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어스 - ‘또 다른 지구’와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서
리사 칼테네거 지음, 김주희 옮김, 이정은 감수 / 쌤앤파커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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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제목을 잘 지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고를 극복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지구는 1인칭이며, 자신이 소속된 '내국'이다. 
그런데 전 우주의 관점에서 본다는 어떻게 될까. 
저자가 작명한 대로, 하나의 외부인, 작은 이방인일 뿐이다. 

이 책은 그런 세계관의 책이다. 청량하고 푸른 행성을 벗어나 이 세계를 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필자는 여러 아이디어와 지식을 전달하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생각은 다음과 같다. 
'과학은 놀라울 만큼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과학의 본질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는 없다.
이 책 역시, '지구 밖에도 생명이 존재할까'라는 짧고 순진한 질문에서 시작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과학이 그러하듯, 필자도 그 간단한 질문을 창대하게 마무리한다. 
우선 '지구'라는 행성이 얼마나 행운을 타고 났는지, 이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포근한 곳인지를 실감나게 설명한다. 
다음으로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하고 찾고 싶어하는 생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따로 표시해놓은 후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도 의미 있는 내용이다. 
아울러 문자 그대로 지구와 생명이 거쳐온 천문학적인 시간에 대한 기술 부분도 빼어나다. 

그리고 4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생명을 찾아나선 모험에 대해 서술한다. 
이국적이고 이질적인 행성 이야기들이 있고, 사람들의 염원과 기술이 반영된 첨단 과학 이야기들도 있다. 
우주 탐사라는 크나큰 스케일의 지식, 이론, 연구방법, 도구들도 설명하고, 
지구와 우주의 역사, 생물권에 대해 공부하면서 과학자들이 배운 사실들도 전달한다. 
 
독서 후에는 자신의 세계관이 확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과학이란 교과서와 암기가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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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차트 사용설명서 - 거래의 신이 전수하는 매매의 기술
오자와 미노루 지음, 이정환 옮김, 황인환 감수 / 여의도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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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그래프가 있다. 그리고 그 유형만 하더라도 손에 꼽기 힘들다. 
그런데 그 많은 그래프 중 가장 함축적이고 그래서 가장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유형이 있다. 
그건 바로 양초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캔들차트이다. 

이 책은 그 캔들차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투자자의 심리가 어떻게 차트에 투영되는가에 대해 설명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여러 시장 중에 참여자의 심리가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그 영향에 의한 변동성이 심한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따라서 그 시장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무형의 심리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그 해답은 캔들차트에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일 많은 정보를 축약해서 담을 수 있는 차트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풍부한 그래프 자료와 상세한 설명을 통해 독자들을 투자 심리의 세계로 안내한다. 
아주 기초적인 내용에서 시작하여, 실전적 적용을 할 수 있는 내용까지 종합적으로 다룬다. 
특히 자칫하면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며 기술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아울러 아마추어나 출신이 불분명한 사람이 아니라, 현업에서 투자 및 금융 관련 일에 종사했던 이력의 필자라는 점도 신뢰감을 더한다. 

독서 후에는 그동안 보아왔던 캔틀차트가 다르게 보인다. 
필자가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 설명한 내용도 떠오르고, 각각의 막대를 맥락 속에서 보게 되며, 무엇보다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의 심리가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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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정영훈 엮음, 이나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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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도 갈대처럼 그 변덕이 심한데, 
그런 사람이 한데 모인 군중의 마음은 그 변동성이 어떠할까. 
한때는 성난 파도처럼 사회를 휩쓸다가, 한때는 고요한 호수처럼 역사에 침잠한다. 

이 책은 그런 군중의 심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표지에는 마치 선언처럼, 군중의 본질을 외치고 있다. 
'번덕스럽기에 멸시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문명 발전을 추동하는 경외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 한 문장이 이 책이 심상치 않은 저작이라는 걸 말해준다. 
사람은 언제나 일관적이고 완전한 세상의 이치, 사물의 본질을 찾지만, 
대개의 경우 그 이치와 본질은 이원적인 모순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모순을 포괄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세상의 원리와 사물의 핵심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르 봉은 그 일을 해내는 것이다. 
군중이라는 변화무쌍하고 그 실체를 가늠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해 
그 근원적인 모순을 발견하고, 필연적인 아이러니를 설명하고 있다. 

