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할 때 읽는 철학책 - 여성의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철학의 기술 25
오수민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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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가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인생에 힘과 위로를 주는 힐링북이나 인생과 삶에 대한 철학서, 어떻게 살라고 조언해주는 잠언서 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는게 만만치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될 때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고 싶지만, 마땅히 상담을 할 사람도 없고,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게 쉬운 일도 아닌지라 혼자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이런 힐링북이나 철학, 자기개발서를 통해 삶과 인생, 사람과의 관계 등에 대한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런점에서 철학은 확실히 도움이 되기는 한다. 먼저 살다간 인생 선배 철학자들의 혜안과 고찰이 오랜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전해지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찾아내었던 삶에 대한 해답은 분명 우리에게도 어느정도 문제 해결의 길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철학은 너무 이론적이거나 추상적이라 현실과 동떨어진 개념적인 학문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들어보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교과서적인 말뿐이라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지하철 안내방송처럼 무미건조하게 들린다.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고,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딱 거기까지다. 술담배 하지말고, 맵고 짜게 먹지말라는 의사들의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그런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때론 철학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정말 우리 삶에 그렇게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인식을 부정하며 오히려 고민의 본질을 꿰뚫고 매순간 덜 후회하는 선택을 도와주는 철학적 사고법이야말로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라고 말한다. 요는 나의 고민의 해답을 철학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다른 각도에서 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는 거다. 확실히 사람은 힘들고 큰 고민이 있으면 사고이 폭이 좁아진다. 시야가 좁아져서 눈 앞의 고민 이외에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거나 자신은 심사숙고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다양하고 다른 각도에서 그 일을 생각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철학이 그에 대한 해답이 되어줄거란 뜻이다.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철학의 힘을 첫번째 챕터에서 알려준다. 심지어 철학이 도움이 된다는 이유조차 파스칼의 내기라는 철학기술을 통해 설명한다. 이쯤되면 도저히 철학을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철학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실제 내 삶에 걸쳐있는 고민들을 해결하게 도와줄 철학 사상에 대해서는 두번째 챕터에서 다룬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스스로 작게 느껴질 때 자신이 목표로 하는 길을 굳건히 걸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잡아줄 철학 개념을 소개한다. 세번째 챕터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갈등에 대한 철학적 조언을, 마지막 네번째 챕터는 삶에 약간의 여유를 더해, 여유롭로 주체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철학 기술에 대해 소개한다.


책에서는 단순히 개념적인 철학이론을 설명하지 않는다. 교과서적인 철학 개념과 이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철학 개념들을 우리 일상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개념으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다가가는 것이다. 그래서 지루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철학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현실적이고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철학의 쓸모를 모색한다. 책의 언어들도 어렵고 복잡한 전문용어나 철학적이고 문어적인 표현들 대신 20~30대 여성들이 쓸만한 일상의 언어와 공감가는 표현들로 채워져 있어서 마치 친구와 수다를 떠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어서 어려운 철학의 개념들이 쉽게 다가온다.


착해서 자꾸만 호구가 되는 것 같다면 : 심리적 이기주의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그 궁극적인 동기를 살펴보면 결국 자기 자신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점


언젠가부터 착하다는 말이 칭찬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착하다는 말은 어리숙하고 남에게 이용을 당하기 쉬운 호구라는 말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남에게 퍼주기만 하고 손해를 보고, 너무 순진하고, 심지어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란 인식도 있다. 그래서 착하다거나 사람 좋다는 평가를 들으면 어쩐지 꺼림직하고, 자신은 착하지 않다고 강하게 어필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평가를 들으면 스스로 호구가 되버린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러면서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은 착하지 않다고 반박하거나 성격을 바꾸려고 즉 착하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저자는 여기서 심리적 이기주의 개념을 들이민다. 심리적 이기주의란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무조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벤담과 홉스와 같은 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했다는데, 아무리 이타적인 행동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최초의 동기에는 나를 위한 목적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를 도와주는 봉사활동도 그 행위의 결과는 굉장히 숭고하고 이타적인 행위지만 첫출발은 봉사활동을 함으로서 가지게 되는 만족감이나 그것을 하지 않앗을 때 받을지도 모르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거액의 돈을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의 행위 또한 다른 사람을 남 몰래 도와준다는데서 오는 개인적인 만족감이 동기일 수도 있다는 식이다. 즉, 아무리 숭고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예수와 맞먹는 박애정신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 좋자고 한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건 결국은 나 좋자고 한단다.


