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박현준 지음 / M31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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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순전히 책 제목 때문이다. 우린 언제나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한다. 옛 생각에 빠지고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짓거나, 아련한 마음이 된다. 이젠 두번 다시 오지 못할 그 시간들. 과거는 무조건 아름답다고 한다. 어떤 거짓말도 3년만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추억보정. 그것이 설령 가짜라고 해도 과거의 행복감은 여전히 유효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고 옛기억을 찾아 헤매인다. 과거의 기억에만 빠져있느라 현실을 무심하게 흘려버리는 날도 많은데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될 것이다. 먼 훗날 돌아가고 싶은 오늘을 회상했을 때 멍하니 과거에만 매달리고 있는 한심한 모습으로 기억되지 않게 멋진 오늘을 살아야한다. 어쨌건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서른이 되면 스무살을, 마흔이 되면 서른 때를 추억하게 된다. 책은 스물을 지나고 서른이 된 우리가 지나온 보통의 시간들을 회상하며 그 때 우리의 이야기를 추억하는 내용이다. 정말 별 거 아닌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이지만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이 함께 공유했던 그 시간을 나누는 것이다.


이 책은 평범하게 그리고 무심히 흘러가던 스무살의 일상 속에서 저자가 느꼈던 감성과 그 짧은 찰라의 기분을 글로 옮겨놓았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스무살 시절. 평범했지만 가장 빛나던 시간. 비추지 않아도 스스로 빛나던 청춘. 작은 것들도 크고 깊게 느끼던 그 시절의 소회를 풀어내었다. 스물에서 서른으로 겨우 10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우리 마음에선 큰 변화가 일어난다. 그 때의 감정, 그 때의 기분, 그날의 생각, 그리고 감성. 많은 것이 바뀐다. 감정은 무뎌지고, 과거만큼 나이에 연연해하지도 않는다. 앞의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뀌자 내 안에서도 많은 것이 바뀐다. 바뀌어버린 나의 시간, 시간이 뺏어간 청춘, 그 시간을 돌아본다.


책은 너무나 평범하다. 특별한 에피소드도 없고, 뛰어난 성과를 내었다는 이야기나, 긴박하고 짜릿한 순간의 기록도 없고, 너무나 애절한 눈물샘을 자극하는 구구절절한 사연도 없다. 책으로 내는데 이야기들이 이렇게 평범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이 다 그렇다. 뭐 특별할 것이 없는 그저 그런 이십대의 하루를 쌓아올리고 서른이 된다. 그게 인생이고 그게 대한민국에서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물론 좀 더 추억이 진하게 배인 향기로운 추억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겠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추억을 공유하고,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그 이야기들이 평범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그 일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아빠와 동네 목욕탕에 가서 바나나 우유를 마셨다거나, 학교 앞 문방구에서 불량식품을 사먹은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별것 아닌 소소한 이야기지만 거기 추억이 담긴다면 그 감흥은 엄청나게 폭발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공공의 기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걸어온 시간의 회상에만 집중한다.


저자는 음악과 술을 좋아하고, 사람과의 관계보다 외로움과 고독을 자처하며 혼자 예술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혼자 부유하다 홀로 침잠했던 자신의 이야기, 음악 이야기, 윤상 이야기, 술 아야기, 영화 이야기, 사소하디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당연히 어떤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 완벽히 감정이입하여 공감하긴 어렵다. 혹은 누군가의 너무나 개인적이고 평범하고 사소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가 그리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가 공감대가 많이 없는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저자는 윤상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시 남자들이 윤상을 그렇게 좋아했던가? 윤상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타입의 가수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윤상을 좋아한다고 해도 마치 오래전 좋아한 가수를 공유했던 동지애적인 반가움이 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동시대를 살아오며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시대정신도 없고, 비슷한 걸 향유한 공감대도 별로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군데군데 비슷한 감정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스무살 때는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지만 서른이 되면 될대로 되라는 마음이 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나 역시 내 인생 중 죽음의 시간과는 많이 멀었던 그 시절엔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앞으로 다가올 죽음과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해야할지 많은 생각을 했지만 그때보다 죽음에 더 가까워진 지금음 오히려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저자는 이십대를 죽을 것 같았던 시절이라고 표현했다. 그것 아니면 죽을 것 같았고,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mp3플레이어가 없으면 죽어도 거리를 다니지 못할 것 같다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고보니 전혀 죽을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물론이다. 왜 아니겠는가. 죽을 것 같다는 마음은 그만큼 열정이 넘치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었으리라. 나이를 먹고, 세상을 알고, 고집도 꺾이고, 좋은게 좋은거란 생각을 하게 되면서는 죽어도~라고 생각하는게 조금 줄었다. 이십대 때에는 모든 감정이 극적이었다. 감정들이 나를 극한으로 내몰고 나도 그 감정에 동조하여 극적으로 행동했었다. 그것이 아마 젊은 혈기라는 것일테다.


