의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그런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때론 철학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정말 우리 삶에 그렇게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인식을 부정하며 오히려 고민의 본질을 꿰뚫고 매순간 덜 후회하는 선택을 도와주는 철학적 사고법이야말로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라고 말한다. 요는 나의 고민의 해답을 철학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다른 각도에서 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는 거다. 확실히 사람은 힘들고 큰 고민이 있으면 사고이 폭이 좁아진다. 시야가 좁아져서 눈 앞의 고민 이외에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거나 자신은 심사숙고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다양하고 다른 각도에서 그 일을 생각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철학이 그에 대한 해답이 되어줄거란 뜻이다.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철학의 힘을 첫번째 챕터에서 알려준다. 심지어 철학이 도움이 된다는 이유조차 파스칼의 내기라는 철학기술을 통해 설명한다. 이쯤되면 도저히 철학을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철학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실제 내 삶에 걸쳐있는 고민들을 해결하게 도와줄 철학 사상에 대해서는 두번째 챕터에서 다룬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스스로 작게 느껴질 때 자신이 목표로 하는 길을 굳건히 걸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잡아줄 철학 개념을 소개한다. 세번째 챕터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갈등에 대한 철학적 조언을, 마지막 네번째 챕터는 삶에 약간의 여유를 더해, 여유롭로 주체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철학 기술에 대해 소개한다.


책에서는 단순히 개념적인 철학이론을 설명하지 않는다. 교과서적인 철학 개념과 이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철학 개념들을 우리 일상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개념으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다가가는 것이다. 그래서 지루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철학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현실적이고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철학의 쓸모를 모색한다. 책의 언어들도 어렵고 복잡한 전문용어나 철학적이고 문어적인 표현들 대신 20~30대 여성들이 쓸만한 일상의 언어와 공감가는 표현들로 채워져 있어서 마치 친구와 수다를 떠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어서 어려운 철학의 개념들이 쉽게 다가온다.


착해서 자꾸만 호구가 되는 것 같다면 : 심리적 이기주의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그 궁극적인 동기를 살펴보면 결국 자기 자신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점


언젠가부터 착하다는 말이 칭찬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착하다는 말은 어리숙하고 남에게 이용을 당하기 쉬운 호구라는 말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남에게 퍼주기만 하고 손해를 보고, 너무 순진하고, 심지어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란 인식도 있다. 그래서 착하다거나 사람 좋다는 평가를 들으면 어쩐지 꺼림직하고, 자신은 착하지 않다고 강하게 어필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평가를 들으면 스스로 호구가 되버린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러면서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은 착하지 않다고 반박하거나 성격을 바꾸려고 즉 착하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저자는 여기서 심리적 이기주의 개념을 들이민다. 심리적 이기주의란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무조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벤담과 홉스와 같은 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했다는데, 아무리 이타적인 행동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최초의 동기에는 나를 위한 목적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를 도와주는 봉사활동도 그 행위의 결과는 굉장히 숭고하고 이타적인 행위지만 첫출발은 봉사활동을 함으로서 가지게 되는 만족감이나 그것을 하지 않앗을 때 받을지도 모르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거액의 돈을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의 행위 또한 다른 사람을 남 몰래 도와준다는데서 오는 개인적인 만족감이 동기일 수도 있다는 식이다. 즉, 아무리 숭고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예수와 맞먹는 박애정신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 좋자고 한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건 결국은 나 좋자고 한단다.


저자는 그런 관점이 옳다 그르다를 따지지 말고 자신이 착해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나의 태도를 심리적 이기주의적 관점에서 다르게 생각해보자고 한다. 내가 착해서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은 내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피해의식이다. 착해서 호구짓을 한다는 자괴감과 남들에게 이용당하는 것 같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피해의식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인데 심리적 이기주의를 적용하면 내가 착한 것은 남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나 좋자고, 나의 이익을 위해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더 이상 호구라고 생각하지 않을수 있단 거다. 내가 착해서 문제라고 생각이 들 때면 착하면 안된다는 강박에 빠지지 말고, 그 행위가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한 것이므로 난 호구가 아니다라고 심리적 이기주의 관점으로 생각을 하라고 말한다. 당장은 손해처럼 보이지만 긴 관점에선 나에게 이득이 될거라 생각하고 털어버리라고 조언한다. 이런 고민은 주위에서도 굉장히 많이 하는 것인데 새로운 관점에서 고민거리를 바라보니 다르게 보이고, 과연 시각을 달리했을 뿐인데도 강박적인 사고를 조금은 털어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내 길이 보이지 않을 때 : 쿤의 패러다임
과학의 발전이 진리를 향한 누적적인 축적이 아니라 개념적 혁명으로 발전한다는 관점


