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 더 이상 사랑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여자들을 위한 자아성장의 심리학
비벌리 엔젤 지음, 김희정 옮김 / 생각속의집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책의 제목에 공감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사람이 참 많을 것 같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할 때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의 사랑이란 아프고 자기파괴적이다. 이런 사람들의 사랑은 처참한 이별과 아픔으로 귀결된다. 때로는 평소에는 독립적이고, 강인하고 당당하고 유능한 사람이었으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 의존적이고, 상대에게 집착하고 극도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상대에게 의지하고, 의존하고, 상대에게 맞추려고 자신의 중요한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가치를 낮추며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책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공동의존상태'나 단순히 낮은 자존감 때문이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하다고 소개한다. 그래서 남녀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생물학적 심리학적 원인 등을 모두 고려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많은 경우 여자들은 사랑을 지키기 위한 행동과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다. 어떤 것은 상대를 위해 희생하고, 또 어떤 부분에선 자아를 지키려 선을 넘지 않게 노력하게 된다. 그 커트라인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으로 결국 연애란 희생과 자아보존 사이의 줄다리기인 것이다. 연애와 사랑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자기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함께 하다보면 당연히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생기게 마련이고 그것을 얼마나 현명하게 맞추어 나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낮은 자존감에 자기를 잃어버리면 상대에게 헌신만 하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지게 된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 안에 자기 정체성이 없다. 나 자신의 자존감이 있어야 나 자신을 중심에 놓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데, 내 속에 내가 없다보니 나는 나 스스로의 존귀함으로 인정받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하는가로 내가 존재하게 된다. 다른 사람, 여기서는 연애 상대를 끌여들여서 그 사람의 정체성을 자신의 한 가운데에 놓고 그 사람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상대와 대등한 교류를 하고, 관계를 맺지만 자아정체성이 정립되지 못한 사람은 소유하려 한다. 자신 속에 내가 없어서 관계 맺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만 바라보고 소유를 하고 싶어 하는데 소유가 안될 때나 그 대상이 되는 타인이 내 뜻대로 안 움직일 때는 그 대상을 파괴하려 든다. 소유하거나 파괴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의 특징은 애인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신의 관심사를 포기하고, 상대와 의견이나 신념이 다를 경우 자신의 생각에 의심을 품고, 자신의 생각을 가치절하한다. 잠시라도 함께 있지 못하면 우울해하고 불안해지며, 상대를 불신하거나 질투하고 소유하려고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받으려 하고,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한다. 둘의 관계를 지속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건 하려고 하고, 자신을 바꾸는 일도 서슴없이 하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연애를 하는 사람이 의외로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얼마전에도 이런 경향을 보이는 자존감이 낮은 지인 한명이 연애 상담을 해왔었는데 아픈 사랑을 하면서도 끝내지 못하고 어떻게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메달리고 자신의 가치를 점점 떨어트리는 행동을 보였다. 급기야 상대에 대한 분노로 상대에게 험한 말을 하고 공격적으로 변했으며, 관계가 끊어졌다는 그 사실에 불안해하며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노라고 고백을 하였다. 그 친구가 보였던 일련의 행동들이 책에서 소개한 자존감이 낮아서 연애를 할 때 자기를 잃어버리는 사람과 정확히 일치하였다.


이런 사람들은 남자를 잃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 자신을 잃는 게 낫다고 여긴다. 그만큼 자신의 가치를 낮게 생각하고 관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자신 쯤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평소 강하고 독립적이며 소신있고 진취적인 여성도 남자를 만나면 자기를 잃는 경우도 있으므로 누구라도 자기 상실을 겪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심지어 돈과 권력이 있는 여성조차 자기 상실현상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게 여성이 남성보다 자기 상실 현상에 빠지기 쉬운 것은 문화적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한다. 책은 미국 작가의 시각으로 쓰여졌는데 책에 나오는 여성성을 규정하는 문화적 요인 등은 한국 사회로 넘어오면 더 높은 강도로 적용이 될 것 같다. 딸은 의존적으로 키워지고, 아들은 독립적인 성향으로 키워진다거나 여자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성고정관념 같은 사회적 요소들은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크게 작용할 것이다. 물론 점차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아이를 이와 같은 성관념의 틀 안에서 키우는 정서가 분명히 있으므로 그런 것들이 여성의 잠재적인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고, 연애를 하게 되면 남자에게 의존하고 의지하게 되는 현상으로 표출되게 되는 것이다. 또 여성들은 사랑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려는 경향이 남성보다 크기 때문에 자기 희생을 통해서라도 사랑을 지키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사랑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려는 경향성은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자기 상실의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적이고, 예민하고, 반대로 남성은 여성보다 독립적이고, 자기 고통을 관계에 끼워넣지 않는다. 여성은 공감의 동물이라고 하는데 여성의 경우 힘든 일이 생기거나 트러블이 발생하면 문제 해결보다는 그 고통을 남성과의 유대감을 결속하고 정서적 교감을 얻으려 한다는 뜻이다. 여성은 힘든 일이 생기면 남성에게 얘기하고 어떡해, 속상하겠다, 괜찮아? 이런 말을 듣기를 원하는데 남성은 문제 해결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애초에 힘든 것은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그것으로 함께 공감하길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생물학적 요인으로 인해 여성은 남성보다 위로를 기대하거나 결속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외 심리적인 요인도 많이 작용하는데 책에서 소개한 심리적인 요인들도 결국 문화적이나 사회적으로 팽배한 성고정관념과 그에 기반한 가정교육, 가족간의 관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한마디로 여성들은 유전적으로 태어나기도 그렇게 태어났고 사회적으로 더욱 견고하게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자기 자신을 지키는 7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사랑이란 환상에 빠져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고, 상대방 때문에 자기를 잃어버리지 않게 지켜야 하는 7가지 방법인 것이다. 이것은 계산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고 사랑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둘의 관계에서 내가 없다면 결코 우리가 되지 못한다. 갑과 을의 관계로 사랑을 할 수는 없다. 남성에게 휘둘리고 혼자 더 사랑하고 혼자 힘들어하다 버림받는 그런 사랑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것들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나를 버린다면 그 순간 사랑은 끝나버린다. 내가 없는 사랑은 유지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자기 자신의 자존감을 잃지 말고, 당당한 나로서 둘의 관계를 함께 이끌어가야 한다. 남성에게 모든 주도권을 주고 일방적으로 의지하고, 의존하면 남성은 지친다. 사랑이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해서 함께 발맞추어 걸어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아 발견의 과정이다. 일방적인 관계속에 허우적거리고, 자기를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 책에는 자존감을 높이는 많은 작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 방법을 따라해보며 자존감을 찾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균형잡힌 관계 맺기를 되찾아야 한다. 자존감을 되찾고, 자아 실현을 위한 시간을 통해 내면이 건강하고 당당한 사람으로 거듭난다면 예쁜 사랑은 자연히 뒤따라 오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