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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WILL -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단 하나의 힘
윌 스미스.마크 맨슨 지음, 김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평점 :
20세기 헐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흑인 배우를 꼽으라면 당연 윌 스미스일 것이다. 꼭 '흑인'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당시 가장 핫하고 쿨하고 섹시한 배우는 당연 윌 스미스였다. 헐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흑인 배우이자 실력파 래퍼이고 주연작 8편이 연속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1억 달러를 돌파한 최초이자 유일한 기록을 가진 히트메이크이다. 하지만 최근의 윌 스미스의 인생은 그리 좋아보이지만은 않는다. 일단 영화가 예전만큼 흥행이 되지 않고, 아내는 아들 친구랑 바람나고, 아들은 커밍아웃하고, 딸은 양성애자에 폴리아모리 선언을 하는 등 보통사람이라면 멜탈이 흔들거릴만한 일을 수없이 겪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정도 되면 사람이 삔뜨가 나갈만도한데 윌 스미스는 여전히 밝고 씩씩해보인다. 물론 방송에 나와서 인상을 쓰고 있을 수는 없겠지만 평소의 윌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게 꼭 꾸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윌 스미스의 이미지는 언제나 밝고 유쾌하며, 여유롭고, 익살스러운 동네 형같은 느낌이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데 의외로 윌의 어린 시절은 꽤나 불행했다고 한다. 성공한 탑스타들은 왜 하나같이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것을까? 불행한 시간들이 성공으로의 에너지가 되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윌 스미스도 어릴 때는 매우 불행했다.
윌 스미스는 어릴 적 스스로를 겁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겁많고, 소심하고, 그런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숨어다니는 아이였고,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컸던 모양이다. 재미있게도 윌 스미스에게 아버지는 영웅 같은 사람이었다는데 생활력이 강하고 터프하며 질서와 규율을 중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터프함이 너무 지나쳐서 상당히 폭력적이었고 주사가 있어서 술을 마시면 더욱 폭력적으로 변했다. 어느날 엄마가 아버지에게 맞아 쓰러져 입 안의 피를 뱉는 장면을 목격하는데 그걸 보고서도 엄마를 위해 아버지에게 맞서지 못한 나약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엄마에 대한 사과로 이후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한다.
6살의 동생은 아버지에 맞서서 엄마를 지키려 했다고 한다. 물론 아버지로부터 내동댕이 처지고 엄마가 겪은 고통을 똑같이 겪었지만 6살의 꼬꼬마는 두려움과 싸웠고, 윌의 여동생은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쳤다. 회피적인 성향이 되었고, 그런 성향은 반항이라는 모습으로 돌아와서 술과 담배에 찌들어 가족들조차 멀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윌은, 엄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9살의 그 꼬맹이는 비겁한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유쾌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불행했던 사건이 윌 스미스를 유쾌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게 참 아이러니하다.
비록 불명예 퇴역을 했지만 잘못된 행동을 보면 참지 못하는 군인 출신의 아버지와 그 당시 대학교육까지 받은 엘리또이자 가정적인 엄마 덕분에 윌 스미스는 갱스터의 길로 빠지거나 마약 같은 것에 손을 대지도 않고 백인 아이들이 다니는 가톨릭 학교에 다니며 건전하게 자랐다. 흔히 당시 흑인들의 삶이라고 하면 길거리 생활과 마약, 폭력 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데 윌 스미스는 그런 것과는 거리를 두고 건전한 생활을 했던 것이다. 이후 래퍼나 영화배우로 활동할 때에도 일반적인 흑인 특유의 슬랭이나 욕설을 하지 않는데 이런 가정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당시의 흑인 래퍼들은 사회에 대한 반항과 비판 같은 것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윌 스미스는 주류 흑인 래퍼들에겐 부정한 래퍼였고, 그래서 감상적이라는 식으로 욕도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이런 비판에 윌 스미스는 굉장히 심한 분노를 느꼈다는데 그 이유가 스스로가 가장 싫어했던 모습인 겁쟁이 같은 모습을 들켰다는 수치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어릴 적 실제로 겁쟁이였고, 그런 자신에 자격지심이 상당했는데 결국 그런 겁쟁이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능글거리고 쿨하고 허풍이 심한 캐릭터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연기를 했다는 뜻. 본인은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기 위해 윌 스미스라는 인격체를 만들어냈다지만 반대로 말하면 자신의 가장 싫고 감추고 싶은 부분을 떨쳐버리기 위해 노력하고 극복했다는 뜻도 되겠다.
아버지가 폭력적이고 주사가 심해서 사랑하는 엄마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어린 나이에 그런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면 아마 보통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매우 나빠졌을 것이다. 크게 성공을 하고 나서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거나 부모와 절연할 수도 있을텐데 폭력적이고 성격이 강하기도 했지만 윌 스미스의 말처럼 아들의 눈엔 존경할만한 아버지였던 모양인지 의외로 윌 스미스는 아버지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 같다. 아버지 뿐만이 아니다. 할머니나 결혼 후에는 아내와 자신의 아이들까지 윌 스미스는 가족이라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책 전편을 통해 잘 드러난다. 아버지에게 맞아 피를 뱉어내는 엄마를 보며 언젠가는 자신이 책임자가 될 거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는데 그 어릴 적의 결심을 아직까지 지켜가며 바람핀 아내를 용서하고, 속썩이는 자식들을 이해하며 가정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것처럼 보인다.
프롤로그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있는데 윌의 아버지는 가게 앞에 있던 벽이 허물어지자 업체를 불러서 벽을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열한 살이던 윌과 동생에게 그 일을 시켰다고 한다. 높이 3미터에 폭은 6미터나 되는 정말 큰 벽이어서 거의 1년 동안이나 윌과 동생은 매일 방과 후에 벽을 쌓는 일을 해야만 했다. 주말, 휴일, 방학도 없이 여름 내내 막노동을 해야 했던 윌은 어느날 이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절대 완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일손을 멈추고 동생과 함께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버지가 그 대화를 엿듣고는 벽은 생각하지 마라, 당장 눈앞의 벽돌만을 신경써. 우선 손 안의 벽돌을 완벽하게 쌓는 것만 생각하고, 그런 다음 다음 벽돌로 넘어가서 그걸 완벽하게 쌓아라. '네가 신경써야 할 건 그냥 벽돌 하나라고' 윌은 이걸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준 교훈이라고 말한다.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일과 가능하게 느끼는 일의 차이는 단지 과점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 벽돌 쌓는 일을 윌에게 시킴으로서 돈도 절약하고 윌 스미스에게 will이 있으면 wall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큰 교훈을 남겼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