살다보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일도 조금 해보다가 저 일도 조금 하고, 직장에 들어갔다가 이 길은 아닌 것 같아서 뛰쳐나와 또 다른 일에 손을 대는 사람 혹은 자신의 꿈이나 관심사가 계속 변하는 사람 말이다. 저자의 경우처럼 영어에 관심을 가졌다가, 일본어로 갈아타고, 다시 다른 것을 공부하는 식으로 한 가지를 끝까지 하지 못하고 계속 다른 것을 하게 되는 사람이 무수히 많다. 이런 사람들은 지금 하는 그 것이 내 길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리고 다른 것을 찾게 된다. 정착하지 못하는 삶에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런 경우 쿤의 패러다임을 생각해보자고 한다. 쿤의 패러다임이란 과학의 발전이 기존의 개념들이 쌓여서 누적적인 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 혁명으로 발전한다는 주장이다. 즉 뉴턴의 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꼬리를 물고 탄생한 것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뉴턴의 이론과는 별개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그 전까지 주류로 있어왔던 천동설의 꼬리를 물고 천동설에서 확장, 발전된 개념이 아니라 아예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생겨난 개념이라는 식이다. 이전의 개념들의 오류와 변칙적인 경우를 줄이고 훨씬 더 나은 설명이 가능한 개념의 탄생,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과학이 발전해왔다는 것이 쿤의 패러다임 이론이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는 옛 말이 있다. 이 말은 정말 옛 말이 되었다. 일종의 장인정신을 강조한 말인데 장인정신의 나라 일본의 현실은 너무 하나의 기술에만 집중하고 그 하나에서 뽕을 뽑으려다보니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고 있다. 과거 8~90년대에 전세계를 주름잡았던 소니, 산요, 파나소닉 같은 회사들은 전부 도태되었거나 문을 닫았다. 21세기가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옛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데만 몰두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시대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MP3 플레이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봤자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냄비근성이 있다는데 오히려 냄비처럼 빠르게 끓고 빨리 식어서 다른 패러다임으로 갈아타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빠른 21세기에는 냄비근성은 장인정신보다 훨씬 좋은 성질이다.