청춘은 아프다. 아프니까 청춘이랬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고통을 서불리 피력하지 말라고 한다. 우린 상대방에게 내가 이렇게 아프니 자신의 고통을 알아달라고 투정부리기 일쑤인데 애초에 상대방의 진심 어린 공감은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저자는 상대방이 나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상대도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때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와 같은 똑같은 아픔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내 아픔을 이해하고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어설픈 생각이다. 사람의 마음은 상대방이 나와 비슷한, 혹은 똑같은 아픈 경험을 했다고 하면 그 사람이 나의 아픔을 알아주고 힘든 것을 받아주길 원한다. 반대로 자신이 상대의 아픈 마음을 이해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너도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너도 그런 아픔이 있다면 내 마음을 알테니 너만은 내 아픔을 알아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상대방도 나와 똑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고, 날 케어하고 이해해줄 여력이 없다. 그래서 상대가 나와 같은 고통을 가진다고 상대에게 고통을 피력하고 이해받길 원하는 순간 서운함과 원망스러움도 생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고통은 자기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감내는 셀프다.


저자의 일상은 나의 일상과는 달랐다. 좋아하는 가수도, 술에 대한 호불호도 다르다. 같은 시대를 걸어왔다 뿐 같은 아픔이나 비슷한 일상을 공유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시대적 공감대가 아니라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는 것 같다. 정서적으로 느끼는 바가 비슷하고, 이십대의 아픔과 공허함, 삼십대가 되어 이십대를 바라볼 때의 느낌 등에서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다른 곳에서 다른 인생을 살아왔지만 같은 시대정신을 가지고 같은 시대를 살아왔던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어떤 무언가가 이어져있는 것 같다. 덕분에 친구에게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이십대는 어떠했는지 떠올리게 되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중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의 가사 한구절이 생각난다. [오늘은 낡은 책상 서랍에서 십년이나 지난 일기를 꺼내어 들었지. 왜 그토록 많은 고민의 낱말들이 그 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지] 젊은 시절은 참으로 고민이 많았다. 지나고보면 별 것아닌 고민들이지만 그땐 심각했다. 책을 읽다보니 그런 고민을 나만 한게 아니었다. 어쩌면 그건 특정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고민이 아니라 이십대의 고민인 것 같다. 어느 시대건 스무살 시절에는 그런 고민과 방황을 하게 되나보다. 그런 고민 많고, 수없이 방황하던 이십대를 되돌아보면 여전히 많은 고민을 껴안고 방황하는 나를 만나게 된다. 내 마음은 아직 스무살의 꿈에 머무르는 가 보다. 다시 10년이 지나서 지금을 돌아보면 돌아가고 싶은 날이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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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정아은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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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일이 있다. 그 중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 직종도 있고, 가치있고 보람된 일도 있으며, 무의미하고 지루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일 또한 있다. 어느 것이 더 힘든지,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는지 따지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가치없고, 무의미한 일로 취급당하는 일을 꼽을 수는 있다. 바로 집안일, 가사노동이다. 가치없는 일이 아니라 가치없는 일로 취급당한다는 표현을 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집안 일, 가사노동을 한다는 것은 집에서 놀고 먹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집안일에는 쉽고 하찮고 가치없고 편하고 여자가 응당 해야만 하는 놀고먹는 일처럼 인식되어졌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집안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집안일처럼 힘든 일도 없다. 아무리 해도 티가 안 나지만 하루만 손을 멈추면 금세 안한 티가 난다. 해도해도 끝이 없고, 잠시도 쉴 시간이 없다. 도무지 집안일 하는 사람에게 집에서 논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번이라도 제대로 집안일을 해보고서나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가사노동이 정말로 힘이 드는가 아닌가 하는 노동 강도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노동 강도에 대한 오해보다 노동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 책에선 다양한 관점에서 주부라 불리는 사람들의 집안일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 속에 숨겨진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살펴본다.


