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인문쟁이의 재즈 수업
이강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재즈란 장르는 매력있다. 뭔지 모르게 매력있고, 뭔지 모르게 느낌있고, 뭔지 모르게 분위기 있고, 뭔지 모르게 마음을 잡아 끄는 음악이다. 특히 여름밤에 끈적한 재즈곡을 듣고 있자면 더위가 녹아내리는 느낌도 든다. 굉장히 호감가는 장르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뭔지 모른다는 것이다. 재즈는 듣기에 좋고, 알고 싶은 장르지만 너무 어렵고, 난해할 때도 있고, 대중적이지 않아서 쉽게 다가가기가 어렵다. 익숙하고 유명한 몇몇 곡이나 잘 알려진 몇몇 음악가를 제외하면 아는 음악도 거의 없고, 장르의 이해도도 무척 떨어진다. 잘 알려진 음악을 넘어서면 다들 너무 생소하고, 의외로 장르의 역사도 오래되서 간략하게 살펴보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재즈는 분명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다. 그렇다고 소수만이 좋아하는 컬트적인 음악 역시 아니다. 소수가 좋아한다고 하기엔 너무나 유명하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곡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즈 음악이 심심치 않게 들리기도 하고, TV방송이나 광고, 애니에서도 재즈가 널리 쓰인다. 어렵지만 듣기 좋고, 생소하면서도 널리 들리는 굉장히 이상한 장르가 바로 재즈다. 어쩌면 재즈에 대한 이런 인식은 내가 재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즈는 어떻다고 정의를 내리기가 더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건 재즈는 매력적이고 알고 싶은 장르다.


책은 인문학 국어교사인 저자가 방과 후 수업으로 '재즈 듣는 소녀들'이라는 클래스를 개설하고 아이들에게 재즈를 들려준 후 감상을 써보게 하는 재즈 수업에서 출발한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재즈음악과 뮤지션의 이야기를 책으로 구성한 것인데, 재즈에 대해 전혀 모르던 소녀에게 재즈의 탄생과 역사 등의 기본적인 흐름과 재즈를 듣고 읽는 법을 알려주며, 재즈를 문화와 예술로서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었듯이 재즈가 생소한 독자들에게도 재즈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재즈 수업을 해준다.


책에는 총 20명의 뮤지션이 등장한다. 수업은 우선 재즈에 대한 개략적 설명과 해당 뮤지션에 대한 소개와 연혁, 음악적 특징 그리고 그의 대표적인 곡들을 다루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꼽는 그 뮤지션의 원픽 앨범을 소개한다. 저자가 인문학자라서 그런지 뮤지션과 음악을 소개하는 내용에는 음악적인 내용과 함께 당시의 시대 분위기나 관련된 영화, 타 장르의 음악 등을 인문학적으로 풀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여서 뮤지션의 대표곡을 인상비평한다. 이 곡은 이런 분위기를 나타낸다거나, 자신의 과거의 경험을 뮤지션에게 대입하여 감정이입하는 식이다. 혹은 '재즈 듣는 소녀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반응이나 학교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풀어내며 음악의 느낌과 분위기를 조금 더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뮤지션을 소개할 때 사진과 함께 그 옆에 뮤지션의 악기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이 특색있다. 재즈는 기본적으로 음악연주이기 때문에 해당 뮤지션이 연주하는 악기가 어떤 것인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루이 암스트롱은 트럼펫, 스탠 게츠는 테너 색소폰, 베니 굿맨은 클라리넷. 어떤 악기로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가 핵심이므로 악기에 대한 표기를 따로 해놓고 있다. 대신 본문에서 루이 암스트롱은 트럼펫 연주가다 라는 식의 설명은 중언부언은 하지 않는다.


음악 이야기를 깊게 하다보면, 아무래도 생소한 전문 용어와 음악 용어가 나오는데 그런 것들은 따로 주석으로 표기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뮤지션의 대표곡들은 QR코드를 통해 직접 들어볼 수 있게 해놓았다. 음악은 글로만 설명해서는 그 의미를 완벽하게 알 수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지만 음악에 한해서만은 백견이 불여일문으로 백 번 보는 것보다 한 번 듣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설명하는 음악의 QR코드를 첨부해놓아서 책을 읽다가 따로 검색을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덜어놓아서 편리하게 음악을 들으며 책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재즈의 역사와 형식, 계보, 음악적 특징 등은 너무 방대하다 보니 책에서 다루지 못한 것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100년이 넘는 재즈 역사 속에는 책에 소개된 음악가 외에도 너무나 위대하고 유명한 음악가 또한 많이 있을 것이다. 이 한권으로 재즈에 대해 다 알게 되진 못하겠지만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 입문자들에게 재즈에 대한 대략적인 흐름과 재즈의 맛을 조금 느끼게 하고, 이런게 재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재즈학 개론이 될 것 같다.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인문학 강의를 듣는 것처럼 책의 재즈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재즈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잡히고, 곡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음악을 듣다보면 곡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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