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스케치 총론 (양장) - 부장검사를 역임한 변호사의 형사법 입문서
이임성 지음 / 미래와사람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이 있다. 나쁜 짓 안 하고 착하게만 살면 경찰서 갈 일 없고, 송사에 휘말릴 일이 없다는 뜻이지만 세상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고, 의도치 않게 나쁜 일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이라는 것은 아는 만큼 도움이 된다. 평소 법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갑작스럽게 트러블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고 잘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법률적 상황은 대부분이 민법일 것이다. 정말로 악의적으로 사건, 사고를 내지 않는 이상 우린 이 형법과 마주할 일이 거의 없다. 꼭 스스로 형법에 적용되는 것을 산정하지 않고도 상식적으로 형법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면 뉴스 등을 볼 때도 조금 더 이해하기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책을 펼쳤지만 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말 그대로 법률책이라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었다.


우선 형법은 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률이다. 흔히 민형사상으로 책임을 진다던가, 민형사상 조치를 취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법은 민법과 형법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형법은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이고, 민법은 생활, 특히 재산에 관한 법률이다. 민법은 당사자간의 분쟁에 적용되는 법률이나 형법은 국가의 의해서 적용되고 처벌하는 법률이다. 즉 체감적으로는 민법이 우리 생활과 더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법률이고 보통 우리가 송사에 휘말린다고 하면 민법에 따르는 것이 많겠지만 의외로 형법에 적용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장 쉬운 예로 음주운전 등도 형법의 영역이다. 그 외에도 싸움과 정당방위에 관한 버률, 미수범, 교사범, 방조범, 과실범 등 알게 모르게 형법의 영역에 포함된 일도 많다는 걸 깨달았다. 뉴스를 보거나 법에 관한 영화 등을 봐도 민형사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무심히 지나쳤는데 형법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은 형법에 대한 개략적인 아웃라인을 스케치 하듯 정리하고 있다. 형법책에 나오듯이 아주 구체적이고 세세한 내용까지 다루지는 않고 있지만, 형법의 개념과 기초이론, 적용범위 등의 서론, 각종 범죄론, 형벌론에 대한 큰 줄기를 그려놓고 있다. 그래서 목차 순서대로 읽어보면 형법에 대한 기초 실력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형법총론의 요체라고는 하지만 어려운 법을 다루는 내용이라 그렇게 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제1편 형법서론에서는 형법의 내용인 범죄와 형벌에 대해 공부하기 전에 사전지식으로 알아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형법이 무엇인가 하는 형법의 개념, 기능, 적용범위 등을 알아본다. 형법은 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으로 범죄를 범한 자에게 형벌을 과하는 국가법규범의 총체를 일컫는다. 형법은 사회규범 중 하나로 살인하지 마라, 절도하지 말라는 식의 단언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형법은 형벌을 가함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단순히 잘못한 사람을 벌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본보기를 보여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범죄율을 보면 그다지 효과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제2편 범죄론에서는 개별적인 범죄를 다루지 않고 전체적인 틀에서의 범죄만을 다루고 있어서 내용이 추상적이고 이론적이다. 여기서는 설명하려는 각각의 범죄에 대한 사례를 들어 해당 범죄의 의의와 해석을 설명하고 있으며, 관련 법률의 실제 대법원 판결로 추가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실례를 가져와서 법 조문을 설명을 하고 있어서 이론적인 법률 내용 뿐 아니라 실무적으로 해당 법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3편 형벌론에서는 형벌의 의의와 종류, 양형, 집행유예와 선고유예, 가석방 등에 대해 알아본다. 이 부분이 뉴스를 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부분인데 사실 이런 내용에 대해서 지식이 없어서 대략적인 느낌으로만 뉴스를 소비하였다. 가령 형벌의 종류에는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 등의 9가지 형벌이 규정되어 있는데 사형과 징역은 알지만 구류, 금고 같은 것을 정확히 구별하진 못하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식으로 넘어갔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뉴스를 보면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전하며 징역 몇 년에 집유 몇 년. 이런식의 말을 많이 하는데 듣긴 많이 들었지만 이게 정확히 어떤 처벌인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조 모르고, 그저 비리를 많이 저지른 사람이 집유를 받았다면 재판관을 욕하기에 바빴다. 나처럼 선량한 시민이 형법에 대해 모르는 것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상식적으로 이런 내용들은 알고 있는 것이 정치와 사회문제를 소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분명 어려운 내용이지만 형법 총론의 개관으로서 형법서론, 범죄론, 형벌론이 순서대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어서 형법의 전체적인 틀과 개략적인 내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법조인이 아닌 이상 세부적이고 자세한 법률 내용을 아는 것은 불필요하고 책에 소개된 정도의 수준이면 상식적으로 형법을 이해하는데는 충분할 것이다. 형법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형법의 틀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입문서가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