일을 하다가 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여겨지고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이 될 때는 지금까지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하며 해오던 길이 사실은 내 길이 아니었다고 좌절하지 말고, 내 인생의 페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자고 한다. 인생의 패러다임이라는 자리가 있고, 그 자리를 수많은 분야가 채우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하나의 길을 찾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어차피 평생직장이란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서로 연관도 없고, 다 제각각에 연결고리가 없는 듯 보이지만 다양한 관심사들이 내 인생에서 이어지며 만들어낸 결과는 그 나름으로 나쁘지 않고 의미있을 것이다. 내게 꼭 맞는 하나의 길을 찾으려 하지 말고 내 인생의 패러다임 전환식의 인생을 택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 책 역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책이다.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철학에서 벗어나서 철학을 통해 인생의 많은 생각과 고민에 대해 실제로 도움을 줄 철학적 사고를 제시한다. 저자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철학은 거창한 말로 포장이 되어 있어서 그렇지 철학 안에는 이렇게 인생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거창한 말의 포장을 걷어내고 그 안의 알맹이를 취하기란 쉽지가 않은데, 쉬운 설명과 적절한 예시로 철학을 우리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와서 실용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패러다임의 전환처럼 느껴진다. 철학적 개념으로 약간만 시각을 달리해서 우리의 고민을 생각하니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로 다가온다. 책에는 평소 많이 고민하는 답없는 답답한 문제들을 다루는데 철학적 사고를 통해 고민을 털어버리고 막막했던 마음을 뚫어버리는 시원한 해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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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정치 토크 - 내 손으로 바꾸는 정치 설명서
승지홍 지음 / 다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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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었다. 만 18세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나이라는 걸 의미한다. 이것이 틀린 말이 아닌 것이 지난 탄핵 촛불정국에서도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대중 앞에 나서서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고, 탄핵의 정당성을 외치고, 어른들을 주도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보았었다. 지금의 십대는 과거 20세기의 십대와는 다르게 인터넷의 발달로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나누며, 나름대로의 정치적 판단과 소신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흔히 요즘 10대 아이들이 보수화되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경제불황과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보수화 성향을 보이는 것도 있겠지만 10대들이 정치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젠더문제나 군대문제 등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정치적인 판단이 보수화 되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10대는 진취적이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하고, 구세대를 바꾸려고 하는 심리 때문에 진보적인 성향을 많이 가지는 것이 보통인데 최근의 10대들은 어려운 경제환경과 사회분위기 때문에 점점 보수화 되어간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어쨌건 10대들, 특히 10대 후반의 아이들은 마냥 어린이가 아니고 정치적 가치판단을 하고, 정치적 스탠스를 가질 만큼 충분히 성숙하였으며, 그들에게 올바른 정치 교육을 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한국에서는 아이가 정치는 무슨 정치냐 공부나 해라.라는 식의 사회의 분위기가 있어왔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정치에 대한 이해나 공부를 하지 못하고, 또래집단의 커뮤니티나 유튜브에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왜곡된 시선과 정보로 왜곡되고 삐뚤어진 잘못된 정치적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가령 올바른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온라인 상의 야동 등으로 잘못된 성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일베나 페미와 같은 삐뚤어진 사상에 전도되어버리는 케이스도 굉장히 많다고 생각된다. 10대가 보수화된 것에는 일베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점에 우리 아이들에게 정치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사회를 보는 제대로 된 시각을 길러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며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어릴적 가지게 된 정치적 관점은 좀처럼 바뀌지 않으며 일상생활에서부터 삶의 가치관이나 이후의 정치적 판단과 선택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어릴 적부터 제대로 된 정치적 관점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정치라고 하면 서로 정쟁을 일삼고, 편가르기와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국회나 청와대의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 인식 때문에 아이들은 정치라고 하면 혐오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혹은 정치는 정치인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끼리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아이들 입장에선 정치인들이 다루는 정치적 주제는 당장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과는 별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여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 이것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정치에 관심이 없는 어른들도 정치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란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하지만 정치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는 모든 규율과 제도가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 교통비, 통신비, 책값이 정해지는 것도 정치고, 아이들이 바로 체감할 게임 셧다운제도나 대학 등록금 문제, 군대 문제, 코로나 정국에서 마스크 수급과 개학 연기 같은 정책들도 결국 정치의 영역이다. 학교 매점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은 소소한 일상의 일까지가 모두 정치다. 우리 사회는 정치 아닌게 없다.