이 책은 여자들, 주부들은 왜 열심히 일을 하고도 집에서 논다는 말을 듣는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집에서 논다'는 말이 자신의 일상을 부정당하는 말이라고 해석한다. 방금까지도 집안일에 매달려있었는데 그런 주부에게 집에서 놀고 있다는 말을 한다면 하루종일 했었던 가사노동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되고, 그 일을 했던 자신을 깎아내리는 뜻이 된다는 것이다. 겨우 말 한마디에 과민하게 반응한다거나, 별 것도 아닌 말에 왜 화를 내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차별은 가장 먼저 언어에 스민다고 한다. 집에서 논다는 그 말은 단순히 여성의 가사노동이나 그 노동의 주체자인 여성을 왜곡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여성을 향한 차별적 시선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문제시 하는 것이다. 그 말이 단순히 육아, 요리, 빨래, 청소, 설거지 등 고된 노동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것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남성들의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여성과 여성의 가사 노동에 대한 차별적이고 폄하하는 마음이 기본으로 깔려있다가 그런 차별이 말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런 차별적 인식은 비단 여자를 향한 남자들의 시선만은 아니다. 저자가 둘째를 임신하여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 하고 있을 때 고교동창이 전화를 하여 '너 요즘 집에서 논다며?'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같은 여자끼리도 가사일을 노는 것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이미 사회적으로 집안일을 하는 것을 집에서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져버린 것이다. 지독히 뿌리 깊은 차별의 인식들. 그리고 고정관념. 사회의 성적 고정관념에 의해 만들어진 인식에 여성들 스스로도 전도되어 버린 것이다.


저자는 여성의 가사노동이 남성 근로자의 노동력 재생산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힘들게 가사노동을 하고도 집에서 논다는 말을 듣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가사 노동은 왜 이렇게 폄하 당하게 되었고 이런 현상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묻는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애환과 고충의 감정적인 토로나 언어적인 배려와 공감의 감성보다 더 구체적인 해답이 필요하며 경제적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문제의 핵심은 '돈'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뒷바침하기 위해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레슬리 베네츠의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게오르크 지멜의 [돈의 철학], 카트리네 마르살의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낸시 폴브레의 [보이지 않는 가슴], 실비아 페데리치의 [캘리번과 마녀] [혁명의 영점], 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등의 수많은 저서를 인용한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며, 이기적 욕망에 충실하기만 하면 그 욕망의 결과물들이 모여 사회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상태를 만들어낸다는 말을 하였다. 여기엔 경제적 인간이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는데 인간은 여러모로 잘 따져보고 자기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합리적 결정을 내린다는 가정이 그것이다. 이 경제적 인간이라는 개념 속에서 인간들은 경제적 이익 실현을 욕망하여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이 경제적 인간이라는 개념에는 경제적 이익 실현만을 따지지 않고 가족을 위해 온갖 노력으로 저녁 밥상을 차린 어머니의 존재를 빼놓았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인간인 노동자가 자기 이익에 충실해서 아무리 경제적 이익 실현을 하였어도 이익을 생각치 않고 저녁 밥상을 차린 어머니의 존재가 없었다면 그 어떤 노동자도 저녁을 먹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모든 노동자의 저녁을 차리는 어머니의 가사노동을 경제 요인에 포함시켰다면 경제학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 단언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노동자는 가치생산을 하는 존재를 말하는데 어머니는 경제적 이익 실현을 하지 않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노동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명절이 되면 종편 방송에서 수많은 여성 변호사들이 나와서 여성들의 가사 노동을 비용으로 따져서 얼마정도 만큼의 값어치를 한다고 강변하는데 정말로 가사노동이 그 정도의 경제적 비용으로 치환되는지는 모르겠고, 또 그런 주장으로인해 여성의 노동가치가 그만큼의 인건비에 해당하는 노동으로 인정받게 될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경제학에서 생략되었던 어머니의 손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시도는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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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스케치 총론 (양장) - 부장검사를 역임한 변호사의 형사법 입문서
이임성 지음 / 미래와사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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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이 있다. 나쁜 짓 안 하고 착하게만 살면 경찰서 갈 일 없고, 송사에 휘말릴 일이 없다는 뜻이지만 세상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고, 의도치 않게 나쁜 일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이라는 것은 아는 만큼 도움이 된다. 평소 법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갑작스럽게 트러블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고 잘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법률적 상황은 대부분이 민법일 것이다. 정말로 악의적으로 사건, 사고를 내지 않는 이상 우린 이 형법과 마주할 일이 거의 없다. 꼭 스스로 형법에 적용되는 것을 산정하지 않고도 상식적으로 형법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면 뉴스 등을 볼 때도 조금 더 이해하기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책을 펼쳤지만 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말 그대로 법률책이라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었다.


