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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도구의 세계 -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위한 콤팩트 가이드
이용재 지음, 정이용 그림 / 반비 / 2020년 3월
평점 :

몇 해 전부터 외식비 및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의 상승과 집콕 생활이 늘어나면서 집밥 열풍이 불었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1인가구의 생계형 자가 조리인도 급속도로 늘었다. 그리고 쿡방과 먹방이 유행하면서 주방 뒤에 숨어 있던 쉐프들이 방송을 장악했고 요리를 하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도 집밥 수요를 늘어나게 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건강한 요리 재료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만드는 그 자체를 하나의 문화생활이나 취미활동 처럼 생각하며 요리를 만들며 행복함을 느끼는 요리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난 것 같다. 요리가 취미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인스타 같은 SNS에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를 자랑하며 올리고 공유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귀차니즘에 빠진 자취생들은 대충 만들어서 대충 비벼먹고 대충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지만 이젠 사진으로 남겨서 SNS에 전시를 해야하므로 요리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게 되었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이런 성향은 독특하고 차별화 된 특이하거나 화려한 음식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시도로 이어지며 밀푀유나베나 1000번을 저어서 만드는 계란후라이, 달고나 커피 같은 온라인 상에서 특정 요리를 만드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덕분에 유튜브에는 요리 관련 컨텐츠가 인기를 끌고, 각종 레시피와 업소의 맛을 내는 법이라던지, 나만의 비법 등을 알려주는 각종 정보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하지만 온갖 레시피가 인터넷과 유튜브에 널렸지만, 막상 조리의 기본이 되는 도구들에 관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요리책을 사더라도 음식 레시피에 대한 정보만 담겨있지 조리 도구에 대한 정보는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요에 따라 특정 음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리 도구를 잠깐 설명하는 정도라서 많은 경우 조리 도구에 대한 정보나 사용법 등은 직접 사용을 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직감적이고 경험적으로 체득하는 방법 밖에 없다. 말하자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배우게 되는 셈이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누구나 요리를 잘하는 금손인 것은 아니다. 똑같은 레시피를 따라해도 맛이 엉망이 되는 똥손도 있고, 이제 요리에 처음 발을 들이는 초보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조리 도구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리 도구의 올바른 사용법과 관리법 등은 요리계로 들어갈 때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한다. 레시피 북을 보다보면 이 음식을 만들 때는 어떤 기구가 필요하고, 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이 손에 짚히는 다른 아무 조리 도구로 요리를 하다보면 음식을 망치기 일쑤다. 특히 계량이 중요한 레시피의 음식은 더욱 그러하다.
무엇을 하건 도구는 그 작업의 기본이 된다. 작업을 할 때 제대로 된 도구를 적절히 활용해야만 원하는 작업을 제대로 잘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리의 경우 인터넷이나 유튜브, 심지어 레시피북에서조차 조리의 기본이 돼야 할 도구들에 관한 조언은 찾아보기 어렵다. 조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초심자가, 기본 조리 도구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요리를 하다 좌절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 책은 요리 초심자와 명필이 아니라서 붓을 가려서 사용해야 할 똥손들을 위해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하게 조리 도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초심자에게 맞는 많은 원칙들을 정리하여 모든 도구들을 아우르면서 실용적이고 실질적으로 가이드한다. 도구라는 것은 여건만 된다면 무한정 사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모든 종류, 모든 사이즈, 모든 필요에 따라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사놓는다면 필요에 따라 꺼내 쓸 수 있으니 전혀 어려움 없이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책은 조리 자체는 물론이고 예산과 공간의 효율을 최대한 감안하여 좁은 공간과 넉넉치 않은 예산을 산정해놓고 가장 효율적으로 요리에 필요한 도구들을 고르는 요령을 알려준다.
요리를 잘 하기 위해선 우선 조리 도구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활용법과 보관법, 세척법은 물론 구매시의 주의사항도 고려해야만 한다. 도구들을 구매할 때부터 예뻐 보이는 단목적의 도구를 충동구매했다가 한두번 사용하고 서랍에 넣어놓는 경우도 있고, 나의 주방사정과 맞지 않는 도구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책을 통해 조리 도구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면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요리에 맞는 도구를 선별하여 고를 수 있으므로 여러 시행착오를 줄여줄 것이다.
도구는 사용 목적에 맞게 구분하여 기능별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다. 요리의 가장 기본되는 필수 도구인 손, 계량과 측정, 자르고 썰기, 다루기, 섞고 갈고 혼합하기, 거르고 분리하기, 보관하기, 끓이고 볶고 튀기기, 물 수증기 압력으로 익히기, 굽고 지지기, 세척 및 정리하기 까지 주방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모든 조리 작업을 하나씩 구분하여 각각의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소개한다. 기능별로 묶어서 취급하기 때문에 분류 그 자체가 각 조리 도구들의 핵심을 짚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조리 도구들의 기능을 소개하면서 사진이 아닌 간결하고 정확한 일러스트로 묘사하고 있다. 하나의 특정 브랜드나 특정된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서 실제 제품 사진보다 일러스트 쪽이 대표성을 나타내는 것에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만약 실제 사진을 사용했다면 색깔이나 디자인 등에서 특정 제품이나 특정 모습으로 각인될 우려가 있는데 여기서는 해당 조리 도구의 대표성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므로 실제 사진보다는 정교하게 그려진 일러스트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책은 맛과 시간, 물리적 한계, 예산, 조리 숙달도, 위생과 환경에 대한 고려 등 수많은 현대적인 관점과 기준을 통합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행복한 조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리 도구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 원칙들과 나에게 필요한 도구를 찾고, 적절한 제품을 고르는 법, 조리 도구의 작동 원리와 오래 쓰기 위한 유지 및 관리법 등 조리 도구에 대한 많은 질문과 효율적인 답을 제시하는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도와줄 콤팩트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