이렇다보니 정치가 과연 무엇인지, 나에게 정치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한 사회란 의견이 하나인 갈등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생각을 하나의 접점으로 맞추고 갈등을 해소해가는 사회이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이다. 다를 수 밖에 없는 서로의 다른 생각을 조율하고 맞추어가는 과정이 정치이다. 정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내 삶을 움직이고, 나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하지만 정치는 어렵게 느껴진다. 뉴스를 보면 복잡한 용어와 알 수 없는 의미의 정치적 구호들, 심지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여'와 '야'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관심분야도 아니었고, 용어도 어렵고, 알 수 없는 생소한 내용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싶어도 쉽게 다가가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정치란 마치 미니시리즈 드라마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부터 드라마를 봐온 사람은 등장인물이나 배경, 내용 등을 잘 알기 때문에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도 이해하고, 앞으로의 예측이나 드라마의 평가를 하는 것도 쉽겠지만 중간에 드라마를 보게 되면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갈등의 원인이나 이야기의 흐름도 쫓아가기 힘들고,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약간의 정보만 있다면 금세 이해하게 되고, 전체적인 흐름과 갈등구조, 다음 회차의 예상 등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약간의 내용만 이해하면 정치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책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되는 여러 정치적 사안을 주제로 정치 이야기를 한다. 하나의 사안을 통해 어떤 쟁점이 있는지 먼저 소개한 후 그와 관련해서 찬반의견을 제시한다.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게 찬성과 반대입장의 양쪽 목소리를 모두 듣고 논점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 사안과 관련하여 뒷배경이 되는 내용과 지식들을 소개하며 그것을 통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자신의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준다.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인데 만약 누군가에게 똑같은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이미 그 사람의 편향된 정치적 의견에 따라 그 사안을 접하게 된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보수와 진보 둘의 입장은 다른데 어떤 입장을 가진 사람이 설명하느냐에 따라 설명하는 사람의 주장과 입장이 아이에게 전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주 공정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아이가 편중되지 않게 스스로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책에서는 어느 한쪽에 치우친 입장이 아니라 공평하게 양쪽의 주장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통해 어느 한쪽의 치우침 없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촛불집회, 국민청원, 1인 미디어 규제, 정치의 세대 교체, 대통령 연임제, 인사 청문회의 실효성, 국회의원 인원수, 검경대립의 총 8가지 쟁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지금 한창 핫이슈로 떠오른 대통령 연임제나 검경대립과 같은 현실 정치의 주제를 다루는 것은 아주 시의적절하고,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1인 미디어 규제에 대한 내용이나 국민청원에 관한 내용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아이들의 관심사는 아닐 수도 있으나 인사 청문회의 실효성이나 국회의원 인원수에 관한 주제들은 한번쯤 생각해보며 자신이 주장을 정리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이해와 폭을 넓힐 수 있는 주제들이다.


해당 주제의 배경 지식을 알려주는 본문에서는 관련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이론적 내용과 정치의 개념, 역사적 배경, 과거의 사례와 다른 국가의 사례, 현재까지의 진행상황 등 다양하고 세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어서 폭넓은 정치적 배경 지식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책에서는 어느 한쪽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많은 사실과 근거를 통해 자신의 주장과 정치적 입장을 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하나의 정치적 의견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팩트를 기반으로 주장의 근거를 쌓아가고, 이해하고 판단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도와준다. 이런 방법을 통해 다른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도 많은 근거와 팩트를 기반으로 균형잡힌 자신만의 결론으로 도달하는 과정과 정치적 시각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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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도구의 세계 -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위한 콤팩트 가이드
이용재 지음, 정이용 그림 / 반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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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외식비 및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의 상승과 집콕 생활이 늘어나면서 집밥 열풍이 불었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1인가구의 생계형 자가 조리인도 급속도로 늘었다. 그리고 쿡방과 먹방이 유행하면서 주방 뒤에 숨어 있던 쉐프들이 방송을 장악했고 요리를 하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도 집밥 수요를 늘어나게 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건강한 요리 재료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만드는 그 자체를 하나의 문화생활이나 취미활동 처럼 생각하며 요리를 만들며 행복함을 느끼는 요리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난 것 같다. 요리가 취미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인스타 같은 SNS에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를 자랑하며 올리고 공유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귀차니즘에 빠진 자취생들은 대충 만들어서 대충 비벼먹고 대충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지만 이젠 사진으로 남겨서 SNS에 전시를 해야하므로 요리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게 되었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이런 성향은 독특하고 차별화 된 특이하거나 화려한 음식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시도로 이어지며 밀푀유나베나 1000번을 저어서 만드는 계란후라이, 달고나 커피 같은 온라인 상에서 특정 요리를 만드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덕분에 유튜브에는 요리 관련 컨텐츠가 인기를 끌고, 각종 레시피와 업소의 맛을 내는 법이라던지, 나만의 비법 등을 알려주는 각종 정보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하지만 온갖 레시피가 인터넷과 유튜브에 널렸지만, 막상 조리의 기본이 되는 도구들에 관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요리책을 사더라도 음식 레시피에 대한 정보만 담겨있지 조리 도구에 대한 정보는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요에 따라 특정 음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리 도구를 잠깐 설명하는 정도라서 많은 경우 조리 도구에 대한 정보나 사용법 등은 직접 사용을 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직감적이고 경험적으로 체득하는 방법 밖에 없다. 말하자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배우게 되는 셈이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누구나 요리를 잘하는 금손인 것은 아니다. 똑같은 레시피를 따라해도 맛이 엉망이 되는 똥손도 있고, 이제 요리에 처음 발을 들이는 초보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조리 도구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리 도구의 올바른 사용법과 관리법 등은 요리계로 들어갈 때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한다. 레시피 북을 보다보면 이 음식을 만들 때는 어떤 기구가 필요하고, 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이 손에 짚히는 다른 아무 조리 도구로 요리를 하다보면 음식을 망치기 일쑤다. 특히 계량이 중요한 레시피의 음식은 더욱 그러하다.


