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위한 정치 토크 - 내 손으로 바꾸는 정치 설명서
승지홍 지음 / 다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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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었다. 만 18세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나이라는 걸 의미한다. 이것이 틀린 말이 아닌 것이 지난 탄핵 촛불정국에서도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대중 앞에 나서서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고, 탄핵의 정당성을 외치고, 어른들을 주도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보았었다. 지금의 십대는 과거 20세기의 십대와는 다르게 인터넷의 발달로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나누며, 나름대로의 정치적 판단과 소신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흔히 요즘 10대 아이들이 보수화되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경제불황과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보수화 성향을 보이는 것도 있겠지만 10대들이 정치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젠더문제나 군대문제 등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정치적인 판단이 보수화 되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10대는 진취적이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하고, 구세대를 바꾸려고 하는 심리 때문에 진보적인 성향을 많이 가지는 것이 보통인데 최근의 10대들은 어려운 경제환경과 사회분위기 때문에 점점 보수화 되어간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어쨌건 10대들, 특히 10대 후반의 아이들은 마냥 어린이가 아니고 정치적 가치판단을 하고, 정치적 스탠스를 가질 만큼 충분히 성숙하였으며, 그들에게 올바른 정치 교육을 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한국에서는 아이가 정치는 무슨 정치냐 공부나 해라.라는 식의 사회의 분위기가 있어왔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정치에 대한 이해나 공부를 하지 못하고, 또래집단의 커뮤니티나 유튜브에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왜곡된 시선과 정보로 왜곡되고 삐뚤어진 잘못된 정치적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가령 올바른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온라인 상의 야동 등으로 잘못된 성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일베나 페미와 같은 삐뚤어진 사상에 전도되어버리는 케이스도 굉장히 많다고 생각된다. 10대가 보수화된 것에는 일베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점에 우리 아이들에게 정치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사회를 보는 제대로 된 시각을 길러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며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어릴적 가지게 된 정치적 관점은 좀처럼 바뀌지 않으며 일상생활에서부터 삶의 가치관이나 이후의 정치적 판단과 선택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어릴 적부터 제대로 된 정치적 관점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정치라고 하면 서로 정쟁을 일삼고, 편가르기와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국회나 청와대의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 인식 때문에 아이들은 정치라고 하면 혐오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혹은 정치는 정치인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끼리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아이들 입장에선 정치인들이 다루는 정치적 주제는 당장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과는 별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여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 이것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정치에 관심이 없는 어른들도 정치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란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하지만 정치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는 모든 규율과 제도가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 교통비, 통신비, 책값이 정해지는 것도 정치고, 아이들이 바로 체감할 게임 셧다운제도나 대학 등록금 문제, 군대 문제, 코로나 정국에서 마스크 수급과 개학 연기 같은 정책들도 결국 정치의 영역이다. 학교 매점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은 소소한 일상의 일까지가 모두 정치다. 우리 사회는 정치 아닌게 없다.


이렇다보니 정치가 과연 무엇인지, 나에게 정치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한 사회란 의견이 하나인 갈등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생각을 하나의 접점으로 맞추고 갈등을 해소해가는 사회이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이다. 다를 수 밖에 없는 서로의 다른 생각을 조율하고 맞추어가는 과정이 정치이다. 정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내 삶을 움직이고, 나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하지만 정치는 어렵게 느껴진다. 뉴스를 보면 복잡한 용어와 알 수 없는 의미의 정치적 구호들, 심지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여'와 '야'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관심분야도 아니었고, 용어도 어렵고, 알 수 없는 생소한 내용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싶어도 쉽게 다가가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정치란 마치 미니시리즈 드라마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부터 드라마를 봐온 사람은 등장인물이나 배경, 내용 등을 잘 알기 때문에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도 이해하고, 앞으로의 예측이나 드라마의 평가를 하는 것도 쉽겠지만 중간에 드라마를 보게 되면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갈등의 원인이나 이야기의 흐름도 쫓아가기 힘들고,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약간의 정보만 있다면 금세 이해하게 되고, 전체적인 흐름과 갈등구조, 다음 회차의 예상 등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약간의 내용만 이해하면 정치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책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되는 여러 정치적 사안을 주제로 정치 이야기를 한다. 하나의 사안을 통해 어떤 쟁점이 있는지 먼저 소개한 후 그와 관련해서 찬반의견을 제시한다.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게 찬성과 반대입장의 양쪽 목소리를 모두 듣고 논점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 사안과 관련하여 뒷배경이 되는 내용과 지식들을 소개하며 그것을 통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자신의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준다.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인데 만약 누군가에게 똑같은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이미 그 사람의 편향된 정치적 의견에 따라 그 사안을 접하게 된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보수와 진보 둘의 입장은 다른데 어떤 입장을 가진 사람이 설명하느냐에 따라 설명하는 사람의 주장과 입장이 아이에게 전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주 공정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아이가 편중되지 않게 스스로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책에서는 어느 한쪽에 치우친 입장이 아니라 공평하게 양쪽의 주장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통해 어느 한쪽의 치우침 없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촛불집회, 국민청원, 1인 미디어 규제, 정치의 세대 교체, 대통령 연임제, 인사 청문회의 실효성, 국회의원 인원수, 검경대립의 총 8가지 쟁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지금 한창 핫이슈로 떠오른 대통령 연임제나 검경대립과 같은 현실 정치의 주제를 다루는 것은 아주 시의적절하고,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1인 미디어 규제에 대한 내용이나 국민청원에 관한 내용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아이들의 관심사는 아닐 수도 있으나 인사 청문회의 실효성이나 국회의원 인원수에 관한 주제들은 한번쯤 생각해보며 자신이 주장을 정리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이해와 폭을 넓힐 수 있는 주제들이다.


해당 주제의 배경 지식을 알려주는 본문에서는 관련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이론적 내용과 정치의 개념, 역사적 배경, 과거의 사례와 다른 국가의 사례, 현재까지의 진행상황 등 다양하고 세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어서 폭넓은 정치적 배경 지식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책에서는 어느 한쪽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많은 사실과 근거를 통해 자신의 주장과 정치적 입장을 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하나의 정치적 의견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팩트를 기반으로 주장의 근거를 쌓아가고, 이해하고 판단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도와준다. 이런 방법을 통해 다른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도 많은 근거와 팩트를 기반으로 균형잡힌 자신만의 결론으로 도달하는 과정과 정치적 시각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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