우선 형법은 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률이다. 흔히 민형사상으로 책임을 진다던가, 민형사상 조치를 취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법은 민법과 형법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형법은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이고, 민법은 생활, 특히 재산에 관한 법률이다. 민법은 당사자간의 분쟁에 적용되는 법률이나 형법은 국가의 의해서 적용되고 처벌하는 법률이다. 즉 체감적으로는 민법이 우리 생활과 더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법률이고 보통 우리가 송사에 휘말린다고 하면 민법에 따르는 것이 많겠지만 의외로 형법에 적용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장 쉬운 예로 음주운전 등도 형법의 영역이다. 그 외에도 싸움과 정당방위에 관한 버률, 미수범, 교사범, 방조범, 과실범 등 알게 모르게 형법의 영역에 포함된 일도 많다는 걸 깨달았다. 뉴스를 보거나 법에 관한 영화 등을 봐도 민형사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무심히 지나쳤는데 형법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은 형법에 대한 개략적인 아웃라인을 스케치 하듯 정리하고 있다. 형법책에 나오듯이 아주 구체적이고 세세한 내용까지 다루지는 않고 있지만, 형법의 개념과 기초이론, 적용범위 등의 서론, 각종 범죄론, 형벌론에 대한 큰 줄기를 그려놓고 있다. 그래서 목차 순서대로 읽어보면 형법에 대한 기초 실력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형법총론의 요체라고는 하지만 어려운 법을 다루는 내용이라 그렇게 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제1편 형법서론에서는 형법의 내용인 범죄와 형벌에 대해 공부하기 전에 사전지식으로 알아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형법이 무엇인가 하는 형법의 개념, 기능, 적용범위 등을 알아본다. 형법은 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으로 범죄를 범한 자에게 형벌을 과하는 국가법규범의 총체를 일컫는다. 형법은 사회규범 중 하나로 살인하지 마라, 절도하지 말라는 식의 단언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형법은 형벌을 가함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단순히 잘못한 사람을 벌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본보기를 보여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범죄율을 보면 그다지 효과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제2편 범죄론에서는 개별적인 범죄를 다루지 않고 전체적인 틀에서의 범죄만을 다루고 있어서 내용이 추상적이고 이론적이다. 여기서는 설명하려는 각각의 범죄에 대한 사례를 들어 해당 범죄의 의의와 해석을 설명하고 있으며, 관련 법률의 실제 대법원 판결로 추가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실례를 가져와서 법 조문을 설명을 하고 있어서 이론적인 법률 내용 뿐 아니라 실무적으로 해당 법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3편 형벌론에서는 형벌의 의의와 종류, 양형, 집행유예와 선고유예, 가석방 등에 대해 알아본다. 이 부분이 뉴스를 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부분인데 사실 이런 내용에 대해서 지식이 없어서 대략적인 느낌으로만 뉴스를 소비하였다. 가령 형벌의 종류에는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 등의 9가지 형벌이 규정되어 있는데 사형과 징역은 알지만 구류, 금고 같은 것을 정확히 구별하진 못하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식으로 넘어갔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뉴스를 보면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전하며 징역 몇 년에 집유 몇 년. 이런식의 말을 많이 하는데 듣긴 많이 들었지만 이게 정확히 어떤 처벌인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조 모르고, 그저 비리를 많이 저지른 사람이 집유를 받았다면 재판관을 욕하기에 바빴다. 나처럼 선량한 시민이 형법에 대해 모르는 것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상식적으로 이런 내용들은 알고 있는 것이 정치와 사회문제를 소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분명 어려운 내용이지만 형법 총론의 개관으로서 형법서론, 범죄론, 형벌론이 순서대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어서 형법의 전체적인 틀과 개략적인 내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법조인이 아닌 이상 세부적이고 자세한 법률 내용을 아는 것은 불필요하고 책에 소개된 정도의 수준이면 상식적으로 형법을 이해하는데는 충분할 것이다. 형법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형법의 틀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입문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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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계속 다녀도 괜찮을까 - 실패하지 않는 이직 사고법
기타노 유이가 지음, 노경아 옮김 / 비씽크(BeThink)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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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다보면 1, 3, 5년차에 위기가 온다고 한다.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고, 직장상사의 얼굴에 사표를 던지고 멋지게 뒤돌아서 걸어나오는 상상을 하며, 그런 생각에 매일 아침 회사에 가는 것조차 곤욕스러워진다. 하지만 무작정 회사를 나오는 건 너무 대책이 없는 일이다. 직장선배나 친구들은 이직 할 곳을 정해놓은 다음 회사를 그만두라고 조언하기도 하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곳을 알아보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며, 애초에 그런 한가한 시간조차 없이 일을 굴리기 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두려는 것이지 않겠는가. 게다가 대한민국 회사는 다 거기서 거기라며 다른 곳에 가도 별 다를 게 없을테니 다른 회사 가서 새로 적응하고 똑같이 힘들바엔 그냥 거기 계속 다니면서 경력이나 쌓는게 낫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면 회사에 계속 다닐지, 하루라도 빨리 관두고 이직할지 무척이나 고민이 된다.