무엇을 하건 도구는 그 작업의 기본이 된다. 작업을 할 때 제대로 된 도구를 적절히 활용해야만 원하는 작업을 제대로 잘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리의 경우 인터넷이나 유튜브, 심지어 레시피북에서조차 조리의 기본이 돼야 할 도구들에 관한 조언은 찾아보기 어렵다. 조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초심자가, 기본 조리 도구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요리를 하다 좌절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 책은 요리 초심자와 명필이 아니라서 붓을 가려서 사용해야 할 똥손들을 위해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하게 조리 도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초심자에게 맞는 많은 원칙들을 정리하여 모든 도구들을 아우르면서 실용적이고 실질적으로 가이드한다. 도구라는 것은 여건만 된다면 무한정 사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모든 종류, 모든 사이즈, 모든 필요에 따라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사놓는다면 필요에 따라 꺼내 쓸 수 있으니 전혀 어려움 없이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책은 조리 자체는 물론이고 예산과 공간의 효율을 최대한 감안하여 좁은 공간과 넉넉치 않은 예산을 산정해놓고 가장 효율적으로 요리에 필요한 도구들을 고르는 요령을 알려준다.


요리를 잘 하기 위해선 우선 조리 도구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활용법과 보관법, 세척법은 물론 구매시의 주의사항도 고려해야만 한다. 도구들을 구매할 때부터 예뻐 보이는 단목적의 도구를 충동구매했다가 한두번 사용하고 서랍에 넣어놓는 경우도 있고, 나의 주방사정과 맞지 않는 도구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책을 통해 조리 도구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면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요리에 맞는 도구를 선별하여 고를 수 있으므로 여러 시행착오를 줄여줄 것이다.


도구는 사용 목적에 맞게 구분하여 기능별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다. 요리의 가장 기본되는 필수 도구인 손, 계량과 측정, 자르고 썰기, 다루기, 섞고 갈고 혼합하기, 거르고 분리하기, 보관하기, 끓이고 볶고 튀기기, 물 수증기 압력으로 익히기, 굽고 지지기, 세척 및 정리하기 까지 주방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모든 조리 작업을 하나씩 구분하여 각각의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소개한다. 기능별로 묶어서 취급하기 때문에 분류 그 자체가 각 조리 도구들의 핵심을 짚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조리 도구들의 기능을 소개하면서 사진이 아닌 간결하고 정확한 일러스트로 묘사하고 있다. 하나의 특정 브랜드나 특정된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서 실제 제품 사진보다 일러스트 쪽이 대표성을 나타내는 것에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만약 실제 사진을 사용했다면 색깔이나 디자인 등에서 특정 제품이나 특정 모습으로 각인될 우려가 있는데 여기서는 해당 조리 도구의 대표성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므로 실제 사진보다는 정교하게 그려진 일러스트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책은 맛과 시간, 물리적 한계, 예산, 조리 숙달도, 위생과 환경에 대한 고려 등 수많은 현대적인 관점과 기준을 통합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행복한 조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리 도구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 원칙들과 나에게 필요한 도구를 찾고, 적절한 제품을 고르는 법, 조리 도구의 작동 원리와 오래 쓰기 위한 유지 및 관리법 등 조리 도구에 대한 많은 질문과 효율적인 답을 제시하는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도와줄 콤팩트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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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인문쟁이의 재즈 수업
이강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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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란 장르는 매력있다. 뭔지 모르게 매력있고, 뭔지 모르게 느낌있고, 뭔지 모르게 분위기 있고, 뭔지 모르게 마음을 잡아 끄는 음악이다. 특히 여름밤에 끈적한 재즈곡을 듣고 있자면 더위가 녹아내리는 느낌도 든다. 굉장히 호감가는 장르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뭔지 모른다는 것이다. 재즈는 듣기에 좋고, 알고 싶은 장르지만 너무 어렵고, 난해할 때도 있고, 대중적이지 않아서 쉽게 다가가기가 어렵다. 익숙하고 유명한 몇몇 곡이나 잘 알려진 몇몇 음악가를 제외하면 아는 음악도 거의 없고, 장르의 이해도도 무척 떨어진다. 잘 알려진 음악을 넘어서면 다들 너무 생소하고, 의외로 장르의 역사도 오래되서 간략하게 살펴보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재즈는 분명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다. 그렇다고 소수만이 좋아하는 컬트적인 음악 역시 아니다. 소수가 좋아한다고 하기엔 너무나 유명하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곡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즈 음악이 심심치 않게 들리기도 하고, TV방송이나 광고, 애니에서도 재즈가 널리 쓰인다. 어렵지만 듣기 좋고, 생소하면서도 널리 들리는 굉장히 이상한 장르가 바로 재즈다. 어쩌면 재즈에 대한 이런 인식은 내가 재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즈는 어떻다고 정의를 내리기가 더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건 재즈는 매력적이고 알고 싶은 장르다.


