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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정영훈 엮음, 이나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도 갈대처럼 그 변덕이 심한데,
그런 사람이 한데 모인 군중의 마음은 그 변동성이 어떠할까.
한때는 성난 파도처럼 사회를 휩쓸다가, 한때는 고요한 호수처럼 역사에 침잠한다.
이 책은 그런 군중의 심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표지에는 마치 선언처럼, 군중의 본질을 외치고 있다.
'번덕스럽기에 멸시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문명 발전을 추동하는 경외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 한 문장이 이 책이 심상치 않은 저작이라는 걸 말해준다.
사람은 언제나 일관적이고 완전한 세상의 이치, 사물의 본질을 찾지만,
대개의 경우 그 이치와 본질은 이원적인 모순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모순을 포괄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세상의 원리와 사물의 핵심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르 봉은 그 일을 해내는 것이다.
군중이라는 변화무쌍하고 그 실체를 가늠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해
그 근원적인 모순을 발견하고, 필연적인 아이러니를 설명하고 있다.
군중에 대한 마키아벨리적 통찰을 펼치는 본문도 빼어나지만, 가장 앞서 서문과 서론이 명문이다.
저자는 군중은 무엇에 지배를 받는가, 군중의 시대란 무엇인가에 대해 우아하게 설명한다.
특히 사회현상과 사람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진실과 실제적인 현상을 함께 봐야 한다는 주장이 기억에 남는다.
예컨대 정육면체를 분석하고 할 때, 특정한 공식으로 정확하게 그 본질적 형태를 정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우리 눈의 관점에 의해 실제로 보여지는 형태를 탐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하학적 형태를 완벽히 재현하는 데만 집착하면 오히려 우리가 실제로 보는 모습과는 동떨어져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을 실행하는데 있어 반드시 염두해두어야 할 통찰이다.