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윤예지 그림, 박태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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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를 처음 접한 것은 소설이 아니라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란 영화였다. 그 후로 소설 '연금술사'를 읽게 되었는데 섬세하고, 내면적인 묘사가 뛰어나고, 굉장히 감각적이었다. 또 간결하면서도 심오하며, 철학적이어서 한문장 한문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며 동시에 멋지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곳이 많다. 기본적으로 코엘료의 글에는 사람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 그대로 삶에 대한 철학과 지혜를 전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때로는 너무 대놓고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그런 식의 문체를 쓰는 것처럼 보여서 과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슴에 와닿는 글들이 많고, 공감되고, 노트에 적어놓고 다시 꺼내서 읽고 싶게 만드는 문장들이다. 한마디로 파울로 코엘료는 철학적이고 심오한 감성에세이 힐링북에 가장 최적화 된 작가 중 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빛나는 순간]은 파울로 코엘료의 에세이다. 선수가 본때를 보여주마 하고 만든 것 같다. 마치 인스타 감성글처럼 느껴지는 굉장히 짧막한 문장들과 멋진 삽화로 구성된 이 책은 코엘료 특유의 깊은 여운을 남기는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글의 면모를 보여준다. 글은 짧지만 생각할 거리는 많다. 물론 좀 닭살스럽거나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평범한(?) 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한줄짜리 문장으로 감탄하며 감동하게 만드는 글의 힘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코엘료의 글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의 삽화이다. 코엘료에겐 미안하지만 글보다 삽화가 더 마음에 드는 곳도 꽤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로드니 그린블랫의 느낌도 살짝 나는 그림체와 깔끔하고 알록달록한 색채, 밝고 사랑스럽고 희망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림들이 글을 화려하게 뒷받침해준다. 글의 내용과 이어져서 글의 내용을 시각화해주는 삽화도 있고, 글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그냥 예쁜 그림도 있는데 (어쩌면 문장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데 그 연결고리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삽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꽤 즐겁고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페이지를 넘기면 글자보다 화려한 색상의 그림이 눈에 먼저 들어오기 마련인데 귀염귀염한 그림들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뒤이어 멋진 말들로 가슴을 적셔준다.


비난받기 싫어서
사람들 기분 좋게 해주려고
친절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자신을 깎아내리지 마세요
세상에는 빛나는 재능이 필요합니다
무난한 것은 이제 됐습니다
- 빛이 나

실제로 이런 사람이 많다. 자기 개성을 죽여가며 남에게 맞추고,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의 의견을 다르는 사람. 스스로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거라고 하지만 실상은 자존감이 없어서 남에게 의존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비난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남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쓰느라 가면을 쓰고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치를 잃어가고 가식으로 자신을 얽맨다.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남의 기분을 좋게해주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중요한건 나다. 빛나는 나.



멋진 사람이 되세요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는 데 시간 낭비는 하지 마세요
- 시간낭비

정말로 우리는 많은 시간을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멋진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영화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은 복수를 다짐하며 자신이 잃은 걸 되찾겠다고 말하지 않고 자신이 잃은 걸 돌려 받고야 마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중요한건 잃은 걸 되찾는 게 아니라 그걸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주윤발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누가 알아주기 때문에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느라 시간 낭비를 하지 말자.



이따금 우리는 화를 냅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화를 낼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잔인해질 권리까지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선을 넘지 말기

우리는 종종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보며 화를 낼 때가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분노가 한곳으로 집중되면 사람들은 굉장히 잔인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화를 낼만한 일이지만 그러하고 이렇게 까지나 잔인하게 대해야 하는건지 두려워질 정도다. 사람들은 사람은 자기에게 권리가 있다고 믿으면 이상한 일들을 한다. 하지만 순수하게 믿기만 하면 더 심한 일을 한다. 불의에 화를 내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순간 선을 넘어 잔인한 일도 서슴치 않는다. 화를 낼 권리는 있지만 잔인해질 권리까지 있는 건 아니다. 명심하자.



