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링 엽서북 : 빨강머리 앤
일과놀이콘텐츠랩 지음, 조디 리 그림,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북센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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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나 이상한나라의 앨리스 같은 동화는 책보다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형식으로 더 많이 접하게 되고, 그 매체 속에서의 캐릭터 이미지로 기억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앨리스는 디즈니 만화버전이, 빨강머리 앤은 TV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너무 익숙해서 거기에서의 캐릭터 디자인이 마치 오리지널리티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캐릭터의 이미지가 한가지로 한정적으로 제한되는 인상을 받게 된다. 소설을 읽으며 머리 속으로 소설 속의 장면을 상상하거나 머리 속으로 떠올릴 때 결국 영화나 TV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장면이 연상되면서 상상력이 축소된다. 반대로 맨날 보던 그 이미지가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로 소설의 장면을 접했을 때 그 장면은 새로운 빛을 띄게 되고, 소설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하게 된다.  


[컬러링엽서북 빨강머리 앤]은 소설 속의 여러 주요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는 오리지널 일러스트 엽서 12장과 원화로 담은 12장의 만년 캘린더, 직접 채색을 할 수 있는 26장의 컬러링 엽서로 구성된 총 50장의 빨강머리 앤 오리지널 작화 일러스트 작품을 담고 있다. 작품이란 표현을 쓴 건 일러스트 한장 한장이 굉장히 고급스럽고 빈티지한 매력이 있어 정말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작화이다.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오리지널 일러스트가 상당히 인상적인데 TV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넷플릭스의 드라마 빨강머리 앤 시리즈의 이미지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빨강머리 앤은 캐나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 그 동네 사람들의 모습같은 작화라서 더 현실감이 느껴지고 빨강머리 앤의 느낌을 더 잘 살려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일러스트가 상당히 디테일해서 레이스 하나, 머리카락 한올까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옷의 주름이나 배경이 되는 벽의 벽지나 나뭇잎 하나도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다. 색감도 고전 명화의 느낌처럼 고급스러워서 오리지널 일러스트 엽서를 액자처럼 장식해두거나 벽에 걸어두면 그 자체로 멋진 데코가 될 것 같다. 앤이 기차역에서 처음 매튜 아저씨를 만나서 마차를 타고 기쁨의 하얀길을 지나는 장면이나 빵을 굽는 마닐라 아주머니의 모습, 첫만남에 앤에게 말라깽이에 홍당무 같은 빨간머리라고 디스를 하자 화가 나서 린드 부인에게 대드는 장면, 다이애나에게 포도주를 대접한 사건, 물에 빠질 위기에 빠진 앤을 구하러 온 앙숙 길버트 등 소설 속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일러스트로 구현되어 있어서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그 에피소드가 머리속에 떠오르며 굉장히 반갑고 저절로 미소가 흘러나온다.


만년 캘린더는 테이블 달력으로 사용하면 좋을 정도의 사이즈고 역시 같은 오리지널 일러스트가 상단에 그려져 있고, 하단에는 캘린더가 있다. 솔직히 아까워서 쓰기가 아까울 정도이다. 일단 일러스트의 그림체가 매우 좋다보니 만년 캘린더의 완성도도 좋은 편이다. 한가지 아쉬운 건 캘린더의 일러스트 장면이 소설 속에서 그 사건이 일어난 날짜에 맞게 그 달에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령 앤이 매튜 아저씨의 마차를 타고 그린 게이블스로 가면서 만개한 사과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이것은 4월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는 1월에 그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또 앤이 다이애나를 티파티에 초대해서 포도주를 대접하고 취하게 만든 건 10월 어느날의 사건이다. 하지만 캘린더에서는 4월에 그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소설 속의 실제 날짜와 맞춰서 일러스트를 삽입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컬러링 엽서는 사실 채색을 하는 게 좀 망설여진다. 견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일러스트 엽서나 캘린더의 일러스트가 워낙 완성도가 높다보니 아무리 잘 해도 그만큼의 퀄리티는 나올 수가 없고, 그래서 괜히 어설프게 따라했다가 밑그림을 망치는 것 같은 기분만 들것 같아서 컬러링은 한참 후에 도전을 해봐야겠다. 컬러링 엽서는 일러스트 엽서에 사용된 장면이 있는가 하면 앤이나 다른 캐릭터는 전혀 나오지 않고 티포트나 찻잔, 튤립이나 수선화 같은 꽃이나 나뭇잎 같은 것들만 모아놓은 엽서도 있다. 꽃과 식물이 나오는 건 일견 이해가 된다. 외로운 앤에게는 꽃과 나무도 이름 모를 들풀까지도 모두 식물 이상의 존재였는데 앤이 바라보는 시점에서 앤이 초록지붕 집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이름을 붙이고 친구처럼 지낸 꽃과 식물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상당히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일러스트가 주는 느낌은 몇몇 이미지로만 각인 되었던 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빨강머리 앤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너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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