책은 인문학 국어교사인 저자가 방과 후 수업으로 '재즈 듣는 소녀들'이라는 클래스를 개설하고 아이들에게 재즈를 들려준 후 감상을 써보게 하는 재즈 수업에서 출발한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재즈음악과 뮤지션의 이야기를 책으로 구성한 것인데, 재즈에 대해 전혀 모르던 소녀에게 재즈의 탄생과 역사 등의 기본적인 흐름과 재즈를 듣고 읽는 법을 알려주며, 재즈를 문화와 예술로서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었듯이 재즈가 생소한 독자들에게도 재즈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재즈 수업을 해준다.


책에는 총 20명의 뮤지션이 등장한다. 수업은 우선 재즈에 대한 개략적 설명과 해당 뮤지션에 대한 소개와 연혁, 음악적 특징 그리고 그의 대표적인 곡들을 다루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꼽는 그 뮤지션의 원픽 앨범을 소개한다. 저자가 인문학자라서 그런지 뮤지션과 음악을 소개하는 내용에는 음악적인 내용과 함께 당시의 시대 분위기나 관련된 영화, 타 장르의 음악 등을 인문학적으로 풀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여서 뮤지션의 대표곡을 인상비평한다. 이 곡은 이런 분위기를 나타낸다거나, 자신의 과거의 경험을 뮤지션에게 대입하여 감정이입하는 식이다. 혹은 '재즈 듣는 소녀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반응이나 학교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풀어내며 음악의 느낌과 분위기를 조금 더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뮤지션을 소개할 때 사진과 함께 그 옆에 뮤지션의 악기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이 특색있다. 재즈는 기본적으로 음악연주이기 때문에 해당 뮤지션이 연주하는 악기가 어떤 것인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루이 암스트롱은 트럼펫, 스탠 게츠는 테너 색소폰, 베니 굿맨은 클라리넷. 어떤 악기로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가 핵심이므로 악기에 대한 표기를 따로 해놓고 있다. 대신 본문에서 루이 암스트롱은 트럼펫 연주가다 라는 식의 설명은 중언부언은 하지 않는다.