또 한국 사회에선 과거 평생직장이란 말이 있었을 정도로 이직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회사에 충성하고 한곳에 뼈를 묻는 것이 미덕인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이런 식의 마인드가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나이 많은 고용인들은 여전히 이런 올드한 마인드에 빠져있어서 이직이 많은 사람은 문제가 많은 사람이란 선입견을 가지기도 한다. 물론 지금 세상에는 말이 안되는 소리지만 고용인들이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는 이상 피고용인의 입장에선 이직을 많이 한 것이 이직할 때 장점으로 작용되진 않는다는 뜻이고 이런 상황도 이직을 고려할 때 고민거리가 된다.


이직을 생각한다지만 이직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나 요즘같은 경제 위기에 내 마음에 다 맞는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이런 상황 때문에 더욱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지금의 내 능력으로 이직이 가능할지, 연봉이 떨어지진 않을지, 환경이나 동료들이 더 나빠지진 않을지 막막하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말하자면 이직은 불확실한 미래에 승부를 거는 일종의 도박과도 같은 행위인 것이다.


이직에 필요한 것은 이런 불확실성이 제거된 명확한 판단 기준이다. [이 회사 계속 다녀도 괜찮을까]은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기에는 뭔가 아깝고,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기엔 불안한 사람을 위한 안내서로 저자는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이직을 겁내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정말 지금 그 회사가 영 아니다싶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 바로 옮기면 된다. 하지만 언제든 이직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나에게는 그만한 시장가치가 있다는 자기확신이 없기 때문에 선득 이직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에게 경쟁력과 시장가치가 있다면 이직을 하던지, 현 회사와 당당하게 협상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이직에 충분한 시장가치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직은 단순히 회사가 바뀌고 업무가 바뀌는 일이 아니라 삶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그만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성공적인 이직에 필요한 것은 수박 겉핥기식 이직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한 사고기준이다. 특히 자신의 시장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자기 객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신의 시장가치를 측정할 줄 알아야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이직을 할지, 계속 그 회사에 다닐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책에는 자신의 시장가치를 측정하는 아홉 가지 질문을 소개하고 있다. 연봉 기대치는 업계 생산성, 전문성 자산, 인적자산이란 세가지 요소로 정해진다. 자신의 전문성, 경험 등이 이 세가지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이 세가지 중 두 개의 요소만 높아도 이상적인 커리어라고 하며, 직업 유형별로 요구되는 요소가 다르므로, 자신의 재능과 직업 유형에 따라 경험의 양과 질을 달리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런 조언을 기초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나의 시장가치를 측정해보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 자신의 가치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거나 목표로 하는 일의 가치도 잘 파악해보라고 조언한다. 일이라는 것은 시대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일의 라이프사이클을 파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 성장하는 일인지 사양산업인지 알지 못하면 막차를 타고 곧 퇴출되거나 무의미한 경력만 쌓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저자가 단순히 일을 보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보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뜨는 산업의 시장은 보다 많은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직 또한 쉽다. 그리고 어떤 시장이냐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전문성 자산의 유통기한, 일의 수명도 결정된다.