저자는 그런 관점이 옳다 그르다를 따지지 말고 자신이 착해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나의 태도를 심리적 이기주의적 관점에서 다르게 생각해보자고 한다. 내가 착해서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은 내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피해의식이다. 착해서 호구짓을 한다는 자괴감과 남들에게 이용당하는 것 같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피해의식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인데 심리적 이기주의를 적용하면 내가 착한 것은 남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나 좋자고, 나의 이익을 위해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더 이상 호구라고 생각하지 않을수 있단 거다. 내가 착해서 문제라고 생각이 들 때면 착하면 안된다는 강박에 빠지지 말고, 그 행위가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한 것이므로 난 호구가 아니다라고 심리적 이기주의 관점으로 생각을 하라고 말한다. 당장은 손해처럼 보이지만 긴 관점에선 나에게 이득이 될거라 생각하고 털어버리라고 조언한다. 이런 고민은 주위에서도 굉장히 많이 하는 것인데 새로운 관점에서 고민거리를 바라보니 다르게 보이고, 과연 시각을 달리했을 뿐인데도 강박적인 사고를 조금은 털어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내 길이 보이지 않을 때 : 쿤의 패러다임
과학의 발전이 진리를 향한 누적적인 축적이 아니라 개념적 혁명으로 발전한다는 관점


살다보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일도 조금 해보다가 저 일도 조금 하고, 직장에 들어갔다가 이 길은 아닌 것 같아서 뛰쳐나와 또 다른 일에 손을 대는 사람 혹은 자신의 꿈이나 관심사가 계속 변하는 사람 말이다. 저자의 경우처럼 영어에 관심을 가졌다가, 일본어로 갈아타고, 다시 다른 것을 공부하는 식으로 한 가지를 끝까지 하지 못하고 계속 다른 것을 하게 되는 사람이 무수히 많다. 이런 사람들은 지금 하는 그 것이 내 길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리고 다른 것을 찾게 된다. 정착하지 못하는 삶에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런 경우 쿤의 패러다임을 생각해보자고 한다. 쿤의 패러다임이란 과학의 발전이 기존의 개념들이 쌓여서 누적적인 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 혁명으로 발전한다는 주장이다. 즉 뉴턴의 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꼬리를 물고 탄생한 것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뉴턴의 이론과는 별개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그 전까지 주류로 있어왔던 천동설의 꼬리를 물고 천동설에서 확장, 발전된 개념이 아니라 아예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생겨난 개념이라는 식이다. 이전의 개념들의 오류와 변칙적인 경우를 줄이고 훨씬 더 나은 설명이 가능한 개념의 탄생,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과학이 발전해왔다는 것이 쿤의 패러다임 이론이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는 옛 말이 있다. 이 말은 정말 옛 말이 되었다. 일종의 장인정신을 강조한 말인데 장인정신의 나라 일본의 현실은 너무 하나의 기술에만 집중하고 그 하나에서 뽕을 뽑으려다보니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고 있다. 과거 8~90년대에 전세계를 주름잡았던 소니, 산요, 파나소닉 같은 회사들은 전부 도태되었거나 문을 닫았다. 21세기가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옛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데만 몰두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시대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MP3 플레이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봤자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냄비근성이 있다는데 오히려 냄비처럼 빠르게 끓고 빨리 식어서 다른 패러다임으로 갈아타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빠른 21세기에는 냄비근성은 장인정신보다 훨씬 좋은 성질이다.


일을 하다가 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여겨지고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이 될 때는 지금까지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하며 해오던 길이 사실은 내 길이 아니었다고 좌절하지 말고, 내 인생의 페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자고 한다. 인생의 패러다임이라는 자리가 있고, 그 자리를 수많은 분야가 채우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하나의 길을 찾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어차피 평생직장이란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서로 연관도 없고, 다 제각각에 연결고리가 없는 듯 보이지만 다양한 관심사들이 내 인생에서 이어지며 만들어낸 결과는 그 나름으로 나쁘지 않고 의미있을 것이다. 내게 꼭 맞는 하나의 길을 찾으려 하지 말고 내 인생의 패러다임 전환식의 인생을 택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 책 역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책이다.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철학에서 벗어나서 철학을 통해 인생의 많은 생각과 고민에 대해 실제로 도움을 줄 철학적 사고를 제시한다. 저자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철학은 거창한 말로 포장이 되어 있어서 그렇지 철학 안에는 이렇게 인생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거창한 말의 포장을 걷어내고 그 안의 알맹이를 취하기란 쉽지가 않은데, 쉬운 설명과 적절한 예시로 철학을 우리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와서 실용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패러다임의 전환처럼 느껴진다. 철학적 개념으로 약간만 시각을 달리해서 우리의 고민을 생각하니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로 다가온다. 책에는 평소 많이 고민하는 답없는 답답한 문제들을 다루는데 철학적 사고를 통해 고민을 털어버리고 막막했던 마음을 뚫어버리는 시원한 해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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