군중에 대한 마키아벨리적 통찰을 펼치는 본문도 빼어나지만, 가장 앞서 서문과 서론이 명문이다. 
저자는 군중은 무엇에 지배를 받는가, 군중의 시대란 무엇인가에 대해 우아하게 설명한다. 
특히 사회현상과 사람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진실과 실제적인 현상을 함께 봐야 한다는 주장이 기억에 남는다. 
예컨대 정육면체를 분석하고 할 때, 특정한 공식으로 정확하게 그 본질적 형태를 정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우리 눈의 관점에 의해 실제로 보여지는 형태를 탐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하학적 형태를 완벽히 재현하는 데만 집착하면 오히려 우리가 실제로 보는 모습과는 동떨어져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을 실행하는데 있어 반드시 염두해두어야 할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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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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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라는 공간은 멸종 중이다. 
온라인 책 구매가 거부할 수 없는 가격제안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그 답에 대한 이야기이자, 작가, 독자, 소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저작의 첫째 장점은 영국에 있는 이 유명한 서점에 가지 않았어도, 그곳에서 일어난 흥미진진한 인터뷰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라는 사람들의 특성상 작가의 인터뷰는 아주 희귀하다. 모처럼 감동 받은 소설을 읽고 그 작가에 대해 알고 싶어도 아주 오래 전에 신문이나 잡지에서 한 인터뷰 한 두 편 정도를 찾을 수 있을 뿐이다. 활자 매체가 이런 상황이니, 방송이나 영상 매체를 통해 작가를 만나는 건 더 어렵다. 물론 유명인이 되는 걸 반기는 극히 일부 예외적인 작가들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작가 초대라는 정식 자리를 만들고, 문학적 기본 소양을 갖춘 사회자와 함께 대담을 하는 이 책의 내용은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사건이다. 

둘째 장점은 제목 그대로 소설가들의 내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이란 수십, 수백 번의 정제과정을 거친 후에 나온 결과물이다. 즉 미학적 완성도 면에서는 그 순도가 높을지는 몰라도 원초적 생동감 면에서는 많은 것들이 사라진 상태의 것이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 그 제거된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애초에 어떤 작은 생각의 실마리가 이런 작품으로 확장될 수 있었는지, 뜬구름처럼 떠다니는 상념들을 어떻게 잘 표현할지 고민하는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어떻게 재구성하는 글로 써내는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들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주요 개념들을 어떻게 재정의하는지 등등.
 
독서하면서 느끼게 된다. 역시 많이 쓰고, 많이 읽는 직업의 사람들이어서 자신의 이야기들을 너무 재미있게 말한다는 것을.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애덤바일스 #정혜윤 #열린책들 #북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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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가의 상자 -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 가족의 만화 영화 같은 일상
스즈키 마미코 지음, 전경아 옮김 / 니들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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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아주 애틋한 감정을 선사해주어, 사랑하는 작품 목록에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도 기억나는 명장면들이 있고, 삽입되었던 '컨트리 로드'라는 노래는 멜로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컨트리 로드라는 곡의 일본어판 가사를 쓴 사람을 이렇게 책으로 만나다니. 
반가운 동시에, 세상에는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름도 모르는 그 작사가의 책을 오랜 시간 후에 내 방에서 읽게 될 줄이야. 

이 책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는 아버지를 두었던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지브리 스튜디오라는 거대한 존재감이다. 
유년시절의 낙원과도 같은 곳, 세상은 몰라주던 나의 동심을 일깨워주었던 곳, 환상적인 이미지와 이야기를 선물해주었던 곳. 
그곳이 필자에게는 너무나도 가까운 곳이었다. 
아버지가 일하는 곳이자, 그곳에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필자의 집에 수시로 왔다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압권은, 무려 미야자키 하야오로부터 십대 시절에 작사를 의뢰 받고, 그 결과물에 대해 직접 의견을 나누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마치 지브리 스튜디오와 관련한 외전 같은 느낌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본문에서 가장 빼어난 부분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지브리에 대한 것이 아닌, 유명 작가들 및 작품들에 대한 얘기가 아닌, 필자 자신이 서술해가는 자신의 얘기들이다. 
필자는 여러 에피소드를 펼쳐내가면서, 유년시절, 환상과 현실이 공존했던 세상에 대해 써내려간다. 
예컨대, 동네에서 만난 낯선 중년 여성은 그 무뚝뚝함과 이질성으로 인해 마귀할멈이 되고, 
사람들에게 개방적이던 자기 가족의 집은 시공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자가 된다. 

그리고 그런 흥미진진하던 세상은 필자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환상과 현실이 분리되어 명확해진다. 
마귀할멈처럼 무서웠던 의문의 여성은 어느덧 동년배의 시각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는 대상이 되고, 
가족들은 한 집이 아닌, 각자의 집에서,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현실적인' 세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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