또 이직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연봉과 비전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이직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살펴보며 자신의 능력치와 전문성 자산과는 별개로 조직논리에 함몰되어 일을 하는 목적을 잃어버리고 회사의 도구가 되어버리는 상황을 경계하라고 일러준다. 마지막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논의도 덧붙이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은지, 최소한의 일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취미생활을 하고 싶은지 진로를 선택하고 일을 정할 때 많이 하게 되는 고민이다. 일을 중요시 하는 사람은 꿈과 목표가 명확한 사람으로 무엇을 이룰지를 생각하고, 상태를 중시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태이고 싶은지를 중시한다. 자신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를 잘 알아야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일을 정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환상을 찾다가 방황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직이란 쉬운 결정이 아니고, 두렵고 막막하다. 책을 읽기 전까진 단순히 내 능력은? 내 경력은? 연봉은? 이런 단편적인 사안들만 고민했었는데 책을 보고나니 이직을 위해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훨씬 많다고 느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까지도 살펴봐야 진정 자신에게 맞는 좋은 평생진로를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직을 위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고, 어떤 면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 이직의 고민으로 불안하고 막막해하는 사람들에게 시원하고 명쾌한 해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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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 더 이상 사랑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여자들을 위한 자아성장의 심리학
비벌리 엔젤 지음, 김희정 옮김 / 생각속의집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책의 제목에 공감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사람이 참 많을 것 같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할 때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의 사랑이란 아프고 자기파괴적이다. 이런 사람들의 사랑은 처참한 이별과 아픔으로 귀결된다. 때로는 평소에는 독립적이고, 강인하고 당당하고 유능한 사람이었으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 의존적이고, 상대에게 집착하고 극도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상대에게 의지하고, 의존하고, 상대에게 맞추려고 자신의 중요한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가치를 낮추며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책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공동의존상태'나 단순히 낮은 자존감 때문이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하다고 소개한다. 그래서 남녀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생물학적 심리학적 원인 등을 모두 고려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많은 경우 여자들은 사랑을 지키기 위한 행동과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다. 어떤 것은 상대를 위해 희생하고, 또 어떤 부분에선 자아를 지키려 선을 넘지 않게 노력하게 된다. 그 커트라인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으로 결국 연애란 희생과 자아보존 사이의 줄다리기인 것이다. 연애와 사랑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자기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함께 하다보면 당연히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생기게 마련이고 그것을 얼마나 현명하게 맞추어 나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낮은 자존감에 자기를 잃어버리면 상대에게 헌신만 하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지게 된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 안에 자기 정체성이 없다. 나 자신의 자존감이 있어야 나 자신을 중심에 놓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데, 내 속에 내가 없다보니 나는 나 스스로의 존귀함으로 인정받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하는가로 내가 존재하게 된다. 다른 사람, 여기서는 연애 상대를 끌여들여서 그 사람의 정체성을 자신의 한 가운데에 놓고 그 사람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상대와 대등한 교류를 하고, 관계를 맺지만 자아정체성이 정립되지 못한 사람은 소유하려 한다. 자신 속에 내가 없어서 관계 맺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만 바라보고 소유를 하고 싶어 하는데 소유가 안될 때나 그 대상이 되는 타인이 내 뜻대로 안 움직일 때는 그 대상을 파괴하려 든다. 소유하거나 파괴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의 특징은 애인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신의 관심사를 포기하고, 상대와 의견이나 신념이 다를 경우 자신의 생각에 의심을 품고, 자신의 생각을 가치절하한다. 잠시라도 함께 있지 못하면 우울해하고 불안해지며, 상대를 불신하거나 질투하고 소유하려고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받으려 하고,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한다. 둘의 관계를 지속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건 하려고 하고, 자신을 바꾸는 일도 서슴없이 하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연애를 하는 사람이 의외로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얼마전에도 이런 경향을 보이는 자존감이 낮은 지인 한명이 연애 상담을 해왔었는데 아픈 사랑을 하면서도 끝내지 못하고 어떻게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메달리고 자신의 가치를 점점 떨어트리는 행동을 보였다. 급기야 상대에 대한 분노로 상대에게 험한 말을 하고 공격적으로 변했으며, 관계가 끊어졌다는 그 사실에 불안해하며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노라고 고백을 하였다. 그 친구가 보였던 일련의 행동들이 책에서 소개한 자존감이 낮아서 연애를 할 때 자기를 잃어버리는 사람과 정확히 일치하였다.