음악 이야기를 깊게 하다보면, 아무래도 생소한 전문 용어와 음악 용어가 나오는데 그런 것들은 따로 주석으로 표기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뮤지션의 대표곡들은 QR코드를 통해 직접 들어볼 수 있게 해놓았다. 음악은 글로만 설명해서는 그 의미를 완벽하게 알 수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지만 음악에 한해서만은 백견이 불여일문으로 백 번 보는 것보다 한 번 듣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설명하는 음악의 QR코드를 첨부해놓아서 책을 읽다가 따로 검색을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덜어놓아서 편리하게 음악을 들으며 책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재즈의 역사와 형식, 계보, 음악적 특징 등은 너무 방대하다 보니 책에서 다루지 못한 것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100년이 넘는 재즈 역사 속에는 책에 소개된 음악가 외에도 너무나 위대하고 유명한 음악가 또한 많이 있을 것이다. 이 한권으로 재즈에 대해 다 알게 되진 못하겠지만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 입문자들에게 재즈에 대한 대략적인 흐름과 재즈의 맛을 조금 느끼게 하고, 이런게 재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재즈학 개론이 될 것 같다.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인문학 강의를 듣는 것처럼 책의 재즈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재즈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잡히고, 곡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음악을 듣다보면 곡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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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윤예지 그림, 박태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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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를 처음 접한 것은 소설이 아니라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란 영화였다. 그 후로 소설 '연금술사'를 읽게 되었는데 섬세하고, 내면적인 묘사가 뛰어나고, 굉장히 감각적이었다. 또 간결하면서도 심오하며, 철학적이어서 한문장 한문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며 동시에 멋지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곳이 많다. 기본적으로 코엘료의 글에는 사람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 그대로 삶에 대한 철학과 지혜를 전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때로는 너무 대놓고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그런 식의 문체를 쓰는 것처럼 보여서 과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슴에 와닿는 글들이 많고, 공감되고, 노트에 적어놓고 다시 꺼내서 읽고 싶게 만드는 문장들이다. 한마디로 파울로 코엘료는 철학적이고 심오한 감성에세이 힐링북에 가장 최적화 된 작가 중 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빛나는 순간]은 파울로 코엘료의 에세이다. 선수가 본때를 보여주마 하고 만든 것 같다. 마치 인스타 감성글처럼 느껴지는 굉장히 짧막한 문장들과 멋진 삽화로 구성된 이 책은 코엘료 특유의 깊은 여운을 남기는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글의 면모를 보여준다. 글은 짧지만 생각할 거리는 많다. 물론 좀 닭살스럽거나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평범한(?) 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한줄짜리 문장으로 감탄하며 감동하게 만드는 글의 힘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코엘료의 글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의 삽화이다. 코엘료에겐 미안하지만 글보다 삽화가 더 마음에 드는 곳도 꽤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로드니 그린블랫의 느낌도 살짝 나는 그림체와 깔끔하고 알록달록한 색채, 밝고 사랑스럽고 희망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림들이 글을 화려하게 뒷받침해준다. 글의 내용과 이어져서 글의 내용을 시각화해주는 삽화도 있고, 글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그냥 예쁜 그림도 있는데 (어쩌면 문장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데 그 연결고리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삽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꽤 즐겁고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페이지를 넘기면 글자보다 화려한 색상의 그림이 눈에 먼저 들어오기 마련인데 귀염귀염한 그림들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뒤이어 멋진 말들로 가슴을 적셔준다.


비난받기 싫어서
사람들 기분 좋게 해주려고
친절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자신을 깎아내리지 마세요
세상에는 빛나는 재능이 필요합니다
무난한 것은 이제 됐습니다
- 빛이 나

실제로 이런 사람이 많다. 자기 개성을 죽여가며 남에게 맞추고,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의 의견을 다르는 사람. 스스로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거라고 하지만 실상은 자존감이 없어서 남에게 의존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비난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남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쓰느라 가면을 쓰고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치를 잃어가고 가식으로 자신을 얽맨다.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남의 기분을 좋게해주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중요한건 나다. 빛나는 나.



멋진 사람이 되세요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는 데 시간 낭비는 하지 마세요
- 시간낭비

정말로 우리는 많은 시간을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멋진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영화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은 복수를 다짐하며 자신이 잃은 걸 되찾겠다고 말하지 않고 자신이 잃은 걸 돌려 받고야 마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중요한건 잃은 걸 되찾는 게 아니라 그걸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주윤발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누가 알아주기 때문에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느라 시간 낭비를 하지 말자.



이따금 우리는 화를 냅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화를 낼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잔인해질 권리까지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선을 넘지 말기

우리는 종종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보며 화를 낼 때가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분노가 한곳으로 집중되면 사람들은 굉장히 잔인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화를 낼만한 일이지만 그러하고 이렇게 까지나 잔인하게 대해야 하는건지 두려워질 정도다. 사람들은 사람은 자기에게 권리가 있다고 믿으면 이상한 일들을 한다. 하지만 순수하게 믿기만 하면 더 심한 일을 한다. 불의에 화를 내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순간 선을 넘어 잔인한 일도 서슴치 않는다. 화를 낼 권리는 있지만 잔인해질 권리까지 있는 건 아니다. 명심하자.