내 존재가 사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절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오래 생각해봤다. 단순히 사과를 할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인지, 사람은 누구건 그 존재 자체가 해악일 수 없다는 뜻인지.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한다. 난 태어나면 안되는 존재야, 무쓸모하고 가치없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 잘못이야. 하지만 누구도 그 존재가 사과를 해야하는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존재는 그 자체로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사고를 치고, 실수를 하고, 실패를 해서 주위에 민폐를 끼치더라도 그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사과하지는 말라는 뜻일 수도 있겠다. 잘못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사과하지만 존재를 사과하지는 말아야 한다. 저 말이 어떤 의미의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존재가 사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꽤나 멋지다.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규칙 하나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마세요
- 나에게 진실되게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면 많이 했노라고 자신을 속이고, 이 정도 노력하면 됐다고 속이고, 어떻게든 편한 길을 가기 위해 자신을 속이고 타협한다. 그런 일이 많아질수록 성공에선 점점 멀어질 것이다. 자신에게 솔직하자. 그것이 자기객관화라는 것일테다.



부모님을 사랑하세요
단, 뭐든 결정은 스스로 합니다
- 부모와 나


지인 중에 부모님의 말을 잘 따르는 아이가 있다. 너무 잘 따르다보니 부모의 말을 1도 거역하지 못한다. 나이가 30인데도 부모의 감시 감독 아래 생활하고 독자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아이. 부모를 사랑하는 것이 부모의 지시를 받고, 부모의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영역과 자립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인생은 흥미진진해집니다
- 희망이 하는 말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다. 꿈이 가난하면 스스로를 한계 속에 가두게 되고, 그럼 그 인생은 가난한 꿈으로 끝나게 되기 때문이다. 시궁창에 있어도 하늘의 별을 보며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꿈은 직업이나 진로가 되어서는 안된다. 꿈이 진로나 직책이 될 때 가능성마저 닫히게 된다. 꿈은 인간보다 커야 한다. 사람의 존재보다 더 큰 꿈을 이야기 했을 때 사람들이 그 꿈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두려움에서 사랑으로 이어지는 긴 순롓길입니다
- 인생이란


이번생은 처음이라 모든게 두렵다. 하지만 두려움이란 설레임의 또 다른 말. 인생은 두려움을 사랑으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이자 사랑을 찾아 떠나는 순례길.



과거에 갇혀 사는 것과
다른 사람에 대해 떠드는 것
- 행복을 가로막는 것들


과거에 갇혀 사느라 현재를 살지 못하는 이가 많다. 과거의 후회, 지난 날의 영광. 다시 못올 그날에 빠져서 지금을 흘려버린다. 또는 원망스럽고 아픈 기억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사람의 시간은 과거에서 멈춰버린 일이 종종 있다. 과거의 후회로 현재를 흘려보내는 건 새로운 과거의 후회를 만드는 일이다. 과거에 갇혀 사는 것은 분명 행복을 가로막는 일이 된다. 유재하의 노래 지나날이 떠오른다. '잊지 못할 그 추억 속에 난 우리들의 미래를 비춰보리' 과거에서 미래를 보자. 어떤 거짓말도 3년만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과거는 추억으로 남겨두고 미래를 보며 현재를 살자.



사랑해서 잃는 것은 없습니다
늘 망설이다가 잃게 될 뿐입니다
- 사랑할 때


언제나 무엇이건 망설이다가 잃게 된다. 그래서 우리 옛 현인들은 아끼다 똥된다고 하셨다. 사랑에도 때가 있다. 망설이다가 잃게 된다. 망설이지 말고 말하자. 사랑한다고.


쓸데없는 것들을 싹 내다 버리는 일입니다
- 지금 바로 얻을 수 있는 행복


법정스님는 무소유와 나눔을 강조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없는 것을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눔은 주변의 작은 것에도 관심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라 가르치셨다. 집착 없이 버리고, 아낌없이 베푸는 것이 큰 스님의 가르침이었다. 쓸데없는 것들을 싹 내다 버리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요, 집착과 번뇌를 버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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