이런 사람들은 남자를 잃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 자신을 잃는 게 낫다고 여긴다. 그만큼 자신의 가치를 낮게 생각하고 관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자신 쯤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평소 강하고 독립적이며 소신있고 진취적인 여성도 남자를 만나면 자기를 잃는 경우도 있으므로 누구라도 자기 상실을 겪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심지어 돈과 권력이 있는 여성조차 자기 상실현상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게 여성이 남성보다 자기 상실 현상에 빠지기 쉬운 것은 문화적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한다. 책은 미국 작가의 시각으로 쓰여졌는데 책에 나오는 여성성을 규정하는 문화적 요인 등은 한국 사회로 넘어오면 더 높은 강도로 적용이 될 것 같다. 딸은 의존적으로 키워지고, 아들은 독립적인 성향으로 키워진다거나 여자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성고정관념 같은 사회적 요소들은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크게 작용할 것이다. 물론 점차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아이를 이와 같은 성관념의 틀 안에서 키우는 정서가 분명히 있으므로 그런 것들이 여성의 잠재적인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고, 연애를 하게 되면 남자에게 의존하고 의지하게 되는 현상으로 표출되게 되는 것이다. 또 여성들은 사랑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려는 경향이 남성보다 크기 때문에 자기 희생을 통해서라도 사랑을 지키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사랑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려는 경향성은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자기 상실의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적이고, 예민하고, 반대로 남성은 여성보다 독립적이고, 자기 고통을 관계에 끼워넣지 않는다. 여성은 공감의 동물이라고 하는데 여성의 경우 힘든 일이 생기거나 트러블이 발생하면 문제 해결보다는 그 고통을 남성과의 유대감을 결속하고 정서적 교감을 얻으려 한다는 뜻이다. 여성은 힘든 일이 생기면 남성에게 얘기하고 어떡해, 속상하겠다, 괜찮아? 이런 말을 듣기를 원하는데 남성은 문제 해결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애초에 힘든 것은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그것으로 함께 공감하길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생물학적 요인으로 인해 여성은 남성보다 위로를 기대하거나 결속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외 심리적인 요인도 많이 작용하는데 책에서 소개한 심리적인 요인들도 결국 문화적이나 사회적으로 팽배한 성고정관념과 그에 기반한 가정교육, 가족간의 관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한마디로 여성들은 유전적으로 태어나기도 그렇게 태어났고 사회적으로 더욱 견고하게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자기 자신을 지키는 7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사랑이란 환상에 빠져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고, 상대방 때문에 자기를 잃어버리지 않게 지켜야 하는 7가지 방법인 것이다. 이것은 계산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고 사랑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둘의 관계에서 내가 없다면 결코 우리가 되지 못한다. 갑과 을의 관계로 사랑을 할 수는 없다. 남성에게 휘둘리고 혼자 더 사랑하고 혼자 힘들어하다 버림받는 그런 사랑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것들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나를 버린다면 그 순간 사랑은 끝나버린다. 내가 없는 사랑은 유지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자기 자신의 자존감을 잃지 말고, 당당한 나로서 둘의 관계를 함께 이끌어가야 한다. 남성에게 모든 주도권을 주고 일방적으로 의지하고, 의존하면 남성은 지친다. 사랑이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해서 함께 발맞추어 걸어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아 발견의 과정이다. 일방적인 관계속에 허우적거리고, 자기를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 책에는 자존감을 높이는 많은 작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 방법을 따라해보며 자존감을 찾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균형잡힌 관계 맺기를 되찾아야 한다. 자존감을 되찾고, 자아 실현을 위한 시간을 통해 내면이 건강하고 당당한 사람으로 거듭난다면 예쁜 사랑은 자연히 뒤따라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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