내 존재가 사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절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오래 생각해봤다. 단순히 사과를 할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인지, 사람은 누구건 그 존재 자체가 해악일 수 없다는 뜻인지.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한다. 난 태어나면 안되는 존재야, 무쓸모하고 가치없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 잘못이야. 하지만 누구도 그 존재가 사과를 해야하는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존재는 그 자체로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사고를 치고, 실수를 하고, 실패를 해서 주위에 민폐를 끼치더라도 그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사과하지는 말라는 뜻일 수도 있겠다. 잘못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사과하지만 존재를 사과하지는 말아야 한다. 저 말이 어떤 의미의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존재가 사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꽤나 멋지다.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규칙 하나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마세요
- 나에게 진실되게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면 많이 했노라고 자신을 속이고, 이 정도 노력하면 됐다고 속이고, 어떻게든 편한 길을 가기 위해 자신을 속이고 타협한다. 그런 일이 많아질수록 성공에선 점점 멀어질 것이다. 자신에게 솔직하자. 그것이 자기객관화라는 것일테다.



부모님을 사랑하세요
단, 뭐든 결정은 스스로 합니다
- 부모와 나


지인 중에 부모님의 말을 잘 따르는 아이가 있다. 너무 잘 따르다보니 부모의 말을 1도 거역하지 못한다. 나이가 30인데도 부모의 감시 감독 아래 생활하고 독자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아이. 부모를 사랑하는 것이 부모의 지시를 받고, 부모의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영역과 자립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인생은 흥미진진해집니다
- 희망이 하는 말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다. 꿈이 가난하면 스스로를 한계 속에 가두게 되고, 그럼 그 인생은 가난한 꿈으로 끝나게 되기 때문이다. 시궁창에 있어도 하늘의 별을 보며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꿈은 직업이나 진로가 되어서는 안된다. 꿈이 진로나 직책이 될 때 가능성마저 닫히게 된다. 꿈은 인간보다 커야 한다. 사람의 존재보다 더 큰 꿈을 이야기 했을 때 사람들이 그 꿈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두려움에서 사랑으로 이어지는 긴 순롓길입니다
- 인생이란


이번생은 처음이라 모든게 두렵다. 하지만 두려움이란 설레임의 또 다른 말. 인생은 두려움을 사랑으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이자 사랑을 찾아 떠나는 순례길.



과거에 갇혀 사는 것과
다른 사람에 대해 떠드는 것
- 행복을 가로막는 것들


과거에 갇혀 사느라 현재를 살지 못하는 이가 많다. 과거의 후회, 지난 날의 영광. 다시 못올 그날에 빠져서 지금을 흘려버린다. 또는 원망스럽고 아픈 기억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사람의 시간은 과거에서 멈춰버린 일이 종종 있다. 과거의 후회로 현재를 흘려보내는 건 새로운 과거의 후회를 만드는 일이다. 과거에 갇혀 사는 것은 분명 행복을 가로막는 일이 된다. 유재하의 노래 지나날이 떠오른다. '잊지 못할 그 추억 속에 난 우리들의 미래를 비춰보리' 과거에서 미래를 보자. 어떤 거짓말도 3년만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과거는 추억으로 남겨두고 미래를 보며 현재를 살자.



사랑해서 잃는 것은 없습니다
늘 망설이다가 잃게 될 뿐입니다
- 사랑할 때


언제나 무엇이건 망설이다가 잃게 된다. 그래서 우리 옛 현인들은 아끼다 똥된다고 하셨다. 사랑에도 때가 있다. 망설이다가 잃게 된다. 망설이지 말고 말하자. 사랑한다고.


쓸데없는 것들을 싹 내다 버리는 일입니다
- 지금 바로 얻을 수 있는 행복


법정스님는 무소유와 나눔을 강조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없는 것을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눔은 주변의 작은 것에도 관심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라 가르치셨다. 집착 없이 버리고, 아낌없이 베푸는 것이 큰 스님의 가르침이었다. 쓸데없는 것들을 싹 내다 버리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요, 집착과 번뇌를 버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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